2012.11.01 12:04




밍숭하게 처리된 엔딩보다는 그들과 헤어짐이 더 아쉬운 드라마 신의, 최영장군 역의 이민호의 종영소감 기사를 읽으니 감동으로 더 뭉클합니다. 생방촬영의 힘든 과정 속에서도 현장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는 이민호의 훈훈한 기사는 나이는 어리지만 속이 꽉찬 사람임을 읽게 합니다.

수험생들을 위한 센스넘치는 수능대박 기원 영스피린을 비롯해 신의 팬들과 이민호 팬들에게도 살뜰한 인사로 종영소감을 전했는데요, 자신의 평생 임자는 팬들이라는 말에 주책스럽게도 가슴이 설레였답니다(저도 민호의 임자^^헤헤, 영원한 우리 대장!). 

몇달을 최영과 은수의 사랑에 허우적대다가 드라마가 끝나버리니 너무 허탈해서 신의 팬들은 머리가 텅 빈 듯한 느낌이랍니다. 그래서 마지막 아쉬움을 함께 나누고자 제가 뽑은 신의 최영의 명장면 명대사로 그 허전함과 아쉬움을 달래주고 싶습니다.

사실 드라마를 보다가 이런 저런 상상들을 많이해서 습작식으로 상상장면들을 많이 써두기는 했습니다. 에필로그식으로 현대에서 똑같이 환생한 공노커플과 임자커플의 에피소드를 써보기도 했는데, 마지막회 리뷰글에 올려드리려고 했는데 글이 길어서 저혼자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대충 내용은 외국 국빈으로 한국을 방문한 노국공주(이름은 다르지만)의 영빈일정을 맡게 된 공민왕이 관광을 시켜주다 빚어진 사고로, 수행 보디가드인 최영과 현장에 있던 의사 유은수가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이리저리 일이 꼬이면서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기본틀은 신의와 비슷하지만 현대에서의 운명적 사랑이랄까요? 여기서는 기철은 놀이공원에서 아이스크림 장사를, 화수인은 호떡장사를 하는데 천음자는 호객행위를 하는 리코더맨으로 나옵니다. 덕흥군은 노국공주의 정략결혼 상대로 내정된 자ㅎ.

 

날밤을 새우기가 일쑤인 촬영장에서 쪽잠을 자면서도 칼을 손에 쥐고 잤다는 이민호에게서는 프로연기자로서의 진중한 자세가 느껴집니다. 검을 잡는 손의 감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였겠지요. 너덜너덜해진 이민호의 대본집은 그가 얼마나 매순간 최영에 빙의되어 살고 있었는지를 읽게 합니다. 단지 대본을 많이 읽고 잘 외운 것을 칭찬할 부분은 아니지요.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잘 표현하는 배우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그 캐릭터를 드라마속에서 녹여내고 감정몰입하게 하는가, 다른 사람을 대치하고는 그 캐릭터를 상상할 수 없게 하는가가 배우에게서 완성되는 캐릭터지요. 그런 배우들이 사실 많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이 그러했고, 더 킹 투 하츠의 이승기, 그리고 옥탑방 왕세자 박유천이 그러했습니다. 요 근래 본 드라마를 예를 들면 말이죠. 그리고 막 종영한 신의의 이민호가 그러합니다. 물론 더 좋은 작품과 연기자들도 많지만 20대 젊은 연기자들 중에서요.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김종학 감독(좋은 장면들 잘라서 진심 화납니다!)의 OK사인이 끝나자 출연진들이 박수를 치며 그간 고생을 위로했다고 하는데요, 이민호는 스텝 100여명을 일일이 찾아가 포옹하고 종방의 아쉬움을 달랬다는군요. 젊은 나이의 연기자답지 않은 사려깊고 예의바른 이런 기본 모습이 있었기에, 드라마속 최영 또한 그 모습이 투영되어 나오지 않았나 싶더군요. 촬영중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는데도 분위기가 다운될까봐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민호, 배우 류승룡이 이민호를 인성을 갖춘 배우라고 했는데, 왜 그런 칭찬을 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을 꼽으라면 이민호와 김희선 두사람이 함께 한 모습 자체가 화보였기에 어느 한 장면을 딱 집어내가 힘이 듭니다.

