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1 16:37




오늘은 숙제부터 나갑니다. 제가 각별히 좋아하는 바비킴의 <일년을 하루같이>를 예습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회 리뷰에서 이 노래 한 번 더 나갑니다. 방문을 사이에 두고 은수와 진실게임을 한 후의 영의 감정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서, 故김현식님의 <내사랑 내곁에>와 함께 연이어서 자주 흥얼거렸던 노래입니다.

제가 드라마 감상하는 방법이기도 한데요, 드라마 ost와는 별도로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노래를 주인공의 감정으로 덧붙이기를 좋아한답니다.

 

 

바람이 불어 오면은 바람이 부는 이유로

비가 내리면 술 한잔 생각이 나서

눈이 부시게 햇살이 날 비추면 왜인지도 모르게

밤하늘 어느 별하나 너를 닮은 것 같아

흘러가는 구름조차 너인 것 같아

셀 수 조차도 없이 많은 이유로 니가 보고 싶구나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하게 태어났나봐

일년을 하루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하고 있잖아

 

사는게 너무 힘들어 가끔 울고 싶을 때

내어주던 네 가슴이 너무 그리워

고개숙인 날 다시 살게 했었던 웃음소리 듣고 싶구나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하게 태어났나봐

일년을 하루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하고 있잖아

 

아무리 기다려봐도 내게로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일년을 아니 평생을 기다릴 나는 정말 바보인가봐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할 수 밖에 없나봐

평생을 일년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할 것만 같아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하게 태어났나봐

일년을 하루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하고 있잖아

 

 

그 날 그 분이 내게 물었다.  "내가 가버리게 되면 당신 괜찮겠어요?". 괜찮지 않을 거라고 대답했다. 진실만을 대답해야 한다는 하늘세상의 놀이(?)를 다시 할 수 있다면, 나는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임자, 안 보낼 겁니다'라고... 그 분이 그렇게 떠나고 난 정말 괜찮지 않았고, 그 분만 생각하고 있었다. 어제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임자가 돌아오는 날 그 날까지...

 

그 분은 그 때까지도 내게 하늘사람이 아니었다, 어쩌면 영원히...

 

어이없는 일에 말려들었다. 우달치 애들이 확인도 하지 않고 받은 이상한 상자가 문제였나 보다. 오십만냥도 아닌 5백냥을 받아 쳐먹었다고 뇌물수수죄에 직권남용의 죄목을 씌운 조일신,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고,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서 대전을 박차고 나와버렸다.

평무사로 강등시키고 무죄를 입증할 단서를 찾으라고 하는데, 그저 귀찮다. 조일신도, 어렵게 궁으로 모시고 온 학자들도 하나같이...음 귀찮다, 이런 것 생각하는 것도... 그동안 자지못했던 잠이나 퍼질러 자야겠다.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이 아닌가. 

마음이 복잡하다. 그분이 매일 만나자던 그곳, 편하다, 따뜻하다. 복잡한 정치놀음을 떠나 넓은 궁에서 내가 기대 쉴 곳은 그분과 나만의 장소 이곳 뿐, 아니 그 분이었다. 그 분의 체온이 남아있는 것 같아 나는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나를 찾아 온 그 분, 상처의 실을 빼야한다고 알아서 찾아오는 출장의원이라며 공치사시다. 안다, 그렇게 우스개 소리로라도 날 위로하고 싶었겠지.

지난 번 화를 내서였는지 그 분 알아서 그 한편이라는 조건을 지키신다. 덕흥군 그자가 서책을 가지고 찾아왔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 분이 먼저 말해주니 기분이 좀 풀린다. 이어지는 말에 세상이 정지되는 것 같았다. "나 숫자 뭔지 알겠어요. 그거 날짜였어요. 하늘문이 열리는 시간같아요. 언제열릴 지는 계산해 봐야 해요", 아무 생각도 못하고 그 분만 쳐다보고 있었다.

'간다고? 하늘문이 열린다고?', 돌려보내기로 한 그 분, 그런데 왜 내마음은 이리도 무겁고 답답한지, '안가면 안됩니까?' 내마음을 들킨 것같아 그 분의 눈을 피해버렸다.

