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4 14:11




은수의 다이어리 내용이 밝혀지면서 혼자서만 궁시렁궁시렁대면서 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은수는 한글을 완전하게 떼지 못했나 보다. 은수는 '최'자를 쓸 수 없나 보다 이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100년전으로 돌아 간 미래의 은수가 지금의 은수에게 남기는 편지는 솔직히 불만이 많았어요.

드라마틱인 것만 보다보니 개연성 부분의 디테일이 부족했고, 송작가가 타임슬립을 다루면서 간과하고 허술하게 그린 것들이 많았죠.

'그날 밤 누군가가 찾아올거야. 그 분이 부탁을 할거야. 그 분의 부탁을 거절하지마. 그날 너는 돌아가야 해. 그래야 그 사람이 살 수 있어.... 중략... 그날 그 사람을 보내면 안돼, 그 날 그 사람을 기다린 건 함정이었어. 제발 그 사람을 잡아줘'. 최상궁, 최영이라고 하면 어디가 덧나나?

 

이후 하늘문을 향해 가다 발견한 필름통의 편지에도 이런 헛점이 드러납니다. 즉 미래의 은수는 지금의 은수가 겪었던 일을 알고 갔음에도, 노국공주의 죽음과 최영이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는 내용을 써두었죠. 그래서 혼란이 오기도 했습니다. 은수가 타임슬립을 했다가 기억을 잃은채 다시 또 온 것인가? 그런데 정황상 이건 아니고...

그래서 재 리뷰에서는 타임슬립에 대한 부분은 되도록이면 무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것 정리하다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머리가 빙빙 돌아서...  

최상궁이나 최영 이름 하나 써두는 것이 뭐 그리 아깝다고, 은수가 최자를 쓰지 못하나? 그래도 그 사람이라는 말은 참 좋아요. 아련하고 그립고 그런 느낌이 들어서... 최영의 임자, 혹은 그 분이라는 단어도 참 좋고...

은수가 이렇게 핵심단어를 쏙 빼고 의문스럽게 써 둔 이유를 제 나름대로는 은수 스스로 선택하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미래의 은수는 지금의 은수에게 답을 말하지 않죠. 생각하게 합니다. 선택하게 하고요. 그것이 은수의 자각과 구체적 행동으로(궁으로 돌아가겠다든가, 최영 곁에 남겠다는) 이어지는 것이고요.  

지금의 은수는 최영을 좋아하는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않은 단계였지요. 느끼고는 있지만 부정해 보려는 단계? 덕흥군이 "네 정인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찾아왔을 때 알아봤지, 의선은 무슨, 넌 가짜야", 이렇게 말해줘도 긴가민가(이때 은수의 약간 무표정이 걸렸지만, 돌아서다가 "최영 그 사람 건들기만 해, 다 끝이야!" 로 용서^^)...

그리고 장빈 선생과 술을 마시며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정리하죠. "함께 있으면 가끔 너무 익숙하고 견딜 수 없을 만큼 그립고 그런 느낌이 드는데, 그런 사람이 이 사람일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언제나 돌아보면 언제나 거기있고, 나를 봐주고, 보이지 않을 때도 어딨냐고 물어보면 여기있다고 말해주고...".  

다이어리의 그 사람이 최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은수는 인지의 단계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자신의 감정을 인정, 자각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죠. 심리적 자각의 단계를 검색해 보려다 생각하니 우리에겐 수우언니님이 계시다! 심리전문가이신 수우언니님의 내공있는 댓글 부탁드려요^^

 

그래도 최영과 은수의 멜로는 급진도를 나가서 그것만으로 홍야홍야 해가면서 봤습니다. 은수의 세번째 유물때문에 쓸데없이 머리쓰느라 끙끙댔던 것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지금까지의 타임슬립 소재 드라마 가운데 가장 촘촘하게 짜여진 드라마를 전 '인현왕후의 남자'로 꼽습니다. 앞뒤 정황들, 사건을 엮는 것이 시간, 장소까지 정말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빈틈없이 짜여진 작품입니다. 못보신 분들 기회되면 봐보세요. 개인적으로 올해 재미있었던 드라마 중 하나로 꼽는 작품이랍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오늘 글은 '은수야, 제발 그 사람을 잡아줘'로 하고 은수의 감정선으로 쓰려고 했었는데, 위 내용으로 대치해야 겠네요. 중요한 내용들이 다 나와 버려서...

 

이번 리뷰도 함께 풀고 싶은 숙제가 있어서 최영의 감정선으로 정리합니다. 일단 함께 풀고 싶은 것은 두 가지인데요, 은수가 잠들면 업어달라고 했을 때 "업으면 검을 들수가 없어서 안되겠습니다" 대사와 대만과 밤길을 걸어가면서 "그분은 생각이 없으시다, 마음도 없다"라고 했던 말입니다. 본방 리뷰 때와는 제 생각이 좀 달라진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난 궁으로 간다"

 

금군을 동원해 기철을 치고, 기철은 외부 사병으로 궁을 치러가고, 그 분의 목숨은 경각에 달렸고... 잠시 눈 앞이 아찔해져 왔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일단 궁을 내준다. 잘하면 덕흥군과 기철을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그 놈이 어떤 놈인지 파악이 된다. 그 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자신이다. 목숨 내놓을 배짱도 없는 놈, 조일신을 이용해 기철의 뒷통수를 치고, 기철을 이용해 주상을 치고, 미꾸라지 비겁한 놈. 그 놈의 목숨, 왜 이런 생각을 진즉 하지 못했을까?

