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6 09:20




마지막 은조의 날카로운 외마디 비명이 가슴에 가시처럼 박혀 지금도 빠져 나오지 않습니다. 차라리 은조 자신이 죽어 버리고 싶다는 듯 목을 움켜 쥐고 우는 장면에서는 슬픔보다는 은조가 느끼는 엄마에 대한 환멸감과 새아버지에 대한 은조의 깊은 마음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핑글 돌고 말았어요. 병실 문을 열고 들어 선 사람좋은 구대성의 멍해져 버린 공허한 눈빛도 마음에 걸리고, 뛰쳐 나간 효선이의 눈물까지도 어느 하나 내려 놓지 못하겠네요. 드라마를 보며 슬픈감정에 이입되었다가도 다른 소소한 즐거움속에서 잊혀지곤 하는데, 신데렐라 언니는 은조와 효선을 떠올리면 그냥 마음이 아파옵니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재미있다, 흥미진진하다는 평을 하는데 이런 것과는 별도의 감정이 앙금처럼 가라 앉아버리는 이 이상스런 드라마는 중독이라는 치명적인 매력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은조야" 라는 다시 들려 온 그 사람의 목소리에 눈물을 흘리는 은조는 금새 냉정해져 기훈을 밀어내 버립니다.  온몸에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기훈에게 날을 세우지요. " 네가 누구였던 이름이 뭐였든 어떻게 웃었든, 지금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너는 나한테 먼지보다도 벌레보다도 아무 것도 아냐. 날 부른다던가 웃는다던가 그러기만 해봐. 정말 죽여 버릴테니까"
은조를 데리러 털보장씨집을 찾아 온 기훈은 처음 본 은조를 향해 웃어 주었어요. 그때는 그 미소가 어떤 의미가 될지도 몰랐는데, 어느날 세상을 향해 굳게 닫아 건 빗장을 열듯 "은조야"라며 그 미소와 함께 다가 온 사랑, 하지만 은조는 죽을 힘을 다해 밀어내려 합니다. 웃지도 말고 "은조야" 라며, 또다시 흔들지도 말라면서요. 아직도 그 사람을 보면 심장이 '쿵' 소리를 내는데,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은조에요.
기훈이 역시 마찬가지에요. 지금이라도 자신이 부르는 소리에 대답해 주면, 홍주가의 집안 싸움이고 아버지와의 약속도 다 버리고, 대성도가를 삼키려고 온 이유도 잊어버리고 싶은데, 온 몸으로 도망가려는 은조를 붙잡지 못하고 맙니다. 
  
효선의 눈물,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너 같은 거"
두 사람을 지켜보는 효선의 가슴에는 혼자라는 외로움만이 가득 차오르고 있을 뿐이에요. 몰랐는데 효선이가 두 사람을 다 지켜보고 있었네요. 차라리 보지 말지, 여린 마음에 생채기가 깊게 패이는 것을 보니, 모두가 소풍을 가버리고 마치 세상에 혼자가 된 듯한 효선이의 마음이 짠해 옵니다.기훈의 마음을 알게 된 효선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훈을 찾아가 "오빠는 내꺼야. 결혼하자"라며 통보를 하고 나옵니다. 장난스럽게 받아 주는 기훈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효선은 모든 것을 빼앗길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언니 은조, 늦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동생 준수, 효선은 혼자가 된 듯 합니다. 도가일을 배우겠다고 쌀을 씻어보지만 아버지로부터 혼만 나고 말지요. 
그런 효선에게 은조가 손을 내밉니다. 대성도가의 CF광고를 찍겠다고요. 모든 게 제멋대로인 은조가 얄미워 안하겠다고 하지만, "네가 안하면 난 돈을 쓰면 돼. 네 아버지 돈"이라고 말할 뿐입니다. 효선이 "너, 악질이야"라면서도 효선도 은조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쯤은 압니다. 효선이 은조에게 악질이라고 한 것은 은조가  자신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기분은 더러워도 은조의 말은 틀리지는 않거든요.
