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18 08:57




추노 13회는 눈물의 결정판이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처음으로 작가와 제작진이 원망스럽더라고요. 이렇게 가슴을 후벼파도 되나 싶어서 말이지요. 그토록 찾았던 언년이를 두고도 발길을 돌리는 대길이의 눈물,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도련님이 살아있음을 본 언년이의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 대길에게 다가설 수 없는 설화의 가여운 가슴앓이, 그리고 부하들이 개죽음을 당한 것을 알고 미쳐가는 천지호까지 안방을 눈물로 적셔 버렸네요.
주인공들의 감정에 함께 울고 흐느적 거렸던 추노 13회 줄거리는 눈물의 명장면들로 두 파트로 나눠올려야 할 것 같아요.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최고의 명장면을 보여주었던 대길의 눈물과 대길을 본 언년의 눈물부터 먼저 정리할 까 합니다.

이게 꿈인가요? 생시인가요?
심장이 멎어 버린 듯한 언년, "도련님, 도련님"

가슴에서 한시도 내려 놓을 수 없었던 도련님의 자리에 언제부터인가 들어 온 송태하, 언년이는 그에게 한결같은 부인이 되겠다고 약조하고, 부부의 연을 맺었어요. 역사를 바꾸겠다는 큰일을 하시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언년이지요. 원손 석견에게는 진짜 엄마가 되어 주겠다고 다짐하는 언년이었지요.
마지막으로 대길을 위해 안녕을 고하는 기도를 올리려고 하는데도 조선비는 언년의 길을 가로 막습니다. 법당안에는 대길이 언년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데, 이렇게 두 사람은 또다시 어긋나고 맙니다. 작가님 너무 잔인하신 것 아니에요? 차라리 마주칠 기회나 덜 주시지 이렇게 애간장 바짝바짝 타게 하시다니ㅠㅠ..  
언년은 원손 석견이 먹는 게 부실해서 마음에 걸리지요. 여인네 마음과 남자들 투박한 마음이 어디 같나요? 이제는 지아비가 된 송태하의 옷매무새를 다정하게 매만져 주면서 원손마마 먹을거리를 사오겠다며 허락을 받아 장을 나섰지요.
그런데 비단포목점에 낯익은 얼굴이 들어옵니다. '설마, 설마 도련님...' 한시도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했던 대길도련님을 보게 된 언년은 꿈인지 생시인지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에 눈물을 떨구고 맙니다. 대길의 얼굴을 확인하는 언년의 표정은 대길이 살아있음에 기뻐하는 눈빛도 일렁이고 있었고, 믿을 수 없을 충격으로 경악하는 놀라면서 슬픔이 교차하고 있었어요, 죄책감과 슬픔, 그리고 이제는 남의 부인이 되어 버린 절망감, 그 모든 것을 표현하는 눈빛이었어요.

10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길을 위해 송장처럼 살아왔는데, 이제는 새로운 남자 송태하에게 모든 것을 주고자 했는데, 가슴 한자락 끝을 잡고 있었던 영원한 정인 도련님이 살아서 눈에 보입니다. 통한의 굵은 눈물이 언년의 눈에 흐르고 심장이 멎을 듯 아픔이 밀려옵니다. 죽어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도련님이 저렇게 남루한 옷차림으로, 오라비가 남긴 눈가의 긴 자상까지 그대로 가지고 언년의 눈앞에 나타났어요.
이렇게 슬픈 만남이 또 있을까 싶어요. 차마 다가서지도 못하고 믿을 수 없는 현실앞에 숨조차 쉬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언년이의 눈물은 지금까지 이다해의 연기 중 최고의 감정연기였던 것 같습니다. 이다해의 표정이 이렇게 살아났으면 싶네요. 그나저나 언년이도 불쌍해서 어쩐대요?
다음회 예고에 송태하에게 거리감을 두는 언년의 모습과 "나으리 저는.."하며 중요한 고백을 하게 될 것 같은데 하루밤만에 부인의 마음을 잃어버릴 송태하도 짠하고, 그토록 사랑했던 도련님께 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송태하에게 마음을 다 바치지도 못하고 이도저도 못할 언년의 답답한 마음도 가슴아프네요. 

