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속 출연진의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기대이상으로 완벽에 가깝게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색하고 딱딱하기만 했던 송태하도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제자리를 잡아갔고, 특히 업복이의 최후는 공형진이라는 배우의 이름이 명불허전임을 보여주었지요. 일찍 죽은 천지호 성동일 역시 드라마가 끝나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극중 언년이의 캐릭터를 실패하게 만든 원인은 크게 네가지로 보여집니다.
언년이의 감정선이었던 돌멩이 분실
언년이 역시 대길이가 도련님이던 시절, "난 말이다, 다 싫구나. 네가 힘든 것도 네가 추운 것도... 다 싫구나" 라며 추운 날 호호 불던 자신의 얼어터진 손을 데워주던 돌멩이를 10년간 간직하며 대길도련님에 대한 마음을 간직했지요. 언년이가 혼례를 올렸던 날, 언년이는 그 돌멩이를 꺼내 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도망을 나왔지요.
그런데 충주에서 자객 윤지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한 언년이를 송태하가 구해 도망가는 길에 대길이가 던진 칼에 언년이가 맞는 불상사가 일어났지요. 언제 꺼내 들었는지 송태하의 뒤에서 말에 실려가던 언년이가 돌멩이를 떨어뜨리는 장면이 나왔고, 언년이는 대길의 분신과도 같았던 돌멩이를 잃어버리게 되었지요.
저는 이 때부터 언년이의 캐릭터는 애매모호해 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년이가 그 돌멩이를 잃어버리지 않고, 대길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을 때때로 보여 주었다면, 송태하와 대길의 사이에서 언년이의 고뇌하는 모습을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언년이 감정선을 이어갈 수가 있었는데 안타까운 돌멩이 분실사건입니다.
언년이와 송태하의 성급한 혼례식
맥이 풀려버린 애정라인을 복구한 것은 최장군과 왕손이가 송태하의 손에 죽었다고 오해하게 하면서 대길이는 송태하를 쫓을 명분을 만들어 주었고, 이후 송태하와 같은 길을 가게 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가닥을 잡는데 성공했지요. 그런데 가운데 어정쩡하게 낀 언년이는 이 때부터 더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대길에 대한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아무런 매개체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원손의 보모로서의 자리밖에는 없어 보였지요. 송태하의 부인으로서도 딱히 진한 사랑이나 애틋함은 없어 보였고요.
두고두고 이쉬운 점은 이때도 언년이가 가끔씩 돌멩이를 꺼내 들고 복잡한 마음을 보여주었다면, 언년이도 민폐녀의 꼬리표에서 하나의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을텐데 대길이를 만나도 무덤덤, 송태하와 대화는 새 세상에 대한 토론 밖에는 없다보니 점점 언년이의 입지는 작아지고, 원손의 보모로 밖에는 보여지지 않는 수모를 당하게 되었어요. 돌멩이 분실사건에 이어 성급한 혼례는 언년이의 감정선을 더 이상 보여줄 수 없게 만든 치명타였어요.
언년이가 죽었다면 결말의 극적 감동은 더했을 것이다
"언년아, 언년아. 잘 살아라. 너의 그 사람, 그리고 너의 아들과.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 다시 만날때 어찌 살았는지 얘기해 주렴" 이 대사는 그 이전에 송태하가 자리를 피해주면서 언년이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고 배를 구하러 가면서 방백으로 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고요.
눈물 줄줄 흘리게 했던 "나의 언년아, 나의 사랑아" 는 칼에 맞은 언년이를 품에 안고 했었더라면 싶어요. 송태하는 물론 원손을 데리고 떠났어야 했어요. 대길이 송태하에게 떠나라고 한 것은 그 상황에서는 맞는 것이었거든요. 송태하가 원손을 안고 대길과 언년을 남겨두고 현장을 빠져나가며, 언년이에게 했던 대사를 원손마마에게 했더라면 훨씬 멋졌을 것 같습니다. "원손마마, 청나라로 가지 않겠습니다. 이 땅에 빚을 너무 많이 져서 떠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더라도 좋았을 것 같고요.
