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1 14:35




지난 회 대길이 화살을 겨냥하는 장면에서 혹시 언년이를 봤나 싶어 노심초사했는데 알아보지 못하고  말았지요. 하긴 그 먼 거리에서 여인의 자태만을 보고 언년이인 줄 알았다면 대길은 초능력자였겠지요. 추노 5회에서 유심히 봤던 것은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들을 둘러싼 여인들의 사랑이 닮아 있다는 것이었어요. 특히 이번 회에서는 황철웅의 장애 아내 이선영의 사랑과 애사당 설화의 해금 가락에 담긴 사랑이 돋보였던 같습니다. 조약돌을 가슴에 품고 평생 그리움의 돌덩이를 안고 사는 언년이의 사랑 못지않게 말이에요.
저잣거리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추노에는 사람냄새가 진하게 배어있습니다. 멋진 짐승남들의 화려한 액션신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지만, 드라마 속 여인들의 사랑이야기 또한 드라마의 매력이지요. 첫사랑 순애보의 가슴시린 언년의 사랑이 있는가 하면, 저잣거리에서 몸을 파는 기생들의 사랑도 있지요. 저마다 사랑의 색깔은 달라도 순정만은 값싸 보이지 않습니다.
드라마 주인공들을 둘러싼 언년이 김혜원, 활철웅의 부인 이선영, 그리고 대길을 짝사랑하는 설화 이 세 여인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세 사람 모두 마음을 말로 전하지 못한다는 점이지요.

하늘만 바라보는 언년의 조약돌 사랑
평생 너랑 함께 살겠다며 꽃신을 신겨주고, 추운 날 자신이 언 손에 화로가에 얹어 데운 돌멩이를 꼭 쥐어 주었던 대길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언년이. 혼례 첫날 집을 나와 쫓기는 몸이 되었지만, 비단금침이 아니어도 하늘을 지붕삼아 송태하가 만들어 준 나뭇더미 움막안이 더 행복한 세상이에요. 만날 수 있다면 벌써 만났을것이고, 찾을 수 있다면 벌써 찾아 갔을 정인 대길은 너무 멀리 떠난 정인이지요. 언년이에게 대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에요. 너무 멀리 하늘나라로 떠났기에 전할 수 없는 말, 도련님, 사모합니다.

더럽혀진 몸이라 말도 못하는 설화의 해금가락에 담은 사랑
어쩌다가 대길패에 들어 온 애사당 설화는 첫눈에 대길이 마음에 듭니다. 대길이 가지고 다니는 여인의 초상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지요. 설화는 대길이 그 여인을 10년이나 찾아 다녔다는 왕손이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습니다. 사당패를 따라 다니며, 낮에는 재주 부리고 저녁에는 돈 몇푼에 몸을 굴려 왔던 설화지만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때로는 섬머슴처럼, 때로는 철딱서니 없어 보이지만 17살 설화에게 대길은 남자로 다가왔어요. 하지만 설화는 그림 속의 여인이 대길이 사랑하는 여인이라는 것을 알아 버립니다. 밥도, 바느질도 못하는 설화지만 이 바닥 저 바닥 굴러 다니며 남자들 심리는 꿰뚫어 볼 줄 아는 눈치는 누구도 따라 오지 못하지요. 대길의 말에 올라 탔을 때 부터 설화의 가슴은 방망이질이었지요. 
모닥불에 들러 앉은 대길패에게 밥값이라며 들려준 해금 연주는 대길에게 말 못하는 설화의 연정이었어요. 뒷집 도령이 앞집 낭자 보고 가슴 뛰는 소리라며 들려 준 가락에 자신의 콩닥거리는 소리를 담은 것이었지요.  더렵혀진 몸이라 부끄러워 감히 전하지 못하지만 설화도 여느 아낙처럼 오로지 한 지아비에게 순정을 바치고 싶은 17살 청순입니다. 오라버니, 마음은 대길 오라버니가 처음이에요.

