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08 06:04




선덕여왕 40회에서는 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화두로 떠올랐지요. 진평제의 병세, 덕만공주의 혼인, 춘추의 혼인, 그리고 춘추공의 골품제 부정발언까지...뭐니해도 앞으로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은 춘추공의 "골품제는 천한 제도입니다"라는 경천동지할 만한 발언이겠지요.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춘추공(유승호)의 골품제 부정발언에 대한 진의에 대한 글을 올릴까 했는데, 그보다 앞서 미실에 대한 비담의 얘기부터 먼저 올리는게 순서겠다 싶네요. 춘추공의 발언에 대해 미리 한마디 하자면 골품제에 대한 발언은 귀족계급이 재편성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주 선덕여왕 리뷰글에서 정리할 생각입니다.

이번 글에서 언급하고 싶은 내용은 비담이 어머니 미실에 대한 감정을 정리했다는 부분입니다. 시청자들에게는 상종가의 인기와 관심을 받고 있는 비담이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비담처럼 불쌍한 사람도 없어요. 비담의 표정을 보노라면 요즘 다소 맥이 빠져 있는 느낌입니다. 비담의 강렬함에 환호했던 시청자들에게는 그런 비담의 모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드라마 속 비담의 표정은 보이지 않게 차이가 있어요. 요즘 들어 비담은 네가지의 표정을 보여줍니다. 덕만공주와 있을때는 공손함과 연모의 마음을 담은 눈빛, 춘추와 함께하고 있을 때는 탐색과 호기심 천국, 미실과 있을 때는 비난과 원망을 섞어 으르렁 대는 표정, 그리고 혼자있을 때는 야심을 도모하는 매와 같은 표정들로 바뀌고 있지요. 아, 새로 떠오른 캐릭터 복잡한 염종과 있을 때는 조직의 형님같은 모습도 보여주고 있기도 하네요. 미세한 차이지만 비담역할을 하고 있는 김남길은 나름대로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비담에게서 뜻밖의 표정을 보게됩니다. 비담과 미실의 대화에서 나온 장면이었는데, 이에 대한 얘기를 하기 앞서 신라 황실의 중차대한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도록 하지요. 지금 신라에는 핵폭탄이 떨어졌어요. 진평왕이 심장병에 걸려 목숨이 기약이 없고, 황실에는 아직 후계자도 세우지 못했으니, 황실후계자리를 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어요. 진평왕이 대소신하를 모아 후계자를 위한 부마 선발을 하겠다는데, 성골 남자는 없으니 1순위 후보들인 진골귀족을 추천하라고 하였지요.
그런데 덕만공주가 혼인을 하지 않고 스스로 왕이 되겠다고 선언을 해버립니다. 한번도 듣도 보도 못한 여왕이 되겠다고 했으니 조정은 이 해괴망측한 일을 두고 시끌법썩 난리가 나버렸지요. 그리고 이 문제를 화백회의에서 논의해 달라는데 진평왕을 비롯해 미실까지 뭐 이런 황당무계한 말이 있나 싶어 어안이 벙벙해져 버립니다. 특히 미실의 충격이 가장 크지요. 미실을 달래주기 위해 설원공이 함께 있어주고자 하는데도 혼자있고 싶다며 물리는 걸 보니 미실의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봅니다.

미실은 그제서야 덕만공주가 했던 말의 진의를 생각해 봅니다. 덕만공주가 나라의 꿈, 백성의 꿈, 부강한 신라의 희망을 노래하겠다는 허울좋은 말을 해대길래, 정치라는게 그런 환상을 꾸는 것이 아니라고 코웃음을 쳐주었는데, 정작 덕만공주가 되고자 하는 것이 왕이었다니 놀랍지요. 미실 자신은 한번도 나라의 주인이 될 생각을 못했기에, 아니 나라의 주인이 아니었기에 꿈조차 꾸지못하고, 그저 황후가 되고자 했고, 황후라는 위치에서 권력을 손에 쥐고 떡고물을 적당히 뿌려주면서 귀족들과 백성을 통치하려고 했는데, 덕만공주의 꿈은 자신의 꿈과는 한참이나 앞서 있음 알게 되지요. 미실은 성골로 태어나지 못해 꿈의 한계 속에 갇혀버린 자신의 팔자가 뼈에 사무치도록 또다시 원망스러워 졌겠지요.
"희망과 꿈을 꾸는 백성들은 신라를 부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저는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 그런 신라를 만들 것입니다"라고 또박또박 새겨준 덕만공주의 말을 상기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데 비담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기를 하고 있지요.
 
