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9 07:27




지붕뚫고 하이킥이 근래들어 재미없어졌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117회는 황혼의 로맨스 커플 순재 자옥커플에 대한 저주로 끝나버린 듯 합니다. 참 씁쓸함만 주었던 결혼식이었어요. 솔직히 결혼식을 치뤘다고 해야 하는지 아닌지 조차 모르겠습니다. 성혼선언문이 없었으니 결혼은 무효일지도 모르겠고, 뭐 동사무소에 가서 혼인신고만 하면 되는 것이니 결혼식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지붕뚫고 하이킥 첫 골인커플 순재 자옥의 결혼식이 있기 전날,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순재옹 회사에서 받은 어음 결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 왔는데, 순재옹 거래회사의 부도설이 나돌고, 순재옹은 보석에게 역정을 내며 일을 잘 처리하라고 합니다. 결혼전 마지막 데이트에서 순재옹의 수줍은 "사랑해요 자옥씨" 만세삼창도 있었고, 젊은이들 못지 않은 닭살 사랑을 확인하는 두 분이었지요.
그런데 길에서 만난 교장선생님이 취해서 자옥샘에게 추태를 부립니다. 저는 어르신들이 술에 취한 모습에 추태라는 표현까지 쓰고 싶지 않은데, 드라마 속 장면은 애석하게도 추잡스러운 추태로 밖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왜 하필 자신의 생일날 결혼식을 하느냐며 결혼식을 연기해 달라고 생떼를 쓰는 모습하며, 결혼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뽀뽀 한번만 해달라며 입을 내미는 모습은 아무리 시트콤이라지만 추해 보여서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나이드신 분이라는 것도, 게다가 사회적으로 교장선생님이라는 체통도 그 무엇도 없는 취객의 모습은 시트콤의 한계를 넘어선 것 같아 보였습니다.

교장선생님은 무당인 누나에게 저주의 부적까지 받아와서 순재옹네 집 대문에 붙여놓는 만행까지도 서슴지 않고 저질렀지요.부적이 얼마나 효험이 있었는지 순재옹에게 저주의 그림자가 하나 둘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자옥샘의 백옥같은 이마에 결혼 당일 아침에 난데없이 뾰루지가 돋아나질 않나, 순재네 집에는 거래처 이사장이 잠적해 버렸다는 전화까지 걸려 오지요. 보석과 현경은 결혼식을 미루자고 제의해 보지만, 순재옹은 결혼식을 무조건 강행해야 한다고 밀어부치지요.
업친데 덮친격으로 야외결혼식장 주위에는 결혼식장 직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고, 결혼식 하객을 실은 버스가 고장이 나서 도로에서 서 있다는 연락까지 옵니다. 주문한 결혼케익과 디저트도 제 때에 배달되지 않아, 세경은 준혁과 베이커리로 황급히 확인을 하러 가야 했지요.
깜짝 등장한 '탐나는 도다'에서의 윌리엄 왕자 황찬빈을 오랜만에 봐서 반갑기는 했는데, 세경에게 술 한잔 하자며 데이트 신청하다 불꽃질투 준혁에게 한방 걷어 차이고, 나가 떨어지는 수모만 당하고 말았어요.

