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4 12:06




알고 보면 더 슬픈, 슬픔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는 그 크기가 너무 크고 아파서, 그저 먹먹해져 버리는 신의 22회입니다. 본방 때보다 그래서 더 많이 울었습니다. 죽음을 불사하는 은수와 한 번 내 본 욕심 사랑마저 은수를 살리기 위해 욕심내지 않겠다는 최영때문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요.

감정을 추스리느라 좀 힘들었습니다. 얼마간 멍하니 앉아있다가 그래도 마음이 무거워서 집 앞 강가로 산책나갔다가 얼어죽을 뻔했습니다. 

다음에 저희집 앞 강 사진을 올릴 기회되면 보여 드릴게요. 휴대폰에 있는 사진을 컴으로 옮길 줄을 모르는 컴맹의 비애. 딸이 학교에 있어서 도움을 못받아요. 

 

거실과 제 방 창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보이는 작지만 아담한 강이 흐릅니다(강이름은 어울리지 않게 Grand River). 강 위에 저희집이 서 있는 딱 그런 느낌입니다. 발코니에 나가서 보지 않으면 강 옆의 작은 산책로도 안보이거든요. 강과 강주변은 인공미라는 것을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한국가면 한강 고수부지의 치장된 모습이 그렇게 생경스러울 수가 없답니다. 강을 가로지르는 오래된 느낌의 철교도 있습니다. 화물수송용 철로인데 강과도 참 잘 어울려요.

 

* 지금 딸 와서 올려주는 발코니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가을에는 강건너의 단풍이 그림처럼 예쁩니다. 그리고 강도 단풍이 들지요. 강 속에 통째로 쏙 들어가 있는 풍경이 데칼코마니 그림같아서 참 좋습니다. 물고기가 튀어오르는 모습, 늘 상주하고 있는 갈매기들, 봄 여름이면 시끄러워 아침 일찍 눈을 뜨게 만드는 청둥오리떼의 꽥꽥 소리, 청둥오리 가족이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여름에는 모터보트, 카약, 카누를 즐기는 모습도 볼 수있고, 한겨울 눈이 내리면 한시간을 눈을 치우고 스케이트장을 만들고는, 10분도 채 안되는 시간 스케이트 타는 딸아이 사진을 찍고 가는 부녀모습도 본답니다. 딸아이 스케이트를 태우기 위해 한시간을 삽질하는 아버지, 아름답죠?

 

머리에 뱅뱅 도는 은수의 말, "거기있어요?", "하루하루 오늘처럼 사랑하며 사세요". 하루를 살더라도 최영 곁에 남겠다는 은수, 서로 너무나 잘 알아버린 마음, 함께 있지 못하면 마음이 죽어가며 살아야 하기에 '하루가 되더라도'를 택하는 은수의 사랑은 저를 흔들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위해 나는 그럴 수 있을까의 생각에 머물러서 본방때는 그저 슬프다, 은수가 참 강하다의 감정이었는데, 다른 질문으로 저를 데려가 버렸습니다. 학교다닐 때는 시국이 어지러워 민주화 하나만 보고 갔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피어나는 꽃이라는 말에 가슴이 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목숨을 걸(목숨까지는 아니더라도 혼신을 다하고 싶은) 누군가가, 혹은 무엇인가가 내게도 있을까... 그것이 무엇일까... 나는 하루하루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을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등등.

은수와 최영도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너 거기서 지금 뭐하고 있냐?". "내 여인을 살릴 약을 구하는 대신 난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고!"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지 못했다는 최영의 고통스런 자책이 그래서 더 많이 아픕니다. 이런 질문을 제게 던지게 될 것을 알았더라면,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던지게 될 줄 알았더라면, 재리뷰를 쓰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다보니 현재의 모습에 자신없어지기도 하고 우울해지네요.

