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30 00:23




드라마 추노를 보면서 처음 의심을 품었던 것은 주인공 이대길의 진짜 정체가 뭘까?였어요. 그리고 4회정도 지나면서 거의 심증을 굳혔지요. 이대길의 정체가 '단순한 추노꾼이 아니다' 라는 쪽으로요. 사실 지난주에 대길의 비밀에 대한 글을 올리려다 시기를 놓쳤는데, 추노 8회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 일치하는 대길의 대사가 나와서 의심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 정리를 해 봤어요. 제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감정선에 치중하고, 또 다음이야기를 추리해 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가끔은 짧은 대사 한마디에도 복선이 깔렸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지난 글 <기생행수의 정체>에 대한 글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 주셨는데, 댓글을 보니 좌의정을 의심하는 분들이 많네요. 저도 의심가는 대목은 있지만, 좀더 지켜 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오늘은 대길의 정체에 관해 개인적으로 추측하고 있는 생각을 말할게요.
저는 대길이 단순한 추노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도망노비를 잡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귀로 소문이 나 있지만, 대길에게는 추노꾼 이상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를 거슬러 가면서 그 비밀을 하나씩 풀어 가보도록 하지요. 일단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대길은 아직은 정치적 성향은 없지만, 자신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는 혁명을 꿈꾸는 인물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혁명은 대길이 왕이 되겠다 혹은 권력을 잡겠다는 역성혁명의 의미는 아니에요. 아직은 끝에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작은 세상이지요. 언년이와 함께 평생 살 수 있는...
대길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증거를 기억나는 대로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월악산 짝개(짝귀)와 대길의 관계 
국경근처에서 대길패에 의해 붙들려 온 노비들 가운데 업복이와 노비모녀가 있었지요. 13살 어린 딸을 나이든 영감양반 수청을 들게 해서 도망쳤던 노비였지요. 수청을 드는 날 복면을 쓰고 그 양반집에 침입해서 대길은 모녀를 구하고 돈을 주며 월악산 짝개를 찾아가 안돈하고 살라고 했지요. 여기서 짝개는 짝계인지, 짝귀인지 정확한 이름을 모르겠지만, 아무튼 동일인물인 것 같아요. 짝귀는 송태하와 언년이 산중에서 만난 산적들이 울궈먹은 이름인 걸로 보아 월악산 일대를 주름잡는 유명한 산적 우두머리로 보입니다.

짝개라는 이름은 땡중 명안스님과의 만남에서도 한 번 언급이 되었어요. 명안스님의 포스로 보아 산속 외딴 절에서 염불이나 외우고 있을 분은 아닌 것 같아요. 무공도 있고, 과거 남대문에서 놀던 어쩌고 하는 걸로 보아 왈짜패거리에 몸담았던 전력이 있을 것도 같고요. 송태하를 놓친 대길이 절을 떠나면서 명안 스님에게 "월악산 짝개 만나거든 안부나 전해주쇼" 라는 말을 했는데요, 명안스님과 짝개라는 인물, 그리고 대길이 관계가 석연치 않아 보였어요.
월악산은 산세가 험하고 예로부터 산적과 화적떼가 들끓었던 곳이에요. 소설 장길산이나 임꺽정을 보면 월악산이 거사를 준비하는 소위 녹림거사들의 산채로 은둔했던 곳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월악산 짝개(짝귀)라는 인물은 단순한 산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길이 추노로 받은 거금은 어디로 갔을까?
제가 가장 크게 의심을 품었던 부분은 대길이 관리한다는 돈문제에요. 대길은 한양 좌포청 오포교(이한위)로 부터, 잡은 노비 한 사람당 30냥을 기본으로 수당을 받았지요. 노비에 따라 금액이 100냥짜리도 있었지만요. 그런데 대길패거리 왕손이와 최장군에게는 15냥씩 받았다며 중간에서 돈을 횡령하고 있어요. 그리고 받은 돈에서 반 이상을 떼서 이자돈을 놓고 있다고 하는데요, 돈에 관심없어 보이는 최장군은 별말을 하지 않지만, 계집질에 '하루 즐겁게 놀자' 주의인 왕손이는 불만이 많아요.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목숨 돈이나 맘껏 써보고 죽자고요.
그런 왕손이에게 대길은 훗날 안돈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듯 안심을 시켜 왔지요. 왕손이는 언니 대길이나 최장군에게 삐딱하게는 굴지만, 절대적으로 두 언니들을 따르는 인물이기에 크게 돈에 대한 의심을 품지는 않고 넘어갑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대길이 의심스러웠던 부분이 있었어요. 좌의정 이경식대감으로부터 송태하를 추노하라는 임무를 맡으면서 대길이 흥정한 돈은 오천냥이었어요. 오천냥은 당시로서는 눈 돌아갈 엄청난 큰 돈이에요. 그런데 대길은 왕손이나 최장군에게 500냥짜리 일이라고 거짓말을 했지요.
여기서 드는 의문 한가지, 대길 패거리는 천지호 패거리보다 일거리도 많았고, 그 바닥에서는 최고였는데 그동안 벌어들인 돈은 어디로 갔을까?에요. 꽤 많은 돈을 모았을 듯 싶은데 그렇게 큰 돈을 요즘 말로 사채시장에 풀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5천냥의 거금과 그동안 번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저는 이 돈이 월악산 혹은 다른 거사 자금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년에게 말한 대길의 꿈
이번 8회에서는 대길이 설화를 업고 가는 장면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대길의 정체에 대한 단서를 흘렸어요. 술 취한 설화를 업고 가면서 대길은 언년에게 약속했던 과거를 회상했었지요.
대길: 과거에 급제할 거야.
언년: 그 다음에는요?
대길: 아주 높은 벼슬을 할거야
언년: 그 다음에는요?
대길: 나라를 바꿔야지.
언년: 어떻게요?
대길: 양반, 상놈 구분없는 세상을 만들거야. 그래서 너랑 같이 살거다. 평생...
"나라를 바꾸겠다", "양반, 상놈 구분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는 대길의 말은 대길의 정체 혹은 비밀을 암시하는 중요한 중요한 열쇠에요. 대길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글공부했을 때부터 마음에 품었어요. 그 세상이라는 것은 언년이와 떳떳하게 신랑 각시하며 살 수 있는 신분없는 세상이었던 거지요. 대길이 10년간을 언년을 찾으러 다니는 이유는 집안을 몰락하게 한 증오심이 아니에요. 언년이와 함께 살고 싶어서에요.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라를 바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년이를 찾으면 평생 살 수 있는...

