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회에서 언년이와 송태하의 키스신은 제작진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게 사실입니다. 저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최악의 장면으로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글을 올리고 나서 여러가지 고민을 했습니다. 장면의 쌩뚱맞음에 대한 비판을 했고, 그리고 생뚱맞을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두 사람의 감정선이 와닿지 않는다는 말도 했지만, 캐릭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을 피한 것 같아서 말이지요.
지금까지 방송된 추노를 다시 보니 언년이는 송태하를 만난 것을 분기점으로 캐릭터가 변질 혹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회에서 언년이는 대길의 회상을 통해 처음으로 추노에 등장했었어요. 언년이에게 따뜻하게 달궈진 돌을 쥐어 주는 장면이었지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 이러셔요" 라며 대길을 밀치는 장면을 기억하실런지 모르겠네요.
언년이가 캐릭터의 난항을 겪은 것은 보부상들로부터 봉변을 당할 뻔 때부터인 것같습니다. 이때가 송태하를 만나게 된 시점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 후 가장 많이 대사를 주고 받은 인물이 송태하지요.
마찬가지로 원손의 안위를 팽개치고 달려갔던 송태하가 욕을 먹어야 했던 것이었고요. 물론 송태하가 언년이를 데리러 간 것까지는 이해했을 겁니다. 여자를 버리고 갔다면 송태하 역시 사내답지 못했을테니까요. 그런데 일각이 여삼추인 절박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키스까지 했으니 시청자들은 분개했던 것이지요.
다시 한 번 언년이는 집을 나선 이유도 목적지도 없는 채 그저 송태하의 길을 지체시키거나 일을 그르치게하고, 혹은 주변인물들을 죽게 만들어 버리는 그야말로 문제아가 돼 버린 것이지요. 따지고 보면 송태하의 스승 임영호를 죽게 한 것도, 호위무사 백호의 죽음도 다 언년이때문에 비롯된 것이니까요. 언년이 민폐리스트가 근거없이 나돌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물론 언년이가 송태하와 혼례를 올렸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은 대길과 교차해서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었음을 모르지는 않지만요.
저는 우선은 언년이가 옷을 벗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년이는 현재 입고 있는 고운 한복 속에서 갇혀 있습니다. 흔히 옷이 사람을 말한다는 말을 하지요. 언년이는 사대부 양반아낙의 정절과 지체를 상징하는 옷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습니다. 여종 옷을 입은 언년이는 여종 중에 참한 정도의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안방마님의 옷을 입고 도망관노와 도망을 다니는 처지에 있어요. 언년이는 그 옷 속에 갇혀있는 것이에요. 옷에 맞는 언행을 하려니 품위는 갖춰야 하는데 상황은 급박하고, 그러다보니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도 우아하게 자수를 놓고 있는 모습이에요. 그러니 답답하고 어울리지도 않지요.
그 옷을 찾아 입혀주자는 것입니다. 언년이가 진짜 입고 싶었던 옷말이지요. 언년이가 반가의 규방마님이 되고자 했다면 굳이 집을 나설 이유는 없었어요. 언년이가 집을 나선 이유는 자신이 누리고 있는 가짜 세상에서 도망나왔던 거예요. 그런데 송태하를 만나면서 다시 그 가짜 세상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정갈하게 송태하의 옷을 개켜주고, 숨이 헉헉 차는 연약하기만 한 여인으로 말이지요.
하루 빨리 언년이의 캐릭터를 찾아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언년이가 지금의 답답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언년이는 그림 속의 인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추노꾼 이대길의 오늘을 있게 한 중심인물이 이렇게 갈 길을 못 찾고 헤매고 있다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아름다운 언년이는 있으나 사랑받는 언년이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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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ebe Chung 2010.02.08 15:11 신고
그냥 언년이를 잡히게 해서 언년이를 드라마에서 빼버리는게 나을까요? 하하하....
얼른 캐릭터를 강하게 해서 불편하게 시청하는 일이 없도록 햇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리뷰읽는 저도 재미날텐데요.^^ -
핫초코 2010.02.09 15:40
추노펜인데요..정말 님말씀처럼 언년이 변화가 시급합니다. 이렇게 인기있는 사극에서 10회가 넘었는데 아직도 여주에게 닥빙이 안된다니...ㅜㅡ; 안타까워요... 저는 언년이가 거슬리거나 하진않는데도 어쩜이리 매력이 없을까 싶어요. 구지 연출이나 캐릭터의 모호함,작가의 문제라고 생각진않아요. 똑같은 캐릭터도 연기자의 발성이나 모션연기?로 매력적으로 만들수 있지않을까 싶은데 좀 아쉬워요... 그예가 추노의 모든 조연들이죠. 특징없는 대사하나하나인데도 어쩜그리들 매력적이고 리얼리티가 살아있을까싶으니까요.. 그래도 아직 14회가 남았으니 기대해봐야죠 ^^
매력적으로 탈바꿈 할 다해씨의 언년이를~ -
꽉꽉눌러담어 2010.02.11 07:25
그렇긴해도 언년이가 넘 오버해도 조선시대 여인네와는 거리가 멀어지니...
제 생각엔 포커스를 조연보다 주연들에게 맞춰주는게 나을 것 같은데요.
팔도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주막이 어디 거기 뿐인가 ?
마의가, 화가가, 포교가, 조선 시대 그들 뿐이었는가 ?
쌈도 못하고 부하도 잃었는데 무슨 미련이 남아서 아직도
저작거리가 힘이나 주먹이 아닌 "나이"가 지배한다는 논리를 펴는가 ?
조연들의 밥그릇 사수가 언년이를 타락천사로 만들어가는듯.
예전에 잘 나갔던 배우들이 조연으로 살짝 비춰주면 더 재밌겠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