아스피린통에 은수가 꽂아준 국화꽃을 넣어두었다가 딱 걸려서 '에이, 이런 낭패스러운 일이~'하는 표정은 귀엽고 순수했고, 은수를 얼떨결에 좋아한다고(기철에게서 빼내오려고) 했다가 은수가 가슴을 한 방 치는 순간 심장이 덜컹거려 정지돼 버린 사랑의 시작 장면도 참 좋았습니다. 

머리를 감고 나온 은수를 향한 애틋한 눈빛, 가까이 하기에는 먼 당신이기에 다가가는 마음을 누르던 그 촉촉한 눈빛연기도 좋았지요. 특히 은수의 그림자를 따라가며 홀로이 가슴앓이를 하는 최영의 내면을 보여주는 아련한 눈빛는 제 심장에 시리도록 아프게 꽂히기도 했답니다. 검이 무거워졌느냐는 친구 안재의 물음에, 스승님을 생각하며 검을 들어 그 무게가 무엇을 뜻하는지 스스로에게 반문하는 고독한 눈빛은 가을남자를 느끼게도 했습니다.

덕흥군에게 간 은수를 찾아가 와락 끌어안고 "이 한심한 분을 어떡하나", 이 장면은 저혼자만 아끼고 보고 싶을 정도로 가슴떨리게 합니다. 덕흥군과의 혼례를 막기 위해 기습키스로 마음을 전한 장면은 말이 필요없는 덜컹장면이었지요. 터프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소화시켰던 장면이었는데, 상반되는 두가지 감정을 매끄럽게 연결지어 그 상황에서의 절박함과 은수에 대한 마음까지 복잡한 내면을 한 번에 표현해 냈지요. 

이민호의 연기의 특징은 과한 연기로 캐릭터를 설득시키기 보다는 절제함에 있습니다. 감정은 절제를 하는데 작게 흔들리는 눈빛만으로도 그 내면을 읽게 하죠. 가랑비에 옷젖어들듯 조용히 캐릭터를 만들어 가죠. 그 매력의 비밀은 너덜너덜해진 대본 속에서 이민호가 읽어가는 캐릭터의 감성적인 부분일 겁니다. 외유내강 형의 연기!

그래서 침을 한 번 꿀꺽 삼키는데도 스토리가 읽혀지죠. '아, 그가 어떤 감정들을, 어떤 말들을 차마 뱉지못하고 삼키고 있구나 하는...'. 시청자를 캐릭터에 몰입하게 하는 것은 캐릭터의 성격을 발산해서 직접적으로 읽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민호 식의 젖어들게 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민호는 대사보다는 표정으로 눈빛으로 캐릭터의 감정들을 흐르게 하더군요. 

마지막회 리뷰에서 한가지를 빼먹은게 있어서 글을 올리고도 찝찝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기철의 빙공에 쓰러진 최영의 방백 부분이었는데요, '왜 하필 이분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버렸습니다. 아버지 이제 찾았습니다. 너무 늦었을까요? 허나 그분은 이리 대답하실 겁니다. 괜찮다고, 다 잘될 거라고, 이제 시작이라고'.

최영이 찾았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지 않은 듯해서 말입니다.  

 

초반에 최영의 의식이 아버지의 낚시터를 두 세번 찾았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은수가 찌른 칼에 찔린 후, 그리고 패열증으로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도 아버지의 낚시터를 찾은 최영의 의식부분이 있었지요. 그때 아버지가 물었지요. "찾았느냐?", 이 때까지도 최영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죠.

그리고 공민왕과의 독대에서 최영의 입을 통해 그것이 나왔습니다. 공민왕이 벗으로 청한다는 최영의 적월대 시절의 과거이야기였지요. 적월대 아이들을 지키라는 스승님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매희를 떠나보내고도 왕을 지키는 우달치로 남았고, 7년이 흐른 지금은 혼자 남았다고 했지요.

"더 이상 지킬 사람이 없어서 이 궁을 떠나겠다는 겁니까?". 우선은 의선을 모시고 천혈이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어부가 될까 한다는 최영이 부연설명을 했죠. "살아야 하는 명분, 그것을 찾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물음, 찾았느냐는 최영이 살아야 하는 명분을 찾았느냐는 것이었죠. 그리고 최영은 은수가 기철에게 끌려가고 쓰러진 채로 그 답을 찾았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평생 지켜줄 사람을 찾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최영이 혼수상태로 아버지를 찾았을때도 물었죠, 그 아이를 내려놓지 못했느냐고요. 최영은 아직 보내지 못했다고 대답을 했죠. 은수의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 그리고 최영의 얼굴에 떨어지는 은수의 눈물은 최영을 긴 잠에서 깨어나게 했습니다. 마치 정신을 맑게 하는 하는 빗방울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최영이 살아갈 이유, 그의 잠자던 심장을 뛰게 한 은수는 하늘세상으로 떠났을 터이고, 늦었을까요? 라고 반문했던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영은 은수가 돌아오리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나 이곳을 떠나도 잘 살 것 같지 않아요.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서 헤매고 다닐 것 같아요", 은수는 최영을 찾아 다시 올 것임을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천혈문이 열리는 시간을 계산했던 은수의 다이어리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으니까요.