예측불허 돌발행동을 일삼는 덕만공주도 버거운데, 요즘 버린 자식 비담까지 은근히 미실에게 깐죽대니 미실은 죽을 맛이에요. 더구나 설원공이 비담과 덕만공주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덕만공주의 배필로 비담이 어떻겠냐고 묻는데, 제대로 키웠으면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겠지만 이제와 쏟아버린 물을 주워담을 수도 없고 아깝지요. 미실은 비담에게는 꽤 인간적인 모습 한가지는 있더군요. 진지왕의 피를 물려받은 진골이면서 자신의 아들이니 덕만공주와 맺어주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궁합이지만, 설원공이 미실에게 의중을 떠보자 안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버린 자식입니다. 이제와... 않겠습니다"라면서요.
미실이 이제와... 하면서 잠시 말을 삼키듯 뜸을 들이는데, 아마 미실은 "버렸는데 이제와 무슨 염치로 에미라고 나설 수 있겠습니까?" 이런 말을 삼켰으리라 생각해요. 비담이 버린 자식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충분히 고려해볼 수도 있었겠지요. 정치라는게, 아햡이라는 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자식이다 보니, 그것도 핏덩이 어린 자식을 버렸는데 양심에 걸려, 차마 그렇게까지 몰염치하게 계산하지는 못하는구나 싶더라고요. 
미실을 기다리고 있던 비담이 미실 염장을 지르지요. 그러잖아도 덕만공주가 말했던 꿈이니 뭐니 하는 말을 생각하며 심기가 불편했는데 비담까지 가세를 하지요. "(어머니,)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애초에 꿈의 크기가 달랐으니..." 라고요. 이제는 머리에 쥐가 날 판인데 그놈의 꿈 크기가 달랐다는 게 무슨 의미냐고 묻자, 비담은 잔뜩이나 비꼬는 표정을 짓는데 뜻밖의 행동을 하더군요. 비록 자기를 버린 어머니지만 새주라는 지위에 있는 미실을 대놓고 위아래로 흝으면서 대놓고 조소를 해버렸거든요. 제 개인적으로는 조금 충격적인 장면이었어요. 신라를 좌지우지 하는 권력 중심에 있는 미실의 새주라는 지위를 고려하고서도 안될 행동이었지만, 아무리 버렸다지만 한번도 어머니라고 불러보지는 못했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어머니에게 그런 행동은 너무 예상밖이었거든요. 비담의 분노가 저리도 가슴 모질게 컸던 것이었을까 싶어서 한편으로는 측은함도 있었지만, 비담이 무서워 지기도 했어요.

