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30. 12:09




지난주 선덕여왕에서 보여준 답답한 덕만이 드디어 제모습을 찾은 듯하다.
덕만의 첫 성인신고식을 치룬 이요원은 지난주 어색한 남장연기에 말투까지 억지스럽다보니 그 캐릭터가 어정쩡하게 되버려서 솔직히 미실(고현정)의 맞수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웠다. 후일 선덕여왕으로 등극할 인물이라는 설정에서 보여준 어린 덕만의 지략과 대범함을 살려내지 못하는 이요원의 모습에 회의적이었다는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번회(11회) 이요원은 그런 우려를 말끔이 씻어내고 덕만으로 제자리를 찾은 듯 하다. 첫등장에서 보여준  무늬만 덕만인 실망스러운 모습을 과감히 버린 이요원의 변화에 안도의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아막성에서 퇴각하는 김서현장군(김유신의 아버지) 부대의 퇴로를 열기 위한 유인책으로 비천,용화화랑은 백제군을 유인하는 임무를 맡는다. 살아서 신라로 돌아갈 확률이 거의 없는 그야말로 사지에 남겨졌다.
전투가 불가능한 동료를 베라는 알천랑, 그러면서 알천랑은 부상당한 자신을 휘하 낭도에게 베라는 명령을 한다. 그에 맞서 덕만은 김서현장군의 퇴로를 알리는 서신을 삼켜버린다. 이 장면은 과거 금지한 차교역을 한 명목으로 잡혀가서 생사(生死)패를 선택하라는 제후앞에서 패를 삼켜버리던 어린 덕만의 기지를 떠오르게 한 장면이었다. 덕만은 어려서도 죽음이라는 극한적인 위기상황에서도 용기있고 대범하게 기지를 발휘하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빗줄기 쏟아지는 전장에서 겁에 질린 동료에게 죽지않으려면 싸우라며 독려하는 장면에서 혼신을 다하는 이요원의 모습은 지난회에서 보여준 나약하고 모자란 듯한 답답함을 씻어주었다. 또한 죽어가는 동료의 죽음을 보며 절규하는 모습에서 이요원은 덕만이 의도적으로 감추지 말아야 할 부분, 즉 여성이라는 감성부분도 제대로 살려냈다. 만일 이요원이 생사고락을 함께 해 온 동료의 죽음앞에 비장한 남성미를 보여주었다면 이요원의 여장남자 연기는 실패했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죽음이라는 상황 앞에 본질적으로 다르게 반응한다. 절친한 동료를 끌어안고 울부짖는 덕만은 여성의 감성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반면 김유신이나 다른 동료는 남자들의 감성을 보여주었다. 죽음앞에 절규하는 본능적인 반응은 남자와 여자는 분명 다르다. 이런 절규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은 앞으로 덕만이 여성으로 밝혀지게 될 상황을 매끄럽게 연결시킬 수 있는 연출의도로 보여진다.

이제 이요원에게는 천천히 내면적으로 성숙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이요원에게 있어 카리스마는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지금은 선덕여왕이 될 덕만의 자질을 키우면서 내면으로 성숙해 가는 모습에 더 몰두해야 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전장에서 수많은 죽음을 보고, 죽지않기 위해 적을 죽여야 하고 살기 위해 칼에 피를 묻혔다. 그렇게 살아돌아 온 덕만은 더 강해지면서 내면적으로도 많이 성장해야 한다. 카리스마는 그 후에 취해야 한다. 자칫 극 초반부터 카리스마 잡기에 진을 쏟아버리면 힘만 들어간 덕만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장군의 갑옷을 졸병에게 입혀놓은 우스운 꼴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요원은 성숙과 카리스마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성숙한 덕만의 깊이있는 무게감을 보여주지 못하면 카리스마는 물건너 가버리게 될 것이다. 애초에 강한 카리스마로 드라마의 중심축을 이뤄버린 미실은 오히려 그 카리스마 연기에 억눌려 세심함에는 소홀해져 버렸다.
이요원은 고현정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요원이 무게감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땅을 디디고 서있는 두발의 무게를 잘 조절해야 한다. 이제 감을 잡았으니 제자리를 잡고 균형의 무게를 키울 때다. 
선덕여왕이 될 북두의 별, 드러나지 않았다고 가리려 하지말라.
별은 스스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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