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31 06:48




무한도전 복싱편은 예능이 아니었습니다. 눈물없이 볼 수 없었던 인간승리의 감동드라마였습니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은 아들 녀석이 무한도전이 끝나고 나서 한마디 합니다. "무한도전 너무 재미없어요" 지금까지 눈물 질질 짜고 있던 저와 딸이 놀란 토끼눈으로 아들을 째려보며 동시에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뭐라고!!!" 아들녀석 엄마와 여동생이 지른 소리에 뒤끝을 흐리며 슬쩍 방을 나가 버립니다. "아, 그게 아니고 진짜 감동이라고요" 
정말 그랬어요. 무한도전은 재미가 없었어요. 그냥 감동이었어요. 특히 이번 복싱편은요. 지난 주 최현미 선수와 쓰바사 선수의 사연을 방송으로 보고, 경기를 목매고 기다렸던 저희집 가족은 거의 30여분을 훌쩍이며 봤습니다. 경기 결과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링 위에 선 두 소녀의 혼신의 사투를 응원해야 했기에 절대로 놓칠 수 없었지요.
제가 TV프로그램 리뷰를 사진을 줄줄이 캡쳐해서 설명하는 글은 잘 올리지 않는데, 이번 무한도전 복싱편만은 사진으로 감동적인 장면들을 정리하고 싶어졌어요. 아무리 생생하게 현장에서 리포트를 한다고 해도 글보다는 사진 한 장이 선수들의 땀과 사투장면을 가장 리얼하게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링 위에서 싸우는 최현미 선수와 쓰바사 선수의 자신과 싸우는 모습을 글로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아요. 그녀들을 위한 응원 또한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그녀들에게 못다한 링 밖의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응원,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

두 소녀의 치열하고 아름다운 전투

기도, 힘내! 내 딸들아!

링은 나의 인생, 쓰러져도 웃으며 일어서리라.

장하다, 두 챔피언에게 박수를!
최현미 선수와 쓰바사 선수의 10라운드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저희집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어요. 평소에 스포츠 경기를 보며 우리 선수들의 선전에 환호하고, 아쉬운 장면에 한숨 쉬고 탄식하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지요. 평소에 그렇게 자주 나오던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국민박수도, "오! 필승 코리아"도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어요. 딸이랑 저는 훌쩍거리고, 아들은 형돈이 소매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처럼 연신 안경 사이로 눈물을 닦고만 있었지요.
경기가 끝나고 대기실로 돌아가는 쓰바사 선수, 그리고 챔피언 방어전에 성공했다는 암시만 전해 준 최현미 선수 허리에 두른 챔피언 벨트만이 클로즈업 되었어요.
아들이 한마디 합니다. "어! 아까 경기 끝나고 링 위에서 최현미 선수 벨트 찼었나?" 울다가 놓쳤나 싶어서 다시 마지막 라운드쯤으로 리플레이를 했어요. 경기 끝나고 챔피언 손을 올려주는 세레모니는 없었어요. 다만 최현미 선수와 쓰바사 선수가 웃으며 안는 장면으로 링 위의 모든 이야기는 끝이 나 있었던 거예요. 우리 아들 한마디 하더군요. "와, 역시 김태호 피디는 리얼이야." 김피디는 챔피언 판정 장면을 넣지 않음으로써, 두 소녀의 꿈을 향한 경기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승자들로 마무리를 했던 것이에요. 경기결과는 다 알고 있었고, 링 위의 승부는 가려졌지만, 링 밖에서는 두 선수 모두 진정한 승자였기 때문이지요. 링 위의 진정한 승자는 두 소녀의 꿈을 향한 집념이었음을 보여 주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아름다웠던 경기에 가장 아름다웠던 편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서 결국 저희집 가족들은 또 다시 눈물을 줄줄 흘리고 말았네요. 몰래 눈물을 닦던 아들녀석조차도 아예 대놓고 울고 말았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대신 쓰바사 선수 대기실을 찾은 무도멤버들은 진심으로 박수를 쳐 주었고, 형돈과 길은 끝내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말았지요. 경기 중에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두 소녀의 경기를 지켜보던 형돈이 끝내 쓰바사 선수를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옷소매로 눈물을 닦는데, 경기를 지켜봤던 시청자들의 마음과 같았을 거예요. 최현미 선수를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쓰바사 선수를 응원하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우리 모두에게 있었으니까요. 
뒤이어 최현미 선수도 쓰바사 선수 대기실을 찾았지요. 입구에서 만난 쓰바사 선수의 어머니가 최현미 선수에게 박수를 쳐주었지요. 딸의 왼쪽눈에 멍이 잡히고 부풀어 오르게 했던 딸의 상대, 쓰바사 선수에게 생애 첫 다운을 안겨 준 야속한 한국선수였겠지만, 승자를 향해 진정으로 박수 쳐줄 줄 아는 멋진 어머니였어요.
대기실에 들어 와 쓰바사 선수와 환하게 웃으며 포옹하는 최현미 선수에게도 승자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보여 준 친구를 향한 우정의 포옹이었어요. 최현미 선수가 쓰바사 선수의 멍든 왼쪽 눈이 미안했는지 눈을 쓰다듬어 주더라고요. 쓰바사 선수는 "OK"라며 괜찮다고 환하게 웃었지요. 치열한 경기가 끝난 링 밖의 이야기는 이렇게 인간적인 두 소녀의 환한 웃음이었고, 후회없이 싸워준 상대에 대한 고마움이었어요.
"복싱은 거짓이 없는 운동입니다(장정구), 철저히 자신과의 싸움이에요(박종팔), 인간대 인간으로 1:!의 시합에서 이겼다, 그때는 세계의 무엇과도 바꾸기 싫습니다(홍수환)" 는 말을 링 위에서 치열하게 보여 준 최현미 선수와 쓰바사 선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또한 두 선수의 꿈을 향한 아름다운 도전에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최선을 향해 싸워 준, 그리고 멋진 경기를 보여 준 최현미 선수와 쓰바사 선수 두 사람 모두 링 위에서도 링 밖에서도 진정한 챔피언들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은 이렇게 인간승리의 감동드라마라는 또 하나의 레전드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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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5 Comment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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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복비 2010.01.31 11:0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지금 다시 글을 읽다가 또 감동이 차오르네요 ㅠㅠ 무한도전 짱!!