이런 미심쩍은 일들로 짐작컨데, 대길은 월악산에 최장군, 왕손이, 그리고 언년이와 살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길이 언년을 찾으면 언년이와 함께 살 그들만의 신분없는 세상이 필요하지요. 대길은 지금 그 세상을 월악산 어디엔가 마련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지요. 밭도 있어야 하고 집도 지어야 하고 말이지요. 대길이 추노꾼을 해서 감추고 있는 돈은 그것을 위해 쓰고 있다는 게지요. 혹은 새로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거사자금으로 만들고 있을 지도 모르겠고요.
현재까지는 전자같습니다. 대길은 정치적 인물은 아니거든요. 대길은 아마 송태하를 쫓는 과정에서 정치의식도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송태하를 쫓는 좌의정 이경식과 황철웅, 송태하가 구하려는 소현세자의 아들 석견을 둘러싼 정치판의 피바람이 대길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지요. 게다가 이경식이 대길을 살려둘 것 같지도 않아 보입니다. 천지호를 이용해 제거하려 들겠지요. 뒤가 구리니 닦으려 들거라 이말이지요. 이경식이 자신을 죽이려 들면 대길과 이경식이 적이 된다는 것이지요. 좌의정 이경식은 현 조선의 정치실세에요. 좌의정의 잔혹한 음모에 대길이 정치판에 대한 환멸에 눈을 뜰 가능성도 크고요.  
대길이 꿈꾸는 양반, 상놈없는 세상이 어느 한 편으로는 송태하가 꿈꾸는 세상과도 맞닿아 있다고 볼수 있지요. 정치가 개판이니 민심이 흉흉하고, 돈있으면 개똥이도 큰놈이도 양반되는 세상, 바로서지 못한 정치로 세상은 곪아가고, 다수의 평민들이 노비로 전락하고, 핍박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노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현 조선이라는 양반사회의 병폐가 낳은 현실이에요. 대길이 바라는 세상도 송태하가 바라는 세상도, 업복이가 바라는 세상도 아니지요. 이런 점에서는 세 사람의 이해관계가 어느 한 부분은 통하고 있지요. 송태하의 대의와 대길의 신분없는 세상, 양반세상을 엎고 종놈세상을 만들자는 업복이 세 사람이 어떻게 합일점을 찾아가는지를 보는 것도 드라마 추노의 큰 줄기가 되겠지요. 과거 송태하의 부하 장수들의 은밀한 움직임도 여기에 새로운 변수들로 떠오르고 있고요.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한 대길의 정체지만, 10년을 찾아 다닐 정도로 대길의 마음이 깊은 것을 보면, 대길이 언년에게 한 약속도 대길은 지키고자 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라를 바꾸겠다는 꿈 말이지요. 위의 의심가는 점들을 비추어 볼때 대길이 한낱 개차반 추노꾼만으로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추노꾼이 되기 전 대길의 행적도 묘연하고, 대길이 무공을 누구에게 익혔는지도 밝혀지지 않았지요. 글만 읽었던 양반집 도령이 길바닥 무술만으로 지금의 높은 무공을 다 익히지는 않았을 것 같고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대길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는, 거스를 수 없는 물줄기를 거슬러 가려는 인물 중의 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송태하와 마찬가지로 말이지요. 사람을 쫓는 대길의 눈빛에는 새로운 세상을 쫓아 달려가는 모습도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가 너무 앞서 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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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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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군과 함께 2010.01.29 16:38 address edit & del reply

    나중에 돈 때문에 왠지 큰 반전이 일어날듯싶어요..

