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3 07:31




사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성형이라는 부분이 극히 개인적인 선택이고, 자유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문제도  아니고 자칫 민감한 글이 되지 않을까 염려해서 이다. 사실 요즘 연예인들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성형이라는 문제는 옵션 혹은 필수적인 것으로 보편화된 사회분위기 탓인지, 성형을 했다고 고백하는 연예인들에게 솔직하다고 호평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뻔히 보이는데 안했다고 오리발 내미는게 더 응큼스러워 보이고 비호감일 정도이니 말이다. 더이상 성형이라는 것은 감출 일도 아니고, 성형을 해서 컴플렉스를 보완하는 것이 훨씬 나은 경우가 많으니 실로 현대의학의 경지에 감탄할 따름이다.
나는 연예인의 외모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관심도 없다. 또한 개인적으로 드라마나 연예오락프로그램을 보며 외모와 연기력을 연결지어 글을 쓰지도 않는 편이다. 오히려 연출의 소홀과 대본의 허술함에 대해 지적을 많이 한다. 

성형주사, 감추고 싶어하는 세월의 흔적
드라마에 관련한 글을 쓰다 보니 예전에 비해 드라마와 연기자들의 작은 동작 하나에도 몰두를 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인가 부터 드라마나 연예오락프로그램, 토크쇼 등을 보면서 이상하게 시선이 불편해 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어느날 TV에 나타나면 대부분 뭔가 분위기가 변했음이 느껴졌는데, 대부분은 두가지 경우였다. 하나는 어쩔 수 없이 전해지는 세월의 흔적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마저 달라져 보이게 하는 성형이었다. 
이 글은 눈, 코, 입, 턱선 등등의 성형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톡스나 필링 등등이 성형의 범주에 들어가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에서는 소위 연예인들도 이제는 공개적으로 말하는 얼굴주사가 과연 캐릭터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싶을 뿐이다. 특히 중견 연기자들의 표나는 얼굴주사때문에 거북함이 느껴지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젊은 연기자들도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거의 필수적으로 하고 나오는 것 같은데, 예전에 비해 샤프함을 잃어버린 듯해 낯설기도 한게 사실이다. 왜 하나같이 호빵맨이 되려고 하는지...
그런데 얼굴성형의 부작용은 중견연기자들이 심각해 보인다. 사실 오랜만에 보는 중년의 연기자들을 보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아름다운 꽃도 한철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지만, 대부분은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인간은 누구나 늙는구나 라는 공평함 같은 것도 느껴지고, 함께 늙어간다는 일종의 동지애 같은 것도 느끼곤 했다. 연기 또한 나이에 맞는 옷을 입은 듯 원숙함도 느껴졌다.  

사실 예전에는 연기자들을 연기를 잘한다, 혹은 못한다는 생각만 하고 보는 정도였다. 1박2일이나 무한도전같은 연예오락프로그램 외에는 보지 않다가 드라마 리뷰글을 올리면서, 올해 7월에 블로그를 시작했으니 연예인들을 눈여겨 본 게 얼마되지 않는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와 대중음악 가수들에 대해서는 자주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 챙겨봐 왔기때문에 오히려 가수들을 더 많이 알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낯설기만 한 연기자들 표정때문에 드라마에 집중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었다. 바로 연기자들의 읽히지 않는 표정이었다. 특히 과거에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던 중견 연기자들의,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무표정한 표정때문에 감정을 읽기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중견연기자를 주인공으로 세우지 않기때문에 젊은 연기자들에 묻혀 분량도 적고, 대사도 많지 않아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뭐랄까 중간에 흐름이 뚝 끊겨버리는 듯한 느낌은 나만이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다. 왠지 심술맞아 보이고 불만스러워 보이는 뚱한 표정, 웃어도 웃는 것 같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표정, 인상을 찌푸려도 주름하나 지지 않는 양미간과 이마를 보며, 다만 대사와 목소리톤으로 어떤 상황임이 캐치되는 것이, 얼굴따로 대사따로 목소리따로의 불협화음일 수 밖에 없다. 나이 든 쳐키인형같다고 할까... 
실명을 거론한다는 게 예의는 아닌 것 같아 드라마를 통해 언급하자면 '쾌도 홍길동'에 나왔던 중견여배우를 보고 처음에 경악할 만큼 놀란적이 있었다. 풍선처럼 빵빵한 이마와 볼을 보고 터져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까지 들정도였으니 장근석과 함께 화면에 나올때마다 그 분위기의 생경함이란 어떻게 설명하기 곤란할 정도였다. 그 중견 여배우는 얼마전 종영한 '미남이시네요'에도 출연했는데, 처음보다는 적응된 탓에 그렇게 심히 놀라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거북한 것은 사실이었다. 푼수같고 감칠맛나는 연기는 잘했는데 2% 부족한 표정연기는 너무 안타까웠다. 그게 마법의 주사때문인지 다른 성형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이와 거쳐온 환경과 위배되는 듯 다리미로 편듯 반듯하고, 바람까지 넣은 듯한 빵빵함은 배역을 맡은 여자의 이미지와는 영 거리가 멀어보였다, 다만 옷차림과 말투만이 그녀가 맡은 여자의 성격을 짐작하게 할 뿐...
그리고 얼마 전에는 수상한 삼형제를 보면서 다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어머니로 나온 중견연기자의 심술맞아 보일정도로 빵빵한 얼굴은 극중 어머니의 성격을 감지하기가 힘들었다. 처음에는 저렇게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아닌데 왜 저렇게 뚱해보일까 하는 생각만 했는데, 세월의 흔적을 없애려고 한 마법의 주사가 득인지 해인지 묘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연예인들이 성형으로 더 젊게 보이고 싶어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얼굴이 생명인 배우들이 자기관리를 안하는 것도 문제이니까. 그런데 과연 극중 캐릭터와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하고 나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컨데 시장에서 힘들게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 역할, 혹은 가난한 과부 역할, 세상사에 이리저리 치인 중년의 촌로임에도 얼굴은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고, 주름하나 없는 팽팽한 얼굴로 50, 60대 연기를 하는 것을 보면 심히 드라마 몰입에는 지장을 준다. 즉 캐릭터에 대해 공감을 하기 힘들어진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연기를 못하지는 않은데 생뚱맞아 보이고, 심지어는 연기까지 전혀 살아나지 않는 부작용마저 느끼게 한다.
영화 '내사랑 내곁에'를 찍으면서 죽어가는 루게릭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김명민이라는 배우는 목숨을 걸고까지 체중감량을 했다. 솔직히 그렇게 무리하게 체중감량을 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분장으로 커버해줄 수 있었음에도 김명민은 연기의 완벽을 위해 목숨까지 걸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대한민국의 최고배우', '완벽한 연기자 김명민'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아니 오히려 부족함이 느껴질 정도이다. 

