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선과 기훈, 신데렐라는 동화속 주인공일 뿐이다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너 혼자 힘으로 만든 게 뭐가 있어? 은조가 뺏어 갔어? 네가 네 힘으로 가져본 게 없는데 뭘 뺏어 갔다는 거야? 나 니꺼 아냐. 네 것은 네가 만들고 그리고 네가 만든건 네가 지켜. 그러지 않고선 뺏겨도 할말 없는거야. 나한테도 기대지마. 빨리 어른 돼" 라며 꽃밭같았던 효선을 짓이겨 버리고 가는 기훈이었어요.
기훈이 효선에게 몰아부친 것은 기훈 역시 자신의 것을 형이 빼앗으려 하기 때문이었어요. 강해지지 않으면 지킬 수 없다는 것을 효선이 아닌 기훈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솔직히 이건 작가가 의도한 기훈의 감정선이었고요, 천정명의 기대치에 못미치는 감정연기는 좀 걱정스러웠네요. 소년만화에 나오는 대사를 듣는 듯했고 발음도 씹혀서;;
은조와 정우, "내 전부 누나랑 같이 살았어..."
은조를 바라보며 정우는 이제 알았나 하듯이 장난스럽게 웃고, 정우의 변한 모습이 믿기지 않는 은조입니다. 은조의 얼굴에 처음으로 정우를 반기는 미소가 걸렸네요. 얼음공주님 은조의 얼굴에 말이지요. 8년만의 해후, 그 뚱보 정우가 은조 앞에 나타난 거예요. 정우가 은조에게 자신이 남해에서 함께 살던 정우였음을 밝히자, 괜히 마음이 놓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은조 곁에도 숨통을 틔워줄 사람이 생긴 듯 싶어서 말이에요.
열 여섯살 이후 장씨 아저씨와도 헤어지고 혼자 살았다는 정우가 말을 바꾸지요. "혼자 살았던 게 아니고 누나랑 같이 살았다" 라고요. "야구는 그만 뒀느냐"는 은조의 물음도 들리지 않는 정우입니다. "누나 너랑 같이 살았다" 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어요. "까불지 마라" 며 은조가 새침하게 쏘아붙이자, 번쩍 정신이 드는 정우지만, 귀엽기도 하고 순수하기도 하네요. 여전히 야구방망이에 자신의 고백을 새기고 다니는 정우, 은조의 수호천사로 은조 곁에서 마음 아픈 해바라기 사랑을 할 것을 생각하니 안스럽기도 해요. 누가 뭐래도, 아무리 은조가 밀어낸다 하더라도 정우에게 은조는 "송은조 포레버. 한정우의 여자다" 겠지만요.
구대성과 은조, 눈물로 전하는 말 '아버지'
"뜯어 먹을게 많아서 좋다"는 송강숙의 말을 듣고 무너지듯이 휘청거리던 구대성은 효선의 외삼촌이 저질 탁주를 유통시켜 대성참도가를 위기에 빠뜨리자, 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맙니다. 송강숙의 가식적인 사랑을 알면서도,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여우같은 마누라라도 있는 게 나아서 모른척 하고 살아 왔다지만, 구대성이 껍데기같은 사랑을 붙들고 살아온 것을 은조에게 까지 들켜버린 것을 생각하니, 구대성의 뒤를 쫓는 은조보다 구대성이 더 안쓰러워 제 감정을 누르느라 힘들었어요.
"내가 둘이 하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 엄마는 모르게 해라. 알면 애를 쓸거다. 어떻게 만회하나 하고... 그렇게 애쓰는게 싫어" 라며 돌아서는 구대성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지요. 은조에게 "새삼 말로 확인 받아 씁쓸한 거지 모르고 있었던 거 아냐" 라고 말하면서도 은조의 어깨를 토닥여 주는 깊은 마음이 뭉클해지면서도 어쩜 그렇게 처연하고 슬프게 들리던지요.
자신이 받은 충격보다 과로로 쓰러진 은조의 몸 걱정을 더 해 주는 구대성에게 은조가 묻지요. "알면서도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느냐" 고요.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네 엄마를 가엾게 생각해. 너를 처음 봤을 때, 네 엄마한테 배운대로 나한테 막대했을 때, 내가 모르는 너의 어린 시절로 가서 보듬어 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할 만큼 너도 안스러웠어. 상관없다. 내가 네 엄마를 좋아하니까. 뜯어 먹히는게 지금 나한테는 너랑 네 엄마가 없는 것 보다 훨씬 나아" 구대성의 말에 은조는 가슴이 미어져 눈물만 흘립니다.
대성참도가 직원들의 야유회에서 은조 앞으로 굴러 온 공을 달라고 쫓아 온 기훈과 정우, 은조는 어느 누구에게도 아닌 두팔 벌려 자신을 안아 준 은조의 큰 세상 아버지를 향해 던져 줍니다. 은조와 구대성 사에에 흐르는 부녀지간의 전기가 흐르는 듯해서 그 장면이 참 좋았어요. 알듯 말듯 구대성을 향해 은조도 미소를 지어보이는 듯 했고요.
