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3 08:35




구대성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수술을 받고 살아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앞으로 대성도가에 밀어닥칠 폭풍우를 은조와 효선이 둘이 감당하기에 벅찰 텐데 아버지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병원에 식물인간처럼 병원에 누워 있지 않아서 더욱 다행이고요. 구대성은 효선과 은조, 그리고 은조와 송강숙이 화해할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인물이에요. 대성도가의 술항아리들처럼 말이죠.
신데렐라 언니는 참 재미있는 구도를 가지고 있어요. 갈등과 화해의 장치들이 어느 곳에나 하나씩은 숨겨 두었거든요. 구대성이 은조에게 "사방 곳곳에 네가 찾을 수 있는 효모가 있어" 라고 말해 주었듯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갈등구조 사이사이에 발효하고 숙성시켜 주는 효모들, 즉 화해장치들을 동시에 보여 주고 있습니다. 아버지라는 존재 구대성은 그 중 가장 큰 화해장치, 즉 양질의 효모입니다.
이번회에서는 은조를 안고 달리는 정우때문에 심장이 벌렁거리기도 했답니다. 은조에게 보여 준 정우의 원맨쇼, 원숭이춤, 울라울라 짱구춤에 개다리 춤까지 좋은 구경했어요. 물론 가장 좋았던 것은 은조의 웃음이었고요. 처음으로 활짝 웃는 문근영의 투명웃음에 입을 헤 벌리고 봤답니다. 문근영은 정말 어쩜 그렇게 미소까지 아름다운지,  은조를 해맑게 웃게 해준 정우 역시 은조에게는 꽃가루 같은 존재입니다.
돌아 온 효선의 외삼촌에게 경찰서에 가서 자수해달라며 필사적으로 끌고 가려는 은조로 인해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대성도가의 앞마당은 구대성의 호령에 진정이 되었지요. 은조, 효선, 기훈, 정우 네사람의 사랑의 화살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장면이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신데렐라 언니의 꽉 짜인 구도에 사족을 붙인 듯, 눈에 보이는 의도들이 드러나서 옥의 티같았지만, 다음 장면에서 은조와 정우의 동화같은 장면과의 연결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야 겠네요. 뛰쳐나간 은조의 뒤를 따라가 "내 대신 뛰 주께, 어디까지 뛰면 되는데?" 라며 은조를 번쩍 안고 달려 주는 수호천사 정우로 인해 그 장면이 예뻤더랬어요. 
이번 글은 신데렐라 언니의 은조와 효선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요. 이번 8회에서 제가 유심히 봤던 부분은 은조, 효선, 그리고 송강숙에게서 사랑에 대한 각기 다른 전개과정이 눈에 띄었거든요. 새로 시작된 효선과 과거 사랑을 버리려는 은조의 사랑이야기를 먼저 올리고, 조금 후에 현실적인 송강숙의 사랑에 대한 글은 따로 올릴게요.

효선, 사랑이 시작되다
은조와 기훈은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숨기느라 더 힘들고, 두 사람을 바라 보는 효선이 마음도 아파옵니다. 더구나 효선에게 기훈에 대한 진짜 마음이 생겨 버렸거든요. 달려오는 자동차를 피해 기훈이 안전벨트를 풀고 효선을 감싸 안은 순간, 효선은 마법에 걸리고 말았어요. 가슴이 뛰고 춥지도 않은데 몸이 떨리고, 눈물만 나오는 감정,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떨림, 그러나 가슴 찢어지도록 아프기도 한 사랑이라는 이름...
효선의 기훈에 대한 감정은 처음에는 모호했어요. 은조를 바라보는 눈길이 싫고 내 것을 빼앗아 가는 것 같아 불쾌하고, 달이 네모라고 말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던 내꺼오빠일 뿐이었어요. 마치 효선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같은... 그런데 효선의 심장이 쿵쾅거리고 저릿해지며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기도 하고 터질 것 같기도 한 찌릿찌릿한 통증이 전해옵니다. 기훈과 일어 공부를 하면서도 집중할 수가 없어요. 기훈의 얼굴만 쳐다보고 싶어지지요. 안그러려고 해도 자꾸 가는 눈길을 효선도 어찌하지 못합니다. 효선의 진짜 사랑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자신을 어린아이로만 보는 기훈에게 "오빠가 좋아 죽겠어" 라며, 은조때문에 내가 보이지 않느냐고 우는 효선이를 보니 측은스러운 마음도 들었어요. 여전히 효선의 절절한 눈물장면과는 딴나라 세상에 있는 듯한 기훈의 예측불가능한 표정때문에 깨기는 했지만요.

