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20 10:56




대부분의 메디컬 드라마에서 시청자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의사의 능력의 성장보다는 환자를 껴안는 데서 느끼는 일종의 대리 힐링일 것이다. 모든 인간은 잠재적 환자다.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는 인간의 육체, 만약 사고를 당했을때 저런 의사를 만나고 싶다는 기대심리를 얼마나 잘 만족시켜주느냐에 메디컬 드라마의 성패는 갈린다고도 볼 수 있다.

 

장중첩증으로 성원대학 병원으로 이송되어온 민희, 너무 늦어 생명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민희가 성원대까지 오기까지 이 병원 저 병원에서 거부당했을때, 그 부모의 심정은 얼마나 애가 탔을까... 결국 살아나지 못한 딸아이의 사망통고를 받고 부모는 민희의 수술을 거부한 병원들과 죽게 한 수술 집도의까지 고소하겠다고 격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아이가 죽었는데,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섰을 것이다.  

성원대병원으로 실려왔지만, 너무 늦은 상황이라 수술을 해도 소생은 불가능했다. 만약 김도한(주상욱)이 정직을 당하지 않고 병원에 남아 있었다면, 그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가장 궁금한 대목이었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그는 20%의 성공가능성에 메스를 잡았던 미숙아 수술의 경우처럼 메스를 들었을까...

최소한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지 않았겠지만, 수술을 강행했을 지는 솔직히 미지수다.

 

첫집도로 환자를 잃은 차윤서(문채원), 시무룩해 있는 그녀에게 박시온(주원)은 최우석 원장의 말을 빌어 말해준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소생이 불가능했던 수술, 고충만(조희봉) 과장의 명을 무시하고 수술을 강행한 차윤서의 행동이 옳았을까? 불필요한 수술은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스를 든 차윤서에게서 시청자는 위안을 받는다. 최선을 다하는 의사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으리라. 살아나지 못한 민희로 인해 감정이 격해지기는 했지만 민희의 부모마음도 그랬을 것이다. 가망없는 수술이라 할지라도 어떻게든 민희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부모 자신들을 위한 자기 위로같은 것 말이다.

 

민희의 찢어진 옷을 꿰매 부모에게 전하는 시온, 민희와 민희 부모를 위한 시온의 위로방식이었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세계에서 사는 시온, 죽은 민희에게도 민희를 잃은 부모에게도 시온이 꿰매준 옷은 수술 이상으로 마음을 다독여준다.

최선을 다했다는 의사의 마음은 시체안치실 밖에서 민희와 함께 있어준 시온을 통해 전달되고, 억하심정으로 의사에게 민희를 잃은 슬픔을 토해내던 부모는 감정을 누그러뜨린다. 오히려 감사해 한다. 

환자와 보호자가 병원에서 상처받는 것은 치료과정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한다. 병원도 자본주의의 메카니즘에 의해 운영되는 영리기관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주객이 전도된다. 소위 손님이 왕이라는 말이 병원에서만큼은 특수 미용을 위한 병원을 제외하고는 통하지 않는다. 까놓고 말하면 병원의 손님인데도, 손님이 주인을 불편하게 할까 조심스럽고 고개를 숙이는 곳이 병원이다. 

 

민희의 죽음은 소아외과의 열악한 의료진과 의료시스템의 문제가 사실 크다. 그러나 고충만 과장의 경우는 분명 시청자에게는 열받게 하는 결정임에 분명했다. 소아외과가 있는 성원대병원이었기 때문이다. 

송사가 무서워 응급환자를 수술을 거부하는 것이 의사냐고 고충만의 명을 무시하고 수술방으로 들어갔던 차윤서, 수술이 끝나고 고충만에게 환자 가려서 수술하는게 의사가 할 짓이냐고 따졌던 김도한, 우리에게는 이런 의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상명하복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에서 김도한과 차윤서와 같은 의사가 얼마나 될까...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고충만을 향해 직격탄을 던지는 김도한에게 하트 뿅뿅된 것은... 환자의 마음을 대변해준 것 같아서 말이다. 

김도한에게서 보여지는 의사로서의 소신과 열정이 좋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김도한, 그 신중함은 동생을 잃은 아픔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생명을 다룸에 있어 의사로서 그의 냉철함은 신뢰를 얻는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사람이기에 생명은 더 특별하다. 박시온처럼 말이다.