써클렌즈, 1초 요정의 이질적인 눈빛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연기자들이 요즘 너도 나도 끼고 나오는 써클렌즈이다. 얼마전에 인기리에 종영되었던 드라마에 모 여자 아이돌 가수가 출연했는데, 밉상연기를 참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화면이 클로즈업될 때 마다 왕방울만한 눈동자가 묘하게 거슬렸다. 표정은 화나고 밉상인데 눈빛은 그 감정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음이 보였다. 흰자위를 거의 덮을 듯한 큼직한 눈동자가 눈빛연기를 죽여버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써클렌즈를 착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확인하지 않은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요즘 드라마에서 많은 젊은 여자 연기자들이 써클렌즈를 착용하고 나오는데, 내가 보기에는 1초요정의 효과밖에는 없어 보인다. 예쁘기는 한데 살아있지 못하는 듯한, 때로는 눈동자만 보이는 듯한 표정은 얼굴 근육과 대사와 동떨어져 보이게 해서 뭐 하나가 꼭 빠진 듯하다. 큼직하기만 한 눈동자가 감정을 다 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눈빛이 강렬해서 예뻐보이는데, 계속해서 그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으면 나는 왠지 부담스럽고 사람눈동자가 아닌 듯한 이질감이 느껴져 무서워 보이기도 한다. 무대에서 역동적으로 춤을 추거나 화보로 볼때는 잠깐씩 스쳐버리기에 전혀 못느꼈는데, 드라마에서 눈을 거의 덮어버리는 듯한 큰 눈동자로 만들어 버리는 써클렌즈는 내가 보기에는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젊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하는 것을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다만 연기자라는 이름이 따라다닐때는 적어도 맡은 배역과 부합되는 이미지를 연출해야 하는 것도 연기자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직업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연예인들에게 성형을 하지 말라라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배역이 하루만에 주어지는 것은 아닐텐데 슛들어가기 직전에 과도한 마법술로 살려야 할 표정을 잃지 말라는 부탁을 하고 싶을 뿐이다. 알아보니 보톡스라는 주사를 맞으면 부기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자연스러워 진다는데, 맞으려면 좀 일찍 맞고 자연스러운 얼굴이 되었을 때 나왔으면 좋겠다. 드라마 끝날 무렵쯤이면 연기가 한결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유가 붓기가 빠졌기 때문이기도 해보이는 게 성형의 부작용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젊고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게 절대로 잘못은 아니고 비난 받을 일도 아니다. 나 역시 늙는 게 서럽고, 하나 둘 주름이 늘어가는 게 싫으니까. 그러나 연기자라는 직업을 가졌다면 적어도 한번 쯤은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마법의 주사, 혹은 피부성형이 연기해야 할 캐릭터를 살리는 빛이 되는지, 어색함이라는 그림자가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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