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3 11:25




신데렐라 언니 7,8회를 보고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구대성이 은조의 엄마 송강숙에 대해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새삼 말로 확인 받으니 씁쓸할 뿐이었다면서요. 송강숙이 털보 장씨를 만나고 다니는 것만큼이나 충격이었는데요, 은조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상처받은 구대성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런 어머니를 둬서 죄송하다고 사과도 할 수 없는 은조는 뻘쭘하게 구대성의 뒤만 쫓아 다닐 뿐이었어요. 은조는 구대성이 너무 걱정됩니다. 병원 복도를 힘없이 돌아서는 구대성의 뒷모습에 너무 아팠던 은조였어요. 기훈을 한번도 뭐라고 부른 적이 없어서 '은조야'라며 자기 이름을 부르며 울었던 은조였지요. 새아버지를 한 번도 아버지라 불러보지 못해서 "저기요"라고 발걸음을 멈추게 할뿐입니다.
은조가 구대성에게 물었지요. "어떻게 그러세요? 알고도 어떻게?" 은조의 엄마가 돈 때문에 살아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내치지 않았느냐고요. 구대성은 은조에게 엄마를 가엽게 생각하라며, 처음 은조를 봤을 때도 은조가 안스러웠다고 하였지요. 어린시절로 가서 보듬어 줄 수 있었으면 싶을 정도로 말이에요. "내가 네 엄마를 좋아하니까. 내가 뜯어 먹히는게 나한테 너랑 네 엄마가 없는 것 보다 훨씬 나아. 진심이야" 라고 구대성의 심정을 말했지요. 구대성의 깊은 마음, 넓은 마음을 은조는 예전부터 다 알고 있었어요. 기훈이 떠나던 날, 은조를 붙잡아 주고 세상이 그렇게 구질구질스럽지만은 않다는 것을 가르쳐 준 아버지였으니까요. 
구대성이 엄마의 실체를 다 알고 있는데, 은조는 그런 엄마와 함께 빌붙어 살아왔다는 것에 죄책감과 의무감을 느끼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해요? 라고 물었던 것은 은조의 두가지 마음이 들어 있었어요. 엄마의 죄를 갚기 위해서는 제가 어떻게 해야 해요? 라는 것과 말 그대로 다 알고 있는데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어요. 대성도가에 어떻게 얼굴을 들고 구대성의 밥을 얻어 먹을 수가 있겠느냐고요.
그런 은조에게 구대성은 "날 버리지 마라. 그래주면 고맙겠다"며 은조의 마음을 앞서 짚어 버립니다. 구대성이 은조에게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했던 것은 은조가 또다시 대성도가를 떠나려 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에요. 은조의 성격상 송강숙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면서, 더구나 돈때문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안 이상 대성도가에 염치없이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요. 그런 은조의 성격을 오랫동안 봐왔기에 은조에게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한 것이지요.

구대성이 은조모녀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
저는 구대성의 그런 바다 보다 깊고 넓은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궁금하더라고요. 구대성은 왜 송강숙과 은조를 내치지 않았을까?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네가지 이유로 생각해 봤어요.

