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1 09:07




망원경으로 한 남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여자를 보는 순간 영화 김씨표류기가(정재영, 정려원 주연) 떠올랐습니다. 

자살기도를 했지만 실패하고 밤섬에 떨어진 기괴한 생명체와 그를 관찰하며 세상밖으로 나온 여자의 이야기... 

제목이 끌리지 않아 보기를 주저했는데, 아들의 끈질긴 강권에 못이겨 2년전 한국에 갔을때 올레티비로 다운받아 봤던 영화입니다. 아들의 추천이 고마웠다는 한줄 감상평^^

 

비슷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이웃집 꽃미남은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들이 사랑스럽습니다. 김씨표류기에서 한강을 사이에 둔 그들의 거리는 근접한 아파트로 거리가 좁혀졌고, 그 사이에 세상과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조망권 확보문제라든지, 웹툰 표절이라든지, 전기요금 비교등의 시시콜콜한 일상이 그들 사이를 좁혀주고 있더군요.  

한남자의 일상을 훔쳐보는 여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훔쳐보기는 관음증이라는 것과는 다른 훔쳐보기입니다. 세상에 담을 쌓고 살아가는 여자가 매일을 눈뜨고 힘을 얻는 에너지원의 하나입니다. 옆집 남자 김지훈(웹툰작가)의 말처럼 너무 맑고 착한 여자의 훔쳐보기는, 어쩌면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고 싶어하는 그녀 자신에게 소리치는 절규였는지도, 아니 비상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관음증이란 사전적 의미는 '이상 성욕 하나. 남의 알몸이나 성교하는 장면 몰래 훔쳐으로써 성적 만족 얻는 증세이다성적 흥분 얻기 위해 이상한 상상이나 행동 하는 성도착증 중의 하나로, 예술적 소재로부터 잔혹한 성범죄 행위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 걸쳐 나타난다'로 설명되어 있는데, 그녀 고독미의 망원경은 이웃집 남자의 성적 감상하기가 아닌, 짝사랑이라 말하면서 사생활 엿보기의 범죄적 행위(?)와 거리를 둡니다.

 

"짝사랑은 얼마나 수줍고 허약한가? 짝사랑은 스스로 걸어들어 갔지만 출구를 못찾고 갇혀버린 사랑. 시작은 내가 했지만 어느날 무심히 내 시야 밖으로 떠나면, 허망하게 끝나는 수동적인 사랑이다. 한 번도 싹이나 꽃을 피워보지 못해 열매를 꿈꿀 수 없는 잊혀진 씨앗같은 사랑, 이것이 자꾸 묻는 짝사랑이다". 

그녀의 짝사랑의 매개체는 이웃집 그 남자가 키우는, 고독미가 까망이(히포)라고 부르는 강아지입니다. 가을이라 이름 붙이고 싶은 그 남자, 어느 가을날 한줄기 빛처럼 고독미의 눈을 부시게 한 그 남자가 주인잃은 강아지를 데려가는 모습을 보며, 마치 누군가가 자기를 구해준 것 같은 감정을 느낍니다. 그 남자는 고독미 집의 두터운 커튼을 열어제치면 보이는 건너편 세상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을 운명이라고 하는 걸까?

이후 고독미는 그 남자의 하루 일상과 함께 그녀의 일상을 시작합니다. 그가 일어나는 시간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고, 그와 함께 티비를 켜고, 아침을 먹고, 그의 출근과 함께 그녀도 일(웹툰?)을 시작하죠.   

그리고 그 몰래 지켜보는 짝사랑은 어느 날 불쑥 튀어나온 갑툭튀에 의해 본의아니게 출구에 서게 됩니다. 그녀의 짝사랑을 봐버린 그의 집에 불쑥 나타난 한 남자(윤시윤)때문에...