비담의 이와 같은 행동과 대사는 이제는 어머니 미실을 버리겠다는 결심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해요. 비담은 이전에 미실과 만났을 때는 주로 비난과 원망을 담은 말들을 던졌지요. 예를 들면 39회에서 황실서고에서 미실을 만났을 때, 미실이 비담에게 "공주의 명으로 춘추의 훈육을 맡았나 보구나"라고 관심을 보여주자 비담은 싸늘하게 미실을 원망하는 듯한 말을 남겼지요. " 제가 춘추공에게 오히려 배우고 있지요. 황실의 여러가지에 대해서 제겐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거든요. 태어나서 지금까지..."라고요.
이는 비담이 미실에게 왜 버리셨냐고 따지는 말보다 무서운 말이었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비담은 그때까지도 어머니 미실이 자기를 봐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태어나자 마자 버려졌기에 배우지 못했는데, 장성해서 나타났는데 지금도 품어줄 생각이 없느냐'는 원망섞인 비난도 섞여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번 40회에서 비담과 미실이 주고 받은 대화를 통해, 비담이 어머니 미실을 버리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새주께서는 어찌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허나 저의 덕만공주께서는 궁에 들어오기 전 아무것도 없는 빈손으로 와서 왕을 선언하셨습니다."라고 하는데 미실은 순간 서운했나 봐요. 비담이 굳이 힘을 줘서 저의 덕만공주라 표현하니 말이에요. 이에 비담은 "제가 선택한 저의 덕만공주"라고 다시 확인시켜주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목례를 하며 돌아서 버렸지요.   
돌아서 가는 비담과 미실의 표정은 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담은 미실에게 덕만공주를 선택했다는 말로 미실, 어머니 당신을 버리겠다는 표현을 한 것이지요. 비담에게 미실은 자신의 야심을 펼칠 발판으로 삼을만한 강한 배경이 될 수 있는 힘을 가진 인물이에요. 비담을 진지왕과 미실의 아들임을 인정하고 공표하게 함으로써 진골신분도 되찾는다면, 비담 마음속에 움트는 야심에도 한발짝 쉽게 나갈 수 있었을 텐데, 그 길을 버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덕만공주가 빈손으로 궁에 들어와 왕을 선언했다고 미실에게 한 말은 자신에 대한 말이지요. 어머니 당신이 버린 자식 역시 아무 것도 없이 맨손으로 궁에 들어왔다고요. 그리고 야심을 키워가고 있다고요.
비담이 미실을 위아래로 훑는 표정행동은 미실의 골품과 황후집착증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이 섞여있는 것이에요. 골품과 황후 자리때문에 자신을 버린 어미였으니까요. "색공으로도 얻지 못한 황후자리, 색공의 실패작 이 비담이 맨손으로 궁에 들어와 당신의 목을 어떤 식으로 조여갈지 이제 두고 보세요"라고 경고를 하는 듯한 비담이 그래서 무서워졌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 당신이 스스로 왕이 되겠다는 상상이나 했었더라면 저를 버리셨겠어요? 어머니가 덕만공주의 그릇이었다면 저를 버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당신의 그릇이 작은 것입니다. 저는 황후의 꿈밖에 꾸지 못했던 비정한 당신이 아닌, 덕만공주가 꾸는 큰 꿈을 같이 꾸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큰 꿈을 꾸겠습니다. 그 꿈을 함께 꿀 사람이 지금은 덕만공주입니다. 제 꿈을 위해 이제는 제가 당신을 버리겠습니다"
제가 선택한 저의 덕만공주라는 말은 이런 말이 함축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춘추가 덕만과 미실사이에서 애애모호하게 줄타기를 하듯 비담은 이제 새로운 줄을 만났습니다. 춘추라는 의뭉스러운 천재를 말입니다. 비담은 덕만공주와 춘추 사이에서 분명히 정치적 성장을 하게 될 것입니다. 덕만에게서는 애민정치와 신라 통치 이념의 방향을, 춘추에게서는 신라의 큰 지도를 꿰뚫는 깊이를 배우겠지요. 그럼에도 늘 비담을 예의주시하게 되는 이유는 비담의 난이라는 역사적 사실때문인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비담이 변화해 가는지 지켜봐야 겠지만 비담이 선덕여왕 재임 당시 상대등의 지위에 올라갔다는 사실은 비담의 난에 묻혀버리기에는 공헌 또한 컸으리라는 짐작만 해봅니다.
덕만공주의 꿈과 비담의 꿈이 현재로서는 경계선이 모호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담이 어머니 미실과는 등을 졌다는 것이지요. 물론 자신을 버린 비정한 어머니에게 등은 돌렸지만, 어머니를 향한 감정의 자리 한뼘쯤은 남아있겠지요. 미실도 그러하듯이요. 비담에게 어머니는 그리움이자 동시에 트라우마에요. 비담의 신분이 언제 공개적인 수면 위로 떠오를 지는 모르지만 드라마에서 한 번쯤은 어머니와 아들로서의 두사람의 갈등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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