    • 초록누리 2010.01.31 13:57 신고 address edit & del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한도전 감동적이었어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3. 시본연 2010.01.31 11:2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늘 초록누리님 글 보며 다시 한번 감동합니다.
    좋은 글 감사해여! 행복한 주말 보내세여>.<

    • 초록누리 2010.01.31 13:58 신고 address edit & del

      감사..
      시본연님 글 요즘 아주 날카롭게 가려운 곳 팍팍 긁어 주시더라고요.ㅎㅎ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고..더불어 아시죠? 무슨 말 하려는지...

  4. 트루하트 2010.01.31 13:16 address edit & del reply

    누리님 글 읽으니 다시 콧끝이 징해지네요....
    어떤 감동적인 영화보다도 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어제의 무도는.
    두 소녀 복서들의 집념이 맞닿는 링이 어찌나 처절하던지...
    태오 PD의 세련된 편집이 더 감동을 극대화 시킨 것 같아요.
    복싱, 예전에 참 싫어하는 스포츠였는데 두 소녀의 경기를 보면서 또
    예전의 챔피언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복싱이 담고 있는 매력을 느끼게 되었네요.
    아무튼 무한도전은 정말 대단한 프로예요. 항상 새로운 길,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면서도 많은 이들의 공감과 감동을 사니 말이예요.

    • 초록누리 2010.01.31 13:35 신고 address edit & del

      늘 이렇게 격려해주시는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그냥 지나쳤었는데 아들 얘기 듣다보니 태호피디님의 뜻을 알겠더라고요..
      이번 무도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오늘 행복한 일만 가득한 시간되세요^^*

  5. 불탄 2010.01.31 14:2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 포스트 만으로도 울컥 올라오는 감동이 있는데 직접 보았던 분들은 엄청났겠어요.
    소중한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6. ^^ 2010.01.31 14:40 address edit & del reply

    ㅋㅋㅋㅋㅋ 아들이 참 귀엽네요..ㅋㅋ 근데 전 재미도 있었는데 ㅎㅎ 어쨌든 정말 감동이었어요. 이때까지 무한도전 거의 빼놓지 않고 봤는데 이번편은 정말 많이 운거 같아요. 한일전이라 더욱 더 치열해질 수 있었지만 전 뭔가 쓰바사 선수한테 더 마음이 갔었던거 같아요. 물론 현미선수도 엄청 응원했구요. 뭐랄까.. 아버지 영정사진을 안고 응원을 하고 있는 쓰바사 가족들이 화면에 나올때 정말 슬프더라구요.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아 정말... 최고입니다. 무한도전.