그녀의 짝사랑이 끝이 났는지, 그 출구에서 마주한 그 남자와 사랑을 시작하게 될 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 출구에 다른 무엇(사랑)이 기다리고 있는 지도, 다른 사랑을 찾게 될 지 역시도... 

 

고독미가 건너편 아파트 그 남자를 홀로 훔쳐보기를 하듯이, 그녀를 관찰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401호 남자 웹툰 작가 김지훈(캐릭터 이름이 뭐시냐? 여튼), 그는 고독미를 앞에서 봐도 뒤에서, 옆에서 봐도 한마디로 맑고 착한 여자라며, 남들 눈에는 대인기피증으로 비춰질만큼 세상을 향해 벽을 쌓고 살아가는 여자의 투명한 내면을 읽어냅니다. 그 사연은 나오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종업계이다 보니, 고독미를 봤던 일이 있었지 않았을까 추측만 하고 있습니다. 

극중 캐릭터 이웃집 꽃미남들 중에 김지훈과 윤시윤(엔리케)에 일단 급호감입니다. 고독미의 짝사랑 그 남자 한태준은 고독미만큼 무신경한 남자인 듯해서 아직은 정을 주지 못하겠더군요. 준수한 외모와 모범생같은 이미지가 주는 묘한 거리감이 느껴져서 말이죠.

형의 집에 온 지 하루만에 누군가 훔쳐보고 있다는 것을 동물적으로 느끼는 엔리케(윤시윤)의 열린 감각이 더 좋더군요. 사람들에게 관심많고, 세상에 호기심이 가득찬 똘망똘망한 그의 안테나, 그 속에 숨겨진 그만의 짝사랑의 아픔이 마음 한켠을 움직여서 말이죠.

좋아하면서도 고백조차 못하는 큐피트, 화살을 쏘려고 한국에 왔지만, 정작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보고 있음에 화살도 날리지 못하는 밝은 짝사랑, 그 밝음 속에 감춰버린 쓰라림을 보듬어 주고 싶어서 말입니다. 큐피트 엔리케의 화살이 고독미에게 날아갈 것임이 예상은 되지만, 그 화살이 고독미의 닫힌 마음을 어떻게 열어갈지, 무대뽀 적극적인 엔리케가 소심하기 그지없는 고독미의 감성들을 어떻게 터치해 갈지가 기대가 되는군요. 전 일단 고독미-엔리케 커플에게 지지 한표! 

 

어리버리하고 소심하지만 절약정신 생활력 하나는 짱인 고독미, 조망권 투쟁 반상회 1일대표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관리실 아저씨의 방송에 전전긍긍하다가, 옆집 401호 남자에게 전기료 절약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1일대표를 대신해 달라는 메모를 전하든 등 소심 속의 적극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 남자를 망원경으로 보다가 끓는 주전자가 강아지를 덮치는 것을 보고 무작정 그 남자를 따라나가지만, 말조차 건네지 못하는 소심한 여자, 까망이가 걱정되어 그 남자의 집 현관문에 귀를 기울이며, 강아지 까망이의 안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고독미의 여리고 착한 연민은 그녀가 아직은 세상을 향해 완전히 자신을 단절하지 않았음의 가능성이겠지요. 그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박신혜가 만들어가는 고독미라는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많이 보여지는 답답함의 진수 캐릭터지만,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고독미라는 캐릭터를 오버하지 않고 사랑스럽기 그지없이 표현해서 기분까지 좋아지게 만들더군요. 가끔 여주인공의 심한 오버가 드라마를 보기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박신혜의 연기는 그게 없어서 좋네요.