"시간계산되면 알려주십시오. 미리 준비해야 되니까...". 아닐 수도 있다는 그 분의 말, 나는 나쁜 놈이었다. 그 말에 왜 그리 기뻤는지...

내 방에 다녀왔다는 그 분, 그 약통을 내민다. 젠장, 함께 넣어둔 시들어버린 노란 꽃을 들켜버렸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화끈거린다(*귀여운 대장의 표정, 입 실룩거리는 모습은 볼때마다 미소짓게 만듭니다). 

내 앞에 선 그 분, 하늘세상에 나에 대한 노래가 있다고 말해준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이르신 어버이 뜻을 받들어..."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황금, 돌, 그리고 아버지라는 말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그 분이 그 말을 알고 계시단 말인가?

"하늘세상에서 당신 엄청 유명하다고 했잖아요. 아버님 유언까지 넣어서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고요", 뇌물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고, 나를 믿는다고 해준 말이었겠지만, 난 순간 돌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나 하늘사람인 것 당신만 못믿었나? 자기가 데려오고선..?".  

그 분을 하늘사람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산산이 부숴져 흩어진다.  "나 가요", 그 분의 말이 마치 "나 하늘 세상으로 가요"라는 말처럼 들린다. 가슴이 또 싸르르 아파온다. 점점 심해지는 이 병이 무엇인지 나는 안다. 그 분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음이라는 것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머리가 아득해져 온다. 별하나 없는 칠흙같은 밤처럼, 꿈이기를 바라며 눈을 비벼도 꿈이 아니었다. 두 눈을 지긋이 눌러본다.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눈물을 막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아니 꼭 그 분은 가시겠지... 

(***지난 글에서 최영이 하늘말을 배우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로, 하늘말을 따라하면 은수를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고 인정해야 하는 거리감때문이라는 말을 썼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그렇게 멍하니 슬픈 표정을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임자팬들 생각은?)

 

"갈 겁니다, 함께"

 

학자들이 그 분을 찾아 이것저것 묻는 소리가 들린다. 이젠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 분 자신의 말이 위험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으니까, 학자들을 대처하는 법도 아시고, "천기누설은 곤란합니다. 알고 싶으면 임금님이 직접 물으시라고 하세요. 그러면 천기누설 아주 쪼끔은 가능합니다". 훗! 제법이다.

학자들까지 그 분을 귀찮게 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빨리 떠나야 겠다. 기철과는 다른 방식일테니... 온갖 법도를 들어 그 분에게서 알고 싶어하는 것들을 알려고 하겠지. 뇌물수뢰 그 더러운 죄목을 당장 밝히기는 힘든 일, 그동안 그 분은 홀로 남아야 한다. 그리되면 지켜드릴 수가 없다. 

"내일 새벽 떠날 준비하시고 매일 만나자던 그 자리에서 만나죠. 짐은 많이 싸시지 말고 가볍게...", 설마 학자들이 험하게 다루겠냐 믿지 않은 그 분, 내 굳은 표정에 수긍을 한다.

"같이 갈 거에요?". 잠시 머뭇거려진다. 어떤 답을 해야 할까? 그분의 물음은 어떤 쪽이었을까? '임자, 경창군 마마를 모시고 하늘세상으로 함께 가자고 했었지요. (하늘세상으로) 같이 갈 거예요? 그 뜻입니까? 갈 겁니다. 함께... (하늘문까지) 같이 갈 거예요? 갈 겁니다. 함께'. 나는 아직도 그 분의 말이, 그리고 내 대답이 어느쪽이었는지 알지 못한다. 전자였을까, 후자였을까?

***이 때 은수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지요. 잠을 싸라는 말에 은수가 되물었지요? "떠나요? 나 떠나라구요?", 은수가 가지말라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 질문에서도 읽혀지더군요. 같이 갈 거예요?도 은수의 속마음은 최영이 함께 하늘세상으로 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고요. 같은 말이라도 천지차이로 의미가 달라지는 대사입니다. 임자팬들의 생각도 궁금해요.  

