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4 10:26




처음 이민호를 봤던 것은 기사를 통해서였습니다. 보지 못했지만 꽃보다 남자라는 기사들이 눈에 많이 띄었죠. 첫느낌은 좀 느끼한 미남, 게다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뽀글머리...그냥 신세대 스타가 하나 나왔나보다 거기서 멈췄습니다. 그 때는 드라마를 별로 보지도 않았고, 지금도 그렇지만 드라마 편식이 좀 강한 편이라...

 

이민호 출연작을 처음 본 것은 시티헌터의 이윤성, '앗 그 이민호가 이 이민호였어? 액션이 좋네.. 그런데 발음은 좀 샌다. 액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다' 이 정도... 개인의 취향은 첫 한 두편을 보다 여주인공에게 너무 놀라서 포기했다가 이민호의 눈빛연기와 키스신의 비결을 찾아보기 위해 다시 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시티헌터를 보던 중 개인사정으로 드라마를 열심히 볼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해 대충 보다보니 드라마도 대충보게 되고... 리뷰를 쓸 드라마가 아니면 좀 편하게 드라마를 보고, 리뷰를 쓰고 싶은 드라마라면 돋보기도 모자라 현미경까지 들이대고 보는 수준이라... 

제게 있어 이민호의 데뷔작은 신의의 최영이라는 캐릭터인 셈입니다. 첫방을 보고 사극과 참 어울리는 비주얼을 가졌구나, 눈이 호강하게 생겼다 축복이로구나 했지요. 그런데 웬걸...언제부터인가 이민호의 눈빛에 빨려들어가는 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늪도 아닌 것이 묘한 매력이 있더란 말이죠. 

제가 늪에 비유하는 배우는 따로 있습니다. 김남길! 김남길의 눈빛연기를 보면 그냥 스윽 빨려들어가는 뭔가가 있는데, 제가 빨려들어가는데 김남길이 빨아들이지는 않아요. 그냥 제가 빨려들어가는 거지.

그런데 이민호는 이민호가 빨아들이더란 말입니다. 엇 이거 아닌데, 난 이렇게 젊고 샤방하게 잘생긴 남자한테 빠지면 안돼, 임자가 있걸랑! 그러나 멈출 수 없었습니다. 폭주기관차처럼 돌진해 가는 나를 어느 순간 걱정하기에 이르렀죠.  

 

그래서 이민호의 눈빛에 대해 집중탐구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그렇게나 애정해 온 이승기에게도 찬사를 아끼고 있건만, 헤어나오지 못하고 빠져드는 이민호의 눈빛의 매력이 뭘까?

 

이민호 눈빛연기 탐구 1

우선 눈빛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꼽으라면 전 안성기, 김남길이었습니다. 그리고 신의를 보면서 이민호를 추가했습니다. 이민호에 대한 애정까지 더해져 허부적대는 팬이 되었죠. 김남길의 눈빛연기는 선덕여왕과 나쁜남자를 보면 진짜 죽입니다. 나쁜남자는 중간에 길을 헤매서 작품 완성도가 떨어져 버렸지만, 오직 김남길때문에 끝까지 갔던 작품이었습니다.

 

각설하고 김남길을 이민호의 눈빛연기에 왜 끌어왔느냐? 둘의 눈빛연기가 마치 N극과 S극처럼 극과 극이라는 것입니다.

김남길의 눈빛은 짙은 바다가 떠오르고 이민호는 맑은 호수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어요.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것! 김남길은 짙어서 깊이를 알 수 없고, 이민호는 너무 맑아서 밑바닥이 보이는데 들어가보면 엄청난 깊이의 호수라는 점. 공통점은 깊다.  

김남길의 눈빛은 그림으로 비유하면 유화같습니다. 바탕 채색이 무슨 색깔인지 알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자꾸 집중하게 돼죠.