웃집 꽃미남은 로코멜로 장르지만, 그 속에 함축된 생각거리들이 참 많은 드라마더군요. 조망권 확보를 위한(보상금을 위한) 반상회는 사회적 메시지를 터치해주는 영리함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고독미의 세상 속에 섞여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로코의 장르를 무겁게 끌고 가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의 시선이 극단적인 양극화가 없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듭니다. 오션스 빌리지 구건물과 신축 건물 사이에 존재하는 빈부의 간극도 심하지 않아서 보기 편하고, 무엇보다 젊은 자식들의 삶과 사랑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요상스런 부모들이 없는 듯해서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고독미가 세상에 담을 쌓게 된 이유가 뭘까? 그녀의 트라우마 혹은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핑크털 박수진(네 이름은 뭐시냐?)을 보고 기절까지 해버린 고독미의 마음의 상처는 무엇일까? 흥미로운 복선들은 고독미에게서 타인이 아닌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고독미의 두터운 커튼과 세상으로 향하는 그녀의 유일한 소통창구인 유리창, 고독미를 커튼 속에 가둔 것은 세상이었을까? 그녀 자신이었을까? 사람들은 종류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벽 하나쯤은 가지고 살고 있죠. 상처없는 사람이 없듯이, 아픔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듯이, 세상에 대한 환멸이 되었든, 가족사가 되었든, 사람에 대해서든, 사랑에 대해서든... 

 

고독미가 세상이 내밀어 준 손을 잡고 나오는 과정에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알게 모르게 무관심 속으로 던져두고 있는 세상에 대한 관심들, 사람에 대한 관심들... 그래서인지 세상에 등돌리고 칩거한 고독미에게 손을 내민 엔리케(윤시윤), 그 녀석의 밝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 벌써부터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박신혜의 연기를 보면서 좋았던 캐릭터의 해석이 사람의 시선을 피하는 고독미의 눈동자였습니다. 자칫 과하면 염세적이면서 뭔가 죄지은 사람같은 눈으로 표현될 수 있었는데, 맑고 착한 사람이라는 눈빛을 잃지 않더군요.

수줍고 허약해서 허망하게 끝나버린 수동적인 사랑, 고독미라는 캐릭터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과거 여고생 고독미가 받은 상처, 그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춰버리고 닫아버린채 성장하지 못한 자아처럼 말입니다. 

그녀의 이웃집 꽃미남들은 그녀의 수동적인 자아를 능동적으로 바꾸게 할 촉매제가 되겠지요. 피동적이고 수동적인 사랑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랑을 하는 고독미로 성장해 가기를 바래봅니다. 세상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고독미, 성장이 멈춰버린 자아가 사랑과 함께 눈을 뜨기를 바래봅니다. 

 

고독미, 너무 맑아서 너무 여려서 아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세상을 차단해 버린 여자, 사람의 눈을 피하는 퀭하고 초점잃은 고독미의 눈, 그녀가 사람을(세상을) 직시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 여자를 세상밖으로 끄집어 내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녀의 두터운 마음의 담을 허무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일까?'를 지켜보는 과정이 유쾌하면서 달달하고 재미있을 듯 합니다.

 

***이웃집 꽃미남 1회 리뷰는 내용정리보다는 이 드라마를 어떤 시선으로 볼까에 대한 개괄적인 리뷰글로 올렸습니다. 다음 2회 리뷰는 엔리케 윤시윤이 보는 세상이야기로 가겠습니다.

***독자분들... 댓글방은 열려있습니다.  웹툰을 좋아하는 분들, 댓글방에서 다른 웹툰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드라마 리뷰를 보는 재미도 더했으면 싶습니다.

 

***이웃집 꽃미남으로 새해들어 첫드라마 리뷰를 다시 시작했는데요, 나를 세상밖으로 끄집어 내 준 드라마나 책,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마음 나눠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드라마가 저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습니다. 유학생 엄마로 살림만 하면서 갇혀버린 생활을 하고 있을때, 저를 끄집어 내 준 것이 드라마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 리뷰라는 작업이 저를 블로그라는 공간에 가둬버리기도 했지만...

그리고 지금은 드라마 리뷰를 통해, 블로그라는 공간을 통해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소통이 이뤄지는 이곳이 제겐 세상과 연결된 또 하나의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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