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예인의 외모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관심도 없다. 또한 개인적으로 드라마나 연예오락프로그램을 보며 외모와 연기력을 연결지어 글을 쓰지도 않는 편이다. 오히려 연출의 소홀과 대본의 허술함에 대해 지적을 많이 한다.
성형주사, 감추고 싶어하는 세월의 흔적
드라마에 관련한 글을 쓰다 보니 예전에 비해 드라마와 연기자들의 작은 동작 하나에도 몰두를 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인가 부터 드라마나 연예오락프로그램, 토크쇼 등을 보면서 이상하게 시선이 불편해 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어느날 TV에 나타나면 대부분 뭔가 분위기가 변했음이 느껴졌는데, 대부분은 두가지 경우였다. 하나는 어쩔 수 없이 전해지는 세월의 흔적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마저 달라져 보이게 하는 성형이었다.
그런데 얼굴성형의 부작용은 중견연기자들이 심각해 보인다. 사실 오랜만에 보는 중년의 연기자들을 보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아름다운 꽃도 한철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지만, 대부분은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인간은 누구나 늙는구나 라는 공평함 같은 것도 느껴지고, 함께 늙어간다는 일종의 동지애 같은 것도 느끼곤 했다. 연기 또한 나이에 맞는 옷을 입은 듯 원숙함도 느껴졌다.
사실 예전에는 연기자들을 연기를 잘한다, 혹은 못한다는 생각만 하고 보는 정도였다. 1박2일이나 무한도전같은 연예오락프로그램 외에는 보지 않다가 드라마 리뷰글을 올리면서, 올해 7월에 블로그를 시작했으니 연예인들을 눈여겨 본 게 얼마되지 않는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와 대중음악 가수들에 대해서는 자주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 챙겨봐 왔기때문에 오히려 가수들을 더 많이 알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낯설기만 한 연기자들 표정때문에 드라마에 집중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었다. 바로 연기자들의 읽히지 않는 표정이었다. 특히 과거에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던 중견 연기자들의,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무표정한 표정때문에 감정을 읽기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중견연기자를 주인공으로 세우지 않기때문에 젊은 연기자들에 묻혀 분량도 적고, 대사도 많지 않아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뭐랄까 중간에 흐름이 뚝 끊겨버리는 듯한 느낌은 나만이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다. 왠지 심술맞아 보이고 불만스러워 보이는 뚱한 표정, 웃어도 웃는 것 같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표정, 인상을 찌푸려도 주름하나 지지 않는 양미간과 이마를 보며, 다만 대사와 목소리톤으로 어떤 상황임이 캐치되는 것이, 얼굴따로 대사따로 목소리따로의 불협화음일 수 밖에 없다. 나이 든 쳐키인형같다고 할까...
그리고 얼마 전에는 수상한 삼형제를 보면서 다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어머니로 나온 중견연기자의 심술맞아 보일정도로 빵빵한 얼굴은 극중 어머니의 성격을 감지하기가 힘들었다. 처음에는 저렇게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아닌데 왜 저렇게 뚱해보일까 하는 생각만 했는데, 세월의 흔적을 없애려고 한 마법의 주사가 득인지 해인지 묘해지기 시작했다.
영화 '내사랑 내곁에'를 찍으면서 죽어가는 루게릭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김명민이라는 배우는 목숨을 걸고까지 체중감량을 했다. 솔직히 그렇게 무리하게 체중감량을 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분장으로 커버해줄 수 있었음에도 김명민은 연기의 완벽을 위해 목숨까지 걸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대한민국의 최고배우', '완벽한 연기자 김명민'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아니 오히려 부족함이 느껴질 정도이다.
써클렌즈, 1초 요정의 이질적인 눈빛
요즘 드라마에서 많은 젊은 여자 연기자들이 써클렌즈를 착용하고 나오는데, 내가 보기에는 1초요정의 효과밖에는 없어 보인다. 예쁘기는 한데 살아있지 못하는 듯한, 때로는 눈동자만 보이는 듯한 표정은 얼굴 근육과 대사와 동떨어져 보이게 해서 뭐 하나가 꼭 빠진 듯하다. 큼직하기만 한 눈동자가 감정을 다 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눈빛이 강렬해서 예뻐보이는데, 계속해서 그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으면 나는 왠지 부담스럽고 사람눈동자가 아닌 듯한 이질감이 느껴져 무서워 보이기도 한다. 무대에서 역동적으로 춤을 추거나 화보로 볼때는 잠깐씩 스쳐버리기에 전혀 못느꼈는데, 드라마에서 눈을 거의 덮어버리는 듯한 큰 눈동자로 만들어 버리는 써클렌즈는 내가 보기에는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젊고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게 절대로 잘못은 아니고 비난 받을 일도 아니다. 나 역시 늙는 게 서럽고, 하나 둘 주름이 늘어가는 게 싫으니까. 그러나 연기자라는 직업을 가졌다면 적어도 한번 쯤은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마법의 주사, 혹은 피부성형이 연기해야 할 캐릭터를 살리는 빛이 되는지, 어색함이라는 그림자가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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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pavarotti 2009.12.13 12:51 신고
공감 도 공감합니다^^
순리에 맞게 물흐르듯이 사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세월을 거슬러 역행하려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지적하셨듯이 주름 없애려거 호빵맨처럼 나오시는 나이든 연기자들 보면
상당한 거부감과 역겨움이 느껴지더군요 -
핑구야 날자 2009.12.13 14:05
셩형외과를 리뷰하고 계획중이지만
중요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는 일과
조금은 자신의 시선의 높이와 맞지 않는다고 다르게 대하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연애인이야 업으로 사는 일이니...뭐라할 수는 없지만
진정한 연기에 승부를 건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청자의 사랑을 받지 않을까요 -
표고아빠 2009.12.13 16:54
세상이 정말 누구의 판단으로 그렇게 흘러 가는지..
모든게 소비자의 판단들로 그렇게 되어가는거 같아요.
제가어제 표고버섯에 대해 글을좀 적다보니 정말 사먹는 소비자도, 생산하는 생산자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등급및 이름들이 자꾸 자꾸 많아지면서 생산자는 일이 늘어서 싫고
소비자는 정말 헷갈리고 그렇잖아도 복잡한 세상에 먹거리 하나하나에 그렇게 많은 정보들을
파악하고 살아야 한다면 정말 머리에 쥐날거 같아요.
모든게 자꾸 차별해야 살아갈수 있다는 경쟁에서 비롯된 그릇된 결과들이고 그 결과들에 맟춰 살아가려니 더 힘들어 지고 그런거 같아요.
성형도 비슷한거 같아요.
그랬든 저랬든 이쁘고 잘빠진 배우들이 우선순위로 지목되어 각광받는 대부분의 시장이다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몸에 칼데고 돈들이고 그런거 아닌가 싶은데 정말 이 세상의 흐름이 큰 문제가 있는듯한 생각이 들어요
예전엔 어땠을지 궁금해져요. 그렇게 하지않아도 되는 그런세상이 그리워질거 같아요.
농사일하면서 좀 자연적이고 싶은데 것도 맘대로 안되는 세상이구 그 세상에 부딫히며 살아볼 용기도 없는 그런 생활이네요 ㅎㅎ
좋은 주말에 괜한 넋두리를 하네요 ㅋㅋ
저두 열심히 이 세상에 발맞춰 살아가면서도 누구나 가끔 해보는 그런 생각들일 거지요
이해하여 주시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