그런데 언년이는 끝까지 강인한 여성상도, 미래상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청나라 용골대 사신을 향해 마치 여검사처럼 추궁하는 모습도 어색하기 그지 없었고요. 차라리 대길이의 삶의 의미였던 여인으로 함께 운명을 같이 했다면, 마지막에 언년이가 조금 사랑스러워 졌을 지도 모르겠어요. "운명처럼 힘이 센 것은 없다" 고 짝귀에게 말했던 언년이의 대사도 아귀가 맞았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강한 여성으로서의 언년이를 그리는 것도 실패했는데, 10년간을 돌멩이를 움켜쥐고 살아왔던 사랑의 무게라도 보여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언년이를 죽인 이다해
언년이는 송태하와 있을 때도, 대길이와 있을 때도 감정선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선을 읽는 것을 실패하다 보니 자신의 감정도 어디에 둬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대사처리는 무미건조했고, 무엇보다 언년이의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대사톤과 표정은 답답함 그 자체였어요. 대길 장혁이 혼자서 언년이 감정까지 끌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대길이와 언년이의 감정선은 대길이 혼자서 언년이 감정까지 1인 2역으로 끌고 갔다고 본 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겠지만, 이다해의 언년이는 실패였습니다. 언년이의 캐릭터는 이다해 아니라 누가 했더라도 실패했다는 말을 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캐릭터는 작가나 감독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연기자에게서 완성되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다해에 대한 악감정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극중 여주인공이 민폐녀로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고, 사랑받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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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공감하실 줄 알았는데.. 2010.03.28 23:38
그게 아니네요. 원래 댓글을 잘 남기지 않지만 초록누리님글에 안티가 너무 많은 것 같아 글을 남깁니다. 윗 글의 거의 모든 부분에 상당히 공감을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추노를 정말 재밌게 봤지만 언년이의 감정연기에는 정말 두고두고 아쉬움을 느낍니다. 저를 중반까지 흡입력있게 이끌어 왔던 힘은 탄탄한 스토리도 있었지만 대길과 언년의 사랑이었습니다. 시장씬에서 이다해의 연기를 보고 정말 감탄하며 다운받아 몇번을 돌려볼 정도로 최고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 였던거 같아요. 그 뒤로 물론 대본상으로도 기회가 없었지만 대사 한마디.. 눈빛 하나하나에 충분히 언년이의 마음을 실어 나를 수 있었을텐데.. 그런 세심한 부분을 이다해가 제대로 해내지 못했단 생각이 듭니다. 초록누리님도 그걸 말하고 있는 것 같구요... 몇 가지 예를 들었던 장면.. 마지막회에서의 대길과의 마지막 대화.. 충분히 애잔함을 더할 수 있었을 텐데 그 기회를 너무 살리지 못했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대길이에게 애잔함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참고로 대길과 언년이 만났을때부터 언년이를 송태하와 묶어주는 작가와 연출의 의도에 정말 속상해 했던 1인이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찾아 해맸는데.. 그렇게 만나기를 기다렸는데..ㅠㅠ 만나고 나서 너무 허무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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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2010.03.28 23:47
이다해씨 인터뷰를 보면 좀 더 깊이 자신을 들여다보는힘을 키우는게
연기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만심을 보게 되요..
대본이 좀 허술하다해도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은 그 캐릭을 생동감있게 표현하기도 하지요..
연기자 탓 보다는 대본 탓을 하게 된다는것 아니겠습니까? -
하지원 생각나네요. 2010.03.29 00:59
"추노"의 이다해를 보다보니 문득, "발리에서 생긴일"의 하지원이 생각납니다. "발리"에선 도대체 이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나중엔 짜증이 나더니, 하지원의 깊은 연기가 여주인공을 이해하게 하더군요. 그런게 연기이지않나 싶어 비교됩니다. "추노"...일주일동안 몸삻을 앓을 정도로 너무 좋아하는 드라마였는데, 저도 여주인공이 너무 아쉽습니다. 2%만 더 채웠어도, 완벽한 명품드라마가 될수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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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le 2010.03.29 02:21
ㅎㅎ 이건 내용중에 수정이 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네요.. 글의 의도와는 맞지 않지만..
>대길의 칼을 맞은 후 송태하의 말 뒤에서 돌을 떨어뜨리다<
부분이 드라마 내용과는 다르네요
대길의 칼을 맞은 후 동굴에서 정신 차리고 일어나서 다른 마을로 이동중에
송태하가 혼절한 언년이를 업고 이동하는 중에 돌맹이를 떨어뜨렸습니다...
제가.. 무개념은 아니구요.. 내용이 다른부분이 있어서..
정확하게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글을 읽다가.. 다른 부분이 있으면..
뭐랄까.. 조금.. 글에대한 느낌이 달라지는 듯해서 글을 남깁니다..
ㅎㅎ 중복이였으면 죄송하네요 ㅎ -
anubith 2010.03.29 02:58
일단 제목 자체가 자극적인거 저도 공감합니다만.....글 내용 자체는 맞는 말인데요?
장혁이 니가 그리워서 찾은게 아니라고 할때 그 대사 씬에서만 해도 장혁이 숨을 고르며
힘겹게 감정을 연기하는거에 비해서 참 쉽게도 얘기하더군요. 대본상의 역할이
패널티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고 배우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보는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대길이 도망가라고 할때도 그저 '서럽게 울기' 밖에 안하더군요.
