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8 16:38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회차입니다. 11회는 설렘, 이별의 아픔,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 그리고 이 드라마의 주제 신의가 함축되어 있어, 웃기도 하고, 한 남자에게 언약이라는 것이 얼마의 무게를 지니는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 드라마속 최영에게 흠뻑 빠져들어 가기 시작했던 듯 합니다.

이런 사람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지독한 가슴앓이도 했습니다. 목숨으로 지키는 언약, 최영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죽을 각오를 하고 기철과 싸우러 가는 최영, 그의 모습이 왜그렇게도 슬프고 외로워 보이던지, 하늘에 무심히 떠있는 달마저 원망스러웠답니다.  

 

은수는 화수인의 말에 자신에게 최영이 어떤 존재인지를 구체적으로 인지해 가는 단계로 접어들었죠. "가장 아끼는 사람은 옆에 있는 그 자가 첫번째겠지, 언제나 달려오잖아 그대를 찾아서, 매번 어김없이". 그래서 떠나려고 합니다. 그것이 최영을 지켜주는 은수의 방식이었죠. 자기때문에 피흘리고 싸우는 것이 싫어서. 

그런데 본방에서도 의문이었지만, 최상궁이 최영에게 정혼자가 있었다고 했을때, '어머 그랬어요?' 식의 남얘기 듣는 것 같이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지은 이유가 참 궁금해요. 만두집에서도 덕만을 보면서 최영을 떠올리고 했던 은수였는데 말이죠;;

여튼 최영이 죽을 자리를 찾을 것 같다는 말에 말을 달려 최영에게로 가는 은수, 이 때 은수의 결정은 최영을 살리고 은수도 살게 했으니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물론 그로인해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내가 어떻게 보내줍니까, 임자를... 여기서..."

 

그 분의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때문에 그 분이 그런 험한 일을 당한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쓰리고 무겁다. 나는 하루에도 수백번씩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왜 하필 저 분을 데려왔을까? 어쩌다가 왜???'.  괜찮냐느냐는데도 팔을 뿌리치고 비틀비틀 가는 그 분, 덕만에게 뒤를 부탁하고 서둘러 궁으로 돌아가야 했다.

시간을 벌고 있을 전하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그 분을 지나쳐 그냥 말을 달렸다.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돌아볼 수 없었다. 그 분의 슬픈 눈을 마주하는 것이 겁났다. 말에 태우고 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분은 또 뿌리쳤을 것이기에.

그 자의 빙공을 처음으로 대해봤다. 밀렸다. '기철 이 자, 생각보다 강하다. 이기기 힘들겠다'.  

왜였을까? 나를 죽일 아이라는 말이  신경쓰였던 걸까? 이성계라는 아이를 만나보고 싶어졌다. 훗, 아직은 솜털 보송보송한 어린 애, 눈에 총기가 서려있고 검에 관심을 가진 아이였다. 직감적으로 느꼈다.이 아이도 훗날 검을 들 아이구나... 그 검이 사람을 지키는 검이 돼주기를 바란다.

 

그 아이는 사람들이 나를 일당백의 사내라고 한다고 웃어보인다. "백명의 적이 기다리고 있으면 무조건 내빼! 그 뒤에 숨어있는 한 놈만 잡으면 되는데 뭐하러 싸우냐?" 그 아이에게 한 이 말을 실행에 옮기리라고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것이 이런 경우인지도 모르겠다. 뒤에 있는 그 한 놈을 잡기 위해 갔으니... 

그 분과 눈이 마주쳤다. 의기소침해 내  시선을 외면한다. 왜일까? 그 분에게 말을 거는 것이 낯설고 어렵다. 금방 잊고 금방 돌아서서 웃던 그 분이 웃지않는다. 내 앞이라서 그런 거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다. 나를 웃게 해 준 그 분, "임자, 이제 웃지 않습니까? 웃지 않게 된 겁니까?".

마음이 헛헛하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그 분의 웃는 모습을... 웃지않은 그 분의 얼굴, 마음 한켠이 아파온다. 내가 그리 만든 것 같아서... 무거운 한 숨이 나오지도 못하고 목에 얹혀버린다. 

우선(지금하고 있는 일을 마치면) 전하께 청을 드릴 생각입니다. 얼마동안 궁을 나가 하늘문 쪽으로 가겠습니다". 내 계획을 귀담아 듣지 않는 그 분, 얼마 안 가 그 이유를 알았다. 홀로 떠날 계획이었음을, 도망치듯이 인사도 없이 날 피해서...

하나 묻자는 그 분의 말, 왠지 철렁해온다. 대책없이 나대는 그 분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저번에 나 혼자 도망가겠다고 하다가 비탈길에서 넘어졌을 때 잡아 준 사람, 당신 맞죠? 그날 내가 그 사람하고 있는게 위험해 보였다면 그 사람하고 싸웠겠네요?".

