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0 07:25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사실 지난회부터 하고 싶었던 얘기에요. 대길의 오열과 언년이가 대길이 살아있음을 알아버린 내용들이 너무나 크게 자리해서 딴지 걸기에는 함께 눈물 범벅되었던 감동이 퇴색할까봐 얘기를 꺼내지 못했거든요. 대길이를 참 영리한 추노꾼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보니 좀 멍청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송태하를 추적할 때 보여주었던 정보동원력과 도망노선을 추적하던 그 예리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하나 밖에 생각을 못하고 있는 미련퉁이 같아요. 언년이가 송태하의 부인이고, 원손같은 나이의 아기까지 있는 행복한 여인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답답해서 말이지요.
왜 그런지 조목조목 따져보겠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대길이 패거리가 쫓아 온 인물은 송태하지요. 송태하는 대길이 살던 동대문 쌍과부집 근처에 있는 훈련원 말을 관리하는 관노였고, 현재는 도망노비에요. 대길이 송태하를 추노하라는 좌의정의 명을 받고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송태하는 소현세자와 함께 8년간 청에서 살다 조선에 귀국했고, 조선으로 돌아온 후 소현세자의 죽음으로 상복문제로 어명을 거스리는 발언을 했고, 군량미를 횡령했다는 혐의로 관노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가 병자호란중에 부인과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까지도요. 그리고 송태하가 관노로 떨어진 것은 불과 2년남짓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럼 송태하는 언년이와 언제 혼례를 올렸던 것일까요? 대길이는 언년이를 확인한 그 날이 언년의 혼례날이었다는 것은 모르고 있지요. 언년이가 혹시 청나라에서 살고 있었나요? 그럴리야 없지요. 그럼 소현세자와 귀국한 후에 혼례를 올렸다고 생각하기로 하지요.
그런데도 송태하가 관노로 떨어졌을 당시 송태하가 다시 혼인을 했다는 기록은 없었어요. 훈련원 판관을 지낸 자에 대한 혼인이 비밀에 부쳐졌을 리가 없지요. 귀국후 얼마되지 않아 소현세자가 변을 당했고, 혼인할 정신은 없었을 겁니다. 그 후 관노로 떨어지고 절름발이 행세를 하며 굴욕적으로 살아왔는데, 송태하가 관의 허락없이 혼인할 가능성은 일언반푼어치도 없었을 거예요. 
또한 아이 나이가 너무 많아요. 석견은 4살배기이고, 혼례시기와 맞지 않지요. 과속해도 한참 과속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송태하가 관노로 떨어졌는데, 혼례를 올렸었다면 그 식솔들까지 무사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대길이는 송태하가 원손을 구하러 제주에 가려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대길이 제주로 가는 송태하를 쫓지 않았던 것은 백호가 디밀었던 언년의 몽타주를 보고, 큰놈이 집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었지요. 그리고 큰놈이로부터 전 훈련원 판관이었던 송태하와 혼인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송태하가 훈련원 판관이었던 시절에 언년이와 혼례를 올렸다면, 송태하가 관노로 떨어졌을 때 언년이도 함께 관노가 되었어야 마땅해요. 더구나 참형을 면치 못할 군량미 횡령이라는 죄를 지었는데 말이지요. 
송태하가 제주에서 돌아왔다는 것은 원손을 구해왔다고 볼 수 있음에도 대길은 아이가 원손일 거라는 생각을 못하고 있어요. 아이가 있고 없고를 떠나 남의 부인이 된 사실이 중요한 것이겠지만, 송태하와 언년 두 사람 앞에 나타나지 못했던 이유가 원손을 안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언년때문이었지요.

또한 송태하가 훈련원 마방에서 도망쳤을때 대길패거리가 거의 하루 차이로 쫓고 있었어요. 그 안에 언년이가 난데없이 혹처럼 등장했던 것이고요. 송태하의 노선을 쫓던 대길은 일차로 소현세자의 무덤, 다음이 임영호가 낙향해 있던 충주, 그리고 석견이 유배되어 있던 제주라는 동선으로 움직일 것임을 꿰뚫고 있었어요. 그렇게까지 영리한 대길이 언년이와 송태하의 관계가 이상하다는 점을 추리하지 못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만약 송태하가 다시 혼인을 했었다면, 송태하의 도망경로에 가족의 거처가 포함되었어야 했겠지만, 아니었지요.또한 대길이는 큰놈이가 백호에게 언년이 몽타쥬를 들려 보내서 찾아다니게 했던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어야 마땅함에도 그냥 넘어가 버렸어요.    