이민호의 눈빛은 수채화 같습니다. 투명해요. 전 송지나 작가의 이민호(최영)를 표현한 말중에 강직한 눈빛, 정직한 눈빛이라는 말이 딱 이민호의 눈빛이라 생각해요. 정말 잘 보신 듯...언젠가 글에서도 쓴 것 같기는 한데...

 

본격적으로 이민호의 눈빛연기에 대한 분석 들어갑니다.

우선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비결에서 가장 매력은 눈이 예쁘고 크고 잘생겼다!!^^  그리고 동공의 사이즈가 눈 사이즈 대비, 환상적인 비율을 가졌어요. 타고난 복이죠.

 

이민호는 여백을 만들어 가는 눈빛연기를 합니다. 김남길의 경우는 눈빛에 그 캐릭터를 다 담아 꽉채우는데, 그것이 김남길의 매력이기도 한데, 이민호는 2% 정도를 비웁니다. 그게 고개를 돌리는 습관(?)을 자세히 보면 보여요.

이민호는 상대배우와 대화도중 고개를 두어번쯤 돌리며 캐릭터의 감정을 화면밖으로 보내지요. 시청자는 그것을 마치 내게 얘기하는 듯한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되고요. 

대개의 연기자들은 진지한 상황에서는 혼자 용을 쓰듯 진지하죠. 미간을 찌푸린다든가 눈 주위를 가느랗게 뜨고 생각을 모으는 모습을 취한다든가...

그런데 이민호는 그냥 던져요. 나 지금 이런 고민에 빠졌어요 라고 호소하듯이... 그때마다 눈동자를 작게가 아니라 눈에 보일정도로 움직이죠. 가늘게 눈동자를 떠는 인물은 대개 의뭉한 생각을 할때가 많죠. 혼자 뭔가를 계산하는 눈.

그런데 이민호는 가늘게 떨지 않고 오히려 눈동자를 좌우로 표나게 움직입니다. 마치 내 감정을 읽어달라는 듯 말이죠. 그리고는 허공에 그 감정을 툭 던져버립니다. 그러니 내가 들어가서 그 얘기들을 들어주고 싶게 만드는 거죠. 제가 이민호는 시청자를 빨아들인다고 표현한 것이 이때문입니다.

즉 대개의 연기자는 자기 감정에 푹 뺘져서 그 캐릭터가 이런 고민을 이런 갈등을 하고 있다고 그 캐릭터의 감정을 제 3자로 지켜보게 하는데(이게 좋지않은 연기라는 말은 아니에요), 이민호는 상대배우는 물론 모니터 밖의 시청자에게도 감정이입을 시키죠. 2%의 던짐을 통해....  

 

이민호의 눈빛은 솔직합니다. 맑은 호수처럼.

이게 상대배우와의 아이컨텍에서 뚜렷하게 보이는데요, 상대방과 대화할 때 이민호는 눈 근육을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다던가 바르를 떤다든가 하는 모습없이 그냥 있는 감정을 그대로 보내죠. 눈동자도 거의 움직임이 없는데, 이때 이민호의 힘은 눈동자에 힘을 모으는 양미간이 아니라, 눈동자로만 내보내죠.

 

자 따라해보기.....

일단 양미간에 힘을 주듯 눈에 힘을 줘보세요.

다음은 눈동자에만 힘을 줘보세요.

느껴지는 분위기가 좀 다르지 않나요?

첫번째 방법은 강요의 감정이 읽어지죠. 두 번째 방법은 설득의 감정(?) 비슷한 느낌이 전해지지 않나요? 

 

그래서 그 그 감정이 굉장히 정직하게 나와서 아 이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구나를 그냥 느끼게 해버립니다.

말 그대로 정직한 눈빛... 이게 그 캐릭터의 감정이 되지 않으면 힘든 거거든요.