결혼식 사회를 맡은 광수는 유통기한이 지난 골뱅이를 먹고 토사곽란을 일으키며 화장실 변기통 붙들고 '우'웩하는 신세가 돼버렸지요. 급한 김에 사회를 보게 된 줄리엔은 주례선생님 이름자조차 제대로 발음을 하지 못해 심장수술을 받은 경력이 있던 주례선생님이 쓰러져 지훈이 모셔 갑니다. 한마디로 아수라장 결혼식입니다.
은행으로 달려 간 보석은 지점장도 만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순재옹에게 직접 와서 해결하는 게 좋겠다고 하지만 순재옹은 결혼식을 끝내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지요. 주례선생님이 병원으로 실려 가자, 순재옹은 줄리엔에게 주례사를 생략하고 반지교환 순서로 넘아가라고 하지요. 줄리엔의 어눌한 한국어는 '반지교환'을 '반지고환'으로 읽게 하는 억지 말장난만 이어졌어요. 
여하튼 반지를 전달하기로 한 화동 해리가 반지를 제대로 전달할 리가 없지요. 넘어져서 결혼 반지가 데구르 굴러가 저주의 부적을 붙였던 교장 선생님의 발밑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반지를 찾기 위해 우왕좌왕 난리법석인 가운데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 비가 내리고, 결혼식을 미루자는 말에도 강행하겠다고 똥고집을 부리던 순재옹도 결국은 "하지마" 라며, 순재옹의 결혼식은 저주의 걸혼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어느 한 상황도 좋은 것은 없었던 결혼식 에피소드였어요. 웃음과 감동은 차치하고서라도 억지와 과장만이 난무하며, 무당의 저주 부적이 신통방통한 효험을 발휘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잠깐 결혼식을 보며 MBC의 어두운 상황을 떠올리며 현실적인 문제를 냉소적으로 비꼬았나 비틀어서 생각해 보기도 해봤지만, 그것도 억지스럽습니다.
무당의 부적까지 등장했던 저주의 결혼식 에피소드에서 그나마 좋았던 장면은 결혼식장에 온 정음에게 차갑게 대하는 누나 현경때문에 플이 죽어있는 정음에게 전화를 건 지훈의 모습이었어요. "오른 쪽으로 45도 각도로 뒤를 돌아 보라며, 누나 신경쓰지 말라" 며 위로하는 지훈의 모습, 정말 훈남이네요. 세경이 예쁜 핑크 원피스를 입고 해사하게 웃던 모습과 화동 드레스를 입고 뛰놀던 해리와 신애의 모습도 보기 좋았고요.
특히 준혁이 세경에게 작업 건 베이커리의 황찬빈에게 "이런 개자식, 이 여자에게 그딴 작업 걸지마, 영어로 말하지마 뒤진다" 라며 황찬빈을 묵사발 만들어 버린 준혁이 박력 빵빵 넘친 모습을 보니 세경도 놀라기는 했지만, 기분은 좋았나 봐요. 느끼하게 술 한잔 하자며 손을 슬며시 잡아보는 작업남 황찬빈을 혼내줘서 속이 시원하기까지 했다는 세경도 준혁이의 남자스러운 모습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나 봅니다. 벚꽃 피는 봄에 윤중로에서 벚꽃놀이할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잠시 상상해 보니 두 사람 모습이 예뻐 보일 것도 같고 말이지요. 
저는 이번 에피소드를 보면서 '이건 꿈일거야' 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아무리 호사다마라지만 안좋은 일이 일어나도 이렇게 심할 수는 없겠지요. '이건 분명 순재옹이나 보석의 꿈일거야' 라며 마지막까지 지켜봤지만, 순재옹의 "하지마" 장면으로 끝나고 말았네요.
종영을 얼마 남기지 않고 결말로 가는 마무리 전초단계인지 아님 제 바람대로 순재옹이나 보석의 꿈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꿈이 아니라면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은 막장 비극을 암시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됩니다. 웨딩사진을 찍고 젊은이들로부터 늙어 주책이라는 비웃음을 들은 순재옹과 자옥샘이 노을을 바라보며, 사랑은 젊은 청춘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름답게 보여주었던 것이, 이런 저주받은 불행과 대조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는지 궁금해 지네요.
뜬금없이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의 로또가 생각나더군요. 순재옹네 집이 부도로 망해버리고, 우연히 로또를 산 세경이 1등을 해서, 세경이 순재네 집의 주인이 되었던 꿈처럼, 순재옹네 집을 사게 된다는 이런 황당스런 결말로 설마 가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순재옹네 가족들은 세경의 세입자가 되어 빌붙어 살며 산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이번 순재 자옥의 저주의 결혼식을 보면서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이 비극적일 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네요. 냉소적이고 비극적인 결말로 유명하다는 감독의 작품이라 많은 분들이 비극을 점치기도 하시지만, 의도적으로 감독의 성향을 보여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꼬였던 가닥들을 겨우 풀어서 가지런히 정돈하려는 순간에, 충격만을 주기 위한 억지설정에 그동안 하이킥을 사랑해 왔던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힘이 풀리네요.
감동도 억지로 만들려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납니다. 마찬가지로 비극이 되었든, 충격이 되었든, 황당스럽고 억지스러운 장면들은 짜증나게 합니다. 자칫하다간 이번회에서 보여 준 순재옹과 자옥샘의 저주의 결혼식처럼 '저주의 하이킥'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여전히 제 바람은 순재옹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 액땜했다 치는 악몽이었길 바라고, 또한 지붕뚫고 하이킥과 함께 울고 웃었던 6개월의 시간이 씁쓸함으로 남는 결말이 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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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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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Uplus 공식 블로그 2010.03.09 11:5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퇴근길 달려가며 본방 사수 하고팠던 하이킥인데
    이제 못 봐도 별 감흥이 없어졌어요 ㅠ
    처음 그 느낌으로 돌아와줘요 ㅠ

  3. 핑구야 날자 2010.03.09 13:23 address edit & del reply

    아쉬울때 끝내야 하는데...

