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7 07:34




신데렐라 언니 6회까지 보면서 극중몰입을 방해하는 천정명의 색깔없는 연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신데렐라 언니가 시작되기도 전에 서우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다시 천정명이 대학생들과의 시비사건에 휘말리면서 신데렐라 언니가 난항하게 되는지 우려가 되기도 했죠. 그런 상황에서 천정명에 대한 연기력을 거론한다는 것이, 근래들어 감탄하며 보고 있는 작품에 찬물을 끼얹게 되지 않을까 솔직히 언급을 피해 버린게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애정라인 중심인물로서 천정명의 기훈은 참 매력없습니다.
천정명이 무기로 내세운 햇살 미소도 1,2회까지는 효력이 있었지만, 다음부터는 햇살미소가 아닌 실없은 미소처럼 느껴지더군요. 술에 취해 담벼락에 기대 "은조야" 라고 불렀던 나즈막한 말도 5회 엔딩장면에서는 도대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드라마 속 은조야의 의미도, 이름을 부르는 것도 아닌 듯한 이도저도 아닌 말처럼 여겨지더군요. 문근영의 참이슬같은 눈물이 천정명의 분위기없던 "은조야"를 눌러 버렸기에 그 장면의 어색함을 그나마 참고 보기는 했지만요. 제가 매회 신데렐라 언니 드라마 리뷰글을 올리면서도 기훈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천정명이 보여주는 기훈에게서 매력을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은조와 효선의 마음에 있는 기훈에 대한 감정을 중심으로 썼을 뿐이에요. 드라마속 남자주인공에게 이렇게 가슴도 설레이지 않고,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네요.  

실없는 미소만 날리는 책 읽는 남자 천정명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기훈에 대한 은조의 마음은 천정명이 보여주는 기훈의 모습만으로는 사실 와닿지 않습니다. 은조의 그 사람은 연기보다 그 어떤 대사보다 절절하게 은조의 모든 것을 담아버린 "은조야"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천정명은 은조의 그 사람이다' 라는 식으로 세뇌를 시켜가며 보고 있을 정도입니다.
다른 드라마와 달리 유난히 복선을 까는 감정신이 많은 작품이기에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감정선과 표정연기는 중요한 부분이에요. 대사로 전달하는 방식보다는 영상과 배경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표정만으로 감정선을 따라가야 하는 작품이기에, 배우들의 표정과 대사에 몰입하지 않으면 감정선을 놓치기 쉽지요. 바꿔 말하면 배우들이 표정연기에 실패하면 재미없는 드라마가 돼버리는, 즉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캐릭터가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한 드라마에요. 제가 보는 그런 점에서 천정명의 기훈은 위험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으로 봐서는요.
대성도가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며 비열하고 냉정하게 변신을 하면 새로운 기훈의 모습으로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멜로라인에서의 기훈은 실없는 미소만 날리는 책읽는 남자였습니다. 햇살미소의 키다리아저씨를 보여주는 데에 실패했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렇게 거친 표현은 글 속에서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왠지 천정명은 문근영과과 서우의 연기에 무임승차한 것 같아서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천정명에 대한 감정은 전혀 없지만요.  
이미숙, 김갑수, 문근영, 서우의 대사보다 훌륭한 표정들에 비하면 천정명의 표정은 딱 3가지입니다. 미소, 무표정, 양미간 찡그리기. 웃는 모습, 웃는 표현도 천정명은 한가지 방법밖에 못합니다. 처음에 입술만 미소 그리고 입술을 벌리며 치아를 드러내는 식의... 이렇게 웃는 방법을 하나로만 보여주는 배우는 처음이네요. 웃는 모습이 얼마나 다양한데 말입니다.
그리고 무표정, 뭐 이 표정은 거의 매회 같은 모습이기에 별도로 촬영을 하지 않고 편집해서 붙여넣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복사 붙여넣기 한 것 같은, 매번 같은 표정이 있지요. 심각, 난처, 당혹, 화남, 고민, 연민 등등의 감정은 모두 하나로 통일된 듯한 천정명의 '눈 한번 껌뻑인 후 양미간 찡그려 주름만들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계속 보다보니 하나의 이미지만 연상되더군요, 바로 짜증입니다. 고민하고 화나고 심각하고 연민 등등의 표정이 아닌 짜증날때 짓는 표정 하나만으로 보이니, 기훈이는 왜 짜증난 거야? 이런 식으로 보게 되더군요. 심지어는 효선이 은조에게 "확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너 같은 거" 라고 뛰쳐 나와 자동차에 올라타서, 빨리 데려가 달라며 했을 때도 "얘 왜 이래, 짜증나게" 라는 식으로 미간은 왜 찌푸리는지 모르겠더군요. 효선에 대한 걱정도 궁금도 아닌 짜증으로만 제게는 보였거든요.