많은 연기자들의 눈빛연기의 특징 중 하나가 캐릭터를 강하게 표현하고자 눈 근육에 힘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민호는 그 캐릭터의 진심을 그냥 그대로 읽어달라는 듯 오로지 눈빛에만 실어 보냅니다. 미간의 찌푸림, 즉 강요의 감정없이....

***여기까지는 지난 글에서 댓글에 옮겼던 부분입니다. 댓글에 이민호 눈빛연기에 대한 제 소견을 다 말하기는 부족한듯해서 포스팅을 따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이렇게 글로 발행합니다. 무엇보다 예를 보여줄 사진이 필요한데 댓글에는 사진을 넣을 수가 없다는 한계때문에... 그래서 오늘글은 사진이 좀 많습니다;; 회차별로 좋은 장면 재감상하시면서 그 때의 감정들을 떠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아래 사진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모습 중 하나입니다. 

 

이민호의 눈빛연기 탐구 2

제가 좋아하는 눈빛을 안성기와 김남길이었다는 말을 하면서 안성기의 눈빛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요, 두 배우의 눈빛이 하나가 된 배우가 안성기이기 때문입니다. 안성기의 눈빛은 수묵화같습니다. 아주 오래전 영화이기는 하지만, 기쁜 우리 젊은 날과 겨울나그네는 이민호의 눈빛이 담겨있습니다. 실미도, 하얀전쟁, 무사라는 영화에서는 김남길의 눈빛을 많이 보게 되고요. 그리고 마지막 최영의 엔딩장면에서 보여주는 눈빛이 제겐 축제라는 영화에서의 안성기가 연상됩니다.

특히 김남길과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극과 극이 영화 '무사'에서의 안성기의 눈빛에 다 담겨있습니다. 김남길의 유화같은 눈빛(늪과 같은 눈빛), 이민호의 수채화같은 눈빛(맑은 호수와 같은 눈빛)이 안성기에게서 다 보이거든요(안성기의 영화는 거의 다 봤는데 아쉽게도 아직 부러진 화살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전 안성기의 눈빛에 사랑에 빠지지는 않습니다. 그저 경외와 존경의 눈으로만 보게 하거든요. 

훗날 김남길이나 이민호가 안성기의 순수와 깊이를 잃지 않은 경외의 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는 두 배우를 진지하게 응원하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승기도^^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특징은 캐릭터의 감정선에 따라 순차적이라는 점입니다. 캐릭터의 변화까지 예상하고 계산한 듯한... 이민호의 눈빛연기를 집중분석해 가면서 왜 이렇게 빠져들어가게 만들었을까를 종합해보니, 이민호에 대한 제 개인적인 애정도 물론 무시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순차적인 감정의 흐름을 이민호가 완벽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감정의 널뛰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감정의 순차적인 변화를 표현하는 것은 캐릭터의 중요한 감정선입니다. 제가 개인의 취향과 신의를 보면서 여주인공의 감정선에 몰입하지 못한 이유가 그 순차적 감정선을 예측하지 않은 캐릭터때문이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해 버려서, 아니 얘가 언제부터 좋아했던 거지? 좀 황당스럽기도 했고요. 대부분의 멜로는 사랑이라는 것을 향해 가기에 아무리 무개념 망가진 연기를 보여줘야 할 지라도, 그 캐릭터의 감정선이 변화되어 가는 단서들을 남겨야 하는데, 그게 아니어서 말이죠. 여자 연기자들 중에 이런 감정선을 순차적으로 계산해서 보여주는 연기자가 하지원, 문근영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두 배우를 격하게 아낍니다***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비밀, 혹은 비결을 분석하면서 또 하나 제가 주목한 것은 최영의 머리띠였습니다. 헤어스타일의 변화는 캐릭터의 성장과 매우 중요한 연결이 되거든요.