  4. 차돌이 2010.03.09 13:25 address edit & del reply

    김자옥 뾰루지가 첨에는 오른쪽에 있었던거 같던데 신부 웨딩드레스 입은 화면에서는 왼쪽에 있더라구요,... 잘 못 본건 아니겠죠??? ㅋㅋㅋ

  5. 옥이 2010.03.09 13:37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어제는 너무 억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하루에 저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지..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6. 루비™ 2010.03.09 13:3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작가들의 능력이 의심되는 부분이네요..
    시청자를 무슨 초딩으로 브는건지...

  7. KEN☆ 2010.03.09 13:4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 어제 못봤는데, 음.. 그랬군요. 무슨 부적을 부치고, 악재가 쏟아지고.. ㅋㅋㅋ
    이제 지붕킥도 소재가 고갈났나요? 끝날 때가 된 듯 하네요. ㅎ

  8. 박씨아저씨 2010.03.09 13:46 address edit & del reply

    ㅎㅎㅎ 드라마건 다큐건 너무 오래끌면 식상하죠^^ 그래도 재미있던데요^^
    좋은날 되세요~저녁이 되어가겠네요~

  9. 하이킥애청자 2010.03.09 14:01 address edit & del reply

    오히려 김병욱피디가 자신의 성향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비극이라 생각하고 있을때 비극으로 몰고가다 막판 해피앤딩으로 끝낼지도 모를일...ㅋㅋ 근데 확실히 초반보다는 재미가 떨어져서 이젠 하루정도 못봐도 그냥 건너뛰고 보게되네요...

  10. 카타리나 2010.03.09 14:09 address edit & del reply

    이거 결말이라고 해서 돌아다니는 내용 들어보면 완전 망한 시트콤같다는 생각이 ㅎㅎ

  11. 홍천댁이윤영 2010.03.09 14:31 address edit & del reply

    헉 어제 못봤는 데.... 그런 일이 있었군요... 현실에선 정말 있기 힘든 억지스런 장면들이네요.

  12. 몽리넷 2010.03.09 14:3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슬슬 이제 인기가 식어가는건가요? 다들 비슷한 의견들을 내놓으시더라고요 재미가 없어진다고~~

  13. eofn 2010.03.09 15:28 address edit & del reply

    줄리엔강 사회볼때 배꼽잡고 웃었는데...재밌기만 한데요.

    어차피 인생이 비극이요, 시트콤에서 환상을 보여주면 마음이 편합디까?

  14. 못된준코 2010.03.09 15:2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너무 억지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이젠...정말 시트콤으로서의 이름을...
    잃어가는것 같아요.~~

  15. 이런 이런~~ 2010.03.09 15:39 address edit & del reply

    그러게요. 어제 에피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어이없더군요. 요즘 잘 등장 안하시던 교장 쌤! 갑자기 나타나셔서는 억지땡깡을 쓰시질않나, 아무 망설임없이 저주의 부적을 붙이질않나 말입니다.그것도 교장선생님이라는분이 말입니다.굿이예요..아주 굿입니다요~~
    순재옹 회사가 부도를 맞아 심각한 상황을 맞게되어 가족이 흩어져 살게되고 결혼도 깨지는 뭐 그런 종말을 맞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말씀하신대로 저주의 하이킥이 되지않을까 심히 염려됩니다...

  16. 셀러오 2010.03.09 17:0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하이킥 재미가 예전같지 않은 것 같아요. 저만 그리 느끼는게 아니었나보네요. ^^ㅋ

  17. 수우º 2010.03.09 22:1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하이킥이 뭔가.. 이상한데 요렇게 느꼇는뎅 ;;
    저만 그런게 이나었나봐용~ ^^

  18. Sukhofield 2010.03.09 22:3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분위기가 점점 다운되가고 있는것 같죠...
    정말 비극으로 치닻고 있는중인지도 모르겠어요..

  19. 빨간來福 2010.03.09 22:4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결국은 결혼식이 무산이 된건가요? 시트콤이 안웃기면 좀 아닌듯 한데 말이지요.

    교장선생님이 요즘은 신문 사회면에 자주 나오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식으로 추태와 저주 등등으로 그리면 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20. PinkWink 2010.03.10 16: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감동도 억지로 만들려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납니다.

    ============>>>> 몹시 동감입니다.^^

  21. ㅇㅇ 2010.03.13 18:19 address edit & del reply

    난 재밌기만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