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5. 06:31




지난 주 좌충우돌 초보요리사들이  보여준 셰프도전기에서 음식재료를 가지고 장난치는 듯한 멤버들의 모습에 실망도 컸지만, 이번주는 "우리 아이 달라졌어요"의 프로를 보는 듯한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지난 주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길이 괄목할만한 변화를 보여서, 지난주 괘씸했던 마음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고기를 믹서기에 갈아버렸던 박명수도 팔목이 나갈 정도로 고기를 다져서 거의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정성도 보여주었지요. 
이번주 식객편 2탄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변화된 모습에 기분은 좋았지만, 한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었어요. 요리대결을 위해 모신 평가위원들 중 정말 모셔야 할 한 분이 빠진 것 같아서요. 바로 멤버들이 지난회 미션으로 주어졌던 어머니의 손맛 주인공인 어머니가 빠져서 조금 서운했어요.  

지난주 1탄 셰프도전기는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해 내는 미션을 주고 요리를 시켰는데요, 예상대로 요리는 뒤죽박죽이 되어 버리고, 거의 먹을 수 없는 수준의 요리를 선보였었지요. 그 후 한달 간 무한도전 멤버들은 팀별로 맹렬히 연습을 한 덕분에 이번주에 근사한 요리만들기에 성공을 했어요. 특히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저는 정형돈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더군요. 민어회를 뜨는 모습이 너무도 진지했고, 그간 생선회 뜨는 연습을 많이 했으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방송에서 보여준 정형돈의 칼질 정도가 되려면 족히 생선 몇마리는 희생되었겠더라고요. 물론 연습용 생선은 잘 드셨겠지요. 설마 버리지는 않았겠지요.ㅎ
귀빈접대를 위한 최종결전에 유재석팀은 떡갈비 숯불구이, 대통밥, 묵은지 김치찜, 민어전이었고, 박명수팀은 호박타락죽, 떡갈비, 해물신선로, 단군신화전, 김치샤베트를 대결메뉴로 선정하고 대결에 들어갔는데요, 전문평가위원 4명을 모시고 우승팀을 가렸지요. 압도적인 점수차로 우승은 유재석팀에게 돌아갔습니다. 유재석팀은 재료를 구하는 것에서 부터 요리를 하는 과정까지 보여준 정성이 가산점을 받았을 것 같네요. 담양에서 직접 구해 온 죽통이나 여수에서 공수해 온 민어는 재료를 구하는 과정이 곧 요리의 첫걸음임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지요. 물론 박명수팀도 애썼겠지만요. 심사위원 이혜정 요리연구가의 총평이 있었는데 박명수팀은 도전하는 요리였고 , 유재석팀은 대접하려는 요리를 했다고 총평을 내려주었는데,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더라고요.

그런데 무한도전 연출진은 시청자들과 멤버들을 보기좋게 속여주셨는데요, 궁금했던 VIP 귀빈이 상대팀 멤버들이었다네요. 조금 황당스럽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맥이 풀리기는 했지만, 한국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 멤버들이 더 긴장하고 노력했겠지요. 유재석팀과 박명수팀은 각각 상대방의 VIP가 되어서 요리를 맛보고 평가를 했는데, 전문위원들이 준 점수보다 훨씬 밑도는 점수를 매겨서 웃음을 주기도 했었지요. 박명수팀은 유재석팀에게 58점을 줬는데 유재석팀은 33점을 주었어요.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박한 점수를 준 것같네요.
무한도전 식객편은 멤버들의 셰프도전기, 외국인에게 한국의 맛을 알리자, 한국요리의 세계화, 국제화 등등 많은 의미를 붙일 수 있겠지만, 저는 두가지 의미가 눈에 띄었습니다. 하나는 한식의 첫걸음이 되는 재료에 숨겨진 맛, 즉 신토불이 우리 농축산물에 대한 메시지였고, 다른 하나는 이땅의 모든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었다고 생각했어요. 
한식은 특히 재료가 생명인 음식이에요. 제가 외국에 살고 있다보니 이런 것들이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데요, 하다못해 국, 찌개에 들어가는 대파 맛도 달라요. 아무리 맛을 내려고 해도 미국산이나 캐나다산 대파로는 그 시원하면서도 상큼한 맛을 낼 수가 없답니다. 오죽했으면 한국에 갔을때 대파를 숨겨와서 화분에 심어두고 잘라먹으면 안될까? 하고 몰래 가지고 들어올 방법을 고민까지 했을라고요. 물론 농축산물은 반입을 금지하고 있기때문에 안되는 일이지만요.