"언약했으니까요", 짧은 말에 임자이기 때문에 싸운다는 말을 숨겨본다. '임자는 제게 언약이고, 아니 어쩌면 언약보다 소중한 분입니다'. 기철과 싸우면 이길 수 있느냐고 묻는다. "질 겁니다, 제가". 젠장 기철의 빙공에 당한 어깨가 결려온다.  

서둘러야 했다. 전하의 사람들을 모으는 일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야 잠시 궁을 떠날 수 있을 테니까, 그 분을 모시고 하늘문을 가야하니까. 고백하건데 나는 벌써부터 싸우고 있었다. 돌려보내 주겠다는 내 언약과...

지켜주고 싶다. 그러나 데려다 주기는 싫었다. 지키는 것만 할 수는 없겠지... 그 분을 지키는 것이 곧 보내드리는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지만, 내 안에서 자라고 있는 그 분이 남기를 바라는 욕심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멈칫하는 나를 본다. 그래서였을까? 혹 이런 내 욕심을 그 분이 알아서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일까... 

생각 좀 해보겠다더니 보따리를 싸서 홀로 하늘문을 찾아 떠나는 것이었다니, 이 겁없고 한심한 분을 어떡해야 하나... 

***이 장면에서 제 입은 미소가 끊이지 않았답니다. 보고 또 봐도 설레고 좋은 장면들이 몇 있는데 이 장면이 그렇거든요. 남장을 하고 삿갓을 쓰고 길을 떠나는 은수, 저기 꽃 사이에 최영의 모습이 보이자 화들짝 놀라 종종걸음으로 도망을 치는 장면, 꽃 속의 대장의 표정이 참 좋답니다. 한심하다는 듯, 재미있다는 듯, 임자가 도망가봐야 내 손바닥 안이라는 듯 은수를 지켜보는 최영, 눈 한 번 깜빡이는데도 설레더랍니다. 뒷덜미를 잡힌 은수의 뒷발질도 귀엽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잠시지만 달달해서 무지 애정하는 장면이랍니다***. 

진짜 묶어서라도 끌고 가려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또 도망가겠다고 한다. "우리 약속 끝내요", 쿵, 바윗돌 하나가 가슴을 내려친다. "나 납치해 온 것 없던 걸로 해줄게요. 나 돌려보내주겠다는 것도 없던 걸로 해요".

바보같은 분, '임자 그거 압니까? 싸우다 내가 죽을까봐 도망치겠다는 임자의 말이 짧은 순간 날 행복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그런 임자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는 것을'. 걱정하지 말라고, 죽지 않을 거라고, 임자를 두고 죽지않을 거라는 말을 왜 해주지 못했을까? 

그 분때문에 또 싸울 것이고, 설사 그것이 죽음으로 이끈다고 해도 싸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분도, 그리고 나도...

'악수', 하늘세상의 의식같은 것을 하자고 한다. 처음 만나서 인사할 때,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울때, 헤어질때 한다는 의식, 그리고 손을 내민다. 그 분의 악수는 마지막의 의미란다. 허!

(은수의 삿갓을 머리에 눌러씌우고 터프하게 은수의 손을 잡고 끌고 가는 최영 이민호, 그냥 가슴 두근입니다. 은수의 삿갓을 올렸다가 남장한 모습을 위아래로 보고는 기가 차다는 듯이 눌러씌우는 모습도 그냥 이뻐 죽겠더라죠. 대장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다 제게는 다듬이질이 된답니다).

 

"내가 맺은 언약입니다. 그래서 끝내든 말든 그건 나만 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참고 조신하게 기다리면 데려다 준다는데도 막무가내인 그 분, 들쳐매고서라도 끌고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지 못했다. "이렇게 끌고 가봤자 나 다시 도망칠 거예요. 보내줘요. 더 이상 사람들 죽는 것 못보겠어요. 당신들 세상에 끼어들기도 싫고 당신때문에 우는 것도 싫어요".

가슴을 내린친 바윗돌이 산산히 부서져 박혀온다. '그런 거였습니까. 임자? 나 때문에 울고 나때문에 더 이상 웃지 않게 된 것이었습니까? 나때문에 떠나려고 하는 겁니까?'.  

"내가 어떻게 보내줍니까? 임자를 여기서?"

***이 부분은 밑줄 쫙 오늘의 생각할 거리 하나입니다. 영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은수의 마음을 알았기에 더더구나 보내줄 수 없다는 말, 마음에 품은 은수를 보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어떻게 보내느냐는 최영의 마음같이 들리던데 말이죠. 임자팬들의 의견은?***

 

결국 그 분의 보따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그 분을 잡지 못했다. 그것이 그 분과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 한참이나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었다. 가슴이 텅빈채로... 나는 여전히 그 분을 보내지 못한다. 아마 평생, 내 마음에서 그 분을 보내지 못할 듯하다.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를 그 분, '임자, 임자 지켜주는 것, 약속, 언약 그런 것 끝내는 것 쉽다고 했습니까? 그냥 끝내면 된다고 했습니까? 저는...그리하지 못합니다. 임자를 지켜드릴 것입니다. 임자의 세상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나의 언약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겁이 나는 모양이다"

 

익재선생은 내 말의 진심을 받아들였다. 부끄러움을 아는 왕, 내가 처음으로 스스로 택한 왕이기에 그 부끄러움을 지켜주고 싶다는... 그리고 또 지켜야 할 사람들이 늘어났다. 익재선생과 학자들을 서연장에 무사히 나갈 수 있게 지켜야 한다.