  3. Reignman 2010.01.29 16:3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추노...아는 분이 1부 봤다가 푹 빠져버렸다고 하더군요.
    드라마는 원체 안보는데다가 사극은 더욱 안보는지라 과연 저도 빠질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ㅎㅎ

  4. 트루하트 2010.01.29 18:02 address edit & del reply

    누리님 글 읽으면서 놓쳤던 부분들을 다시 보게 되네요. 나중에 대길이와 송태하 그리고 업복이가 어느 지점에선가 같이 서게 되겠지요? 추노 간만에 보는 완성도 높은 참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되는데 이다해 노출 논란이 더 시끄러운게 좀 안타깝네요. 노출이 극 전개상 필요하다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다해가 좀더 양반댁 규수에 맞게 한복 옷 매무새를 했더라면 노출씬이 덜 선정적으로 보였을 것 같아요.

  5. 핑구야 날자 2010.01.29 18:28 address edit & del reply

    꼬맹이를 만나는 부분에서 찡하더라구요

  6. 푸른별 2010.01.29 18:54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정말 최고시네요...!!
    저 진짜 읽으면서 내내 감탄하면서 읽었어요...와....
    추노 리뷰 읽는 재미가 추노 보는 것만큼 재밌고 흥미진진하고..
    이렇게 공짜로 읽어도 되나 싶을정도로 감사하고도 고마운 심정입니다.
    글 정말 잘 쓰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7. 원더랜드 2010.01.29 19:00 address edit & del reply

    거 참, 하여튼 초록누리님 글은 대단합니다. 뭐 따라갈수가 없네요ㅎㅎ

  8. 악랄가츠 2010.01.29 19:0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오호 저도 대길이 빼돌린 돈의 출처가 궁금하였어요! ㅎㅎ
    분명히 노비들에게 베푸는 거 같은데 ㅎㅎ
    차차 내막이 드러나겠지요? ㄷㄷㄷ
    어제는 피곤해서 기절해버리는 바람에,
    못 보았어요 흑...
    밤에 잘 때, 보고 자야겠어요! 잇힝! >.<

  9. 새라새 2010.01.29 19: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제가 바빠서 그 인기(?)있는 추노를 못봐도 걱정 안하는 이유? 여기오면 다안다 ㅋㅋ
    식사전--- 저녁 많이 드세요... 식사후 --- 소화시키게 운동하세요 ^^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10. 루비™ 2010.01.29 19:3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재미있는 추리인데요?
    대길이가 횡령한 돈은 주식투자에 부동산 투기..??
    괜히 말했어~ 괜히 말했어~~--;;

  11. mami5 2010.01.29 19:4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두 그 많은 돈이 어딜갔으며
    누굴 위해 돈이 필요한지..사실 궁금합니다.^^

  12. Zorro 2010.01.29 21:0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역시나 초록누리님은 글을 잘쓰시는거 같아요^^
    오늘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당!~

  13. 2010.01.29 22:0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4. mark 2010.01.30 00:20 address edit & del reply

    ㅎㅎ 요즘 추노 재미있게 봅니다.

  15. 추노짱 2010.01.30 01:31 address edit & del reply

    대길짱~~

  16. 히히 2010.01.30 08:30 address edit & del reply

    몰랐던 부분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용^^ 감사함당^^

  17. 엘고 2010.01.30 12:1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대길이 새로운 세상을 바라는것이군요~~
    자주못뵈 죄송해요~~즐거운 주말되세요^^

  18. 건강정보 2010.01.31 01: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이부분 궁금했었는데
    초록누리님 글 읽다보니 왠지 그런것 같아요...ㅎㅎㅎ

  19. 잿빛영혼 2010.02.01 16:48 address edit & del reply

    그런데, 세인물들의 이상향이 닮아 갈 것이라곤 생각이 안들어요.
    잠시 같이 할수는 있겠지만 결국 각각의 자리에서 노력하다가 허물어지면서 끝날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20. 주니 2010.02.04 01:45 address edit & del reply

    결론은 이대길은 업복이가속한 당의 수장이라는 거지요^^

  21. 우어 2010.02.09 12:26 address edit & del reply

    ㅎㄷㄷ합니다.
    덕분에 앞으로 내용이 더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