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08 07:47




지난 주 벼농사특집에서 무한감동을 주었던 무한도전이 이번주 방송된 요리대결 식객편에서는 실망을 주었습니다. 물론 방송을 보고 난 후 개인적인 생각이고 느낌이겠지만 저는 솔직히 실망이 컸습니다. 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이 벼농사 추수 이전에 촬영되었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변명은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벼농사특집을 굳이 연결짓지 않더라도, 이번 식객편에서 멤버들이 보여준 행동들은 무한도전이 지향하고 있는 도전정신과 프로그램이 전달하고자 하는 공익(?)적인 의미까지 상실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예능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서의 웃음은 있었어요. 저는 쓴웃음도 지어야 했지만요.
10월15에 오는 귀빈이 누구였는지 모르겠지만, 귀빈에게 대접할 한국의 참맛을 찾으라는 미션을 두고 유재석팀과 박명수팀이 요리대결을 준비하는 과정이 이번 방송 내용인데요, 팀을 나누기 위해 우선 2인 커플 식사권 경품을 두고 개인별 요리대결이 펼쳐졌지요. 유재석은 바지락 해물칼국수(나중에는 수제비로 탈바꿈되었지요), 박명수는 김치찌개와 김치달걀말이, 정준하는 해물탕, 노홍철은 갈비찜, 정형돈은 보쌈, 길은 아귀찜 요리에 들어갑니다. 식재료와 주방기구는 한눈에 봐도 최고급으로 준비되어 있는 듯했어요. 
영문도 모른체 끌려와 각자 필요한 식재료를 가지고 음식만들기에 들어갔는데요, 이때부터 무한도전 멤버들은 패닉상태에 빠지는 듯 했어요. 평소에 남자들이 요리를 많이 해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재료 손질하는 것을 모르는 경우는 더더욱 당황스러웠겠지요. 특히 아귀찜을 선택한 길의 경우 아귀를 손질하는 방법은 금시초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귀를 난도질 하는 심정도 물론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멤버들은 요리에 임하는 기본이 없어 보이는 듯 했어요. 비교적 쉬운 요리에 도전하는 유재석, 박명수를 제외하고는 멤버들은 음식을 버라이어티의 소재로 삼아버립니다. 시작은 길의 어뚱한 행동에서 부터 이어집니다. 옆에서 해물탕을 끓이는 정준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정준하의 해물탕에 소금을 한움큼 넣는 돌발적인 행동을 했는데요, 이는 장난을 넘어서 먹을 음식을 만드겠다는 생각이 있는 건지가 의심가는 행동이었어요. 그것도 본인의 음식도 아니고 남이 하고 있는 음식에 그런 장난을 친다는 것은, 장난의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정준하의 밥솥과 자신의 탄밥솥을 바꿔지기 하는 행동까지 보여줍니다. 방송 중에 서로 속고 속이고 장난하는 게임성 사기는 저도 얼마든지 용납할 수 있고, 재미있게 보기도 했지만 저것은 아니다 싶더군요.
이어 보쌈을 준비하는 정형돈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는데요, 놀랍게도 인근 보쌈가게에 건 전화였어요. 보쌈을 주문했는데 어이없게 족발이 배달되서, 정형돈이 무슨 생각으로 보쌈주문을 했는지 의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연 이런 모습이 무한도전 멤버들이 몇년간을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던 모습이었는지 의심이 들더군요.
무한도전 멤버들은 본인들도 인정하기를 평균치에 미달하는 남자들이지만 좋은 성과가 아니라,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해왔습니다. 물론 좋은 결과가 더 많았었고, 최선을 다해 도전하는 그들을 위해 그동안 저를 비롯해서 많은 시청자들이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고 응원해 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번 식객편은 도무지 어떤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응원해 줘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음식재료를 가지고 장난치는 멤버들에게 누구나 처음이니 그럴 수 있다고 너그러워져야 하는 건지, 남의 음식에 초를 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다고 웃어야 하는지, 맛을 비교하겠다고 영업점에 전화를 해서 같은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을 노력이 가상하다고 박수를 쳐줘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기껏 한 음식을 개밥에 비유하는 것도 볼썽스러웠습니다. 쩌리짱 정준하의 해물탕을 소개하기 전 길이 방귀를 뀌는 바람에 정준하의 음식명이 해물뿡이 돼버렸지만 그것도 썩 유쾌하지는 않았네요.  
