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시간이 흐른 후 2부로 넘어 온 신데렐라 언니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을 수 없이 던져 놓았습니다. 해병대를 제대하고 대성도가를 찾아 온 은조의 일편단심 수호천사 한정우(옥택연)가 성인으로 변신해 등장했고, 군대를 간다며 말없이 떠나버린 홍기훈이 대성도가의 새로운 마케팅 담당자로 와 은조와 효선과 재회를 했지요. 그리고 반전 중의 반전이라 할 수 있을만큼 충격적이었던 꼬리 아홉달린 여우 송강숙의 외도까지 흥미로운 사건들이 넘쳐났어요. 구대성과 송강숙 사이에 준수라는 아들도 생겼더군요. 그다지 착한 심성의 아이같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보는 순간 의혹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와서 준수를 한참이나 쳐다봤네요. 이 아이가 송강숙의 운명을 쥐고 있는 불행의 씨앗일까? 아님 화해와 해피엔딩을 위한 다리역할을 할까? 인상만으로는 전자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는데, 스포가 될 수도 있기에 좀더 지켜봐야겠네요.
옥택연, 연기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옥택연의 연기는 합격점입니다. 물론 첫회 등장이라 장면도 대사도 많지 않아서 평을 하기에 이른감이 있겠지만, 일단 컨셉은 잘 잡은 것 같습니다. 연기력을 갖추지 못한 아이돌에게서 흔히 보일 수 있는 위험성이 힘이 많이 들어가는 점과 자연스럽지 못한 대사, 그리고 표정연기겠지요. 옥택연은 세 가지 부분 모두 무난하게 통과했다고 생각됩니다.
은조와 효선, 8년 동안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크게 건너 뛰어버린 8년의 시간, 신데렐라 언니는 친절하게 짧은 장면만으로도 그들의 변화들을 어렵지 않게 깔아 주었습니다. 은조는 미생물학과에 진학해서 대성도가에서 효모연구를 하며 대성도가 실질적인 경영업무에 참여하고, 효선은 발레리나를 꿈꾸며 오디션을 계속 보지만 낙방의 연속이었고, 풍족하지만 빈껍데기같은 재미없는 생활을 해오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었지요. 한도초과가 될 정도로 카드를 긁어대고, 허한 마음을 달래 오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 효선의 생활에 일조한 인물이 새엄마 송강숙이었고요. 송강숙을 연기하는 이미숙의 변신이 이번회 너무 충격적이라 송강숙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밤이 새도록 얘기해도 모자랄 것 같아 송강숙은 별도로 다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네요. 연구대상감이 송강숙 캐릭터인데요, 정말 묘한 매력이 있는 여자에요. 자꾸 그 심리를 파헤쳐보고 싶은....
기훈이 말없이 떠나버리자 은조는 대성도가에 남아있을 이유를 찾지 못하고 가방을 꾸려 떠나려고 했어요. 기훈이 떠난 대성도가는 넓고 황량하게 텅빈 집일 뿐입니다. 기훈이 앉아 노래를 부르던 마루에도, 그 어디에도 기훈의 모습은 없습니다. 그런 은조를 붙들어 준 것은 구대성이었어요. 은조와 기훈이 각별한 마음을 주고 받은 것을 구대성은 알고 있었어요. 기훈이 떠났던 날 효선에게 어디로 떠났냐며 소리를 지르고 눈물 가득 고인 눈으로 기훈을 찾아 헤매던 그 눈을 대성도 봤던 게지요.
정붙일 곳 없는 아이, 은조가 대성도가에 마음을 붙이지 못할 것임을 구대성도 알았기에 은조가 집을 떠나려고 한다는 것도 짐작합니다. 가게 해달라는 은조에게 구대성이 말하지요. "어디다 내놔도 걱정이 없을 것 같은 때가 오면 보내줄게. 약속하마, 나는 약속을 하면 지키는 사람이다. 당분간 내가 너에게 이 집에 있어도 좋을 이유가 돼주마" 그리고 우는 은조의 어깨를 감싸주었지요. 구대성의 약속이 은조를 8년의 시간을 버티게 해주었던 것이지요. 드라마 속이지만 새아버지 구대성은 정말 멋진 분이십니다. 이런 좋은 남자를 배신하고 뒷구멍으로 호박씨 까고 있는 송강숙이라는 여자, 정말 어리석기도 하지만 그 심리가 묘하게 이해도 되고 암튼 복잡한 어른들입니다.
