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1 08:15




선덕여왕 50회는 미실의 죽음을 위한 특별방송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이미 예고되었던 미실의 최후라 미실을 보내야 하는 준비는 했지만, 흐르는 눈물은 어찌할 수 없었네요. 그 동안 선덕여왕에서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했던 미실, 악녀였지만 미워할 수 없었던 그녀를 보내기가 쉽지 않네요. 비담도, 덕만공주도, 시청자도, 드라마 속 미실도, 그리고 고현정까지도 울게 했던 미실의 최후 장면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웠습니다.
덕만공주는 대치상태가 길어질 수록 전세가 불리하다는 것을 알지요. 덕만공주측이 생각해낸 묘책은 미실이 주둔하고 있는 대야성으로 향하는 수로를 끊고, 작은 지류에 독을 풀겠다는 위장협박 전술입니다. 덕만공주는 계획을 실행하기에 앞서 비담을 보내 미실에게 연합을 위한 회동을 제의하지요. 덕만공주가 수로를 끊고 독을 풀겠다는 계책은 삽시간에 소문이 나고 미실측 군사들은 동요하고 탈영하는 군사들도 늘어납니다.
비담을 밀사로 파견한 효과인지 독을 풀겠다는 협박때문이었는지 미실과 덕만공주의 평화회동은 성사됩니다. 덕만공주는 미실에게 연합을 제의했는데 솔직히 이 부분에서 덕만공주에게 또 실망을 했네요. 수많은 대야성 백성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미실에게 항복을 요구하러 왔다면 이해가 가지만, 미실같은 인재를 죽이고 싶지 않다고 화친을 제의한 것은 어불성설로 보여요. 미실의 야망, 왕이 되겠다는 꿈, 결코 포기하지 않을 미실의 성정을 모르지 않는 덕만공주일진데 이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인지...
자타가 공인하는 신라 최고의 인재 미실이, 그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 왕이 되겠다고 나선 것인데, 미실에게 엎드리고 들어오라고 제의를 하러 간 것은 납득이 가지 않았어요. 더구나 미실의 세력을 축출하는 것만도 몇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했던 공주가 미실이 궁으로 돌아오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임을 모른다는 것인지 한심스럽네요.
덕만공주는 미실에게 "이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그냥 살포시 제손을 잡고 궁에 들어와 다음 일을 도모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신국의 주인이 되지도 못할건데 후계자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저를 밀어주세요" 라고 미실 자존심을 뭉개버립니다. 미실은 아마 옆에 칼이 있었다면 칼이라도 빼들었을거에요. 활도 쐈는데 칼이라고 못들겠어요. 치미는 울화통을 침 한번 꿀꺽 삼키며 미실은 묻습니다. 신라 국경의 지명들을 대며 이 곳이 어딘지 아느냐고요. 그곳은 '미실의 피가 뿌려진 곳, 진흥대제와 피흘려 지키고 넓혀 온 신라의 국경'이라고요. "사다함을 연모했던 그 뜨거움으로 지키고 사랑했던 신라, 너무나 사랑했기에 가지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그런데 왜 자신은 주인이 될 자격이 없느냐고 물은 것이지요. 결국 혐상을 결렬되었고, 덕만공주는 미실을 공격하게 위해 출병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속함성의 병력이 미실을 지원하기 위해 향하고 있다는 보고가 날아듭니다. 속함성은 백제와 국경을 맞댄 최전방이지요. 미실은 승기를 잡을 수 있었지만 신라가 위험에 빠지는 일을 막고자 회군명령을 내리고, 결국 덕만공주에게 백기 투항하게 합니다. 피로 지켜온 신라, 미실의 모든 것이었던 신라가 위험에 처하는 것은 미실에게는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신라는 사다함 이후 그녀의 사랑이었고,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이었어요. 여왕의 꿈보다 컸던 그녀의 모든 것이었으니까요. 
설원공이 미실에게 왜 약해지신 것이냐고 물었지요. 미실은 약해진 것이 아니라며 여러 단계의 계획을 세웠고, 마지막 단계를 실행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미실의 마지막 단계, 그것은 비담을 위한 것이었어요. 덕만공주와 회동이 결렬되고 돌아가는 마차를 붙잡았던 비담에게 진흥제의 밀지를 빼돌린 이유가 뭐냐고 물었지요. "어머니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니까, 당신의 모든 인생이 부정당하는 거니까" 라고 말하는 비담을 안아주지도 못하고, 얼굴을 쓰다듬어 주려고 내밀었던 손 마저도 미실은 거두고 말지요. 다만 어깨를 한번 잡아주고 맙니다.
강한 척 하지 말라는 비담의 말에, 어머니라는 한마디에 미실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컥해 하는 모습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여준 미실의 약한 모습이었어요. 눈물 주르룩 흘리는 비담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 미실은 아마 피눈물을 흘렸겠지요. 미안함, 안쓰러움, 어머니로서 한번도 주지 못했던 사랑에 대한 회한을 안고 돌아서는 미실의 뒷모습은 그녀의 죽음 만큼이나 애처롭게 보였어요.
 