처음 최영의 머리띠는 적월대의 머리띠(두건, 복면)였죠. 7년전 우달치 대장으로 부임하고, 이 후 머리띠를 풀었죠. 공민왕과 노국공주를 호위하면서도 최영은 머리띠를 하지 않습니다. 떠날 생각을 하고 있던 그가 무사의 상징이기도 한 머리띠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그럼 이민호는 최영이라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머리띠(헤어스타일)와 눈빛으로 어떻게 순차적으로 보여왔는가?

은수를 처음 본 프리젠테이션에서의 처음 시작, 그것은 생경함이었을 겁니다. 아름다운 여인을 본 한 순간의 떨림, 신비로운 경험... 그렇지만 금방 접습니다. 돌려보내야 하니까요. 아무런 미련없이 천혈 앞에서 은수에게 정중하게 목례를 했던 것처럼... 

그리고는 원망의 눈빛을 표하기도 했지요. 칼에 찔린 최영을 살려낸 은수로 인해 또다시 의무감과 책임감을 떠안게 된 귀찮음, 최영의 그 때 마음을 표현한 대사가 공민왕이 떠나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빌어먹을"이라며 불만을 표한 것이죠.

은수를 거칠게 벽으로 밀면서 "내가 임자때문에 지금..."하고 뒷말을 삼키면서, 은수에 대한 원망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왜 살려가지고 날 귀찮은 상황속에 던져놨느냐는 불만이었죠.

그리고 최영의 눈빛이 고려황실로 돌아온 이후 바뀌기 시작합니다. 전의시에서 밥 안준다고 투덜대고 허연 맨다리를 드러내는 은수를 지켜보면서 알 수 없는 떨림, 계속 지켜보고 싶은 남자의 마음이 드러나기 시작하죠.

 

폐열증으로 고통을 참으면서 죽든 말든 혼자 알아서 하겠다는 최영에게 은수가 아스피린을 쥐어주며 말하죠. "죽지마요". 죽지말라는 말, 어쩌면 최영에게는 부담감처럼 무겁게 다가왔을 겁니다. 언제나 목숨을 내놓고 싸워왔던 무사 최영에게 죽지말라는 말이 얼마나 무겁고 부담스러웠을까요?

 

기철의 집에 은수를 찾으러 갔을 때, 얼굴에 손을 대는 은수에게 그의 얼굴을 내주면서 그는 진짜 사랑(짝사랑이지만)을 시작합니다. 설렘의 감정으로 말이죠. 그 감정의 연결이 강화로 가는 길에 은수가 언제부터 연모한 거냐고 가슴팍을 쳤을 때의 덜컹거림입니다. 그래서 "왜 하필 저 여인을 데려왔을까?"라며 자신의 혼란스런 마음을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영이 머리띠를 다시 하게 돼죠. 경창군의 죽음이후 최영의 각성이 시작된 지점에서 입니다. 최영은 이 때 공민왕의 사람이 되면서 매희 그 아이를 보냅니다. 그리고 은수가 그의 마음 전부가 되었다는 것을 자각하기도 합니다. '마마 저를 가지십시오, 싸움은 제가 하겠습니다'. '언제부터지? 그 아이 얼굴이 기억이 안난다'.

기철의 집에 있는 은수를 지켜보는 눈에는 짝사랑의 눈빛이 진하게 담겨갔지요. 나뭇가지 사이로 은수를 지켜보고, 기철의 집에서 도망치려다 비탈길에서 넘어지려는 은수를 받아주기도 하고... 

 

검을 찾으러 왔다며 기철의 집에 다시 갔을 때, 은수가 그의 팔을 잡으며 살아있어서 됐다라고 말했을 때, 이 때부터 최영는 설렘의 단계를 넘어 사랑으로 넘어갑니다. 돌려보내겠다는 마음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감정으로 말이죠. 그래서 이때부터는 설렘의 덜컹보다는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지켜봄의 짝사랑 눈빛이 됩니다.

