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선, 낯선 감정 '미움'을 느끼다
효선이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아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 할 필요가 없었어요. 중심이 자기에게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보다는 재잘재잘 쉴새없이 귀찮게 수다를 떠는 효선이가 나올 수 밖에 없었어요. 효선이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해준다고 생각하는 단순한 아이일뿐이에요. 그런 효선이의 모습은 착한 아이라는 공식이 따라다녔고, 착하다는 것은 효선이의 상징이 돼버렸습니다. 착한 아이를 괴롭히는 것은 나쁜 짓이라는 공식이 효선이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공식처럼 따라 다닙니다. 경수라는 친구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날리는 효선의 문자를 씹어버리는 것도 같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수학공부를 하며 은조에게 설명하느라 자신이 들어오는지도, 모르는 것 가르쳐달라는 말에도 건성으로 대답하는 기훈오빠와 은조가 이상해 보입니다. 재잘조잘 하루종일 옆에서 떠들어도 눈길도 주지 않는 은조언니도 이상하게 보이고, 은조언니만 쫓는 기훈오빠도 이상해 보입니다. 그래서 효선은 기훈에게 묻지요. "오빠, 나 누구야? 내가 마음이 조금 이상해...."
효선은 지금 낯선 자신의 모습을 느끼기 시작한 거예요. 친구들이나 대성도가에서 일하는 아저씨 아줌마, 기훈오빠, 새엄마, 새언니 그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 주고, 자기도 그 사람들을 다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알 수 없는 감정이 효선에게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것은 미움이라는 감정이에요. 누군가가 미워지는 감정, 효선이 살고 있는 세상에는 악이라는 녀석이 없었던 거지요. 동화속 착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효선이에게는 미움이라는 녀석이 보이지 않았을 뿐이에요. 누구도 효선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미워지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죠.
기훈도 "넌 나보다 멋져질 거야" 라며 은조에게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말을 해줬어요. 늘 구질구질하고 쓰레기 같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보고 멋져질 거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는, 그런 세상이 은조의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지요. 효선에 비하면 은조의 변화는 더디게 진행될 것입니다. 상처가 많았던 아이였던 만큼 아무는 것도 더디고 새살이 돋아나는 것도 더디니까요.
물과 누룩, 이물질의 충돌
흥미로운 것은 그 세상이 술을 만드는 곳을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것이에요.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통과의례처럼 배우게 되는 술, 그 첫 맛처럼 쓰지 않을까 싶네요. 술은 사람을 즐겁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고, 추하게 하기도 하고, 속이 쓰리게도 해요. 마시고 나면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요.
효선이는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물의 상태에 있고, 반면 엄마의 거친 인생 속에서 세상이 쓰레기같다고 생각하는 은조는 곰팡이 덩어리 누룩의 상태라고도 볼 수 있을 지 몰라요. 하지만 각각만으로는 좋은 술로 만들어지지는 못하지요. 효선에게 은조의 등장, 은조에게 효선이라는 이방인과의 만남에서 빚어지는 갈등은 물과 누룩의 화학반응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만으로 술이 되지 못하고 누룩만으로 술을 빚을 수 없듯이, 좋은 술이 되기 위한 두 물질이 섞여 발효숙성 과정을 거치듯이, 은조와 효선이라는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부딪치면서 서로를 통해 성장해 가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의 무대가 술을 빚는 곳이라는 점이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말이지요.
서우, 효선의 변화 살려야 하는 이유
신데렐라 언니 무대가 되고 있는 효선의 고래등 기와집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마치 깊은 바닷속만큼 고요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잔잔한 파도만이 넘실되는 것 처럼 보이는데, 바닷속에서는 이미 폭풍이 일기 시작했어요. 다만 수면위로 그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고 있을 뿐이에요. 두 여주인공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은조와 효선이 는 낯선 이방인들로부터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서 신데렐라 언니보다는 신데렐라 효선의 변화에 더 관심이 가더군요. 까칠하고 세상으로부터의 접근을 차단해 버린 은조의 변화는 어찌보면 쉽게 예상할 수가 있는 일들입니다. 사랑에 눈을 뜨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죠. 이 과정을 섬뜩하리만치 기존의 이미지에 반하는 파괴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문근영의 연기변신이 드라마 관전의 포인트지만, 착한 효선(서우)의 변화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같은 것이기에 더 흥미롭습니다.
은조는 새아버지가 된 구대성과 기훈때문에, 효선은 은조와 기훈으로부터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효선의 불안감이 밖으로 터져 나오는 순간이 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대성도가의 고요가 깨지는 순간이 되겠지요. 그런 점에서 효선이 변화하는 시점은 동화 속에서 살고있는 효선이 나오는 순간이기도 하고, 효선을 연기하는 서우의 연기력이 검증받을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어렸을 때 처음 코피가 터졌을 때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겁에 떨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아마 효선이 그런 느낌일 수도 있을 거예요. 효선이는 마치 처음 코피를 보는 아이같아 보이니까요. 한번도 상처를 입지 않았던 아이가 감당하지 못할 깊은 상처를 입었을 때, 고통도 심하고 상처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극복하는 방법도 서툴고 파괴적일 수도 있어요. 효선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처음으로 당하는 마음의 상처, 그 충격과 변화를 깊이있게 보여 주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 변화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서우의 연기력이 도마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고, 효선의 캐릭터도 성장하지 못한 유아기적 공주에서 머물러 버릴 것입니다. 효선이 서우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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