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6 16:37




신의 18회는 은수의 백허그 고백으로 은수의 감정이 절절하게 나왔던 회차였죠. 그런데 그 놈의 독이 이젠 최영의 발목을 잡지요. 반복되는 은수의 위험, 은수가 고려에 남는 한 계속되리라는 불안감은 최영으로 하여금 은수를 밀어내려고 합니다. 은수에게 향하는 자신의 감정은 주체하지 못할만큼 키우고 있으면서, 은수를 그렇게도 원하면서 말이죠. 

 

두려워 도망쳤던 것은 나였다

 

"나 가지 마요? 남아도 돼요?", 왜 그리하라고 대답하지 못했는지... 그랬더라면 그 분 좀더 많이 웃었을텐데, 그 분을 잡지 못한 것이 내 두려움때문이었음을 그 때는 알지못했다. 지켜준다고 하면서도 지킬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내 잠재적인 불안감이, 돌려보내준다는 말로 그 분을 밀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분의 목숨을 위협했던 반복된 위험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분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도망치지도 않았다. 두려워 도망쳤던 것은 바로 나였다.

 

 

 

***자, 여기서 오늘 생각거리 등장했죠? 최영의 두려움과 은수의 담대함입니다. 기철과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려했던 최영 앞에 은수는 자신의 목숨으로 최영을 지켜냈지요. 생각해 보면 은수는 처음 고려땅에 와서 적응을 하지 못한(영화세트장이라고 알았던) 때를 제외하고는, 최영의 말처럼 늘 도망쳤던 것이 아니었어요. 은수가 남장을 하고 떠난 것은 최영이 자기때문에 위험에 처하니 그렇게 했던 것이고요. 

독에 당한 후에도 은수는 자신의 입으로 돌아가야 겠다고 말한 적은 없었지요. '나 돌아갈 거예요'가 아니라, '나 가버리면'이라는 가정으로 얘기했을 뿐이죠. 비충독에 당하고 필름통을 찾아서도 은수는 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결정했지요. 노국공주의 위험때문이기도 했지만, 최영이 짊어져야 했던 책임감때문이기도 합니다. 

 

은수의 독은 최영의 각성으로도 이어지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최영이 은수를 칭해 그러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분이라고, 힘차게 사는 분이라고... 독과 정면승부를 하는 은수는 최영의 각성 기폭제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최영을 강한 남자, 누군가를 지켜주는 강한 무사로 생각해 왔던 것에 대한 일종의 반론입니다.  

최영은 우달치 마지막 임무가 끝나면 도망갈 자리부터 마련해왔지요. 어부나 되볼까 한다면서요. 은수와 길을 떠났다가 궁에 돌아와서도 공민왕에게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라며, 여전히 도망중이었죠. 그런 최영을 돌아오게 만든 것은 고려에 발붙이고 남겠다는, 독과 마주해, 죽음이 다가옴에도 담대하게 그 죽음과 맞서 싸우는 은수때문이었고요. 그리고 최영이 검의 무게를 극복해 가는 과정으로 이어지지요. 

이러저러한 이유로 작가가 처음부터 설정해두고 간 강한 생명력, 정신력을 가진 캐릭터가 바로 은수였지 싶어요. 임자팬들 의견도 듣고 싶사와요^^ 

 

***은수가 장빈선생과 술마시고 얘기하는 장면과 은수의 백허그신(다 말로 표현)이 오기까지 솔직히 은수의 감정선을 잡기가 애매했어요. 두근 덜컹하는 감정은 이민호 혼자 다해주고, 김희선은 그저 멍한 표정이라 무슨 생각인지 솔직히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이건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무시하시고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이 혼례는 불가합니다"

 

무슨 짓을 했는지, 정신이 혼미해지고 아득한 꿈을 꾼 듯했던 그 짧고도 길었던 시간(우리 때는 홍콩갔다 이런 표현썼는데ㅎ), 내 마음을 그 분의 입술에 전했다. 연모, 그동안 참았던 내 마음, 그렇게 전했다. 누르고 참았던 사내의 마음을...그 분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었다. 원망, 당황, 불안, 불쾌 그 어느 눈빛도 아니었다. 나만 보고 있는 그 분의 눈, 그 분의 마음이 들어있었다, 그 분의 마음이...

"그래서.. 이 혼례는 불가합니다". 그 분은 오래도록 나를 지켜보고 서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분만을... 

'임자 말해주지 못했습니다. 제 마음 진심이었다고, 간절히 원했다고'.