은수를 대역죄인으로 친국하는 자리에서 끌려가는 은수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던 최영은, 은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노국공주의 처소에서 나오는 은수를 기다리다가 정강이를 호되게 걷어채이고도, 아무말 못하고 은수를 지켜보기만 하죠. 장빈에게 안겨 우는 은수를 보면서 말없이 발길을 돌리기도 하고...

 

잊을 수 없는 최영의 표정, 글에서도 밝혔지만 이민호의 최영에 빠져버리게 만든 칠살을 처리한 후 거친 숨을 내쉬는 이민호의 눈빛은 압권입니다. 여기서는 은수에 대한 감정보다는 무사의 감정이 큽니다. 훗날 "이 검이 베어야 할 것들을 베지 못하고 가여운 것들만 벱니다"라는 고백으로 이어지는... 그리고 검은 삿갓을 살려보내기도 하죠. 

 

은수가 떠나자 최영은 기철과 함께 죽으려고 동반죽음을 시도했죠. 최영의 언 손을 녹여주는 은수의 눈물을 보며 최영의 감정은 한단계 넘어갑니다. 최영 그도 놀랐거든요. 은수의 마음을 조금 알아버린 것이죠. "다시는 목숨거는 짓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울지마요". 우는 은수를 보는 이민호의 눈빛은 설렘의 감정이 전혀 없습니다. 놀람의 감정이었습니다. 그 분 마음을 안 것에 대한... 

은수의 다이어리를 건네받게 하고, 독에 중독된 것을 모른채, 은수를 하늘문으로 데려가면서 최영은 그의 마음을 홀로 고백합니다. 문지방 너머에서 은수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손, 그 때의 최영의 눈빛은 버림이었습니다. 연모의 마음을 버려야 하는 괴로움... 그래서 그 눈빛에는 진한 슬픔이 베여있습니다. 가슴을 아리게 하는 미치도록 아픈 슬픔...

"지금도 너무 많습니다", 더 알고 싶은 것이 없을 정도로 은수에 대한 연모의 마음이 너무도 컸던 최영. 

덕흥군과 혼례를 하겠다는 은수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최영, "이 한심한 분을 어떡하나, 내 옆은 안되겠냐고!", 이때부터는 짝사랑의 지킴이 감정을 버리고, 정면돌파 직접 고백단계로 넘어가죠.

그리고 이민호의 눈빛은 다시 변화합니다. 자기 여자를 보는 눈빛으로 변했지요. 짝사랑의 눈빛과는 다른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은 눈빛, 그래서 그 눈빛이 정직한 눈빛으로 변하죠. 은수에 대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으니까요.  

은수에게 내 옆은 안되겠느냐고, 대전에서 은수에게 기습키스를 하면서 은수에 대한 감정을 다 보이기 시작한 최영이 한 번 흔들리는 씬이 있습니다. 은수의 백허그 고백 때... 남으면 안되느냐는 은수의 고백에 이민호는 눈을 질끈 감으며 감정 컨트롤을 했었죠. 붙잡고 싶은 갈등과 은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내야 한다는 다짐의 눈빛으로. 

그리고 딱 한 번 이민호에게 거짓의 눈빛이 나옵니다. 이민호가 얼마나 감정연기를 잘했는지 이 부분에서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은수를 잊을거라고, 밥도 잘먹고 잘 지낼거라고 했던 장면에서 이민호의 눈빛을 보면 눈에 생기가 없어요. 진심이 느껴지지 않죠. 좀 멍한 느낌의 강요만이 보입니다. 이게 그 캐릭터가 되지 않으면 힘든 눈빛연기인데 이민호는 정말 캐릭터 은수를 사랑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보내도 잊을 거라는 말이 거짓임을 이민호도 감추지 못했던 것이고요.  