사라진 장면 중 대본에는 은수가 아스피린통에 국화를 심어두고 이끼낀 아스피린통을 본 최영의 이마에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심장이 정상으로 뛰기 시작했다는 것이 있었다는데, 이런 장면을 잘라버린 연출은 참으로 쩝~입니다. 

 

신의팬들에 대한 신의를 지키기 위해 정신력으로 마지막 촬영까지 버텨냈다는 이민호, 그가 온전히 최영 자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드라마에 대한 완벽한 이해였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를 완벽하게 이해했던 것이죠. 초반 잠만 자며 마음이 죽어버린 최영에게서는 포기의 눈빛이 역력했습니다. 시선을 맞추는 것도 건성건성이었죠. 은수에 대한 감정도 초반에는 이런 눈빛이었습니다. '참 특이한 분이시네, 엉뚱하고 생각이라는 것은 없는 저런 사람이 하늘의원이라니....', 한마디로 한심하다는 그런 눈빛이었죠.

"죽지마요, 당신 나때문에 죽어버리면 나 어떡하냐고, 당신이 나 지켜준대매", 이때부터 최영의 눈빛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마음 속에서는 은수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시작되었고, 은수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목숨을 걸고 은수를 하늘문으로 데려다 주어야 한다는 언약이 그를 살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은수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면서는 갈등의 눈빛이 일렁이기 시작했지요. 보내야 하는데 보내기 싫은 마음, 붙잡고 싶은 마음, 그분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하늘세상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약속과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런 최영의 마음을 보여준 장면이 은수의 백허그 고백에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을 다잡는 장면이었습니다.

 

은수에 대한 마음과 고려에 대한 무게가 얹혀져 오자, 최영의 눈빛에는 총기와 생기가 돌기 시작햇습니다. 목표가 생긴 것이죠. 최영 스스로는 그때까지도 자각하지 못했지만, 이미 이때 답을 찾았던 최영이었습니다. 살아야 하는 명분, 누군가를 지키겠다는 약속, 누군가를 평생 가슴에 담는 사랑에 대한 믿음. 공민왕이 그러했고, 은수가 그러했고, 그를 따르는 우달치들이 그러했습니다.  

그것을 하나로 보여주는 장면이 최영의 프로포즈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명장면 명대사로 꼽고 싶습니다. 신입 우달치로 우달치 막사에 몸을 숨긴 은수, 대장의 방에서 기거를 하겠다고 신고식을 하는 장면이 있었지요. 이 때 김희선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은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예뻤습니다.

"임자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먼저 임자의 해독제를 구할 겁니다. 그래서 하늘문 가지 않아도 되면 물어볼 겁니다. 남아줄 수 있냐고, 평생 지켜드릴테니 나와 함께 있겠냐고... 내가 임자를 갖는다면, 평생입니다".  저는 아직도 환청이 들리는 듯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데 신의팬들은 어떠한지요. 최영의 '임자, 평생'이라는 말이 귀에 맴맴거리고 있는 것은 저뿐인가요?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는 광고문구가 생각나는데요, 쉽게 변하는 인스턴트식의 사랑이 많은 요즘입니다. 평생을 걸고 함께 하겠다는 약속도 쉽게 깨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최영의 프로포즈는 그의 검의 무게만큼 진중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묻고 또 묻습니다. 임자들은 평생을 지켜줄 사람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강하냐고요, 임자들이 믿고 있는 것은 무엇이냐고요. 그들의 시공을 뛰어넘은 사랑처럼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키고 사랑할 수있겠느냐고 말입니다. 

신의 속 최영과 이민호를 지독하게 사랑하는 이유, 우리들 가슴 속에 있는 아련하게, 혹은 무디어져 버린 감성들을 꺼내보고 달래보고 했던 시간이었기 때문인듯 합니다. 우리 임자들, 이 글로 신의가 끝난 허전함과 공허함이 조금 달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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