무차별적으로 들어 온 수입농축산물이 언제부터인가 시장을 장악해 버리고 있고, 가격경쟁에서 밀린 농가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는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매일 이어졌던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도 결국 미국산 쇠고기는 대형마트에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고, 심지어는 한우로 둔갑되어 팔리는 경우도 있다 하니 분통도 터지고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우리 농산물이 밀려나고 농축산 자영농가들이 시름하는 현실을 되새김질 해보자는 숨은 뜻이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한도전에서 유재석팀이 승리를 한 데에는 요리의 맛을 떠나 한식의 기본인 재료선정에서의 과정이 돋보였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한식의 세계화, 그 첫걸음은 한국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신토불이 재료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아무리 맛있는 진수성찬을 차렸다 할지라도 신토불이 우리 땅의 재료가 아니라면 외국사람에게 한복을 입혀놓은 것과 같은 거겠지요. 물론 100% 우리농산물만 사먹을 수는 없겠지요. 빠듯한 장바구니도 생각해야 하고, 또 우리농산물로 둔갑한 수입농산물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가급적 우리농산물을 우리가 소비해 줘서 지켜내야 겠지요.

다음으로 무한도전 식객편을 보면서 생각한 것은 정성과 감사였어요. 매일 가족들을 위해 수고하는 이땅의 모든 어머니들에게요. 그래서 전편에서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하라는 주문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저를 가끔 우렁이 각시에 비유를 하는데요, 그냥 뚝뚝뚝딱 했는가 싶은데, 조금 후에 요리로 탈바꿈해서 접시에 놓여있는 걸 보면 요리라는게 신기하대요. 아들녀석은 여자들은 엄마가 되면 다 우렁이 각시가 되나보다고 나름대로는 엄마를 기분좋게도 해주는데, 우렁이 각시가 순간에 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무한도전 멤버들도 처음 난폭운전수들 같은 모습에서 노력한 끝에 멋진 셰프들로 바뀌었잖아요. 매일 우렁이 각시가 뚝뚝 요술을 부리듯 차려지는 밥상에 얼마나 많은 수고와 정성이 들어있는지 무한도전 멤버들이 보여주었지요.가족들을 위해 매일같이 밥상을 차려주는 어머니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마음 또한, 이번 무한도전에서 보여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식객편 1탄의 주제 '어머니 손맛에 대한 기억'이 이번회에 연결이 되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쉬웠어요. 전문평가위원 네 분 외에 평가단에 어머니를 모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멤버들의 어머니, 혹은 시청자를 모시고 평가를 하는 것이 깜짝 기획되었더라면 많은 웃음과 감동을 주었을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물론 방송출연을 꺼린다면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평가를 해보게 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고요.  모시기로 했다는 VIP 귀빈이 어머니였다면 더 좋았겠지요. 

이땅의 모든 어머니들은 매일 VIP를 위해 음식을 만듭니다. 가족이라는 VIP들을 위해서요. 무한도전 멤버들이 유재석팀, 박명수팀으로 나뉘어 상대방의 VIP가 되었듯이 가끔은 어머니를 VIP로 대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매일 지겹게 요리하는 주부들은 라면일지라도 다른 사람이 끓여주는 것은 맛있답니다. 항상 자신을 VIP로 대접해주는 어머니를 위해서 한번쯤 요리사가 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무한도전을 본 후 우리 아이들에게 내일 하루는 VIP가 되겠다고 선언했답니다. 아들녀석은 라면을 끓여주겠다고 하고(이 녀석은 요리에 도통 관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귀차니즘의 대가랍니다), 딸아이는 핫케익을 만들어 주겠다는데 주방이 엉망이 되겠지만, 내일 한끼 정도는 저도 대접 좀 받아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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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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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루스(ruth) 2009.11.15 07:4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는 요리하는 거 지켜보는데 다들 기특(?)하더라구요. ^^

  3. 여행사진가 김기환 2009.11.15 07:5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사실 제가 테레비를 잘 안봐서...내용은 주로 이웃블로그님들한테 듣는 편인데요...
    초록누리님의 말씀이 정말... 감동입니다.
    눈물이 주룩주룩 ㅠㅠ

  4. 너돌양 2009.11.15 08:1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는 역시 무도다웠죠. 전 심사위원에 외국에서 시집온 부인들,근로자들일 줄 알았는데 그건 좀 맥없었지만. 하지만 우리네 일상에서 최고 귀빈은 머니머니 해도 가족들아닙니까

  5. 태아는 소우주 2009.11.15 08:29 address edit & del reply

    누리님의 글이 오늘 따라 감동적인 이유는
    수입 농산물에 대한 누리님의 생각과..
    대파도 어떤 것을 쓰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누리님의 음식에 대한 관조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겠죠?
    우리 큰 아이도 가끔씩 이아주 진한 커피를 만들어 먹어보라고 주고는 하는데..
    이쁜 따님의 핫케잌과 또 아드님의 애교 넘치는 솜씨에
    흐뭇한 대접을 받았을 누리님의 미소를 생각하면서
    살포시 미소지어 봅니다.
    이 땅의 어머니들을 위한 무한 도전 식객편이었군요..ㅎㅎㅎ

    • 너돌양 2009.11.15 11:15 address edit & del

      저도 태아는 소우주님과 마찬가지로 누리님 글이 상당히 감동적이였습니다.