미실이 선택한 죽음은 음독자살이었어요. 죽어가는 미실에게 달려 온 사람은 비담이었지요.
얼마남지 않은 시간, 비담은 미실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합니다. "어머니라고 불러드릴까요? 버려서 미안하다고 사과라도 하시려고요? 아니면 그래도 마음 속으로 사랑했다". 미실은 정말로 비담에게 이 말을 하고 싶었을 거에요. 비담도 미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읽고 있었겠지요. 미안해서 차마 자신의 얼굴도 쓰다듬어 주지 못하고, 지푸라기만 떼어주던 미실이었으니까요. 
얼마남지 않은 시간, 미실은 비담의 야망을 걱정합니다. 비담은 미실이 남기고 가는 자신의 꿈이지요.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그게 사랑이야. 덕만을 사랑하거든 그리해야 한다. 연모, 대의, 신라 어느 것 하나 나눌 수가 없는 것들이다. 유신과도 춘추와도 그 누구와도 나누지 말아라" 미실은 죽어가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설원공에게 말했던 마지막 단계가 바로 비담이었으니까요. 
그리고 한점 흐트러짐없이 그림처럼, 그렇게 미실은 떠났습니다. 
저는 미실의 죽음을 보면서 미실의 마지막까지 놓지 못하는 이기적인 사랑에 전율이 느껴지더군요. 목숨을 바쳐 지켜온 자기의 사랑이기에 덕만공주를 이길 수 있었음에도 신라를 택했고, 그 신라를 남의 손에도 주려 하지 않은, 처절할 정도로 이기적인 사랑 말이에요.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사랑을 그 누구와도 나누지 말거라"  라며 비담에게 말하던 모습은 소름끼칠 정도였어요. 미실의 사랑은, 못이룬 꿈은 비담에게로 이어지겠지만, 미실은 죽는 순간에도 그 이기적인 사랑이 독이 되었고, 자신을 부숴버렸다는 것을 모르고 간 것 같아요.

처음 선덕여왕이 방송되었을 때, 신라사 어디에도 없었던 미실이라는 여인이 1400년간의 긴 세월을 달려 2009년 우리 앞에 나왔을 때 궁금했어요. 미실이 누구야?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미실이라는 희대의 여걸에게 매료되었지요. 미실이라는 인물은 세상 남자들이 품고 싶어하는 절세미녀, 권력욕의 화신, 뛰어난 정치가, 아들을 버린 비정한 어머니 등등 다양한 모습으로 장장 6개월을 함께 살다 선덕여왕 50회를 끝으로 돌아갔습니다. 옥처럼 찬란히 부숴져 버린 비련한 영웅으로, 이루지 못한 여왕의 꿈을 한처럼 품고서요. 목숨과도 바꾸지 않았던 미실의 자존심, 신라를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다간 그녀를 위해 한 가지 선물을 해주고 싶습니다. 지하에서라도 한이라도 풀게 해주고 싶어서요. 미실, 당신은 진정한 신라의 여왕이었다고요. (물론 드라마 속에서지만요).
최후까지 신라를 품고 지키고 간 미실은 어쩌면 진정한 시대의 영웅이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에는 한줄 없는 미실이지만, 드라마사에는 너무도 큰 이름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왕국 신라를 너무나 뜨겁게 사랑했기에, 죽음으로서 자신을 불태워버린 또 다른 신라의 여왕, 미실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미실이 되어주었던 고현정씨,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미실, 미실의 시대 안녕히..." 덕만공주는 이렇게 말했지만 저는 여전히 그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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