탈옥. 원하던 방법은 아니었지만 시간을 벌었다. 그곳 우리의 그곳, 인기척에 칼을 빼느라 낑낑대는 그 분, 단검빼는 연습을 도통하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이제 필요없겠지. 반가움인지, 안도감이었는지 한동안 멍하니 서있는 그 분, "기다리셨습니까?", 내 가슴에 뛰어들어 온 그 분, 심장이 쿵쿵 소리를 내며 빠르게 뛴다. 너무 빨라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가만히 조심스레 그 분을 안았습니다안심하라고...'. 힘을 주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른다. 그 분을 안으면 다시는 놓아주지 못할 것 같아서. 

 

임자가 떠나면... 괜찮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아픕니다

 

기철의 사병들이 도처에 깔렸다. 그 분을 노리고 있음이리라. 며칠 숨어있다가 개경을 빠져나가야 할 듯 싶다.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는 그 분, 헝클어진 머리에 손이 가다 멈춘다. 그 분에게 날마다 날마다 가는 내 마음도 이렇게 멈춰야 겠지.  

그러나 멈출 수가 없었다. 젖은 머리 가슴에 닿을 듯 내 앞에 멈춰선 그 분,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세상이 정지되고 둘 만 있는 기분, 아니다, 그래 솔직해지자. 그 분을 안고 싶었다. 

"거기 있어요?", "여기 있습니다", 그 때는 몰랐다. 이 말을 이토록 오래도록 기다리며, 수없이 대답하게 될 줄은... 지금도 매일 그 분의 소리를 듣는다. '거기 있어요?", 하루에도 몇번씩 대답한다. '여기 있습니다'.


"만약에 내가 이 수첩에 적힌 날짜를 풀게 되고, 그 날에 하늘문에 가게 되고 같더니 문이 열려서 내가 가버리게 되면, 그럼 당신 괜찮겠어요? 어디 다쳐서 와도 봉합하고 약발라 줄 사람이 없어졌는데 당신 괜찮겠어요?". "괜찮지...않을 겁니다".  

"나도 괜찮지 않을 거예요. 임금님 왕비님, 우달치들 그리고 당신... 많이 보고 싶을 거에요. 어쩌면 긴 꿈을 꾼 것 같은... 근데 원래 꿈은 날이 밝으면 잊혀지는 거 아닌가...". 그 분도 나도 알고 있었다.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평생 그 분을 가슴에 담을 것이라는 것을... '방문에 일렁이는 임자의 그림자, 조심스레 만져봅니다. 눈 코 입 당신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지금도 너무 많습니다"

 

 

"당신 차례, 나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거 없어요?". "없습니다". 

'임자, 지금도 너무 많습니다. 밥 좋아하는 임자. 골똘히 생각할 때는 머리 헝크리는 임자, 밤마다 악몽꾸는 임자, 그래도 웃는 임자, 힘차게 사는 임자. 나를 살린 임자, 나를 살고 싶게 만든 임자, 목숨을 내주고 나를 살린 임자, 내가 연모하는 임자, 내 안에 살고 있는 임자, 유은수. 지금도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그래서 힘이 듭니다. 조금만 알았더라면, 아니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왜 하필 임자였습니까? 임자를 너무 많이 알아서 임자의 자리가 너무 커서 힘이 듭니다. 죽을 듯이 힘이 듭니다'.  

 

말하지 못했다. 임자가 내게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내 심장과 함께 하는 분이라는 것을... 임자때문에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는 말을, 나는 하지 못했다. 임자를 연모한다는 말도, 그래서 내 곁에 남아달라는 말도...

 

'하늘세상으로 같이 가자는 말, 다시는 안해주실 겁니까? 다시 물어본다면 따라 가고 싶습니다. 임자없이 남겨지는 것이 두렵습니다'.

함께 가자고 했다면 나는 이 말도 끝내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듣고 싶었다, 함께 하늘세상으로 가자는 그 분의 말을...

'임자에게 향하는 마음 너무 빨라 내 발목에 큰 바윗돌 두 개를 묶었습니다. 가지못하게 임자에게 향하는 내 마음을 묶기 위해... 그래서 내 걸음이 느렸나 봅니다. 그것이 임자를 더 힘들게 했다는 것도 모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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