은조, 사랑을 속이다
효선이 고백을 들은 은조는 두 사람사이에 자신을 끼워넣지 말라고, 기훈에게 마음 속 응어리들을 비로소 쏟아냅니다. "난 어느 날 갑자기 예고없이 헤어지는 것 익숙한 애야. 함께 밥을 먹었든 함께 비를 맞았든 아무리 나한테 잘해 줬어도 그 사람들 버리기 하나도 어렵지 않아, 누가 나를 버렸어요, 말 한마디 없이 떠났어도 내가 잘하는 짓이니까 너도 잘 하나보다 그러면서 살아. 좋아 죽겠다는 것, 개나 고양이만큼도 몰라" 
은조는 기훈에게 다 잊었노라고, 너때문에 가슴 아프지 않다고 마음을 숨기려 애를 씁니다. 은조는 효선과 기훈때문이 아니어도 쓰러지고 싶은 심정이에요. 공장은 가동되고 있지 않고, 죽을 힘을 다해 연구실에 쳐박혀 효모개발을 하는데, 그래서 구대성이 품어 준 은혜에 조금이나 보답해주고 싶은데, 뜻대로 되는 일이 없지요. 집에 들어서며 엄마가 다른 남자와 통화하는 것을 듣고 은조는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을 거예요. 은조는 송강숙에게 최후통첩을 합니다. 효선이 아버지에게 못할 짓 하면 죽어버리겠다고요.
은조가 힘들 때면 은조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는 곳, 술항아리 창고로 와서 짓이겨진 마음을 달랠 뿐입니다. 뒤 따라온 기훈 역시 마음에 없는 소리로 은조에 대한 마음을 숨깁니다. "나도 잠깐이라도 마음 뺏긴 것 들하고 헤어지는 거 아무렇지 않아, 나도 너 따위 간단해" 은조 너는 거짓말을 했다며, 자신을 미워하지 말라며 죽도록 미워하고 간단하게 잊었다고 억지쓰는 거 하지 말라고 하지요. 자신을 그냥 없다고 생각하라고요. 기훈은 은조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오해하고 있고, 은조 역시 기훈이 널 간단하게 잊었다는 말에 서로 할퀴고 상처받습니다. 8년간을 가슴 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고 힘들때 마다 꺼내봤던 은조의 그 사람 '은조야' 였는데 은조에게 잊혀질 수 없는 사람이 자신을 간단하게 잊어버렸다고 말합니다.
기훈에게도 은조는 헤어지는 것에 익숙해서 아무 말없이 떠났어도 버리는 것 어렵지 않다고, 늘 해왔던 일이라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지만, 기훈은 은조가 말없이 떠난 자신을 죽도록 미워하고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어요. 물론 은조에게 전해지지 않은 편지때문임을 기훈은 모르겠지만요.
은조는 기훈과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있어요. 효선이 기훈을 좋아한다고, 죽도록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말을 들은 은조는 애써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려 합니다. "나 이 집에 빚 엄청 많은 사람이야. 이 집에 해 끼치려는 사람있으면 다 죽여 버릴거야. 효선이한테 나쁘게 하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서릿발처럼 차갑게 통보하는 은조, 문근영의 서슬퍼럼에 움찔해지기 까지 한 장면이었어요. 은조에게는 대성도가는 온몸이 부서져도 지켜야 할 곳이에요. 은조야 라고 빗장을 열어 주었던 그 사람을 포기하면서까지도 말이지요.
기훈에 대한 마음을 다 접지도 못한 은조가 침대에 작은 새처럼 몸을 웅크리고 우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정말 많이 아파 오더라고요.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고 "그 사람을 뭐라고 불러 본적이 없어서 뻐꾸기가 뻐꾹 뻐꾹 울듯이 따오기가 따옥 따옥 울듯이..." 그렇게 잡지못할 사람, 효선을 위해 잡아서는 안될 그 사람을 가슴에서 놓아 보내려는 은조를 지켜보는게 힘들어서 말이에요.
