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5 07:51




나의 하루는 아침 도시락 고민부터 시작된다. 아침에 뭘 싸줄까?
대개는 저녁에 미리 생각해두고 준비해야 아침에 허둥거리지 않기 때문에 전날 자기전에 미리 준비 해둔다. 오늘은 스파케티를 싸줬다.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집에와서 설거지 하고 집안일 하고 잠시 쉬다보면(대개는 잠을 쬐금 잔다) 애들 데리러 가는 시간이 임박해져 있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매일이 분주하기만 한 하루.

학교에 가서 애들 데리고 와서 간식 먹이고 잠시 쉬다 저녁 준비하고 저녁 먹고 또 설거지 하고 애들 좋아하는 누룽지 만들어 놓고 나면 한밤중, 잠자리에 들 시간이 돼버린다.
이런 일과가 매일 반복된다. 거의 매일이 똑같이.

설거지하고 누룽지 만들어서 접시에 두고 나면 비로소 '하루가 끝났구나' 손이 가벼워진다. 


세수하고 성서읽고 묵주기도마치면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하루가 정말 다 간거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성서읽기와 묵주기도 전에 우리 아들과 만나는 시간이다.

40후반 들어 자꾸 어깨와 목이 뻐근해지는게 나이를 속이지 못하겠다. 예전에 동네 아줌마들이나 어르신들이 어깨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고 하면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는 그게 뭔지 아는 나이가 됐다.
캐나다에 와서 너무 집안일을 많이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아, 작년에 교통사고를 한번 당해서 그 후유증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저녁이면 목이랑 어깨가 왜그렇게도 묵직하고 근육이 뭉쳐서 아픈지. 육체노동을 심하게 하지도 않은데 그냥 아프다.

그런데...아파서 행복하다.
왜?  우리 아들과 데이트하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들은 내가 잠자리 들기전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내 어깨를 주물러 준다. 뭉친 근육도 지긋이 눌러 풀어주고 두드려주고..
뭉쳐진 근육 만질 때마다 비명이 절로 나오지만 얼마나 시원한지..아침이면 일어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며칠전에 준형이가 친구집에 자러가서 안마를 못받았더니 다음날은 몸이 정말 달랐다. 아침에 몸이 무겁고 피곤한게 느껴졌다. 역시 우리 아들 손이 최고다.
5~10분간의 짧은 데이트지만 얼마나 행복하고 이런 아들을 내게 주심에 얼마나 감사한지 매번가슴이 뭉클해진다.

돌아앉아 있어서 우리 아들이 내표정을 보지는 못하겠지만 정말 눈물이라도 왈칵 쏟아질 것 같이 행복해하는 것을 우리 아들은 알까? 정말 이렇게 착한 아들 세상에 없겠다 싶은 것이다.
이녀석 속은 또 얼마나 깊은지..겉으로는 덜렁대고 단순해 보여도 속내가 얼마나 깊은지...

우리 아들 시험이 있거나 할일 많다고 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은 날에도 어김없이 내가 부르면 와서 안마를 해준다. 한국에서는 고3수험생. 나름대로 힘든 시간이지만 늘 여유있어보여 가끔은 걱정도 되고, 자상하고 나긋나긋한 성격이 아니라 툴툴거리는 일도 많지만 여전히 순진하고 순수한 우리 아들..
얼마전에는 아는 엄마가 아들이 정말 착하더라면서 나는 귀담아 듣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 듣고보니 진짜 우리 아들 욕심도 지나치게 없고 순진순수하다.

무슨 모임이었는지 기억이 없는데 생일 이야기가 나와서 선물 받고 싶은 것을 말해 보라고 했단다 내가. 그때 우리아들이 자기 생일에 받고 싶은 선물은 그냥 집안일을 하루만 하지 않게 해달라는 거란다. 난 뭐 그정도야 싶어서 알았다고 했는데 그이는 그 집안일이라는게 무엇인지 물어봤단다. 도대체 애들한테 뭘 그렇게 힘든 일을 시키나 싶어서..

그랬더니 우리아들 밥 먹을때 수저 놓는 일이랑 물 따라주는 것, 그리고 밥먹고 식탁정리하는 일을 하루만 면제해 달라는 거라더라고.ㅎㅎㅎㅎ.(일하지 않은자 먹지마라는 게 나의 밥상을 받는 사람에 대한 의무교육인지라 식탁준비하고 정리하는 일은 나랑 꼭 같이해야 한다)
그리고 한참이나 지나서 그 얘기를 나한테 해주는 거다. 그 집 아들 정말 순진하고 착하더라고. 바라는 생일선물이 어쩜 그렇게도 소박하냐고 요즘 애들 같지 않더란다.

요즘 부쩍 성숙해 가는 게 느껴지는 우리아들, 진짜 착하다. 많은 면에서.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사람들이 엄친아 부러워 한다지만 난 우리 아들이 제일 좋다.

우리 아들은 다른 사람들의 엄친아는 아니지만 내게는 '엄엄친친아'(엄마랑 엄청 친하고 친절한 아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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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
  1. sune 2009.07.30 03:0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드님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요~ *^^* 저는 아직 미혼이라서 자식이 있는 그런 느낌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글을 읽으면서 이런 아들이 있다면 정말 뿌듯하고 든든할 거 같은 생각이 드네요 너무 부럽습니다~~~.

    • 초록누리 2009.07.30 03:20 신고 address edit & del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들도 말 안들을 때면 궁뎅이 팡팡 때려주고 싶을 때도 많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