이왕 연기에 대한 지적을 하자고 마음 먹은 김에 한가지 더 지적하고 넘어가야 겠네요. 제가 기훈에 대한 캐릭터(천정명은 아닙니다)에 순간 정이 떨어져 버린게, 효선이 차에 탔을 때 보여 준 반복되는 짜증난다 식의 양미간 찌푸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보다 결정적으로 캐릭터 소화력이 없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아버지와 대화하는 부분이었어요.
홍주가가 대성참도가를 심키려는 이야기를 하면서, 기훈의 배다른 형 기정이 대성도가를 사들이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말들이 오갔었지요.
아버지 홍회장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너 혹시 구대성한테 마음이 깊어져..."라고 묻자 기훈이 대답하였지요. "전 8년전 홍기훈이 아니에요. 거길 떠날 때 옛날의 전 다 버리고 갔어요. 떠나지 않았다면 모를까 떠난 뒤엔 다 잊었어요" 라고 구대성에 대한 각별한 마음은 없다고 대답했지요. 그러자 아버지가 "근데 왜 우물쭈물이야. 굳이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니 무슨 뜻이냐고"" 라고 묻습니다.
이때 기훈이 참 저는 전혀 이해 가지 않는 행동을 하더군요. 낄낄 웃으며 "조선시대 왕위 찬탈싸움하고 비슷해요. 그렇지요" 어쩌고 저쩌고가 이어졌는데요, 전 그때 기훈이 웃는 모습을 보며 그 웃는 모습이 아버지에 대한 조소라기 보다는 약간 싸이코로까지 보여지더라고요. 그 부분이 그렇게 낄낄거리며 아버지를 조소할 부분이 아니었고, 뭔가 시크하게 비웃듯이 보여 주어야 하는데, 좀 정신빠진 사람처럼 낄낄 웃으며 왕위찬탈싸움 어쩌고 하더란 말입니다. 그 표정이 상황과 맞지 않은 듯 보여 어색스럽더군요.
그 부분 동영상을 몇번이고 봤는데도 기훈의 심리를 그렇게 보여준 것은 아쉽더라고요. 천정명의 책 읽는 듯한 대사는 원래 컨셉을 그렇게 잡았는지, 천정명의 말투가 원래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사도 많이 씹힙니다. 아버지와의 대사에서도 책을 읽듯이 웅얼거려서 몇번 반복해서 들었네요. 술취한 날 은조에게 쓰러져 "배고프다 은조야. 배고파 죽겠어" 이런 대사를 했는데 저는 배고프다 은조야 할때 '은조야'를 몇번 반복해서도 못알아 들었어요. 송강숙처럼 가는 귀가 먹어가는지... 딸이 두 세번 듣더니 은조야 라고 한 것 같다고 해서 저도 들어보니 그렇더군요.
이러다 보니 기훈을 사이에 둔 은조와 효선의 갈등에 솔직히 얼마나 몰입하며 빠지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은조와 효선이 좋아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굳이 세뇌시키고, 워낙 문근영과 서우가 커버해주는 부분이 크니 그러려니 하고 보기는 하겠지만, 드라마를 보다보면 극속에서의 여주인공 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도 그 주인공을 같이 좋아하게 되는데, 좋아지지는 않으니 그게 문제네요. 물론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요.

그림자 옥택연이 햇살미소 천정명보다 낫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컨셉을 바꿔 봤어요. 은조와 효선을 묵묵히 지켜 봐주는 키다리아저씨라고요. 그런데 5, 6회를 보고 나니 키다리 아저씨도 아니더군요. 기훈이 대성참도가를 삼키려는 아버지의 사주를 받고 잠입했다는 의도를 배제하고도, 천정명에게는 키다리 아저씨의 이미지는 없었어요. 진짜 키다리 아저씨같은 옥택연이 그 자리를 대신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택연은 첫 출연에서도 연기를 충분히 소화했지만, 두번째 방송분인 6회에서도 든든한 나무처럼, 말없는 그림자처럼 자기 자리를 잡아 주었고, 오히려 분량과 대사가 너무 적어서 아쉬울 정도였어요. 아이돌 출신들에게서 보이는 과도한 힘도 없었고, 본인이 말한대로 드라마 속에 녹아들려는 듯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이었어요.
은조의 말에 대답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어릴 때 정우의 모습과 연결지어지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고요. 8년의 어색함과 8년 아니 남해애서 함께 살던 시간까지 은조를 향했던 순수한 마음과 그리움을 눈빛 하나로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 속된 말로 까놓고 연기 경력이 오래된 천정명보다 훨씬 나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 그림자가 빛을 눌렀다고 표현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쩝니까?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천정명이 보여주는 딱 3가지 표정만으로 도저히 은조의 그 사람, 효선이가 기대고 싶은 '내꺼 오빠'로 안보이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천정명은 여복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고현정과 호흡을 맞췄던 <여우야 뭐하니?>를 보면서도 고현정의 연기가 천정명의 어색함을 커버해 준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 신데렐라 언니에서도 같은 이득을 보고 있는 것 같네요. 문근영과 서우의 빛이 강해 천정명의 어색함이 그럭저럭 묻혀주니 말입니다. 저는 은조와 효선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천정명 부분은 그냥 패스 이러고 보거든요.