그나저나 황당스러웠던 늑대소녀의 등장에 허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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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9
  1. 2013.08.20 14:5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초록누리 2013.08.21 04:29 신고 address edit & del

      아... 그렇구나.
      그런데 분장보고 허걱! 치료가 될때까지는 격리가 필요해 보이던데 실재 모델이 된 아이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2. dream 2013.08.20 15:04 address edit & del reply

    개 사육장에서 갇혀 학대 받은 아이에게서 따온 거라니까 오늘 본방을 보면 알겠죠뭐...
    앞의 동물원과 이 아이가 연결이 되게끔 한거 같긴 한데....^^;;

    • 초록누리 2013.08.21 04:30 신고 address edit & del

      드림님^^
      저도 그렇게는 생각해요. 동물원 데이트를 괜히 나간 것도 아닐 것이고...
      그런데 시온의 능력을 드라마에서 과대확장할까 좀 우려스럽기는 하네요.

  3. 용의재체기 2013.08.20 15:26 address edit & del reply

    윗분 말씀대로 그 개사육장 학대받은 아이가 모티브라더라도
    지금시점에서 갑자기 툭 튀어 나온듯해서 다들 황당하셨을듯 합니다
    서번트 신드롬 소재를 좀 더 잘 살리지는 못하고
    대본이 재미가 없어지고 있어요

    • 초록누리 2013.08.21 04:35 신고 address edit & del

      용의 재체기님^^
      시온의 톡톡 튀는 4차원 어록들이 줄어든 점은 좀 아쉽죠.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시온이 더 가까운 느낌을 주었던게 그런 엉뚱함들이기도 했는데... 물론 드라마니까 웃음포인트의 장치로 넣은 것이기는 하겠지만 말이죠.

      전 우려되는게 에피들을 만들면서 시온의 역할을 너무 확대할까 하는 점입니다. 시온의 능력이 아니라, 시온이 가진 따스한 마음이 주변사람들에게 시온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었으면 좋겠거든요.

  4. 수우언니 2013.08.20 17:16 address edit & del reply

    언제부터인가 ...나는
    아들의 방문을 내손으로 열지않고 노크를 한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가슴이 터질것 같은 장면들이 몇장면있었지만...
    시온 어린소녀 조정미간호사가 만들어내었던
    천국의 문을 노크하던 그장면을 잊을 수없다 .
    우리의 심장은 천극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노크하는 것 인가 보다 .
    그래서 천국의 문이 열릴때 심장은 멈춘다.
    더 이상 노크가 필요없기에
    우리의 심장은 뛸 필요가 없지않은가....

    초록누리님^^
    저는 김도한이 수술 하였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한이 윤서를 나무랐던것은
    사실은 자기의 몫이었던
    어린 소녀의 죽음을 대신 윤서가 져야했던 것에 대한
    자책이 그렇게 표현된 것입니다.
    저는 중간관리자로서 도한이 가지는 이중적인 태도가 남일 같지않네요.
    드라마에서는 의사들이 여러 모습으로 비추어지지만 ...
    속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사실은 환자들의 편견이라는 경종을 울려주기도 하는군요.
    갑.툭.튀가 있어 오늘 저녁에 또 닥.본.사합니다.




    • 초록누리 2013.08.21 04:43 신고 address edit & del

      수우언니님^^
      중간관리자로서의 도한은 자신이 책임을 지려는 멋진 서전의 모습이라 전 도한이라는 캐릭터가 참 마음에 듭니다.

      천국으로 가는 문... 그 장면 저도 동화 한편처럼 읽었던 장면입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억과 그리움, 전 그 장면을 보면서 엉뚱한 생각에 혼자 피식 웃었습니다.
      천국은 죽은 사람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 산 사람들을 위한 곳은 아닐까.... 살아있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그곳에 있다고 생각하며 드는 마음의 위로, 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는 정갈한 마음...들은 결국 산 사람들의 마음이니까요.

      수우언니님과 갑자기 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ㅎㅎ

    • 수우언니 2013.08.21 11:10 address edit & del

      초록누리님^^
      천국은 죽은 사림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이 가는 곳입니다.
      죽음은 내 것이기도 하지만 타인이 의해 살아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삶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살았다는 것은 내가 죽는다는 것으로 증명되거든요.

      그래서 죽음은 삶의 최종 성장과제이며 통과의례이고
      내가 인간이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진짜 삶으로 가는 죽음의 여정을 견뎌야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제게는 참으로 힘이 됩니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