위조신분이기는 하지만 신분상 양반인 언년이 관노 송태하와 혼례를 올릴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 송태하가 청나라에 있는 동안 언년이 혼자서 과속해서 아이를 낳을 수없다는 점, 언년이는 왜 노비로 떨어지지 않았는지, 큰놈이가 무사들을 동원해 언년이를 추적한 이유, 등등 허술한 언년의 스토리가 많은데 놓치고 있네요. 이래저래 엎질러진 물이지만, 이런 여러가지 정황상 대길이는 언년이와 송태하의 혼인에 의심을 품었어야 함에도 실수를 했던 것이지요. 너무 충격이 커서였겠지만, 조선 최고 추노꾼에 용의주도했던 대길이답지 않아요.

그런데 멍청한 인물이 또 있어요. 대길이 패거리 중 브레인인 최장군 역시 간과하고 있었지요. 최장군이 "정말 송태하와 결혼한 게 맞는 말이냐"고 물었지요. 그리고 "혼례를 올리고 잘 살고 있으면 어쩔텐가?"라고 물었어요. "잘 살면 안되겠지" 라고 힘없이 대길이 대답을 했는데요, 여태껏 도망관노 송태하를 쫓아 왔는데, 뜬금없이 "언년이와 혼례를 올리고 잘 살고 있으면 어쩔테냐"고 물을 수는 없지요. 함께 기거할 수 있는 처지들도 아니었고, 말을 맡기러 절름발이 행세를 해왔던 관노시절의 모습까지 보았고, 더구나 도망노비로 추쇄까지 받고 있는 마당에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말이지요, 이렇게 의심가는 구석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도 모든 것을 잠재워 버리고, 오로지 이대길의 감정선에만 집중하게 하는 장혁의 힘이에요. 언년이 때문에 애타하고 갈기갈기 찢겨진 대길의 감정선에만 몰입하게 해버리는 장혁의 연기력이 놀라울 뿐이에요. 대길이와 함께 웃고 울게 하며, 머리가 아니라 마음을 따라 드라마를 보게 하고 있는 거지요. 
10년간을 한결같이 언년이 하나만 품고 언년이를 찾기 위해 개차반 추노꾼이 되었다는 극적인 감정선만을 따라가게 만드는 것, 심지어는 언년이의 감전선마저 대길의 마음으로 보게 하는 것이 이대길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살리고 있는 장혁의 폭발적인 연기력때문인 것 같습니다.
추노에 등장하는 인물치고 극적이지 않은 인생이 없지요. 그럼에도 모든 시선을 이대길의 감정선에 집중하게 하고, 멍청한 추노꾼 이대길까지 완벽하게 커버해 버리는 장혁은 정말 멋진 배우이고, 드라마 추노를 이끌어가는 명실공히 최고의 주인공인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최장군과 왕손이의 생사여부는 모르겠지만, 어떠한 식으로든 대길이의 감정선 또하나를 건드릴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천하에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최장군과 왕손이 밖에 없는 대길이 그들을 잃었다는 상실감은 언년이에 대한 상실감 이상으로 크겠지요. 언년이 찾아서 옆에는 최장군, 앞에는 왕손이가 여곽하며 밥 걱정 없이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소박한 꿈들마저 허락하지 않은 지랄같은 세상이에요. 
그동안 장혁의 눈빛은 이상하게 세상을 비껴보는 듯한 눈빛이었어요. 사람을 봐도 직시하지 않고 몽롱하게 힘을 풀어 버린 듯한 그런 표정이었지요. 세상사가 대길의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어요. 언년이를 찾는 것 외에는 대길에게는 모든 것이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지요. 극중 대길이 여러가지 눈빛을 보여주었지만, 대길이 촛점을 맞추고 직시했을 때는 언년이를 봤을 때 뿐이었어요.
멍청할 정도로 한 여자만 쫓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자 했던 대길이 세상에 눈을 뜨려합니다. 언년이를 잃고, 최장군과 왕손이 마저 잃었다(잃지 않기를 바랍니다만ㅜㅜ아무튼 해치려 했다는사실만으로도 말이지요)는 상실감은 대길이의 무심한 눈빛을 무섭고도 차갑게 변하게 만들 겁니다. 계획하지 않았던 정치적 소용돌이로 말려들어 가면서 대길의 눈빛은 또다시 변해 가겠지요. 사람을 쫓는 눈이 아닌 세상을 쫓는 눈빛으로 말이지요.
예고편에서 머리에 비녀를 찌르고 보여주었던 섬뜩한 눈빛은 그동안 대길이 추노꾼으로 보여주었던 돈을 쫓는 눈빛, 사람을 쫓는 눈빛 그 이상이었어요. 복수와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거든요. 그 분노를 어디까지 보여줄지 폭주하는 장혁의 또 다른 변신이 무서울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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