그리고 신의 재리뷰가 끝나면, 임자방이 없어질 것이고, 갑자기 외딴섬에 썰렁하게 혼자 남겨질 것같은 저때문에 가슴 한쪽이 벌써부터 휑합니다. 재리뷰를 하는 중간에 예감했던 일이기는 했지만, 마음이 이상스럽게 허하고 기분도 다운되고 그렇습니다. 영스피린이 필요!

 

오늘글은 은수와 최영의 대사를 되도록 많이 살려서 가겠습니다. 최영과 은수의 대사와 대화로도 그 절절한 마음과 감정들이 충분히 읽혀질 듯해서요.

 

"내가 죽어버리면 그 사람 어떡해요?"

 

"은수야, 도망치지마. 그 날이 너의 마지막 날이 되더라도". 미래의 내가 그랬다, 마지막 날이 되더라도 그 사람곁을 떠나지 말라고, 그 사람 마음이 죽어가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고, 그래서 되풀이하지 말라고...

은수야, 난 정말 많이 울었어.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많이 울어본 적 한 번도 없었어. 간절함은 인연을 만들고... 그 때문이었을까? 장선생님이 내 간절함을 들으셨던 것일까? 그래서 더기 그 아이에게 정선생님의 연구일지를 보게 하셨을까?  

 

***

장선생님, 장선생님이 많이 보고 싶어요. 장선생님이 계셨다면 제 얘기들 다 들어주시고 제게 힘을 주셨겠지요. 장선생님, 선생님이 돌아가시면서도 지켜주신 제 해독제, 그거 잃어버렸어요. 그래서 저 죽을지도 모른대요. 저 어떡해요. 그 사람은 절 보내려고 할 거고, 전 그 사람 곁에 남고 싶고... 독증상이 나타나면 전 죽을 거고...

그런데요 장선생님, 저 죽는 것은 무섭지 않은데요, 제가 가버리면, 죽어버리면, 그 사람도 죽을 것 같아서, 그게 너무 무서워요. 장선생님 저 어떡하면 좋아요. 

최상궁 고모님께 무슨 말을 횡설수설했는지 기억도 잘 안나요. "나 정말 알고 싶은게 있는데요, 그 사람 정혼자 돌아가시고 나서 많이 힘들었다고 했죠. 얼마나 많이 힘들었어요? 얼마나 오래? 깨져버린 해독제 지금부터 만들려면 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그게 하늘문 열릴 때까지 도저히 안돼요. 다른 방법은 다시 시작하는 건데 그게 안될 수도 있는 거거든요. 안되면 죽어야 돼요, 내가... 그게 안돼서 내가 죽어버리면 그 사람 어떡해요? 근데 그대로 내가 가버리면 내가 진짜로 미쳐버릴 것 같아요. 매일매일 그 사람 생각만 할 거예요. 그 사람 괜찮을까... 정말 괜찮나, 괜찮은건가"

 

장선생님. 그 사람이 검집에 매달고 다녔다는 그 분의 두건, 최상궁님이 들고 있던 두건을 보니 더 미치겠는 거에요. 그 사람 또 그러면 어떡하나... 

장선생님, 그 사람이 내 눈을 피해요. 싸움에서 돌아와서 자기 몸을 살피는 내 눈을 피해서 자꾸 도망가요. 검까지 던져버리고... 장선생님, 그 검 그 사람에게는 분신같은 거잖아요. 그런데 그 검을 미워하는 것 같아요. 그 사람 언제부터인가 나한테 피를 보여주기를 싫어해요. 알아요, 나때문이라는 거, 내가 싫어하니까 그런다는 거. 그래서 그 사람 내 앞에서는 칼도 빼려들지 않아요. 사람 죽이는 것 내가 무서워하고 끔찍해 하니까... 

 

무사가 망설임이 생기면 죽는다는 말도 했는데요, 그 사람 검이 무서워진 걸까요? 죽을까봐? 나 혼자 놔두고 죽어버려서 나 못지킬까봐?

