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5 12:59




추노 15회를 보고 적잖이 실망을 했었어요. 지난 회 가장 궁금했던 왕손이와 최장군의 죽음에 대한 속시원한 답은 주지 않고 대신 대길이와 언년이의 만남을 큰 줄기로 삼았었지요. 송태하의 등장으로 허무하게 짧게 끝나버린 10년만의 해후였지만, 차갑게 변한 대길과 다른 사내의 아내가 돼 버린 언년의 가혹한 운명만이 예고되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추노 관련 기사를 보니 아직 왕손이와 최장군의 생사여부는 제작진에서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나 봅니다. 죽었다고 단정지은 분들의 글들도 있는데 저는 왕손이와 최장군이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결정적인 증거가 예고편에 보여줬던 왕손이와 최장군의 모습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말하기 전에 우선 황철웅이 좌의정에게 왕손이와 최장군을 보낸 꿍꿍이가 무엇일지 부터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왕손이와 최장군을 보낸 것은 황철웅의 좌의정에 대한 경고장입니다. 등을 돌렸다는 무언의 협박이면서, 무예로서도 최고이니 무시하지 말라는 협박도 포함된 메시지였을 거고요. 물론 한 사람만 보내도 되었겠지만, 일단 왕손이와 최장군의 인기가 하늘 높은데 그런 방법으로 두 사람 다 살려내는 것은 눈감아 주고 싶네요. 아무튼 황철웅이 좌의정에게 칼을 들이 댄 첫 신호탄을 최장군과 왕손이를 보냄으로 쐈다고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최장군과 왕손이를 살려서 좌의정에게 보냈을 거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지난 글 황철웅이 대길패거리를 공격한 이유에서 언급을 했었는데, 황철웅은 좌의정이 대길패거리를 고용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최장군이나 왕손이를 족쳤더라도 좌의정이 시켰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황철웅은 송태하를 쫓는 대길패거리와 임영호 집에서 맞딱뜨렸을 때 이미 좌의정이 보낸 살수들이었음을 알았을 거예요.
그런데 그들을 살려서 좌의정에게 보낸 이유는 좌의정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함입니다. "장인이 보낸 추노꾼들을 내가 묵사발을 내서 보냅니다" 라는 무언의 압력인 셈이고,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조정에서는 송태하가 도망친 일, 그리고 제주의 원손을 빼돌렸다는 일로 시끄러울 수 있을 겁니다. 반정의 기미가 감지되기에 인조로서도 불안할 것이고요. 인조의 입지가 좁아지게 될 가능성이 큰 사건이지요. 아들 소현세자의 석연치 않은 죽음과 며느리 강빈에게 사약을 내린 일들로 인조는 패륜을 저지른 군주라는 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소현세자의 남은 혈육 석견을 왕으로 추대하려는 반정의 가능성으로 인조로서는 좌불안석일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인조는 광해군을 몰아내고 반정으로 왕위에 올랐으니, 석견을 내세운 반정의 무리를 경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래서 인조는 은연 중에 석견을 제거하라는 뉘앙스를 흘렸지요. 이를 좌의정이 읽었고 황철웅을 살수로 보내 처리하도록 시켰던 것이고요. 이는 좌의정과 인조 그리고 황철웅 정도만 알고 있는 극비사항입니다. 다들 직접적인 말로도 표현을 삼갈 정도로 말이지요.
예컨데 인조가 "제주의 일은 어떻게 되었는가? 라고 물었을 때 좌의정은 "용한 의원을 내려 보냈습니다" 라는 식의 은유적인 대화를 주고 받습니다. 여기서 의원은 살수를 말함이지요.
좌의정이 황철웅을 관직에서 파하고 감옥에까지 넣으면서 황철웅에게 송태하와 원손을 제거하라는 명을 내린 이유는 그 비밀성에 있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최측근이라 할 지라도 이런 추잡한 정황은 일은 입에 담지 않았던 좌의정입니다. 은밀함이 요구되었기에 사위인 황철웅에게 시켰었고요. 그 일만 성공하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이 자네 것이 될 것"이라는 달콤한 유혹과 함께 말이지요.

그런데 제주에서 송태하와 원손을 제거하는 일에 실패한 황철웅을 좌의정은 내쳤습니다. 자신의 야욕을 위한 살인도구로 밖에 생각하지 않은 좌의정에게 황철웅은 배신감과 잔인함을 더욱 느끼지요. 그리고 자신에게 결코 모든 것을 내어 줄 좌의정이 아니라는 점도 황철웅은 알고 있습니다.
좌의정이 추노꾼을 고용해 송태하를 제거하라고 시킨 일이 알려지면 좌의정에게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언젠가 좌의정 곁에서 손비비며 딸랑대는 측근이 송태하가 도망쳤다는 것을 보고하며, 송태하를 추노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을 때 좌의정은 의외의 대답을 했습니다. 정치는 고요하게 해야 한다며, "송태하 일은 그 쪽 관청에서 알아서 하시겠지" 하고는 말을 끊어 버렸었거든요.
그리고는 뒤로는 은밀히 대길이 패거리를 고용해서 추노하라고 일을 시킬 만큼 비밀리에 움직였어요. 황철웅은 좌의정의 치부인 증거품으로 최장군과 왕손이를 보낸 것이지요.
황철웅은 최장군과 왕손을 보냄으로써 좌의정과는 결별을, 인조에게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일거양득이 이점을 노렸을 수도 있습니다. 황철웅은 송태하와 원선 석견을 기필코 제거하려 들 것입니다. 인조가 이 일을 보고 받는다면 황철웅으로서는 출세길을 보장 받을 수도 있겠지요. 인조의 눈엣가시이자 아킬레스건인 반정의 씨앗을 제거해줬다는 것은 인조로서는 고마운 일일 겁니다. 그래서 은밀히 좌의정에게 원손을 죽이라는 명도 내렸던 인조였지요. 황철웅의 정치적인 야심을 펼 수도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는 일이 되는 것이지요. 좌의정을 등에 업은 출세가 아닌 자신의 힘으로 권력의 핵심부로 들어갈 기회를 잡았다는 만족감도 클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왕손이와 최장군이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은 예고편의 함정에 있습니다. 관졸이 좌의정에게 시체를 가져왔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요. 좌의정이 시체들이신가? 라고 물었을 때 그저 "좌의정 대감에게 보내라고 했습니다" 라는 말만 나왔지요.
그런데 그보다 직접적인 증거는 왕손이와 최장군이 누워있던 장면입니다. 왕손이와 최장군이 거적대기에 덮여 수레에 실려 왔는데요, 두 사람의 얼굴에 가마니가 씌워져 있지 않았었어요. 
일반적으로 시체를 운반할 때는 발은 나와도 얼굴은 가리잖아요? 그런데 얼굴을 가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이 시체는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좌의정 앞에서 관졸들이 시체 얼굴을 드러내는 불경스러운 일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좌의정이 가마니를 치워봐라 하기 전에는 시체 얼굴을 보여주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치명적으로 상처는 입었겠지만 살아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왕손이와 최장군의 증언을 들어야 할 이유가 있는 좌의정으로서는 두 사람을 살려낼 것으로 보이고요. 추측 글이기는 하지만, 가마니가 얼굴에 씌워져 있지 않은 걸로 미루어 살아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16회에서 사망신고서 나와 버리면 저는 아마 돌고 말거에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2 Comment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