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0 06:21




오전에 TV뉴스를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9일 "국제 외교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다"는 뉴스가 속보로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뉴스를 보고 든 생각은 "설마? 이렇게 빨리? 뭘 했다고?" 였어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케냐 출신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의 혼혈아로 어린시절 멸시와 조롱 속에서 반항아로 자랐습니다. 오바마는 할머니 손에서 자라면서 백인동네 유일한 흑인으로 열등감 속에서 마약까지 손을 대며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하버드 법대를 졸업해 인권변호사, 주 상원의원, 연방 상원의원을 거쳐, 미국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지요. 검은 케네디로 불리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오바마가 흑인 최초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세계는 환호했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또다시 놀랐네요. 
문학, 평화, 경제학, 물리학, 화학, 의학 등 6개 부문 중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평화상은 선정기준이 엄격하고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故김대중 대통령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했는데, 김대중 대통령도 평화상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 작업은 1년여 전부터 이뤄진다고 합니다. 후보 선정과정은 그 해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한 직후에 노벨재단이 과거 노벨상 수상자와 전,현직 노벨위원회 위원, 각 나라의 학계 등 명망있는 인물 1000여 명에게 다음해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편지를 발송하고, 편지를 받은 추천단은 다음해 2월 1일까지 추천 사유를 첨부해 재단 측에 제출하고, 노벨위원회가 이를 취합해 심사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선정 과정은 철저하게 비공개 원칙으로 진행되며 후보 명단은 50년 후에 공개된다고 합니다. 최종심사는 심사는 노벨위원회 '5인 심사위원회'에서 하고 심사와 표결 등 선정 과정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다고합니다. 수상식은 노벨 사망일인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지요. 

노벨평화상은 인류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를 평가하는 노벨상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최고의 상입니다. 노벨평화상의 취지에서 볼 때, 취임한 지 겨우 9개월 남짓된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미국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민들의 인터뷰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놀랍다, 뜻밖이다, 환영한다"는 반응으로 엇갈려 있는 것을 보면 미국내에서도 의외의 수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눈치입니다.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공약에 대한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것에 비난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수상소식에 대한 부정적 반응도 충분이 수긍이 가는 대목이라 보여집니다. 
지난달 오바마의 주재로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핵없는 세상'을 위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한 업적이라 할 수 있지요. 물론 결의안에 따른 구체적 결과물도 나와야겠지만 각국 국가정상들의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큰 성과였습니다. 또한 중동평화회담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과 종교적 갈등해소를 위한 오바마의 노력이 이번 노벨평화상 선정심사에 반영되었을 거라 보여집니다. 

이곳 캐나다에서 오바마에 대한 인기는 매우 높은 편이에요. 지난 대통령 선거때만해도 실시간으로 유세를 보여주고, 가상투표를 할 정도로 캐나다 자국보다는 미국의 대통령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 대륙에 있으니 어느 나라보다 가깝게 느끼고 있는 점도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상호보완의 긴밀한 관계에 있음 또한 큰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그런데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버락오바마 대통령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에는 대부분 놀랍고, 뜻밖이라는 반응입니다. 이제 취임 9개월밖에 되지 않은 오바마대통령이 그간 대통령으로서 크게 실적을 이룬 일이 없는데, 과연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과거에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장 등의 수상자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번 오마바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자격을 두고 다시 자격심사에 대한 의혹도 불거져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여 사유가 중동평화회담을 재개했고, 핵확산 방지와 군비축소를 위해 노력했다는 공로를 인정 받았다는데, 사실 아직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할만 했는가에 대해 시기상조였다는 시각이 많은 것을 보면, 노벨평화상 선정에 대해 앞으로도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여지네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수상선정 사유를 꼼꼼이 읽어보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핵무기를 감축하고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 것을 높게 평가했다"는 문구가 눈에 뜨입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이후 실적보다는 앞으로 잘하라는 격려와 채찍의 의미로 해석됩니다. 적대적 외교관계로 비난을 받았던 W 부시 전대통령에 비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대화를 모색하고 확실히 다른 면이 많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음에도 이런 큰 상을 수여한 것은 오바마에게 격려 혹은 의무감을 지우고자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발표현장에서 조차 어이없다는 듯 비웃음이 터져나왔다는 것을 보면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이 의외의 결과였으며, 또한 노벨평화상의 권위가 실추된 감이 없지 않지만, 이면에는 오바마 미국대통령에게 세계평화를 위한 책임감을 지웠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세계평화를 위한 구심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기대에 오바마 대통령의 어깨에 걸린 짐도 클 거라는 생각 역시 드네요. 구체적으로 행동하라는 압력같아 보이기도 하고, 미국의 대통령 자리가 참으로 큰 것(?)임을 새삼 느끼게도 했고요. 물론 미국 대통령이면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자격이 있다는 말은 결코 아니에요. 다만 오바마의 세계평화를 위한 노력, 그 진정성에 세계가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축하할 일이기는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감정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소식은 찜찜하고 달갑지는 않네요. 노벨평화상 수상에 걸맞는 정책을 펴가는지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는 격려의 의미와 인류 공통 과제에 행동하라는 요청의 채찍임을 오바마대통령이 수상소감으로 밝혔듯이 더욱 잘 인지하고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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