밤새 연구실에 쳐박혀 효모연구를 하던 은조가 코피를 쏟고 병원으로 실려가자 효선은 혼란에 빠집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은조처럼 야무질 수 없는 자신, 코피까지 쏟아가며 성실한 언니가 한편으로는 얄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됩니다. 효선의 나레이션은 효선의 혼란한 심정을 말하는 것었어요. 은조 언니를 사랑하는지 미워하는지 조차 모르는 혼란한 감정, 아니 이제 진짜 미워지기 시작한 것인지, 싫어하려고 했는데 싫어할 수가 없는지에 대한 효선의 혼란스러운 감정고백이었어요.
효선의 나레이션은 듣기에 따라 정반대로 들리는 대목이었어요. "언니야, 언니야. 죽지마라, 죽지마라. 언니야"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효선의 속에서는 "죽어버려라가 헛나온거다"라며 자꾸 은조를 미워해야한다는 자기강제를 하는 효선이에요."내가 잘할게, 내가 너 이뻐해줄게, 죽지마라 언니야" 하지만 또 다른 효선이는 이렇게 소리치고 있어요. "너 코파다가 코피났지? 이렇게 묻고 싶은게 내 진심이었다" 
효선은 계속 은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혼란스러운 거예요. 간밤에 이불을 덮어주고 나가는 은조, 하지만 내꺼오빠인 기훈이 바라보는 사람. 언니 은조도 잃고 싶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기훈 오빠도 잃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런데 은조의 차가운 말이 효선의 마음을 할퀴고 맙니다. "무슨 호들갑이야. 나 죽어? 아님, 죽었으면 했어?" 효선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콕콕 집어 말하는 은조가 너무 얄미운 효선이에요. 링거주사 바늘을 빼버리고 병원을 나가려는 은조를 효선이 강제로 침대에 떠다 밀어 버리지요.
뒤이어 터진 효선의 눈물과 독설은 효선을 연기하는 서우의 놀라운 감정폭발이었고, 효선의 변화를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저는 이 장면에서 효선의 마음이 두갈래로 보여지더군요. 저는 효선이 악한 역으로 바뀌는 복선이었다기 보다는, 효선이 언니 은조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을 읽었고, 그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반어적인 말은 새엄마 송강숙과 구대성으로부터 오해를 사게 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효선이 은조를 침대에 밀어뜨리면서 말했지요. "너 움직이는 것 꼴보기 싫어. 아빠한테 잘 보이려고 연구실에서 맨날 밤새고, 코피나 터지고, 네가 안 그래도 나는 너랑 맨날 비교당하면서 형편없는 애 돼가고 있고, 또 움직이기만 해봐. 또 쓰러지기만 해봐" 이 대사에는 효선의 두가지 마음이 한꺼번에 들어 있었어요. 언니 은조와 비교당하면서 자꾸 작아지고 초라해지는 현실적인 자신의 모습과 은조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이에요.
"코피나 터지고, 또 쓰러지기만 해 봐" 이 말에는 효선이의 착한 심성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거예요. 잘난 척하고 무시하는 언니 은조가 싫지만, "언니가 아픈 것은 더 싫어. 그러니 아프지마. 죽지마. 우리 엄마처럼..." 이런 마음이 깔려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효선이는 아무리 은조가 미워도 그 고운 심성까지 다 버리면서 은조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에요.
그런데 뒤에 이어지는 말 "확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너 같은 거" 라고 소리를 지를 때 아버지와 새엄마가 들어와 그 말을 들어 버렸어요. 효선의 말은 새엄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변명하기 힘든 말이었어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자매, 냉랭한 의붓자매에게 너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은 친언니에게 같은 말을 썼을 때와는 다르지요. 변명의 여지가 없는 그런 오해를 받게 되는 거지요. 아버지의 싸늘한 눈빛, 가식적이었지만 언제나 효선에게 먼저 왔던 새엄마는 처음으로 은조에게 발걸음을 향해 버립니다. 병실을 뛰쳐 나간 효선이 숨을 곳은 더 이상 없어요. 더 이상 착한 효선이로 돌아갈 수가 없게 돼버린 거예요. 그런 효선이 달려간 곳은 기훈이 품이었어요. 아무에게도, 아니 은조에게는 이제는 절대로 빼앗기고 싶지 않은...

