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세경이 미웠던 이유는 두가지에요. 하나는 세경의 나약함이고, 다른 하나는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만큼 자기 감정에만 빠져있었기 때문이에요. 시트콤 속 세경이를 응원하는 이유는 착하기때문이라는 것은 부언할 필요는 없겠고, 동생을 데리고 꿋꿋하게 세상을 헤쳐가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배려심많고, 순수하고, 자존심도 있고, 비굴하지 않고, 남에게 손 빌리지 않으려는 당당함이 좋았어요.
그런데 세경은 지훈의 말을 듣고 넋이 나간듯 멍해져서, 지훈이가 사준 빨간 목도리를 어딘가에 흘려버렸지요. 병원까지 와서 찾아봤지만, 목도리는 찾지 못했고요. 영화관에서 기다리던 준혁은 병원으로 세경을 찾아오고, 목도리를 잃어버렸다며 우는 세경을 보았지요. 목도리가 지훈이 사준 것임을 알게 된 준혁은 세경이 지훈을 좋아하는 마음을 알아 버렸지요.
준혁의 마음이 깨질 듯 아프듯이 세경이 준 생일선물마저 깨져 있었어요.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세경이 생일선물로 피아노를 쳐주었지요. 세경의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그런 세경을 바라보는 준혁의 마음에도 눈물이 흐르는 모습이었고요.
87화를 보고 글을 쓸까 생각했다가 다음회를 더 지켜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쓰지를 않았는데, 88화를 보면서 세경이가 또 미웠어요. 지금까지 그렇게 예뻐하고 아꼈던 세경이었는데 말이에요.
물론 이 글은 어디까지나 시트콤 속의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세경이는 드라마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세경이는 지훈이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지훈이와 정음의 사이를 세경도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지훈이는 세경에게 마음이 없다는 것도 분명히 했어요. 만약 지훈이가 정음을 사귀고 있으면서도 세경에게 가능성을 보여준다거나 세경을 흔든다면, 정말 지훈이는 나쁜 사람이에요. 쿨가이 지훈이 양다리를 걸칠 사람도 아니지만요.
세경이는 지훈에게 지훈이가 사준 목도리가 눈물이 범벅될 정도로 소중한 것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거에요. 마음도 없는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요? 전 부담스러울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역시 지훈의 입장에서지만요.
물론 시트콤 속의 장면 자체는 피아노를 치는 세경의 마음, 그것을 바라보는 준혁의 마음까지 와닿았어요. 이는 우리가 제 3자 시청자의 관점에서 세경과 준혁의 감정을 모두 읽고 있었기 때문에 이해되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드라마속 준혁이라면 입장이 다르지요. 목도리를 잃어버린 것, 지훈이 병원에서 했던 말, 준혁에게 미안한 마음 모든 것이 짬뽕되었겠지만, 그것은 세경 자신을 위한 연주였지, 준혁이를 위한 생일 축하연주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헤아려보지 않고, 자기감정에만 충실한 순수사랑이 과연 상대방을 위한 것일까요? 부담스러워 하는 지훈이의 마음도 헤아려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니까요. 또한 세경이 지훈을 바라보는 것이 힘든 것처럼, 자신을 바라보는 준혁의 마음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짝사랑은 똑같이 아픈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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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2010.01.15 21:31
세경에게 향한 준혁이 마음 역시..
지훈에게 향한 세경이 마음처럼 일방적입니다.
세경이 자신을 잘해주는 준혁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돌아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준혁이가 자신에게 애정과 열정을 쏟던말던
지훈때문에 아픈 내 마음이 먼저 아닌가요? -
casablanca 2010.01.15 22:22 신고
사랑하는 것은 이중적인것 같습니다.
자기중tla적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에게 한없이 관대해지지요.
그 상대가 단 한 사람이라는게 문제지요. 그래서 꽁깍지 씌었다고 하지요. -
그놈의 목도리 2010.01.16 01:04
저도 원래는 세경이 팬이었는데.. 그래서 세경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지세든 준세든 좋다고
생각했었지만...갈수록 준세에 더 큰 애정이 가더군요.
지킥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이 세경이었는데
빨간 목도리 잊어버렸다고 병원을 헤매고 다니며 우는거 보고는 ㅠㅠ
것도 가정부,,불쌍한 아이 - 라는 말을 듣고 나서도..
게다가 지훈이 앞에서까지 눈물을 흘리고 있으면 어쩌겠다는건지..
나 당신을 이만큼 사랑해요.. 제발 알아주세요????? - 저도 첨으로 세경이가 야속하더군요.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생일축하선물 대신이라며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또 눈물 ㅠㅠ -아이고
뭐..... 여기까지는 좋다 하죠.
워낙 충격을 받아서 (그런데 몰랐을까요? 지훈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랬다 치자구요.
그담날은 또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미련스럽게 앉아 사골을 끓이고 있어요..ㅜㅜ
정말 속이 터지대요..
티비 속에 들어갈수만 있으면 들어가서 사골냄비 엎어버리고 싶더구만.... (과격해서 죄송)
세경이 볼때마다 짜안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 제 여동생 같고 챙겨주고 싶고... 그녀가 잘됬으면 싶고..
그런데 목도리에피에 나오는 세경이 모습은 더이상 안봤으면 싶어요 -
오늘처럼 웃어라 2010.01.16 04:26
처지가 그런데 어찌 웃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처지가 안좋으면 늘 우울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주변에 편부모인 친구가 있었는데 같은 동아리면서 편부모란거 정말 느끼지 못했다. 긍정적으로 살아서. 암튼 제작진도 세경이 웃는 얼굴 좀 더 나오게합시다.
근데 지훈이 그저께 에피로 왜 욕먹는지 모르겠는데
지훈이가 소개시켜준다 그랬어도 세경팬들이 섭섭했겠죠?
사랑은 서로의 교감인거지 좀더 안됐다고 불쌍하다고 사랑의 감정이 생기는게 아닙니다.
여기 결혼하신 분들이나 연애하신분들 남친이나 여친이 자신의 처지가 딱해서 사랑을 하던가요?
내가 별로 이뿌지 않아도 나의 어떤 매력으로 인해 날 좋아하는거잖아요, 아닌가?
지나친 감정이입..지훈이 다른감정이 있네 어쩌네..사시인가봐요들.. -
사골은... 2010.01.16 05:53
세경이가 원해서 끓인 거였을까요? 장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현경이 그래도 끓이라고 했기 때문에 계속 끓이고 있는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세경이는 '가정부'니까 주인이 시키는대로 해야죠. 세경이에게 돈을 주는 사람은 지훈이가 아니고 현경아줌마인걸요.
자기 감정에만 충실한 세경이는 딱 그 또래 아이들이 사랑을 할 때의 보편적인 모습이 아닌지... 더군다나 세경이는 사실 준혁이의 마음을 알지는 못하고 있잖아요. 어쩐지 세경이를 위한 변명을 해주고 싶네요.
저는 여지를 주지 않고 딱 자르는 지훈이가 너무 좋고, 순수한 마음으로 세경을 좋아하는 준혁이도 너무 좋으네요. 세경이가 제 동생이라면 전 두말 않고 준혁이를 추천해주겠어요. 세경이는 지금 연애를 많이 해볼 나이이지, 결혼을 할 나이는 아니기에 상처받는 사랑보다는 사랑받는 사랑, 밝은 사랑을 하라고 권해주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