이런 은조의 가슴에 새로운 사랑이 들어옵니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에요. 은조가 구대성에게 자신과 엄마가 운수사나운 모녀 아니였느냐고 묻자, 구대성이 "아버지라고 한 번 안해줄래?" 라고 부탁을 하지요. 구대성의 말을 들은 은조의 가슴은 쿵쿵 뜁니다. 운수사나운 여자 아니라는 말 보다 더 강하게 너는 내 딸이라는 말을 구대성에게 들은 것이지요.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지만 한번도 불러본 적이 없기에 은조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습니다. 구대성이 씁쓸하게 일어설 때 은조는 아버지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입을 떼보지만, 결국 소리는 내지 못하고 말지요.
병원에서 퇴원한 구대성을 위해 운동복을 사다주고, 돌아온 효선의 외삼촌을 경찰서에 끌고가려고 하는 것은 은조 식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표현이었어요. 은조에게는 구대성과 대성도가를 위한 일 밖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구대성은 반드시 지켜야 할 사람이고, 은조 마음에 커다란 사랑으로 자리한 사람이기에 구대성에게 해를 입히면 그 누구라도 용서할 수 없는 은조에요. 그 사람이 엄마 송강숙이라고 할 지라도요. 은조의 새로 시작된 사랑은 기훈의 '은조야'보다, 엄마의 너덜한 삶에서 도망가고 싶은 것보다 더 커져 버렸어요. 은조가 지켜야 할 것이 돼버린 거예요. 
은조에게 구대성은 효선이와 대성참도가까지 동일한 무게에요. 구대성이 사랑하는 것들이기 때문이에요. 기훈에 대한 마음을 속이면서까지 효선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을 정도로 대성에 대한 마음은 큽니다. 비를 맞고 떨고 있던 자신에게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품어 준 사람, 처음으로 자신을 사랑해 준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엄마 송강숙이 보여 준 굴절되고 기형적인 사랑과는 다른...
은조는 태어나 처음으로 기훈을 사랑했을지도 몰라요. 엄마 외에 누구에게도 마음을 줘보지 않았던 은조는 처음으로 마음을 주었다고 생각한 기훈이 말없이 떠나 버리자, 처음으로 세상에서 버려졌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그전에는 은조가 세상을 버려 왔었으니까요. 그렇게 버려진 은조를 보듬어 준 사람이 구대성이었어요. 은조가 기훈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는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구대성은 버릴 수 있었음에도 품어주었고, 엄마의 거짓 사랑을 알고서도 다시 떠나려는 은조를 더 강하게 붙들었어요. "나를 버리지 마라" 라면서요.
은조는 처음으로 엄마 아닌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거예요. 사랑에 결핍되고 사랑받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은조는 사랑에 보답하는 방식도 결핍을 겪었던 만큼 강하게 표현할 수 밖에 없어요. 굶주린 사람이 배고픔의 고통을 알고,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던 사람이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더 절실히 알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은조는 엄마에게 죽어 버리겠다는 말까지도 할 수 있는 아이이고, 죽을 수도 있는 아이인 거예요. 그래서 이 드라마의 결말이 두렵고, 무서워지기도 하는 거고요.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진짜 사랑을 하게 된 효선, 오래 된 술처럼 삭히고 삭혀 식초처럼 돼 버린 은조, 신데렐라 언니 속 은조와 효선의 새로 시작된 사랑은 색깔도 맛도 전혀 다르지만, 한 곳에서 만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성참도가의 위기라는 지점이에요. 효선의 사랑이 깊어갈 수록 은조를 바라보는 기훈때문에 효선은 성장이 더딘 만큼 삐뚤어 지고, 홍주가 기정이 꾸민 가짜 대량 주문은 대성도가를 더욱 위기에 처하게 할 것이고, 은조가 구씨 문중에서 빌어 온 돈은 구대성과 은조모녀에게 화살로 돌아오겠지요. 은조가 기훈이 홍주가 집안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이 또한 겉잡을 수 없는 분노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테고요.
그 화해의 구심점이 구대성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걱정되는 것은 한 번 쓰러졌던 구대성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싶어요. 가장 좋은 효모는 구대성같아 보이니까요. 구대성이라는 양질의 효모 덕에 은조가 세상을 향해 나와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고, 송강숙도 이제는 돈 아닌 사람을 택하려고 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에요. 

*송강숙과 구대성의 사랑은 어른들의 현실 속 동화부분이라 따로 정리를 해서 불가피하게 오늘 리뷰를 두개로 나눠 올렸어요. 다음 글 <구대성이 송강숙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 도 함께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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