 

전하는 무사하실까? 그 분과 덕흥 그 놈과의 혼례를 막은 내 행동에 대한 후회는 없다. 주상에게 가지 못해 송구하고 또 송구했을 뿐. 발걸음이 빨라진다.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숨이 목에 차도록 달려갔다. 그 분이다. 그 분이 돌아왔다. 꼭 안아 확인해 본다. 진짜 그 분이다. '다시는 임자를 보내지 않겠습니다, 가는 날까지...아니...'.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너무 걱정돼서...", 궁을 정비하는 일로 이리저리 뛰면서도 생각났던 그 분, 주상께 가보라고 정신줄을 챙겨준다. 그래도 내 정신줄은 여전히 그 상태 그대로였다. 보고싶었다는 그 분의 말에 가슴이 쿵쿵, '임자, 임자를 보고 있는 순간도 나는 임자가 또 보고 싶습니다'. 돌아왔다는 것을 다시 또 확인해 보고 싶어 그 분을 또 안아보고 싶어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내게 그 분은 미소를 보낸다. '잘 다녀와요'. 

 

"언제나 그 분이 먼저였습니다"

 

내 송구함의 댓가는 컸다. 잃어버린 우달치 아이들, 지키지 못했다. 내탓이다. 살아돌아온 아이들의 흐느낌, 그리고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얼굴들이 가슴을 후빈다. 또다시 가슴에 내리기 시작한 송곳비, 더 많이 더 아프게 내려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 그것이 그 아이들의 대장으로 내가 감내해야 할 내 고통이었기에, 온몸으로 고통을 받고 싶었다. 아프고 더 아프게...  

"제 탓입니다.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했습니다. 필요한 때를 놓쳐 전하는 궁을 나서야 했고... 내 아이들은... 죽었습니다". 목이 메인다. 아이들의 죽음을 내 입으로 인정해야 하는 내가 정말 그들의 대장이었더란 말인가.

"언젠가 제게 하문하셨습니다. 순서가 어찌되느냐고.. 언제나 그 분이 먼저였습니다. 이 나라 고려에 대한 충정같은 거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 나는 하의 우달치 자격이 없다' 놓아주길 간청했지만, 주상은 대답없이 자리를 떠버린다.  

나는 아직도 그 분이 먼저이다. 언제나. 왜냐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를 살게 하는 사람이기에, 내가 사는 이유이기에 라고...

알 수 없는 하늘말로 나를 위로하는 그 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그 분의 마음을... 남고 싶다는 그 분의 마음을... "지켜주면 되지, 누가? 구하러 오면 되지?" 그 분은 날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 분을 지켜줄 것임을...그래서 남고 싶어했음을. 

많은 죽음과 주검을 마주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지켜주지 못한 사람의 죽음이 내게 남겨진 무게가 되고 있었다. 고통 또한... 그래서 더 발버둥쳤는지도 모른다. 내 고통을 줄이고자... 그래서 계속 그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분이 그렇게도 나를 살리고자 했다는 것도, 그 분 나라에서 유명하다는 말에 빗대 내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음을...  

또 독에 당한 그 분, 눈앞이 캄캄해진다. 손이 꽁꽁 얼어가는 그 분의 고통을 보며, 심장이 타들어가고 죽을 것 같았던 고통이 또 시작되었다. "내가 아직도 그렇게 멉니까? 내가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습니까?",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고 한다. 내 마음이 닿았다고 생각했는데...아니었나 보다.

"내가 말했잖아요, 당신 그럼 안되는 사람이라고...", 텅! 또다시 가슴이 텅비어 버린다. 이 분은 내 곁에 머물 수 없는 분, 그래서 나를 그리 멀리하려 하고 있구나. 잡았던 그 분의 손을 나는 힘없이 놓고 말았다. 

뒤따라 온 그 분때문에 쿵! 심장이 멎어버렸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 "나 가지 마요? 남아도 돼요?", 바보같이 끝내 말하지 못했다. 그 분의 고통을 봐야 하는 내 고통때문에, 그 분을 마음에 품는 그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

"그럼 이렇게 물어볼게. 하루하루 내 마음대로 좋아할 거니까 당신 나중에 다 잊어줄 수 있어요? 그런다고 약속해요", 등에 기대 우는 그 분을 돌아보지 못하고 난 그 분의 말만 되뇌이고 있었다.

"잊으라고요?...". '죽는 날까지 내 심장안에 살아있을 임자를 어떻게...'.

 

그토록 원했으면서 왜 대답하지 못했을까? 너무 소중해서 겁이 났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켜주지 못했던 그들처럼...

***눈빛만으로도 수많은 감정들을 보여줘서 애정하는 장면입니다.

 

***

오늘 글은 마음에 안드실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최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의 독백을 그려봤습니다. 최영의 손떨림 현상과 진정한 의미의 각성의 전단계이기 때문에 그의 내면에 있을 보이지 않은 것(그것을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의 도망이라고 표현했습니다)을 한 번 끄집어 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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