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원(천호진)의 결전문에는 검계조직의 핵심 강령이 들어 있었습니다. 바로 "천민이라는 이유로 죄 없이 죄인이 될 수 없다" 는 대목입니다. 검계 조직에 대한 사료에는 주인 양반을 살해하기 위해 비밀리에 조직된 살주계와 비슷한 단체로 반사회적이고 반체제적인 조직이라고 쓰여 있지만, 동이에서의 검계는 차별적인 시각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의 검계는 역사자료에서의 검계조직과는 다른 천민들의 보호조직이라는 시각을 깔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서용기에게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자신이 부탁으로 숭릉으로 향하던 아버지가 검계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보고를 받게 된 것이에요. 서용기는 자신만큼 믿었던 마음 속 스승이자 친구인 최효원이 아버지를 죽인 검계의 수장이라는 사실에 경악하고 맙니다.
이번 회 의문이었던 최효원과 서용기 사이의 실마리 하나가 풀렸지요. 5년 전 말 없이 떠나버린 최효원을 서용기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했지요. 서용기는 그때부터 검계색출에 나섰던 것 같습니다. 마음을 털어 놓았던 사이인지라 서용기가 검계에 대한 이야기를 최효원에게 했을 것이고, 최효원은 검계 조직원으로서 서용기를 마음 편하게 볼 수 없었던 것이지요.
평생 한 번 입어볼까 말까한 고운 비단옷을 입고 오태석 대감집에 갔던 동이는 뛰어난 기억력과 총명함으로 오태석의 관심을 받습니다. 동이의 영특함에 오태석 대감이 동이의 신분을 파악하는 중 자신이 찾고 있는 최효원의 딸임을 알게 되었지요. 포청에 끌려갈 뻔 한 동이는 차천수(배수빈)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깁니다. 강나루에서 만나기로 한 동이 오빠 최동주가 보이지 않자 차천수는 동이를 나루에 숨겨 두고 친구 동주를 찾으러 나섰다가, 최효원과 동주가 포박되어 끌려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칼을 빼려는 차천수와 이를 말리는 최효원과의 말없는 대화는 가슴을 찡하게 했습니다. 최효원은 눈빛으로 말했지요. "이제 네가 검계의 수장이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훗날을 도모하라" 는 뜻을 전하고, 차천수는 눈물을 머금고 칼을 넣고 맙니다. 수장과 친구가 끌려가는 모습을 힘없이 지켜봐야만 했던 차천수였지요.
차천수와 오빠를 기다리던 동이의 눈에 관군들의 행렬이 보이고, 얼핏 사이로 아버지와 오빠가 보이는 듯 합니다. 몸을 숨기고 있던 강나루를 벗어나 사람들 속에 서서 보던 동이의 눈에 믿기지 아버지와 오빠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고 있는...
아버지와 오빠를 부르는 동이의 외마디 비명이 동이를 어떤 운명으로 내치게 될 지 다음 주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비단옷은 동이에게 슬픔의 옷이 되고 말았습니다. 동이가 처음으로 입은 비단치마 저고리는 그녀의 인생이 비단 옷처럼 화려하게 펼쳐질 것임을 암시하면서도, 하필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 슬픈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늘 얼기설기 기운 누더기 치마저고리를 입은 딸이지만 아버지 최효원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딸이에요. 위험한 상황이기에 절대로 안된다며 못을 박고 나오지만, 어린 딸 동이의 울음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최효원은 동이를 데리고 한양에서 몸을 피하기 전에 동이를 위해 설빔을 장만했지요.
멀리 나들이 나와 연날리기를 하는 색동비단옷을 입은 양반집 아이들을 보며, 최효원은 천민이라는 신분과 가난이라는 벽을 함께 느꼈을 것 같습니다. 동이의 설빔을 가슴에 꼭 움켜 안는 최효원의 눈빛에는 "언젠가는 새 세상이 오면 동이에게 비단치마저고리를 꼭 사줘야겠다" 고 다지는 듯한 아비의 마음이 보였어요. 과묵한 성격에 말수도 적지만, 연민과 사랑을 담아 동이를 바라보는 최효원(천호진)의 애처로운 표정의 아버지 눈빛은 일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주 사형과 함께 천호진을 몇 번 못본다는게 아쉽네요.
대장금에서의 임현식이나 선덕여왕의 죽방 이문식, 추노의 이한위 등등 사극을 감칠맛나게 버무려 주며, 중간중간 호흡을 가다듬게 하는 웃음이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니 1,2회를 보는 동안 한 번도 웃어본 적이 없었네요. 물론 동이가 시트콤도 아니고, 코믹사극도 아니기에 희극적인 요소를 넣어야 하느냐는 다른 의견도 있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조금 답답한 감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최효원, 차천수, 최동주, 최동이 그리고 동이를 둘러싼 반촌 사람들이 너무 먹물 냄새가 나서 천민들 같지가 않은 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번회 등장한 게둬라 아버지 역시 검계조직원이다 보니 조직원의 냄새만 났을 뿐이었어요. 천민들이 글을 깨우치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는데도, 동이를 둘러 싼 주변인물들이 천민들이라 하기에는 반듯한 말투에 학식과 무술이 뛰어난 사람들만 있다보니, 동이가 천민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가 않았습니다. 그저 가난한 양반집 여식같았다고 할까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두 사람 캐릭터가 코믹에 많이 익숙해져 있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사극 특유의 감칠맛 나는 조연이 없다보니, 임현식씨나 이문식씨 같은 분위기를 업시켜주는 연기자가 보고 싶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1,2회가 답답하고 무겁고 팽팽한 긴장감만 유지한 느낌이 강하다보니, 사극적인 재미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초반부 긴장감을 늘였다 조였다 하는 사극의 묘미는 감칠맛 나는 조연들인데, 조연들이 하나같이 진지일색이라서 말이죠.
천민이라고 정해진 천민 말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잣거리 특유의 쫄깃하고 감칠맛나는 대사의 묘미가 없이 한결같이 한양 표준말씨들만 나와서 그것도 밋밋한 것 같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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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오 2010.03.25 00:26
헉!! 벌써 동이가 시작했나요?
깜놀랬어요. 추노 보느라 모르고 있었어요~
참 초록누리님 저번 추노 이다해 침실 씬 사진 한 장 오늘 포스팅에 인용할께요~^^
좋은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