  7. PinkWink 2010.01.31 15:1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너무 잘 봤습니다... 너무너무...^^

  8. 연구소장 안동글 2010.01.31 15: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으왓 정말 감동의 도가니탕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ㅠㅠ
    저는 제 시간에 보지 못했는데요 얼른 봐야겠습니당!
    역시 김태호가 짱짱 +_+

  9. 알알이 2010.01.31 16:37 address edit & del reply

    알려드리자면 츠바사 선수는 소녀는 아니에욤~~ ㅎㅎ 무도에서 두분다 소녀로 지칭하셔서 보니 현미선수는 90년생 츠바사 선수는 84년생 27체 다큰처녀더라구요 ㅎㅎ

  10. mark 2010.01.31 17:06 address edit & del reply

    여자로써 하기 힘든 격투기인데 대단해요. 권투는 목표가 주로 상대방 얼글이잖습니까. 전광석화같이 날아오는 상대방 펀치를 눈하나 까닥 하지않고 피한다는 게 보통 담력이 아니라고 하넏데...

  11. 금종범 2010.01.31 18:5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번 무한도전의 복싱 특집은 그리스의 옛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카타르시스(Catharsis)'를 현대적인 의미로 제대로 느끼게 해준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카타르시스하면 일반적으로 기쁨, 즐거움, 희열 등으로 해석을 하는데요,
    원래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거하고는 약간 다른 개념이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을
    [슬프거나 어두운 느낌의 것을 보면서 느끼는 공포나 연민의 감정을 통해
    인간의 정서가 순화되고, 이러한 감정의 승화 과정이 인간에게 미적 쾌락을 체험시켜준다] 라고
    생각한거죠.

    복잡한거 같지만 쉽게 생각나도록 말해보자면......
    우리가 공포영화나 비극적 멜로드라마를 보는 이유가 바로 그런거잖아요.
    분명 여가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 영화를 보러 가는데,
    왜 우리는 웃기는커녕 소름끼치게 무섭거나 눈물 질질짜내게 하는 슬픈 영화를 볼까요?

    바로 그게 [카타르시스] 때문이라는거죠.
    그런거 보고 나오면 속과 마음이 후련~해지는 그런 감정을 체험해 보셨죠?
    그 맛에 그런 영화를 보는거구요. 무한도전이 우리에게 느끼게 해준 감정이 바로 그런거에요.
    혹자는 재미가 없다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카타르시스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고 하는 소리겠죠..

    무한도전의 끝은 어디인가 정말 궁금합니다그려.....

  12. 정말. . . 2010.01.31 21:11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이번 무한도전은 재미없었지요? 오랜만에 눈가에 이슬이맺히면서봤네요^ ^

  13. 새라새 2010.02.01 08:4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원래 무한도전을 잘 안 보는데 요즘 이 주세에 대해서 글이 많아 대충은 보지않고도 알것 같더군요..그런데 예전보단 덜 재미있지 않나요?
    2월 초록누님 좋은글 많이 부탁드려도 되죠...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14. 아미누리 2010.02.01 09:1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감동이였습니다.

    또한 승패 결과를 암시로만 방송한 거.. 무한도전의 깊은 생각이 아닌가 싶어요. ㅎㅎ
    좋은하루되세요~

  15. 둔필승총 2010.02.01 09:45 address edit & del reply

    아,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몰려드네요.^^
    초록누리님 행복한 2월 시작하세요~~

  16. 티런 2010.02.01 10:2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눈물찔끔...몰래 쓱쓱 닦으며 봤어요.

  17. 2010.02.01 10:4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8. 포도봉봉 2010.02.01 10:56 address edit & del reply

    다시봐도 눈물이 ㅠㅠ
    아 진짜 무한도전 이번편은 봐도봐도 감동적이에요.

  19. 흰소를타고 2010.02.01 14:1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박진감넘치고 감동이 철철 넘치는...
    승패를 가르지 않고... 둘 모두에게 따듯한 시선을 보낸 정말 최고의
    회였던 것 같습니다.
    김태호는 김태호네요 으흐..

  20. ^0^ 2010.02.01 17:04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무도의 편집능력은 최고인거 같아요.. 그리고 복싱경기를 편집해서 보니 오히려 복싱의 매력이 좀 더 와닿는거 같더라고요..^-^

  21. 펨께 2010.02.01 20:54 address edit & del reply

    글을 읽고 있자니 눈물이 다 찔끔...
    무척 감동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