은조의 눈물, "엄마를 용서할 수 있게 해줘"
은조는 기훈이 들어 온 대성참도가를 떠나려고 하지요.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기훈이 함께 있는 대성도가는 은조에게 고통이에요. 또한 은조는 엄마 송강숙에 대한 죄의식때문에도 구대성과 효선의 곁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하지 못한 엄마를 너무나 잘 아는 은조이기에, 대성도가에서 은조의 자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효선의 자리는 작아지고, 엄마의 욕심이 하늘 끝까지 차오를 것이라는 것을 은조는 모르지 않습니다.
엄마 송강숙은 늘 그래왔어요. 은조 널 위해서라면 몸을 팔아서라도, 도둑질을 해서라도 주겠다고요. 은조는 이제 엄마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용기도, 실력도 생겼고, 무엇보다 세상이 싫지 않아졌거든요. 이제는 세상을 향해 나가 은조의 힘으로 당당하게 살고 싶어졌던 거예요. 기훈이 떠난 자리를 위로해 주고, 살고 싶은 세상을 알려준 사람이 새아버지 구대성이었지요. "어디 내놔도 걱정없을 때 보내 주겠다, 그때까지는 이 집에 있어야 할 이유가 돼 주겠다" 며 도망가려는 은조를 붙잡아 주었어요.
은조가 대성도가를 나가려는 이유는 기훈이 돌아와서 힘들기도 하지만, 첫째 이유는 새아버지에 대한 은조의 마음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은조는 아버지라는 넓은 그늘에서, 그 따스한 손길 덕분에 세상이 더 이상 쓰레기장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그런 아버지에게 은조는 은조 방식으로 은혜를 갚고 싶은 거예요. 엄마의 욕심대로 대성도가를 차지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자신을 품어 준 구대성에 대한 감사이고, 은조의 깊은 마음이었던 게지요. 입으로는 구대성에게 자신에게 마음 주지 말라며 자신을 못된 아이라고 말하고, 믿어준 은혜 백골난망이라 평생 감사하며 살 애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은조는 새아버지 구대성에게 백골난망 감사하다는 마음을 돌려 말했던 것이에요.
은조는 압니다. 새아버지 구대성이 자신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말이에요. 새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정말로 효선이와 자신을 털끝만큼의 차별도 없이 대했던... 은조가 대성도가에 있는 한 대성도가 역시 은조에게 넘겨주고도 남을 분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은조는 겉으로 그렇게 싸가지 없을 정도로 차갑게 새아버지 구대성에게 정을 떼게 하려는 것이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은조가 흔들릴 것 같으니까요. 처음으로 흐느껴 우는 자신의 어깨를 감싸주고, 품어주었던 아버지의 따뜻한 그늘을 욕심내게 될까봐서요.
은조가 새아버지 구대성을 밀쳐내려는 것에는 효선이에 대한 마음도 숨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엄마 송강숙이 '우리 애기' 하며 효선을 감쌀 때 엄마를 잃었다는 상실감의 상처를 은조는 기억하고 있어요. 효선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내심 서운했는데, 은조는 반대로 어느사이엔가 효선의 아버지를 빼앗고 있었던 거라는 걸 말이지요.