글 한 자조차 써서 전하지 못하는 황철웅 부인의 사랑
한 번도 안아주지 않은 불구의 몸이지만 좌의정 여식 이선영에게도 지아비의 자리는 큽니다. 아버지 이경식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는 그의 딸이 잘 알고 있어요.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자신에게 신체건강한 멀쩡한 사내와 혼례를 시켜 준 아버지에요. 아버지가 가진 권력은 여자 구실 못하는 자신을 허우대 멀쩡한 훈련원 무관에게 시집 보낼 정도로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선영은 알고 있지요. 사실 지난 회 황철웅의 아내로 장애를 가진 선영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녀의 마음은 생각해 보지를 못했어요. 이선영을 연기하는 하시은이라는 배우를 몰랐기도 했지만, 그저 문소리처럼 연기를 실감나게 하는구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 회에 황철웅에게 전하고자 하는 그녀의 대사를 보고 놀랐어요. 뒤틀리는 손으로 붓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이선영이 놀랍게도 남편 황철웅에게 편지를 쓰려는 장면이었어요. 방에는 파지가 수두룩하고 붓은 화선지 위에서 뭉그러지고...
"서방님, 아버지는 무서운 분이에요. 맞서려고 하지 마세요. 이 말 한마디 전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하루종일 붓을 잡아도 한 글자도 쓸 수가 없네요. 서방님" 
방백으로 전해지는 이선영의 대사는 마음이 짠해져 오더군요. 첫날 밤부터 외면당했던 병신 몸이지만, 지아비를 향한 순정이 있고,  지아비 섬기는 사랑이 있음을 보여 주었지요. 영원히 선영은 서방님이라는 말도 못할 지도 모르겠어요. 평생을 단 한 번만이라도 입으로 전하고 싶은 말, 서방님...

이렇듯 드라마 추노 속 세 여인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슬픈 사랑을 하고 있네요. 언젠가는 이 세 여인도 마음을 전할 날이 오겠지만, 황철웅의 아내 이선영이 가장 안쓰럽네요. 어쩌면 죽을 때까지 한번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사랑이 될 것만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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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0
  1. 임현철 2010.01.21 14:44 address edit & del reply

    사랑은 참 묘하죠?

  2. 달려라꼴찌 2010.01.21 15:13 address edit & del reply

    모두들 애절한 사랑들입니다....

  3. 빨간來福 2010.01.21 15:3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그나저나 임재범의 낙인은 정말 좋던걸요. 몇번 불러보았는데, 끝부분에 좀 코드가 어려워 한참 찾고 있는중입니다. ㅠㅠ

  4. 둔필승총 2010.01.21 15:40 address edit & del reply

    아, 사랑이 뭔지~~~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시작하세요. 시차 계산 맞나요??^^

  5. 불탄 2010.01.21 15:4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만고에 사연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것이 사랑이겠지요?
    잘 읽어보았습니다.

  6. 세아향 2010.01.21 15:4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ㅋㅋㅋ 사랑은 도통 알수가 없죵^^
    좋은 오후되세요~

  7. pennpenn 2010.01.21 15:4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세쌍 모두 가슴시린 애절한 사랑입니다.
    특히 장애를 연기하는 이선영이 애처로웠어요~

  8. 윤서아빠세상보기 2010.01.21 15:5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그 사이 새글이 올라왔군요
    반갑다. 나름 톱 10안에 댓글을 달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황철웅 부인의 사랑이 너무 애절하죠
    글자 한 글자를 쓰지 못하는 ...
    남성 드라마 같더니 어제보니 여성 드라마 같기도 해요

  9. 자격증 2010.01.21 15:54 address edit & 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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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Phoebe Chung 2010.01.21 16:0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세 여인의 사랑이 절절하군요. 어느 시대이든 가슴 아픈 사랑은 있었겠지요.
    저는 다른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에게 사랑을 느낀 설화가 안타깝네요.

  11. blue paper 2010.01.21 16:1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추노가 그렇게 재밌다면서요? ^^

    저도 오늘부터
    재방송으로 1화부터 보려고요~

  12. 흰소를타고 2010.01.21 16:4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보면서 글을 쓰려고 온 노력을 하면서 나오는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대놓고 그러니 원망스러울 수도 있는데 말이죠..

  13. 핑구야 날자 2010.01.21 17:39 address edit & del reply

    추노와 약정 핸드폰의 관계???ㅋㅋ

  14. 라이너스™ 2010.01.21 18:2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보고갑니다^^
    좋은 저녁되세요^^

  15. 티런 2010.01.21 20:0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설화 너무 귀엽습니다.ㅎㅎ

  16. Uplus 공식 블로그 2010.01.21 21:1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글만 읽었는데도 선영의 사랑은 눈물이 날만큼 안타깝습니다 ㅠ
    흙 재방송으로 다 챙겨볼래요

  17. PinkWink 2010.01.21 22:2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한글자 적기가 너무 힘들다는 ... 그 부인의 독백이... 기억에 남네요^^

  18. casablanca 2010.01.21 22:2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여인네의 사랑이야기가 구구 절절 하네요.
    이런 스토리가 현대에도 먹혀드는것 같네요.ㅎㅎ

  19. 정부권 2010.01.22 09:3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ㅎㅎ 저는 윗분 댓글에 토를 좀 달자면...
    이런 스토리야말로 현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 같아요.
    대길이도 그렇고 혜원도 그렇고,
    제가 원래 의리파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ㅋ

  20. Zorro 2010.01.22 09:5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보는이마다 다 잼있다고 하는데.. 이번주말에는 정말 몰아서 하번 봐야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