오열하는 대길, "언년아, 언년아"
송태하와 함께 있는 언년을 향해 나서려던 대길을 가로막은 것은 아장아장 걸어 온 원손 석견이었어요. 원손을 안고 행복하게 웃는 언년과 송태하는 대길이 언년이와 만나면 이루려던 대길의 소박한 꿈,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었어요. 원손일 언년의 아들이라고 생각한 대길은 언년앞에 나서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지요. 비틀비틀 땅이 돌고, 하늘이 돌 듯이 대길도 차라리 미쳐버리고 싶습니다.
대길은 더 이상 세상을 살고픈 생각이 없어지지요. 추노꾼을 할 이유도 없어지고 돈을 벌고 싶은 욕심도 없어집니다. 세상 지랄맞다고 부처님께 하소연해 보지만, 부처님도 답을 주시지 않지요. 아이까지 있는 언년이를 위해 대길은 진심으로 언년의 행복을 빌어주고자 합니다. 법당에서 대길이 두번 절을 했는데요, 두번째 절은 언년이의 행복을 비는 절이었다고 생각해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언년이를 데려오고 싶지만 차마 그렇게 못하지요. 대길은 손바닥을 들어올리며 그 동안 붙들고 있었던 언년을 힘겹게 보내주고자 합니다.
언년이와 송태하의 혼례 첫날밤, 대길은 방문으로 비친 언년의 그림자를 쓰다듬어 보지만, 언년이는 송태하의 품에 안기고 맙니다. 그림자라도 만져보고 싶은데 불이 꺼져 버리지요. 평생 너랑 살겠다며 꽃신을 신겨주었는데, 언년의 꽃신 옆에는 다른 남자 송테하의 신이 가지런히 놓여있을 뿐입니다. 댓돌 위에 놓은 언년의 신을 언년인 듯 쓰다듬고 가슴에 안아보지만, 이제는 신겨줄 수 없는 언년의 발이에요. 언년이의 신발을 곱게 돌려놓는 것으로 대길은 언년을 위해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고운 발 고운 걸음, 행여 차일세라 언년이 앞길이 행복하고 순탄하게 바라면서 신발을 돌려놔 주는 대길이에요.
추노꾼으로 돈 모아서 그 동안 이천에 논도 100마지기나 사두고 언년이 찾으면 앞에는 최장군네, 길목에는 왕손이 여곽지어서 오손도손 살고자 집도 짓고 있는데, 그래서 양반과 여종이 아닌 대길이와 언년이로 살고 싶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작은 행복마저 허락하지 않나 봅니다. 딱 하루만이라도 두 다리 쭉 뻗고 사람처럼 살고 싶었던 대길이었지요.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며 목숨줄 내놓고 언년이만 찾아 헤맸는데, 무심한 세상은 대길에게 딱 하루만의 행복도 허락하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잘 살고 있으니 그것으로 됐다 싶었는데, 그래서 가슴이 터져라 미친놈처럼 통곡하고, 애써 발길을 돌리려는 대길 앞에 언년이 나타났지요.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다음회 보기가 두려울 정도에요.  
유난히 눈물신이 많았던 이번 회에서 최고의 눈물장면을 꼽으라면 원손을 안고 있는 언년과 송태하를 보고 돌아서서 저자 한복판에서 목놓아 울었던 장면을 꼽고 싶어요. 비틀비틀 땅이 돌고, 하늘이 돌듯이 대길도 차라리 미쳐버리고 싶었겠지요. 지나가던 행인들은 미친놈 하나가 울고 있다고 생각하며 빙둘러 구경하지만 대길은 정말 저자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친놈이 되고 싶었을 거예요. 미치고 싶어도 미치지 못하고, 가슴이 패이듯 아파오는 그 절망감에 소리질러 오열해도 지워지지 않는 얼굴 언년이...
언년이의 그림을 부여안고 가슴을 치며 오열하는 대길의 눈물에 시청자들도 아마 함께 울었지 않나 싶네요. 대길의 눈물은 언년의 슬픈 운명을 예고하듯이 언년의 그림에 떨어져 언년의 눈에서도 눈물방울이 되어 흘렀지요. 넋나간 사람처럼 소리지르고 가슴을 치며 우는 대길을 연기하는 장혁은 안방을 울음바다로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세상을 잃어버린 듯한 허망함과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슬픔이 절절하게 묻어나온 대길이 장혁의 오열은 추노13회 눈물신 중 최고의 명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제서야 대길을 본 언년이가 10년간을 가슴에 눌러놓은 눈물을 쏟으려 합니다. 행복을 빌며 통곡했던 대길의 마음을 언년이가 알리가 없겠지요. 눈물마저 엇갈려 버리는 두 사람의 슬픈 운명이 정말 가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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