"시울아, 이 자한테 해독제 받아서 의선에게 가, 해독제 없다면 죽여!",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버렸다. 그래도 혹 내놓지 않으면 어찌한다, 잠시 기다려본다. 시울이의 신호다. 됐다. 간다 궁으로! 

 

여기저기 널부러진 시체들, 우달치 70여명으로 전하와 왕비마마를 지키기는 무리였을터, 전하는 보이지 않는다. 충석이 모셨으리라. 포위된 왕비마마 일행을 구해 궁밖으로 나왔다.

***이민호의 벽타기 액션은 진짜 멋있었죠. 실례하겠습니다, 그 틈에도 왕비마마에게 예까지 차리고 팔을 붙잡고 호위하는 최영이었죠. 액션이 되도 너무 되는 배우, 그래서 장면 하나하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이민호땜시 완전 미쳐!  

할일이 많았다. 우선 전하의 소재를 파악해야 했고, 왕비마마 또한 새 거처(현고촌)으로 모셔야 했다. 나와 그 분도 일단은 전하의 일행과 합류해 앞으로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상이 궁밖의 생활을 잘 버텨줘야 하는데, 잘하리라 믿는다. 답답한 학자들이지만 기철과 덕흥의 역모를 눈치챘을 터, 주상의 편이 되어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세상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그들이기에...

 

부상당한 덕만이랑 우달치 애들을 치료하겠다고 도구들을 챙겨나온 그 분, 그 분 성질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이동준비를 하라는 내게 가까이 앉아보라는 그 분, 표정이 어둡다. 또 악몽을 꾸신 것일까? 아차, 서책 뒷부분이 있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내 수첩 뒷부분이 있는지 알아야겠어요. 그게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 개꿈이라는 걸 알기 전까지는 견딜 수가 없어서...". 알고 싶었다. 며칠 내내 그 분은 밤마다 울고 잠을 깬다. 무슨 꿈이기에 늘 울고 깨는지... 그 분은 말해주지 않는다. 멀다, 그 분과 나는 이렇게...

알지 못했다. 그 분의 꿈이 내 죽음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그리 슬피 울었다는 것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서책 뒷 부분을 찾고 싶어하는 이유도 알지 못했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방법을 알고 싶어했다고, 그 분의 마음을 까맣게 모른채 그 분이 돌아가고 싶어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바보같이.

 

"일단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우선 병력을 한 곳에 모으고, 전하 찾아 모시고, 중간에 저는 남은 해독제 구할 거고...", 손가락을 들어 네모를 만드는 그 분, 무슨 말인지 혼잣말을 하신다. 알 수 없는 분, 알 수 없는 행동. 나를 그 분의 마음에 담아본 것이라는 것을, 살아있는 나를 담고 싶어했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임시거처로 이동하는 길, 함께 가지 않겠다고 고집이다. 덕흥군 그 자나 기철을 만나야 겠단다. 서책의 뒷부분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돌아가고 싶어서...). 말릴 수 없었다. 그 분 서책, 돌아가는 방법... 그 분이 돌아간다는 말에 그저 아득해져서 지금에서야 생각하니 다른 생각을 못하고 있었구나. 하늘문이 열리면 가면 되는 것을, 나 역시 아무 방법없이 그냥 갔지 않았던가. 그냥...그런데 무슨 방법이 필요했더란 말인가.

***여기서 가슴 아프지만 예쁜 그림 하나 나왔지요. 최영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든 은수, 두 사람은 속이 타들어 가는데도 보는 임자팬은 훈훈. 독기운이 돌면 은수 몸이 차지니 나무 옆에 있는 거적대기 찾아 깔아주는 매너남. 본방때는 이런 소소한 것들을 그냥 지나쳤는데 별게 다 보이네요.  

 

"업으면 검을 들 수가 없어서 안되겠습니다"

 

"그만해요, 나한테 화내고 구박하는 것, 나 가버리면 화낼 사람없어서 어쩔려고, 그런 거 습관되면 아주 허전할텐데...", 가버린다는 그 분의 말에 또 명치깨가 아파온다. '임자, 난 늘 허전합니다. 임자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나를 허전하게 만들어왔습니다, 임자를 보고 있는 지금도, 제 품에 임자가 안겨있는 지금도...'.

쌀쌀하다고 몸을 움추리는 그 분, 어깨에 팔을 둘러주니 내 품으로 들어온다. 익숙한 느낌, 그 분도 나도, 우리는 서로의 익숙함에, 그리고 다른 이유로 서로 추웠다. 많이... 