효선의 외삼촌을 처벌하지 않으면서 대성참도가를 살리는 방법을 생각해 보려는 구대성은 심정이 복잡하지요. 며칠 사이에 부쩍 늙은 듯한 모습을 보는 효선이나 은조는 아버지의 까칠한 모습에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낍니다. 효선이 아버지에게 힘이 되주겠다는 장면에서는 커가는 효선의 모습을 볼 수도 있었어요. 어려움에 처한 회사때문에 은조 역시 곁에 있어 주고 싶어 구대성에게 오지만, 효선이와 함께 있는 다정한 모습에 다가서지 못하지요.
이 분이었어요. 은조를 세상으로 끌어 주었던 사람, "은조야" 하고 기훈이 닫힌 은조 마음의 빗장을 열었다면, 투박하지만 따뜻한 손을 어깨에 얹으며, "너의 닫힌 세상에서 이제 그만 나오련? 내 딸 은조야!" 하듯이 은조의 손을 잡아 이끌어 주었던 사람, 한 번도 아버지라고 불러 드리지 못했지만, 마음 속에서는 수백번 수천번 불렀던 이름, 아버지였어요. 구대성이 "날 버리지 말라"고 은조를 향해 웃어줄 때, 은조는 눈물밖에 흘릴 수 없었지만, 구대성을 바라보는 은조의 눈은 "세상에 어느 자식이 아버지를 버려요. 당신은 세상에 단 한 분밖에 없는 제 아버지에요" 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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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운맘 2010.04.22 10:20
참 따뜻한 글입니다
은조를 향한 사랑이 너무 깊어서(제가)그녀만 바라보게 됩니다^^;;
어제 구대성과 은조의 깊은마음이 전해지는것 같아 먹먹한마음도 들구요
문제는.....
기훈과은조의러브라인이 너무 죽었다는 생각입니다
기훈과의 이별(정신적이던 작위적이던)이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리 아플것같지는 않네요
어제 보는내내 기훈의 매력없는 모습이 연기력때문인가요?아니면 대본탓일까요?-
포홈 2010.04.22 11:25
천정명씨의 연기 때문인듯 합니다.
감정선을 좀더 세밀하게 표현해줬으면 좋겠어요. 문근영은 절절해보이는데 천정명씨는 '쟤가 마음이 변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겉연기만 했지 기훈이라는 캐릭터의 감정을 제가 관통할 수 있을만큼의 연기는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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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에서온여자 2010.04.22 11:24
어제 모임이 있어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30분 가량을 못 봤는데
구대성과 은조가 저런 내용의 대화를 했군요.
초록누리님 글로만 읽는데도 눈물이 납니다. ㅠㅠ
못 본 부분 꼭 챙겨 보려구요.
어제 후반 30분을 보면서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효선이의 모습과
구대성을 위로해 주고 싶지만 다가가지 못하는 은조의 모습에 마음 아프면서도
은조를 향한 일편단심 정우 때문에 마음이 설레였어요.
별 매력없는 기훈이 대신 앞으로 정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할 거 같아요. ^^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ㅡ^ -
어제 방송분을 보니까 2010.04.22 13:16
우리집안이 떠오르더군요.
우리집안을 도박과 사기로 말아먹고는 숨죽여 지내던, 우리집안에서 일 하던 외삼촌.
몇년 후 집안결혼에 와서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뺀질뺀질하게 웃음을 머금고 '잘있었냐'하던, 그 사기꾼 외삼촌일이 떠올랐네요. 여전히 횡령한 돈은 갚지도 않고 뻔뻔스레 지내는 외.삼.촌.
말이 외삼촌이지 남보다도 못한 새끼!!
드라마 보면서 어찌나 구대성의 마음이 짐작이 가던지.
(우리도 친족이라는 이유로 외삼촌을 신고를 못했어요. )
그 충격과 배신감에 아마 구대성의 몸이 나빠진거라는 의미도 포함된게 아닐지..
헌데 어찌 효선이는 그런 외삼촌을 감쌀 수 있나 싶더군요. 워낙 엄마없이 자랐다고는 하나..엄마 동생이라지만.. 효선은 아직은 철딱서니 없는 캐릭터인 듯-
효선이가 철이없다기 보다는 2010.04.22 22:07
구대성은 단순히 처남이라는 이유만으로 효선 외삼촌을 고발하지 못한건 아닐겁니다. 구대성은 처 송강숙의 실체를 알면서도 그녀를 내친게 아니라 오히려 그럴수밖에 없었던 그녀를 가여워하고 의붓딸 은조와 함께 사랑으로 보듬은 그런 사람이니까요. 삼촌은 이곳 아니면 갈데가 없는 사람이라며 원망보다는 삼촌 걱정을 먼저하는 효선이를 보면서 효선이가 기본적으로 아버지의 심성을 닮았서 심성이 착하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물론 아직은 어려서 미숙한 생각으로 감정적으로 충동적으로 행동하기는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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