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8 12:52




추노 21화에서 유의깊게 봤던 것은 송태하가 길게 소현세자와 청에서 있었던 일들을 글로 정리하던 부분과 대길이 최장군에게 바람을 쐬고 오겠다며 작별하는 장면이었어요. 특히 대길이가 최장군을 향해 손까지 흔들며 대길이 답지 않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섬뜩했는데요, 이에 못지않게 송태하가 남겨 둔 기록을 원손 석견에게 읽어주는 언년의 모습이 송태하의 죽음을 복선으로 깔아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왠지모를 두 주인공의 죽음을 암시하는 냄새가 짙게 깔려있다는 불안감도 들었습니다.
송태하와 이대길 두 사람이 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둘 중 한 사람은 살리지 않을까 기대도 가지고 있는데, 아마 누구를 죽이고 살릴까 이 부분에서 작가가 머리털 빠지도록 고민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바람은 여러 번 글에서 밝혔듯이 대길이가 조선의 희망으로 살아 남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바람입니다만.
예고편에서 황철웅과 대치하는 모습도 잠깐 나왔지만, 다음 회에서 둘 중 누군가가 허무하게 죽어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 제작진을 향해 폭탄테러와도 같은 원성이 쏟아질 테니까요. 그런데 두 사람 중 누군가는 죽을 것이라는 암시는 지난 회에 이어 이번 회에도 하나씩 복선으로 깔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태하의 죽음 암시
언년이는 늘 궁금합니다. 자신이 송태하의 무엇을 믿고 기다리고 따라야 하는지를요. 언년이 소현세자를 따라 청에 갔을때 무엇을 배웠고 느꼈는지를 물었지만, 송태하가 대답을 해주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어요. 아마 그 긴 대답을 장문의 글로 남겨두고자 했나 봅니다.
저는 이번회 송태하가 소현세자와의 회고록을 쓰는 모습을 보고, 그것이 원손 석견을 위한 송태하의 마지막 유고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송태하는 현재 미래의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한양으로 가서 현 세자인 봉림대군을 만나 원손 석견에 대한 신분안전을 부탁해서 원손의 안위는 보장받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송태하 자신의 안위는 보장받지 못할 것입니다. 봉림대군이 송태하의 안위까지 책임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송태하는 역모죄로 수배중인 인물이고, 도망관노이며 사형장에서 도주했다는 죄목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많은 죄인입니다. 그 중 역모에 가담했다는 것은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는 이상 뺄 수 없는 죄목에 해당됩니다. 봉림대군이 세자의 자리에 있다고 한들 송태하와 이번회 곽한섬이 만났던 반정무리의 수괴로 밝혀진 이재준 대감과의 관련인물들을 사면해 줄만한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관노로 다시 잡아 봉역을 치루게 하고, 그 목숨을 부지시켜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요.
석견을 왕위에 옹립하고자 했던 이재준 세력은 엄밀히 역모세력입니다. 구족을 멸할 수 있는 역적이지요. 이재준에게 병력을 요구하며 찾아왔던 곽한섬에게 "성즉군왕, 패즉역적(이기면 왕이요, 지면 역적)"이라 했듯이 역적이라는 것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중심에 송태하가 있는 것이고요. 원손을 복위시키겠다는 반정기도가 들통난 마당에 원손의 사면은 불가능 할 것이고, 역사에 나와 있는 것처럼 원손은 강화도에 유배되는 벌에 처해지겠지요.
원손은 강화도에 다시 유배시킨다고 해도, 역모와 관련된 송태하를 사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미 이재준을 비롯한 혁명동지들이 제거된 마당에 거병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송태하에게 남은 것은 잡히면 죽음, 아니면 평생 도망다녀야 함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송태하가 작성한 소현세자 회고록은 자신의 죽음에 대비해서 원손에게 남기는 소현세자의 유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태하가 지금 하고자 하는 마지막 일은 혁명도, 언년이도 아닌 소현세자의 마지막 혈육인 원손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에요. 송태하의 소현세자에 대한 마지막 충절이고, 송태하가 지키고자 하는 의리인 것이지요. 목숨처럼 여겼던 사대부의 의리일 수도 있겠고요. 송태하에게 사랑과 의리를 택하라면 잔인한 선택이겠지만, 아마 송태하는 의리를 택할 것입니다. 정치라는 생리를 아는 송태하가 비록 원손의 목숨을 보장받았다고 할지라도 반정을 꾀한 자신이 무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물론 작가가 송태하를 죽이든 살리든 작가의 펜에 달렸겠지만요.