여기까지 보면서 저는 멤버들의 음식재료를 대하는 자세도 가관이었지만, 도무지 노력하려는 모습과는 거리가 먼 멤버들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제작진의 편집의도도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제작진은 이렇게 요리의 기본기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무도멤버들이 다음주 "이렇게 바뀌었어요" 라며 극적 감동을 위함임을 모르지는 않아요. 빵점요리사가 100점 요리사가 되었을때 감동도 클테니까요.
그런데 굳이 이렇게 까지 준비없이 멤버들에게 요리를 시켜서 눈살을 찌푸리게 해야했는지 전 이해가 잘 안되네요. 차라리 멤버들에게 요리실에 오기 10분전에라도 귀띔을 주고 재료를 어떻게 다루고 음식재료로 뭐가 들어가는지 정도는 알게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리얼 버라이어티 성격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입을 맞춘다면 신뢰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요.
요리실에 들어가서 알았다거나 가기전에 알았다고 해서 요리실력이 나아지지는 않았을 거에요. 하지만 적어도 요리재료를 그렇게 마구잡이로 고르거나, 비싼 재료를 이용한 요리가 개밥이나 요리뿡이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무한도전 멤버들이 그럴듯한 요리를 했어야 했다는 말이 아니에요. 재료를 망칠 수도 있고 태울 수도 있고 불필요한 재료를 넣을 수도 있어요.
문제는 멤버들에게 진지함이나 정성을 들이려는 모습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에요. "어머니의 손맛", "음식이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쌀 한톨을 얻기 위해 88번의 손이 가야한다" 이런 멘트가 갑자기 가식처럼 느껴졌던 것은 저뿐만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음식을 잘 만들라는 말이 결코 아니에요. 적어도 무한도전 멤버들이라면, 아니 도전과 의미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무한도전이라면 서툴고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여 주었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이런 모습은 1차 요리대결이 끝나고 팀을 나눠 본격적인 요리대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유재석팀은 허영만님의 도움으로 죽통밥과 떡갈비찜, 민어전에 도전하기로 했고, 박명수팀은 호박타락죽, 김치인삼떡갈비, 단군신화전, 김치샤벳으로 메뉴를 짰는데요, 그런데 박명수팀이 또 문제를 일으킵니다. 아프고 난 이후 더욱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박명수의 요즘 모습이 좋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실망을 했네요. 궁중요리 연구가로부터 고기를 잘 다져야 한다고 배우고 현장에서 직접 보기까지 했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고기를 통째로 믹서기에 갈아버리는 모습은 귀차니즘 대가 박명수다웠지만, 문제는 방금전에 배운 것을 그런 식으로 응용해버리는 모습이었어요. 식객에 도전을 하겠다고 했으면, 한국의 참맛을 찾으라는 미션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데 적어도 준비자세가 달라져야 하지 않았을까요. 첫날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서 요리를 했을때와는 이제 상황이 달라졌잖아요.  
유재석팀은 죽통을 구하기 위해 담양까지 내려가 대나무를 직접 구해오고 유명한 떡갈비 식당에서 요리비법까지 전수 받고 옵니다. 자문을 구한 허영만님을 모시고 떡갈비와 민어전을 대접하려고 준비하는 모습이 우왕좌왕 했지만, 하루 배웠다고 요리가 쉬울리는 없지요. 20년을 살림해 온 저도 집에 손님이 닥치면 허둥대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보기 좋았습니다. 재료를 직접 구하고 고기 손질까지, 기초부터 배워가는 모습은 무한도전의 참모습이었어요.
한국음식의 참맛을 찾으려는 멤버들의 셰프 도전기는 무한도전답게 의미도 있고, 우리나라 음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획의도라고 생각해요. 뉴욕까지 가서 촬영을 했다고 하니 저 역시 뉴욕편도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셰프도전에 앞서 한가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음식의 우수함에 앞서, 아니 그 어떤 요리를 통틀어 요리의 기본은 음식재료를 다루는 기본에서 출발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정성을 빼놓을 수가 없겠지요. 제아무리 훌륭한 미식가나 요리연구가를 모시고 요리비법을 전수 받는다한들 그 기본을 배우지 못하면 무한도전이 도전하고자 하는 식객과는 거리가 멀어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식객편에서 기획의도가 상실된 멤버들의 좌충우돌 요리입문편은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식객편은 지난주 벼농사특집의 감동을 엎어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다음주에는 이런 아쉬움들을 날려버릴 수 있는, 정말 무한도전다운 변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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