장선생님, 그런데요. 이제 저 그 사람에게서 나는 피냄새 싫지 않아요. 그게 그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그 사람에게서 나는 피냄새 다 안고 가려고요. 그 사람이 살고 있는 고려, 그 역동의 역사가 곧 그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장선생님, 제 몸이 좀 이상해요. 기침이 나고 맥도 조금씩 빨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증상이 시작되려는 거겠죠. 발열이 시작되면 일주일이면 죽는다고 했지요. 내게 남은 시간은 7일정도,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것밖에 없지만, 그래도 하루보다는 나아요, 하루보다는... 그래서 다시 해독제 만들어 보려고요. 장선생님이 그러셨잖아요, 해보는데 까지 해보는 거라고.

왕비마마를 만나, 임금님과 사랑하며 살라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인사를 하고 나왔어요. 왕비마마는 내가 하늘세상으로 돌아가기 전에 인사하는 거라고 생각하셨지만, 난 내가 죽어버려서 다시 못보게 될까봐 인사했어요. "두 분 그렇게 함께 오래있진 못하세요. 아무리 애써도 백년도 못돼요. 그러니까 하루하루 오늘처럼 사랑하세요. 말로 잴 수 없을 만큼 좋은 것, 옆에 있어도 그리운 거, 그거 사랑이요", 왕비마마에게 하는 말이지만 그건 나에게 한 말이었어요 

 

장선생님,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 알지만 그래서 저 남을 거예요. 그 사람 괜찮지 않을 거라는 것 아니까 남을 거에요. 아니 제가 안되겠어요. 그냥 하루를 살더라도 그 사람 곁에서 살고 싶고, 그 사람 품에서 죽고 싶어요.

해독제가 깨져버린 것 그 사람이 알아버렸어요. 그 사람이 청을 거두겠대요. 남아달라는 청을 거두겠대요. 나더러 하늘세상으로 돌아가서 살으래요. 그렇게라도 가서 살래요. 근데요 장선생님. 나 그게 안될 것 같아요. 그 사람 보고 싶어서, 그 사람 마음 죽어가는 것 걱정해 가면서 도저히 살아지지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이기적인 걸까요? 전요 장선생님, 그 사람 그리워하며 사는 몇 십년보다 그 사람과 함께 하는 하루가 더 간절해요. 그래서 저 남아야겠어요. 그 사람 나 보내고 마음이 죽어갈 것 뻔히 아는데, 나도 사는게 사는게 아닐 건데 미칠 것 같아서 안되겠어요. 그리고 해보는데 까지 해볼래요.

남은 시간 난 해독제를 만들 것이고, 그 사람 곁에 딱 붙어 있을 거예요. 언제나 그 사람은 날 지켜줬어요. 여기 내 옆에, 멀리있으면 그 만큼 지키기 어렵다면서요. 그런데 내가 가 버리면 그 사람 나 더이상 지킬 수 없잖아요. 어쩌면 그 사람 지킬게 없어져 버릴지도 모르겠어요. 지키는 것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인데, 지킬 것이 없으면 그 사람 무너지는 거잖아요.  

임금님, 고려, 지키겠죠. 근데요 장선생님,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 나 없으면 그것마저도 지키지 않으려 할 것같은... 그 사람, 마음이 죽은채로 임금님과 고려를 지킬 것 같지가 않아요. 그 사람 자꾸 검을 놓으려고 해요. 망설임이 생겼다는 것 나때문인 거죠, 그거 나때문에 그런 거겠죠?

피냄새를 가려줄 것 같다고 장난처럼 꽂아준 노란 소국 한 송이를 간직하고 있는 그 사람, 그렇게 그 사람은 마른 꽃으로도 피냄새를 감추고 싶었나 봐요. 그 말이 그 사람에게 상처였나 봐요. 그래서 그게 나인 듯 마음이 아파요. 전요 장선생님, 노란소국을 좋아해요. 그 때는 몰랐는데 그 사람이 좋아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을 꺾어 내마음 그렇게 전했나 봐요. 좋아한다고... 