 

그리고 최영이 머리띠를 다시 푸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때부터 이민호는 샤방한 모습을 버리고 원숙한 남성미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제겐 그 분이 먼저였습니다"라는 고백과 함께 공민왕을 떠나면서 말이죠. 그리고 다시는 머리띠를 하지 않습니다. 궁으로 돌아와서도...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의 고백과도 연결되는 머리띠입니다. 검의 각성과 함께 이 머리띠는 결국 불필요한 것이 되고 맙니다. 귀검을 뛰어넘는 각성을 이뤘듯이 머리띠에도 얽매이지 않게 된 것이죠. 

하늘문으로 향하면서 이민호의 눈빛은 설렘이나 떨림, 덜컹의 감정없이 내 여인을 바라보는 마음만 보입니다. 평온하기까지 하죠. 은수의 마음을 확인한데서 오는 자신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내야 한다는 갈등은 있지만 적어도 혼자만의 짝사랑 감정은 전혀 없지요.

많은 경우 연기자들이 감정선을 연결하면서 설렘과 덜컹거림을 반복하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혼자 좋아했다가 상대도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 다시 설렘과 덜컹거림으로 그 감정을 반복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는 잘못된 감정표현이죠. 그 때는 설렘이나 덜컹거림보다는 안도와 자신감의 덜컹거림으로 연결해야 하거든요. 이런 안도와 자신감의 덜컹을 이민호만큼 제대로 보여준 경우를 보지 못했네요.  

그래서 이때부터 이민호의 표정을 보면 원숙한 남자의 모습이 되어있습니다. 감옥에서 탈출해 나온 최영을 은수가 달려와서 안았을 때의 표정, 은수의 머리카락을 넘기다 울고 있던 은수를 보는 표정, 은수가 피묻은 갑옷인 채의 최영을 안아주었을 때의 이민호의 표정을 비교해 보면, 그 순차적인 감정을 이해가 쉬울 듯 합니다. 

원숙한 최영의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난 장면이 노국공주의 유산때 은수의 손을 잡아주던 모습과 녹주독을 먹고 고통이 시작된 은수를 안고 최영 그가 더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입니다. 독자분도 그 장면을 애정하는 장면이라고 하셨는데 저도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물론 이민호의 심장에 꽂히는 매력적인 눈빛, 초롱초롱 별이 한 두개 박혀있는 듯한 맑은 눈빛의 매력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눈빛연기의 비밀은 뭐니뭐니 해도 캐릭터가 되는 것입니다. 개인의 취향을 다시 찾아보면서도 느꼈는데,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비밀은 극중 상대 캐릭터를 진짜 사랑했던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허공으로 감정을 보내 교감하면서 시청자를 그 캐릭터의 감정선으로 빨아들이는 힘, 2%의 던짐 그 여백의 눈빛이 그려내는 감정들, 그 캐릭터가 되지않고서는 아무리 눈빛이 맑고 좋아도, 정직한 눈빛은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이 모든 감정선, 설렘, 놀람, 짝사랑, 아픔, 확인, 굳은 사랑과 강한 믿음의 순차적 결과물이 마지막 엔딩장면에서의 평온할 정도로 담담한 최영의 표정입니다. 감동으로 벅차 눈물만 차오르는 원숙한 모습, 은수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은 긴 기다림, 몇 번이고 최영이라는 캐릭터가 되어 생각해 봤습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연기가 아니라 그 캐릭터가 되었을 때... 처음에는 이런 말도 안되는 기적이! 하면서 동공이 확대되지 않았을까? 했습니다. 아니야, 이민호가 저렇게 표현한데는 분명한 자기 분석이 있었을 것이야...

아...그러고 보니 최영의 유일한 취미생활이 낚시! 긴 시간 낚싯대를 드리우고 기다리는 강태공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아 그거였구나, 이민호는 진짜 최영이었어! 

 

알맹이 없는 글은 아니었을까 걱정도 되는데, 이 글이 신의 재리뷰를 풍부한 이야기들로 채워주신 임자팬들,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신의방 왕언니님께 드리는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최영이라는 인물을 너무나 잘 그려준 이민호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드리는 제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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