효선이 송강숙에게 하는 행동은 효선이가 살아남는 방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는 아버지 구대성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지만, 효선이가 새엄마 송강숙을 당할 수 없다는 것을 효선은 8년의 시간속에서 알았어요. 효선이 송강숙이 자신을 가식적으로 대하고 있음을 아버지에게 말해봐야 송강숙의 아홉개 꼬리와는 상대도 되지 않고, 새엄마를 밀쳐내면 아무도 효선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을 것을 알았어요. 효선이 새엄마에게 못되게 굴면 그 화는 고스란히 효선에게로 쏟아질 것임을 효선도 눈치밥 8년 속에서 알아버렸던 거예요. 효선이가 살아남는 방법은 그렇게 새엄마의 비위를 맞춰가며 아픔을 혼자서 삭여가는 방법밖에는 없었어요.
그런 효선이에게 달이 네모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던 기훈오빠가 나타났어요. 8년간의 외로움과 허허로움을 한꺼번에 쏟아내듯이 기훈에게 안겨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장면에서는 효선이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아파오더군요.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남자, 그럼에도 기대고 싶은 남자 기훈, 효선은 기훈오빠가 재미없이 허허롭기만 한 자신의 인생을 구원해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효선은 더 이상 갈데가 없는 아이거든요.
은조와 기훈, 다시 들려온 그 사람의 목소리 "은조야"
갤러리에서 기훈이 좋아한다던 손상기화가의 전시회장에서 효선으로부터 믿기지 않은 말을 듣습니다. 기훈이와 만나고 있다는 말은 은조를 흔들어댑니다. 효선의 전화통화에 오빠라는 말만 듣고도 상대방이 기훈일까 한밤중에 그의 뒤를 쫓는 은조에요. 기차역에도 가 보고 카센터에도 가 보고...
그런 은조앞에 거짓말처럼 기훈이 나타납니다. "아는 얼굴이네? 효선이 언니 맞죠? 나 기억해요?" 8년간이나 은조야 라고 불러 주었던 그 목소리를 내려놓지 못했는데, 그 사람은 아는 얼굴일뿐이라며 심지어는 나 기억하냐고 묻기까지 합니다. 기훈이 장난으로 한 말이었음에도 은조의 가슴에 그 사람이 너무 컸기에 농담을 받아들일 줄도 모릅니다.
그리움이 사무쳐서,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커서, 그렇게 오랜 시간 후에 만나게 된 것에 대한 야속함에 두 사람은 그렇게 8년이라는 길고 고통스러웠던 그리움을 상처받은 들짐승들처럼 으르렁거리며 드러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에요.
은조와 효선 앞에 동시에 나타난 기훈 그리고 정우, 네 사람의 감정은 낮은 첼로음처럼, 그러나 팽팽하게 당겨진 현위에서 춤을 추는 듯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입니다. 너무 팽팽하게 당겨져서 마치 활을 대는 순간 줄이 툭 하고 끊어져 버릴 것 같습니다. 은조와 효선의 이 숨막힐 정도로 아픈 팽팽함은 감히 활을 들어 연주하기가 겁날 정도에요. 8년후의 두 사람의 변신은 연기자로서도, 드라마 속에서의 캐릭터로서도 성공적인 변신입니다. 그래서 다음회를 보기가 겁날 정도에요.
혹시 들으셨나요? 기훈이 "은조야" 라고 부르자 은조의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 말이에요. '똑" 하고 눈물 떨어지는 효과음은 신데렐라 언니의 동화적인 최고 음향효과였던 것 같아요. 눈물 떨어지는 소리는 "은조야' 라고 부르는 소리에 은조 가슴이 철렁하고 떨어지는 소리였고, 그동안 원망스럽게 가슴에 담아 온 그리움이 떨어지는 소리였고, 앞으로 예고될 은조의 슬픔을 말하는 소리였어요. 은조의 눈물 소리에 제 마음에서도 뭔가가 떨어지는 듯 가슴이 아려 오더군요. 이렇게 눈물소리까지 담아내며, 가슴 속 말하지 못한 말을 전달하는 동화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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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2010.04.15 20:19
리뷰마다 정독하고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효선에 대해 은조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쓰신 분은 님이 처음이네요~
저도 은조가 효선이를 대하는 게 8년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기훈이가 세상으로 잡아끌어주고, 8년동안 서로 부대끼고 살면서
은조도 효선이의 심정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아요.
효선이한테 독설할때도 8년전처럼 독설하기보다는
자꾸 흔들거리지 말고 정신차리고 네 것을 잡을 줄도 알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효선이가 술취해서 업혀왔을때 효선이한테 이불을 덮어주면서
은조가 지었던 미묘하게 동정과 공감이 교차하는 표정이라든지..
공감가는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