      저로서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경지. 역시 누리님의 글은 아무도 따라갈 수 없는 달인이십니다^^

  6. 달려라꼴찌 2009.11.15 08:51 address edit & del reply

    무도에서 식객에 도전을 멋지게 했네요.
    느끼는 바가 커서 좋았던 내용이 짐작갑니다.
    아마도 많은 시청자들이 초록누리님같은 생각을 가지셨을듯 합니다. ^^

  7. 깜신 2009.11.15 10:48 address edit & del reply

    무한도전.. 참 잘 해나는 모습이 보기좋습니다.
    초록누리님 글도 잘 읽고갑니다.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8. 36.5˚C 몽상가 2009.11.15 11:1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천무야 보느라고 못봤는데, 이렇게 글로서 프로그램 분위기를 접해봅니다. 재방송하면 보고싶네요. ^^

  9. 유쾌한 인문학 2009.11.15 11: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오 핫케익.. 훈훈한 모습!!! 저는 뭐....

    항시 그러듯... 설거지 대마왕이라는.....ㅋㅋㅋ

  10. 빨간來福 2009.11.15 12: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 그래서 혹평을 호평으로 바꾸었다고 하는군요. 잘보고갑니다.

  11. 영웅전쟁 2009.11.15 12:4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마님 !!!!!
    잘 지내시지요?
    행랑아범, 마님이 이웃 블로그 모임 가시라 하셔
    갔다가 못본것 마님 리뷰로 대신 합니다. ㅎㅎ
    그나저나,
    마님의 뜻으로 가다가 오른손 화상을 입어
    타이핑도 잘 안되고 ㅠ.ㅠ
    글 적기가 영 쩝...
    나중에 블로그 모임 후기 보세요 ㅠ.ㅠ
    잘보고 갑니다.
    휴일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12. 에어헌터 2009.11.15 13:1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최고의 VIP, 역시 초록누리님,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예리하시군요.
    무한도전팀이 그 점에선 조금 뜨끔했겠는데요.
    한편 무한도전팀의 도전정신은 끝이 없군요. 한식요리스킬로 뉴욕까지 스케일을 넓혔으니, 다음주도 볼만하겠습니다.

  13. 핑구야 날자 2009.11.15 16:5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똑같은 입장에서 노력으로 보여주는 모습 너무나 보기 좋고 좋은영향을 주는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

  14. nopi 2009.11.15 17:0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번 화는 제대로였는가보네요... 못 봤는데 Orz

  15. 탐진강 2009.11.15 17:2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말씀이십니다.
    최고의 VIP는 어머니입니다.

  16. skagns 2009.11.15 18:3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좋은 말씀이시네요.
    최고의 VIP는 어머니죠...
    식당을 가도 어머니 맛과 비슷하면 맛집이라고 생각해요. ㅎㅎ
    남들은 뭐 이게 맛집이냐고 해도 말이죠.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17. gemlove 2009.11.15 22:4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네 ㅎㅎ 어머니가 대단하시다고 다시한번 생각하게된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 저희집은 이거 보고 전부 떡갈비 타령하고 있습니다 ㅋㅋ

  18. 내영아 2009.11.15 23:14 address edit & del reply

    핫케잌과 라면이라... ^^
    세상에 모든 어머니께 감사를 올립니다.

  19. PinkWink 2009.11.16 02:5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옳습니다... 어머니....^^
    갑자기 우리 어머니가 해주시는 곰탕이 먹고싶군요...
    어릴땐 한번 곰탕하시면 한달내내 나와서 질려했었는데...
    지금은 몹시 땡기는군요...^^

  20. 표고아빠 2009.11.16 06:20 address edit & del reply

    잘 지내고 계시지요.
    간만에 인사드리네요
    며칠간 교육에 참석하느라 많은 분들
    못뵙는게 무척이나안타깝더라구요.
    소위 블로거들 집합교육을 3일씩 하는데 컴도
    없는 곳에서... 무척 답답하면서도 한편 더 즐거운 시간들..
    어제는 저희 김장을 많이 했답니다.
    초록님 제가 김치좀 보내드릴까요
    농담 아니구요. 조금 나눠 보내드려도 될만큼 했답니다.
    무려 250포기정도 좀전에 포스팅 했답니다.
    김장 하는거 생각나시겠군요.
    정말로 보내드리테니깐요 주소한번 주세요
    물론 배꼽이 더 크겠지만 그러고 싶은 맘이예요
    너무 고마우시다면 나중에 거기서 나오는거 좀 보내주시면 되잖아요 ㅎㅎ

  21. 드자이너김군 2009.11.16 16:1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역시 어머니가 최고의 VIP입니다. 그래도 서로가 서로의 VIP라는 설정은 참 좋았던것 같아요~
    라면과 핫케익 맛있게 드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