아 물론 그 이상 뭘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그 서럽게 우는 씬에서도
전혀 슬프다는 느낌은 못받았습니다. 그건 저만의 느낌이겠죠 뭐
대길이 자신의 떠나는 마지막 모습을 보러 따라올 때도 그 어이없는 푸근한 미소란......
대길이 역을 맡은 장혁의 경우 눈빛과 표정 대사 어감 모든 것으로 감정 처리를
하는 것에 비해서 굉장히 비교되더군요.
기회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본인이 완벽하게 표현하지 못했을 뿐 -
purple 2010.03.29 03:05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군요.
이다해씨는 추노 최대의 피해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언년이 캐릭터가 이도저도 아니게 돼 버린 이유는, 드라마의 중심 멜로라인과 여주인공 캐릭터를 그따위로밖에 그리지 못한 작가, 또 그것을 ok한 감독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거죠. 어디 감정선을 드러낼 만한 제대로 된 씬이 있기나 했습니까? 언년이라는 캐릭터가 아쉬움을 남긴 이유는 연기자의 캐릭터 구축 실패가 아니라, 작가의 역량부족이라는 것을 친절하게 써놓으시고 제목은 이다해한테 큰 문제가 있는것마냥 해놓으시다니.. 평소 이다해 팬도 아닌데 이런 어이없는 흠집내기 글을 보니 댓글을 안 달 수가 없네요. -
마스 2010.03.29 07:48
저는 작가의 여성에 대한 생각이 그대로 언년이한테 투영된것이라 생각해요. 참고로 이다해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입니다. 그래서 감정선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하죠. 의외로 대본의 디테일에 놀란적이 많은데..끝까지 언년이는 조선의 여인으로 마무리 시키더군요. 대길이는 첫사랑을 위해 목숨을 거는 남자의 로망의 절정으로 마무리 되었고, 언년이는 정조를 지키는 조선의 여인으로 마무리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이다해의 연기력보다는 이다해의 감정선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한 작가와 연출자의 문제가 더 컸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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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비 2010.03.29 09:38
그냥 지나치려다가 한마디 적습니다. 글의 대부분은 언년이 즉 "이다혜"와 상관없는 글의 구성이더군요. 고작 5분1정도가 언년이 관련인데 이다혜의 연기력을 탓하는 것 같군요.
추노에서 등장하는 인물중 자신의 의지에 따라 믿고 있는 신념 또는 목적을 위해 투쟁하는 이는 세사람뿐입니다. 사랑하는 언년이를 찾기 위해 추노꾼이 된 대길이, 마직막 원손을 지키는 것과 무사로써의 송태하, 정적마져 자신의 수하로 만들어 버리는 탁월한 모사꾼 이경식 이 세사람뿐이죠. 나머지 등장인물은 누구의 지시를 따르거나 함정에 이용당하는 소모품에 불과합니다.
자 그럼 글에서 지적한 돌맹이 분실 사건입니다. 언년이는 그야말로 작가의 실수인지 아니면 비중을 적게 둔 것인지는 모르지만 목적을 상실한 여주인공이 되어버렸습니다. 최사과와 혼례를 치루던 첫날밤 길을 떠나지만 무엇을 위해 떠나야 하는지 목적이 없습니다. 다만 돌맹이 하나로 그막연함을 대신해줄 뿐입니다. 그리고 쫒기는 와중에 돌맹이를 분실하죠. 이것은 누구나 아시겠지만 연출진이 대길이와의 연인 관계를 정리하는데 복선의 도구로 사용합니다. 뻔한 스토리이기는 하지만요.
다음은 언년이의 연기력 논란입니다. 언년이의 등장을 모두 통편집으로 빼 버린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작가와 연출진은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그 많은 것을 보여주었음에도 지루함이 없었습니다. 극에서 천지호의 등장은 오포교보다도 횟수가 적은데도 주인공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만큼 강렬했습니다.
여기서 이다혜의 한계가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이다혜가 분한 언년이는 노비시절 이야기 빼고는 보여줄 것이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사람냄새 나는 저잣거리 말을 구성지게 할수도 없는 지극히 절제해야하는 사대부(신분세탁을 했지요)가 아녀자의 인물을 그려야 했습니다. 남자들처럼 화려한 액션을 보여줄 것도 없었고 극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위치도 할 일도 없었고 그져 보모로 전락한 케릭터가 되고 만 것입니다.
자 생각을 해보세요. 추노에서 등장하는 인물중 이다혜 혼자서만 대화체도 다르고 차분한 연기를 하지요. 극은 치열한데 다들 숨 넘어가듯 급한 상황인데 말이지요. 주인공중 하나지만 할일 없는 주인공이 되어버렸습니다. 말 그대로 아쉽지만 연출진의 실수라면 실수입니다.
다만 언년이의 논란보다 추노라는 드라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입니다. 초록누리님의 글을 기다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