사실 기훈이라는 캐릭터는 재벌가의 사생아로 내면적인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입니다. 남자 주인공의 어둡고 쓸쓸한 부분을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숨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럼에도 그저 강가에서, 혹은 한밤중 아무도 없는 마루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 특히 자동차 운전하면서 내면적인 상처를 보여주는 모습은 썩 와닿지도 공감되지도 않는 장면이었어요. 깊이있는 표정의 표현함에 뭔가 부족한 모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정명의 연기가 강단도 약하고 애절하지도 않다보니 2회밖에 출연하지 않은 택연의 연기가 더 돋보입니다. 택연은 긴장된 듯 하면서도 자잘하게 표정에 감정의 변화를 넣을려고 애쓰고 있거든요.
장면이 많지 않아서 차렷자세가 대부분이지만, 차라리 다양한 장면에 투입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에요. 택연에게는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눈빛이 숨어 있었어요. 슬프면서도 아련해 보이고, 그리움의 대상에 대한 연민도 느껴지는 촉촉한 눈빛이 좋더군요, 택연의 눈빛을 보며 잠시 송승헌의 눈빛이 연상되기도 했더랍니다. 짙은 눈썹이 닮아서였을 수도 있겠지만, 택연이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눈빛이더군요. 
기훈보다는 택연의 정우가 솔직히 저는 더 끌립니다. 정우를 사이에 둔 은조와 효선의 갈등구조도 괜찮을 듯 싶고요. 저는 효선이 정우를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어요. 처음 네 사람이 마주치던 날 효선이 기훈의 팔짱을 끼고 있을 때 당연히 기훈을 바라보는 은조의 눈빛에 시선이 갔어야 하는데, 효선은 정우를 먼저 보고 있었거든요. 이번회에서 자동차에서 어디서 본 얼굴이라며 정우에게 원래 말투가 딱딱하냐고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요.

아직 은조는 정우를 몰라보고 있어요. 정우가 자신을 밝힐 때마다, 은조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서 정우의 말이 들리지 않았어요. 첫날은 정우가 "내 정우다. 남해에서 같이 살던.."이라고 했을 때는 8년만에 귀신처럼 나타난 기훈을 보고 은조가 멍해져서 정우의 말을 듣지 못했었지요. 이번 회에서 밝힐 수 있었는데 은조가 또 못알아 들었어요. 엄마 송강숙이 자신이 도가에서 나가겠다는 말을 듣고 쓰러진 척 연기를 했을 때, 조금전까지 "이년아 저년아 해가며 재산 다 네것"이라고 위악을 떨다가 효선이 들어오지 금새 아픈 척 자리에 누워, 우아하게 말을 하는 엄마를 보고 치를 떨며 강가로 나와 앉아 있었지요. 정우가 뒤따라 왔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골똘히 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그때 강가에서도 정우가 "누야" 라고 은조에게 정우를 알리려고 했지만, 효선의 삼촌이 크락션을 울리는 소리에 정우가 '누야' 라고 부르는 소리가 은조에게 들리지 않았어요.
은조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기훈이 온 후로 생각이 많아져서 제 생각으로는 은조는 정우가 예전 그 정우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은조가 정우가 예전 털보장씨네 집에서 함께 살던 정우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은조의 정우에 대한 태도도 조금은 달라질 것 같고요. 그때는 적어도 함께 대화정도는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천정명과 문근영이 함께 있는 모습에서의 감정이입에 실패하다보니 정우와의 장면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원래는 주인공 기훈과 은조의 애절한 감정신을 더 기대해야 하는게 드라마상 정석인데, 이상하게 천정명의 몇 안되는 표정과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대사를 보니 은조처럼 기훈을 좋아하는게 어렵네요. 차라리 새롭게 나타난 옥택연의 정우에게 더 기대감이 커지기도 하고요.
이런 현상은 극의 애정라인에 몰입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데, 실없이 웃는 책읽는 남자 기훈에 대한 매력이 없어서 큰일입니다. 물론 은조와 효선의 내적 갈등부분에 더 치중하고 본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겠지만요. 지금의 어물쩡한 기훈보다는 차라리 냉정하고 비열한 기훈으로 변신하면, 극중 긴장감은 더 살아날 수도 있을 것같기도 합니다. 다양하지 못한 표정은 천정명의 약점이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지만, 배역의 무게상 여주인공들을 사로잡은 빛이어야 할 기훈의 캐릭터가, 그림자를 자처한 정우에게 눌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저만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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