그래서 은조는 자꾸 대성도가를 나가고 싶은 거예요. 새아버지에 대한 양심과 효선에 대한 미안함. 하지만 은조는 표현에 서투른 아이라 정을 떼는 방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게 은조의 방식이고, 엄마 송강숙과 다르게 살고 싶었던 은조의 엄마로부터 탈출 방식이었던 것이었어요. 부끄럽고 싶지 않은, 뒷통수를 치고 싶지 않은, 공짜 밥을 먹고 싶지 않은 은조만의 사랑방식이었고, 엄마가 저지른 위선에 대한 죄갚음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 은조에게 엄마 송강숙은 또다시 은조를 벼랑 끝으로 내밀어 버립니다. 엄마에게 기대했던 한가닥 진심, 구대성을 돈이 아니라 진심으로 좋아해서 함께 사는 것이라 믿고 싶었던 마음, 아니 세상 다른 남자들을 다 등을 쳐먹고 살아 왔더라도, 처음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되어준 구대성, 은조에게 진짜 아버지가 돼준 구대성에게만은 진심이었기를요. 하지만 엄마는 은조를 차라리 죽고 싶게 해 버립니다. 
"효선이 아버지는 좋아해? 적어도 좋아한다고 말해 줘 엄마, 뜯어 먹을게 많은 남자가 아니라, 좋아서 산다고 말해주면 엄마 용서할게..." 
하지만 엄마 송강숙은 "좋다 좋아, 뜯어 먹을게 많아서 좋다, 왜!!!" 라며 은조가 엄마에게 걸었던 한가닥 진심을 산산조각 내버립니다. 송강숙이 구대성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어요. 송강숙의 마음은 딱 반반이었거든요. 점잖은 구대성이 좋았고, 돈이 많다는 것은 금상첨화였지요. 그런데 송강숙의 문제는 그 전후가 다르다는 것에 문제가 있었겠지요. 돈많은 남자인데 점잖하기까지 하다는 것이겠지요. 나쁘게 말하면 송강숙의 화냥기가 구대성과 살면서도 한달에 한 번씩 털보장씨를 만나 외도를 하게 했지만, 송강숙이 구대성을 전혀 좋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을 거예요. 좋아하는 첫째이유가 돈이었겠지만요. 
불행스럽게도 이 광경을 구대성이 보고 말았네요. 충격으로 멍해진 구대성을 보니 사태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꼬리 아홉개 달린 송강숙이 어떻게 구워 삶을지 모르겠지만, 평화롭던 대성도가에 안팍으로 심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엄마라는 이유로 엄마의 너저분한 삶을 용서하고 싶었던 은조는 자신의 아버지가 되어준 구대성에게 진심마저도 없었다는 말을 듣고 자기모멸감에 빠지고, 마치 자신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목을 움켜쥐고 비명을 지르며 오열합니다. 엄마 송강숙의 위선에 가득찬 생존방식이 은조를 지키기 위한 모정 때문이었다며 태연하게 말하는 엄마를, 아니 그렇게 살게 한 이유였던 자신을 죽여 버리고 싶어하는 듯한 은조의 외마디 비명은, 슬픔보다는 심장을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어요. 
은조와 효선의 비명은 둘 다 갈 곳을 잃었기에 절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은조와 효선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에요. 한사람은 감정을 통째로 내보이려는 아이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을 꽁꽁 숨겨두려는 아이지요. 엄마에게서 해방되어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은조, 엄마가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버지 구대성의 마지막 여자이기를 바랐지만, 엄마는 자신의 숲이고 우상이었던 아버지마저도 좋아한 사람이 아니라며 은조를 갈기갈기 찢어버립니다.
효선이의 비명도 은조와 엇갈려 버렸지요. 마음으로 수백번씩 미워하고 싶다고, 미워해야 한다고 다짐했지만, 쓰러진 은조를 보고는 "언니 죽지마, 언니야, 아프지마, 내 언니야" 라며 효선이는 언니 은조를 사랑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물과 불처럼 다른 두 아이는 마음을 여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또 다시 밀치는 은조로 인해 효선은 상처받고, 마음 속 밑바닥에 숨겨두고 싶었던 감정을 올라오게 해버렸어요. 진짜 미워하고 싶은 마음 말이에요.
이렇게 효선에 대한 은조식 서툰 사랑과 거부당한 효선의 마음은 갈등만을 향해 치닫게 되나 봅니다. 대성도가를 향해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채 말입니다. 이 두 사람이 화해하는 지점은 대성도가겠지요. 효선이나 은조나 대성도가는 지켜야하는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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