 

장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 알려주세요. 제가 살 수 있는 방법. 독이라도 먹어야 한다면 먹을 거에요. 그러니 제발 장선생님....좀 알려주세요, 그 사람 곁에 남을 수 있는 방법을.....

***

 

아무렇게나 검을 던져버리는 그 사람을 보면서 알았다. 빗을 건네다가 손을 떨던 그 사람, 어쩌면 이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 나때문에 검을 놓을지도 몰라서, 그래서 하늘이 나를 이곳으로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알았다. 그 사람 나를 지키지 못할까봐 손을 떨었다는 것을, 검을 놓아버리려고 하고 있음을... 그런데 어떻게 내가 하늘나라로 갈 수가 있겠어. 난 못가, 안가. 나 죽자고 살아볼 거야.  

 

***은수의 눈물이 최영의 죽어가던 심장을 뛰게 했고, 최영의 손을 가슴에 안고 우는 은수는 최영의 손떨림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것이 아닐까

***은수가 심리학 부전공이라고 했죠. 최영의 손떨림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아는 은수가 귀검을 가지고 와서 최영에게 얘기하게 한 것이 전 은수의 심리치료 과정으로 보이더군요. 최영에게 검의 의미를 정리하게 하는 것... "이 검이 베어야 할 것을 못베고 자꾸 가엾은 사람을 벱니다"라는 최영의 고백은 그래서 중요한 대목입니다. 검에 대한 각성으로 이어지는.... 즉 최영의 검에 명분을 세우는 것! 

 

"내 여인을 살리는 약을 구하는 대신 난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고!"

 

덕흥군의 추국장, 정동행성은 주상을 잡기 위한 미끼였다. 전하를 살해하려는 것. 주상을 모시고 추국장을 빠져나왔지만 정동행성을 나가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금군을 출병시키라는 중신들의 허락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대장, 난 이제 내가 백성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더이상 주상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진정한 왕이 되려 하고 있었기에...  

그런데 검이 손에서 빠져나간다. 어떻게 베었는지 모르겠다. 습관처럼 그냥 베었다. 숨이 가빠온다멈춰서면 떨리는 손, 툭 떨어지는 검. 시체를 옮기는 사병의 애걸하는 눈빛, 살려달라는 듯 그들은 내 눈을 슬금 피한다. 죄없는 그들, 내 검이 왜 저들을 향해야 하는가, 정작 베어야 할 자를 베지 못하고... 그래서였을까, 내 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았다. 검날에 맺히는 피는 그들 가여운 자들의 눈물이었다. 

처음이었다. 우달치 병영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던 것이... 기철과 덕흥군, 결국 잡지 못했다. 베지 못했다.그 분의 무사함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는 반대로, 보고 싶었던 마음과는 반대로 나는 자꾸 뒷걸음질쳐 도망가고 싶었다. 내 몸 구석구석에 묻어있는 가여운 자들의 피를 그 분에게 보여주기 싫었음이리라.

그 분 보는 순간 또 덜컹 거린다. 내 몸을 살피는 그 분, 시선을 피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러지 마요. 등돌리고 피하고 나한테 그러지 마요", 돌아선 내얼굴을 향해 오는 그 분의 손, 피해버렸다.  

 

"내 피가 아닙니다", 싸움이 힘들지 않았다고 그 분의 마음 편하게 하려 애쓰는 나를 팔로 감싸안는다. 여기저기 피로 얼굴진 나를 안아주는 그 분. 그제서야 난 숨을 쉴 수가 있었다. '임자, 그 순간은 제 심장도 잠시 두근거림을 멈췄습니다. 너무 편안해서 심장도 휴식을 취했습니다'. 