대길의 죽음 암시
다음으로 대길이와 최장군의 작별장면에서 풍겼던 불길함도 대길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으로도 보여졌어요. 대길이의 환영을 위한 짝귀 산채에서의 떠들썩한 잔치도 대길에게는 가시방석입니다. 눈 앞에서 어른거리는 언년이때문이지요.
10년을 그토록 찾아헤매다 겨우 만났는데, 이미 남의 부인이 돼 버린 언년을 눈앞에 두고도 만져볼 수도 없는 대길입니다. 마음을 접어 보려하지만, 의지와 다르게 눈이 먼저 언년이를 행해 가버리는 대길이지요. 설화의 질투어린 눈길도, 설화가 따라주는 술도, 은실이가 가져 온 닭다리도 대길의 입에는 고무같이 질기고 쓰기만 합니다. 
안 보면 언년이의 얼굴을 지울 수 있을까 자리를 피해보지만, 하늘에 떠있는 무심한 달 속에도 언년이 얼굴이 두둥실 떠다니는 것 같습니다. 대길의 마음을 읽은 최장군이 와서 묻지요. 혼자서 뭐하냐고요. 달구경한다며 실없는 대답을 하지만, 대길이의 만갈래로 찢어지는 마음을 최장군은 다 읽지요. 그냥 다 잊고 이천으로 가서 우리끼리 재미나게 살자고 말하지만, 대길이에게 위로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최장군도 모르지 않습니다.  
"예전엔 말이야, 얼굴을 못 보니까 미칠 것 같더니만, 이제는 매일매일 보니까 아주 죽을 맛이야. 눈 앞에 어른 거리는데 만져보지도 못하고... 세상 참 지랄맞게 사는 것 같아"  
그리고 대길이 갑자기 최장군! 하면서 소리를 버럭 질렀지요. 바람 좀 쐬고 오겠다면서요. 왕손이 놈이랑 몸조리 잘하라며 "금방 갔다 올게" 라며 뜬금없이 웃으면 인사를 했어요. 귀엽게 손까지 흔들면서 말이지요. 송태하와 동행하기로 한 것이지요. 송태하의 안전이 언년이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이 때 대길은 송태하의 동행이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길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추노질 몇년에 용모파기가 조선팔도에 쫙 깔린 마당에, 그것도 원손을 빼돌린 역모의 죄를 쓰고 있는 송태하와 동행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일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언년이의 행복을 바라는 대길이기에 위험에 처한 송태하를 보호하는 것 역시 언년을 위한 대길의 사랑이었어요. 바보같지만 그게 대길이거든요. 
 
송태하의 길을 막아서고 대길이 묻지요. "이번에 마실 나가면 니놈이랑 원손, 그리고 니놈 부인 다 잘 살 수 있는 거냐?" 고요. 평생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는 것이냐고요. 쫓기면서 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송태하의 대답에 한양까지 동행하겠다고 하지요. 도움이 필요없다는 말에 황철웅을 앗쌀하게 만져주겠다는말로 둘러대기도 하지만, 왕손이랑 최장군이 살아 있는데 굳이 황철웅을 찾아 복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송태하도 알지요. 진짜 이유가 뭐냐는 말에 "니네 년놈들 꼴보기 싫어서 눈에 안보이는 것에다 치워버릴라고 그런다" 라고 길을 따라 나섰지요. 송태하도 대길이 말에 만난 이후로 처음으로 피식 웃어보이기도 했어요. 이런 게 남자들 세계에서 싹트는 우정이겠지요. 
그럼 제작진은 누구를 죽이려고 하고 있을까요? 둘 다 죽이기에는 너무 허망해서 한 사람이라도 꼭 살려두었으면 싶은데 고민이 많겠지요. 저는 송태하가 소현세자의 유고집을 쓰는 장면을 보고 송태하가 죽게 될 것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언년이와 헤어지면서도 이번이 두번째라며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다시는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했었지요.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는 말이 오히려 불안스럽게 들렸고, 안아주는 송태하 뒤에서 하염없이 언년이 눈물을 흘렸는데 왠지 두 사람의 불행을 예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송태하의 죽음을 암시한 것은 짝귀에게 언년이 원손의 이름을 태원이라고 하는 데서도 감지가 되었어요. 짝귀가 간 다음 송태하가 '다음에 아이가 생기면 태원이라고 이름을 지읍시다"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태원이라는 이름은 송태하가 살아 생전에 불러볼 수 없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언년이에게 혹시 태기가 있다면, 훗날 언년이 아이를 낳아 태원이라는 이름을 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조금 드라마틱하게 "태원아, 이눔의 자식, 글 공부 안하고 어딜 싸질러 돌아다니는 게야?" 라며 대길이가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연상되더군요. 또 다른 장면으로는 대길이가 태원이라는 사내아이에게 길바닥 무술을 연마시키면서 혼내는 장면도 상상해 봤고 말이지요.  
송태하와의 의리는 언년이에게 태원이라는 아이로 이어지고, 대길이의 양반상놈 구분없는 세상은 비록 작은 세상이지만, 언년과의 해피엔딩으로 또다른 조선의 희망으로 남게 되고, 뭐 이런 결말을 혼자 상상해 봤습니다. 여전히 저는 대길이가 희망으로 살아남길 바라거든요.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거창하게 죽어갔던 인물도 있었고, 권력에 이용당해 허무하게 죽어버린 인생도 있었을 것이고, 심지어는 죽어야 하는 이유조차 모르고 죽어버린 인물들도 있었겠지요. 곧 죽어도 변절이 아니라며 방법적으로 다른 길을 찾으려 했다는 변명의 역사까지....
맞아요. 곽한섬이 말했듯이 한 번 진 꽃이 다시 피는 일 없고, 조선비가 했던 말처럼 수많은 실개천이 있다한들 다 바다로 흘러들지요. 죽음으로 대의를 지켰던 이도 있었고, 구차한 삶으로도 지키고자 하는 게 있었겠지요. 우리네 삶이 다양하듯이 삶의 이유 역시 다양할 수 밖에 없지요. 
이름없는 공중의 새도 다 살아있는 이유가 있다고 하더군요. 대길이가 감옥에서 송태하에게 말했듯이 반드시 살아있어야 할 이유, 그 하나는 남겨주었으면 싶습니다. 조선의 희망으로, 아니 21세기 우리에게 제작진이 무엇을 남길지 모르겠지만, 좌절 속에서도 이름없는 풀포기 작은 희망 하나라도 남겨주었으면 싶습니다. 월악산 산채의 흥겨운 잔치가 닥쳐올 불안을 암시하는 것같아 조마조마한 것은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의 소박한 웃음이 지속되길 바라는 것은 이들의 곤궁한 삶이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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