"나 여기서 잠들면 업고 가줘요", 숨이 잦아들어 가는 그 분에게 마음에 없는 말을 해본다. "업으면 검을 들 수가 없어서 안되겠습니다". 본방에서는 업으면 그대로 임자를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서 그래서 못한다는 최영의 속마음이라고 표현했었는데, 여기에 심오한 최영의 의식이 깔려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검에 대해서는 뒷 부분에서 많이 나왔지만, 최영의 검에 대한 각성 단계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후반부에 정리를 해야 할 듯 한데, 어제 댓글에 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서 제 생각도 밝혀 보겠습니다(근데 워낙 내공이 높은 임자팬들이라 이젠 이런 것 말하기 겁나요;). 

최영에게 검과 은수는 이때까지만 해도 별개였죠. 은수는 보내야 하고 검은 최영의 존재이유이기도 합니다. 검을 놓는 순간 무사 최영은 없죠. 은수를 따라가면 무사 최영이 될 수는 없고, 그래서 검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죠. 자기가 없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최영의 각성, 심리적으로 검이 무거워지는 것을 극복한 싯점이 은수가 고려에 남겠다고 한 후였지요. 이때부터 검과 은수는 최영에게 하나의 의미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부분은 후반부에 다시 한 번 임자팬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네요. 

 

"그 분은 아무 생각이 없으시다. 그 분은 아무 마음도 없다"

 

그 분의 고집에 어쩔 수없이 기철의 집으로 향해야 했다. 하늘세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서책에 쓰여있다고 믿는 그 분,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마음 한 구석이 저리고 허전해 온다.

덕흥군이 가져갔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궁으로 들어가야 했다. 주상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그 놈, 그 분에게 독을 먹인 놈, 그 자리에서 목을 따버리고 싶었다.  

***이 때 최영이 은수에게 검을 맡겨두고 맨주먹과 발길질로 금군들 빠샤빠샤 깔아 뭉개주는 장면, 멋졌죠. 남자의 분노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네요. 본방에서는 놓쳤던 부분이 이 장면입니다. 은수에게 칼을 맡긴 이유, 은수는 피를 싫어하죠. 끔찍이... 그래서 은수 앞에서는 피를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최영이었죠. 

금군들을 제압하고 덕흥군을 패대기쳐 독약을 콸콸 쏟아버린 장면은 15회에 이어 최고로 통쾌했던 장면이었죠. 병뚜껑따는 모습도 어찌 그리 터프하면서 섹시하던지(멋진 의미의 섹시). 기철이 니들땜에 안보인다고 금군에게 칼을 휘두르며 신경질을 내는 모습, 다시 봐도 귀엽습니다. 

"약은?", 다 나았다는 말, 이렇게 기쁜 적도 내 생애 몇 없었던 일이다. '임자, 기뻤습니다. 더 이상 아무 것도 바랄 것이 없을 만큼 기뻤습니다. 임자가 하늘세상으로 가버린다고 해도 괜찮을 만큼, 그렇게 많이 기뻤습니다. 임자가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나는 족했습니다. 그 때는'.

 

그 분은 해독제를 먹고 나았는데도 전의시에 남겠다고 했다. 뭐라고 하지 못했다. 그냥 내 화를 참지 못하고 장빈선생에게 모셔드리고 나와버렸다. "두 분 싸우셨습니까?".

"그 분은 아무 생각이 없으시다. 그 분 아무 마음도 없다", 그림자같은 대만이 녀석도 알아듣지 못할 말을 나는 그렇게 씁쓸하게 내뱉고 있었다. 해독만 되면 다 된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또다시 내 욕심과 마주하고 있었다. 보내고 싶지않은....

 

***이 부분 최영의 대사를 본방리뷰 때는 장빈 선생과의 대화를 절반쯤 듣고 실망해서였다고 추측을 했었습니다. 어떤 독자분이 대본에도 그런 장면이 있었는데 편집돼 없어졌다는 말에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그런데 다시보기를 하면서 그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은수와 장빈의 대화를 대장이 굳이 들어야 할 필요가 없었더라는 거죠. 대만과의 대화는 은수와 장빈선생의 대화 전에 나왔던 말이지요. 그리고 제가 놓쳤던 최영의 기억 한 장면이 은수가 마타하리 작전을 써야 겠다는 대화내용이었습니다.

별신경 안쓰고 은수답게 미인계라는 말까지 쓰면서 전의시에 남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는 생각만 하고 넘어가 버렸는데요, 최영이 그 분은 생각이 없다, 마음도 없다라고 한 것은 기철과 덕흥을 만나려고 한 은수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영은 아직 은수가 수첩을 찾으려는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있지요. 은수의 꿈도 모르고, 은수는 돌아가는 날짜를 풀었고, 돌아가는 방법이 뒷부분에 있을 거라는 말에, 은수가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다고 생각한 거죠. 가야하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허하고, 서운도 하겠지요. 그런데 독을 먹인 덕흥군을 겁없이 또 만나려고 하고, 그 놈이 얼마나 위험하고 간교한 놈인지를 모르는 은수이기에 생각이 없다고(더구나 미인계까지 써보겠다고 하니 최영 질투심도 살짝 한 몫ㅎ) 한 것은 아닐까. 그리고 마음도 없다는 것은 은수가 최영 곁에 남을 마음이 없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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