손을 검사하는 그 분, "튼튼하고 착한 손인데" 착한 손이라는 말에 잠시 머리가 멍해졌나 보다. 누워보라는 말에 그냥 군말없이 눕고 있는 나, 철컥 내 검을 만지는 소리, 그 분이 검을 들고 온다. "스승님의 검이라고 했죠?", 그 분께 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스승님이 물려주시고 간 이후 한 번도 내 손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던 검, "이 검은 귀검이라 부릅니다. 보통 검은 사람을 베면 날이 상하는데 이 놈은 차돌을 쳐도 흠이 안나요. 웬만해서 피도 잘 묻지 않는데...어제는 피가 맺히는 걸 봤습니다. 검을 뺄때도 시끄럽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 보면 은은하게 빛이 나요. 달빛처럼".  

 

"임자에게 독을 준 놈 잡지 못했습니다. 임자를 위협한 놈도 놓아줘야 했어요. 이 검이 베어야 할 것을 못베고 자꾸 가엾은 것들만 벱니다".

그분이 물었다. 그 분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직도 잠을 자고 있었을 거냐고... 아직도 나는 모르겠. 그 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난 어찌하고 있었을까... 죽음만을 향해 살고 있던 내가 살기는 했을까...

 

검을 든지 십수년, 그 밤 나는 처음으로 편하게 잠을 이루었다. 그 분의 해독제가 깨져버린 것도 모른채, 피묻은 나를 안아 준 그 분의 가슴처럼 그 날밤은 달빛마저 따스했다.

 

그 분의 해독제가 깨져버렸단다. 울고 또 울고 그렇게 우는 사람 처음봤을 정도로 울었단다. 기철과 함께 죽으려 했을때 내 손을 잡고 입김으로 녹여주던 그 분은 울고 있었다. "다시는 목숨거는짓 안하겠습니다. 그러니 울지마요", 나때문에 울던 그 분 내마음 찢어지게 하던 눈물, 그런데 세상이 무너진 듯 울었단다.  

"그 분이 울었다고?". 그 와중에도 내 걱정만 했다는 그 분, 한심한 분, '왜 내 걱정을 하냐고! 임자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임자가 얼마나 죽음을 무서워 하는지 압니다. 그래서 피를 싫어하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임자가 죽는 것보다 남겨질 나때문에 울었다고? 이 한심한 분을 어떡하나... 후회했습니다. 임자에게 내 마음 전한 것 후회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최영의 감정선,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주춤해서는 이를 악물면서 혀를 깨무는 듯한 심정의 변화를 보이는 장면입니다. 은수에게 돌아가라는 말을 하려고 하지만 막상 돌려보내려니 은수를 보내기 싫은 마음과 싸우고, 그리고는 이내 결심했다는 듯 방문을 열고 들어가죠. 은수는 노국공주에게 가있어서 만나지 못했지만. 그리고는 은수가 새로 만들려는 해독제 항아리들이 올려있는 탁상을 엎어버리죠. 하늘세상으로 돌아가면 될 일을 왜 해독제를 만들고 있느냐고 은수에게 화를 내듯이 말이죠.  

 

마음이 가라앉지가 않는다. "해독제 연구한 것 다 깨진 것, 나한테 말하지 않은 것, 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아무일 없었던 걸로 하겠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 분, 순간 멍해진다. 해독제를 다시 만들겠다고? 그러다 안되면, 그 해독제라는 것 죽기 전에 만들 수 있는 거냐고? 발열이 시작되면 일곱날안에 죽는다. 해독제가 되기 전에 하늘문 닫혀버리고, 그 해독제가 실패하면 그 분은 죽는다. 돌아갈 수도 없다. 지금 보내는 방법밖에는 없다. 무사는 승산없는 싸움에 칼을 먼저 빼지 않는다. 그것이 곧 죽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한 번, 이 번 한 번만... 내 언약 깨자 했습니다. 임자를 돌려 보내겠다는 내 언약, 그거 깨면서 욕심냈어요. 아무 대책도 없이, 지킬 수도 없는데, 임자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내가 전에 했던 말, 임자에게 남아달라 청했던 말...거두겠습니다. 내가 잘 못 생각했고, 잘 못 말했습니다".