어지럽다. 내 마음인 양 연못에 비친 내 모습이 어지럽게 일렁인다. 지켜야 할 사람들, 주상전하, 전하의 새 사람들, 그리고, 그 분... 모두의 적은 뒤에 숨어있는 기철 그자! 정면돌파다.

***개인적으로 물결에 어지러이 일렁이는 최영의 얼굴장면은 좋은 기법이었습니다. 최영의 깊은 고뇌, 갈등을 물결에 비친 최영의 얼굴로 표현했거든요. 공민왕과의 깨알웃음 장면은 본방리뷰때 써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노국공주와 강안전에 함께 기거하게 된 공민왕에게 잘 대처하라는 인사를 하는 최영, 그들의 대화가 은유적이고 재미있었죠***

 

"매희 그 아이도 믿지 못했어요. 내가 자기를 지켜줄 수 있다는 거, 그 분도 믿지 못하더라고... 고모,, 매희 그 아이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요. 너무 오래돼서 생각이 잘 안난다고요. 이러다가 저세상에서 만나도 못알아보면 어떡해? 그럼 안돼잖아. 그래서 그 전에 정말 잊어버리기 전에 만나봐야 할 듯 싶네...", 눈치빠른 고모가 내 마음을 읽었겠지만, 그래도 고모에게는 그렇게 라도 인사를 하고 떠나야 할 것 같았다.  

 

'전하, 전하가 믿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하셨습니까? 그 마음 지켜드리겠습니다. 고고하신 나리들, 주상의 사람이 되어 뜻을 펼쳐보겠다고 했습니까? 지켜드리겠습니다. 임자, 나때문에 울기 싫다고, 나를 지키기 위해 떠난다고 하셨습니까? 지키고 보내드리겠습니다'.

 

기철과 함께 죽으리라, 그것만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그 분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안다, 그 자랑 싸우면 내가 질거라는 것. "아무래도 이상하지? 뭐 아까울 게 있고, 돌아볼 것이 있다고... 아무래도 내가 겁이 나는 모양이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다. 가진 것이 없었기에 버릴 것도 없었다. 한가지 다시는 그 분을 볼 수 없음이 아플 뿐.   

 

기철에게 향하는 그 날, 무심히 올려다 본 밤하늘의 달이 그 분의 미소인듯 내 발걸음을 더디게 하고 있었다. '임자 얼굴만이 생각납니다. 아무래도... 죽어서도 임자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늘에 떠있는 달을 임자인 양 가슴에 담아봅니다. 자꾸 뒤를 돌아보고 싶은 이 마음은 왜 일까요? 미련, 임자에 대한 미련때문에 겁이 납니다. 임자와의 언약, 나 최영의 방법으로 지킵니다. 임자, 하늘세상에서는 부디 웃는 얼굴만이기를...'.

나를 웃게 만든 사람, 나를 살게 한 사람, 그 분은 내 삶과 죽음, 시작과 끝이 되고 있었다.   

 

***목숨으로 지키는 신의, 언약의 무게, 목숨으로 지키는 연모,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한 회차입니다. 8회 감옥에서 경창군 마마의 죽음을 생각하며 눈물흘리는 최영, 그가 긴 잠에서 깨어나면서 스스로에게 던진 화두는 삶의 가치였습니다. 11회에서는 이와 대치되는 죽음을 택하는 영을 만났지요. 삶과 죽음의 가치는 어쩌면 같은 질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살고 싶어졌던 최영, 살아야 겠다는 최영이 왜 죽음을 택하려 했을까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는가, 이 질문을 조금 바꿔보겠습니다.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 누구를 위해 죽어야 하는가? 삶과 죽음은 최영에게 같은 것이었습니다. 지키는 것, 지키기 위해 살고 싶어졌고, 지켜야 할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기를 주저않는 최영, 그가 짊어진 언약의 무게때문에 이토록 최영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은수가 떠나지 않았다면, 최영이 기철에 동반죽음을 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지는 않았겠죠. 은수를 지키기 위해, 그가 지켜야 할 사람들을 위해 죽음을 향해 가는 대장, 은수없는 세상은 최영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삶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매희 그 아이를 보내고도 죽음과도 같은 잠만 잤던 최영, 그 죽음과도 같은 시간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오늘의 생각거리는 두 가지...우리 임자들도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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