그 분을 두고 와버렸다. '임자, 비충독 해독제도 구하지 못했으면서 욕심을 부려봤습니다. 임자를 곁에 두고 싶었습니다. 평생 임자를 내 곁에 두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내 욕심이 임자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에 나를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임자 목숨까지 걸고 임자를 욕심낸 나를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자인데...그런 임자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내일 떠나겠습니다", 내 결론은 이것 밖에 없었다. 그 분을 돌려보내야 한다. "이젠 내 말 좀 들어줘요... 난 내 약 만들거고, 여기 남을 거예요. 난 남을 거고, 당신 곁에 있을 거고, 갈건지 말건지 이딴 걸로 고민하는 걸로 하루하루 날려버리지 않을 거예요".

죽을지도 모르는데, 남겠다고?

"알아요, 약이 안되면 제대로 안되면 내가 죽을 수도 있어요. 당신 눈 앞에서... 그렇게 되면 당신이 나 지켜봐줘요. 마지막까지 나 안아달라고... 혼자 두지말고". 

임자가 죽는 것을, 내 앞에서 죽는 것을 봐달라고! 그걸 나더러 하라고!! 참지못하고 나와버렸다. 그 분이 죽을 수도 있다, 그 생각밖에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쳐매서라도 그 분을 하늘문까지 데리고 가서 문 열리면 보내야 한다. '임자, 임자가 죽어가는 것을 어떻게 보라고, 임자가 죽는 것을 어떻게 보라고. 임자가 죽어버리면 내가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짐싸요, 지금 당장. 거기선 임자가 살 수 있다면서, 그러니까 가라고". 살면서 그렇게 아픈 말은 처음 들었다. 내 가슴 찢어지고 무너지는데 그 분은 나만 그리워할 거란다, 돌아가게 되더라도. 죽은 사람처럼 살면서... 나처럼...

"살겠지. 매일매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 대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로 떠들다가, 그러다가 밤이 되면 아무도 없는 방으로 돌아오겠지. 잠뜰 때마다 한 번쯤 불러볼 거예요. '거기... 있어요?' 그러다 아침에 일어나면 또 하루를 살겠지, 죽은 사람처럼... 그렇게 사는 게 어떤 건지 당신 몰라요? 알잖아요. 당신도 그럴 거니까".  

하마터면 그렇게 하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아니 안고 싶었다. '임자, 그럴 겁니다. 죽은 사람처럼 그렇게 살아갈 겁니다. 어쩌면 평생 잠을 잘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임자, 임자가 죽는 것은 못보겠습니다. 임자가 하늘세상 어디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내 욕심을 거두렵니다'.

 

"임자가 죽어가는 이 며칠, 난 옆에 있지 못했어. 내 여인을 살리는 약을 구하는 대신 난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고... 그런 내가 어떻게 임자를 지켜, 어떻게 옆에 있으라고 하냐고!".

몰랐다. 내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그 분이 내 떨리는 손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덕흥군과 단사관은 원으로 떠났지만, 아직 기철이 남아있다. 이 손으로 그 분을 지킬 수 있을까... 지킬 것이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하지만 해독제가 없는 독, 난 무엇으로 그 분을 지킬 수 있단 말인가. 내 검으로 지킬 수 없는 비충독을...

그러나 그 분을 이기지 못했다. 남겠다는 그 분의 마음 꺾지 못했다. 포기를 모르는 분, 눈물많고 피도 무서워하는 여리디 여린 그 분, "목숨을 내줍디다", 기철과 싸웠던 그날 그 분은 목숨을 내놓았다. 나를 지키기 위해 또다시 목숨을 내놓으려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분, 무엇이 그 분을 그토록 강하게 했을까... 그리고 나는 깨달아 가고 있었다. 내가 아니라 그 분이 나를 지켜주고 있었음을...

 

'임자, 어디쯤 오고 있습니까임자의 목소리를 매일 매일 듣습니다. "거기... 있어요?". 나는 매일 매일 대답한다.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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