첫째는 효선에게 엄마를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티없이 밝고 명랑한 아이지만,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슬픔이 순간순간 묻어나오는 효선이는 유독 송강숙을 따랐어요. 송강숙이 떠난 것을 알고 울고 불고 난리를 치는 효선에게 두번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둘째는 구대성은 남자로서 외로웠기 때문이었어요. 자신의 죽은 아내의 옷을 입은 송강숙을 보고 구대성은 처음으로 아내의 자리에 대한 허전함을 느꼈어요. 효선의 엄마가 죽고 효선 하나만 바라보고 살던 구대성에게 다가온 송강숙은 구대성도 외면하기 힘든 여우였어요. 곰같은 마누라보다는 여우같은 마누라가 낫다는 말이 있지요. 송강숙의 꼬리 아홉개는 구대성을 옴짝달짝하지 못하게도 만들었지만, 구대성에게 남자라는 것도 새삼 일깨워 줬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은 19금 이야기같기도 하겠지만, 금욕생활을 하고 있던 구대성에게도 성욕은 있었을 거고요. 결혼하지 않은 은조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결혼 생활을 해 본 남자에게 밤도 중요한 문제였을 겁니다. 이런 이야기는 글로 쓰기에 저도 낯뜨겁지만, 정신적인 사랑외에 남녀간에는 육체적 사랑도 중요하지요. 이런게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셋째는 은조에 대한 구대성의 연민때문이었어요. 구대성은 은조를 처음 봤을때부터 은조의 거친 말투가 마음 쓰였어요. 은조가 수학과외를 받고 싶다는 부탁을 할 때 구대성이 국어 과외도 받아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던 장면이 있었어요. 어른을 대하는 예의범절을 배우지 못한 은조의 말에 구대성은 은조가 나쁜 아이라기 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 차립니다. 아무리 송강숙이 구대성 앞에서 교양있고 품위있는 행동을 한다고 해도, 은조의 모습만으로도 구대성은 송강숙의 가식을 알아 차렸을 거예요. 사람은 보고 배운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늘 도망치려는 아이, 누군가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해 외로운 아이, 비에 젖어 파르르 떠는 가녀린 새같은 아이 은조를 구대성을 내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은조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듬어 주고 싶을 정도로 은조가 가여웠던 게지요. 영특하고 불쌍한 은조가 내쳐진다면 은조는 더이상 떨어질 수도 없을 절망속으로 빠질 것임을 알았기에, 구대성은 은조를 끝까지 품어주고 싶어했어요. 다행히 밥 굶을 정도는 아니니 은조 뒷바라지를 할 수 있을 자신의 재력에 감사했을 구대성이에요. 그래서 뜯어먹힐 게 많아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던 것이고요. 정말 좋은 인품의 구대성입니다.
넷째는 추측이지만 구대성의 과거와 관련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는 기훈의 생모와 기훈아버지와도 관련된 일일테고요. 기훈이 아버지를 찾아갔을 때, 대성참도가는 삼킬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가 아니라고 했을 때, 기훈의 아버지가 너희 어머니가 왜 죽었는지 아느냐고 하는 장면이 있었지요. 드라마에서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는 기훈의 생모와 구대성, 그리고 기훈의 아버지 사이에 원한관계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었어요. 저는 구대성과 기훈의 아버지가 기훈의 생모를 함께 좋아하는 여자가 아니었을까 추측도 해봤어요.
그런데 기훈의 아버지가 기훈의 생모와 먼저 사랑에 빠지고 기훈을 낳고 버려졌고, 그때 기훈의 생모가 돌아간 곳이 구대성이었지만 구대성에게도 내쳐졌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대성이 도가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젊었을 때도 성질이 불같았을 것같은데, 은조 모녀를 내치지 못한 것은 과거에 기훈모자를 받아주지 못한 죄책감에서 기인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송강숙, 사랑은 생존이다
8회 리뷰글<은조, 새로운 사랑에 목숨걸다>를 올리면서 사실은 신데렐라 언니의 세여자 은조, 효선, 송강숙의 새로 시작된 사랑으로 송강숙 부분도 함께 쓰려고 했는데, 구대성이 송강숙을 내치지 못한 이유와 함께 정리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따로 정리를 했어요.

"효선이 아버지에게 못한 짓 하면 엄마 대신 지옥가겠다, 지옥이 엄마하고 보다 훨씬 더 견디기 쉬울거야. 진심이야" 송강숙은 은조가 진심으로 죽겠다고 하는 말임을 알지요. 사실 송강숙도 병원에서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며 알았어요. 구대성이 없으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 역시 허울뿐일 것임을 말이지요. 처음 배고파 우는 은조를 들쳐업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내딸 죽이기만 해보라고 하느님, 신령님, 부처님과 맞짱뜨겠다며 이를 갈던 그 마음, 송강숙은 구대성의 수술실 앞에서 같은 마음으로 빌고 있는 자신을 봤어요. 100% 순수사랑이 아니어도, 돈 때문에 꼬리쳐서 잡은 남자였지만 구대성은 처음으로 누군가의 어느 집안의 며느리 자리에 송강숙이라는 이름을 올려 준 사람이었어요.      
송강숙의 사랑을 보여 준 장면은 동화 속 숨은 그림처럼 한 장면에 압축되어 있었어요. 문근영의 투명웃음 다음으로 제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던 장면이었어요. 응급처치를 마치고 의식을 되찾은 구대성은 가장 먼저 송강숙의 얼굴을 찾습니다.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차례로 효선과 은조에게로 시선을 돌리지요. 효선이 아빠에게 엎드려 울고, 은조는 그러면 힘드시다고 효선을 일으키고, 그렇게 표면적으로 구대성을 걱정해 주는 마음들을 카메라가 따라가지요.
그리고 숨은 그림이 나타납니다. 이불 속에서 만나는 구대성과 송강숙의 손이에요. 말없이 이부 속으로 손을 넣어 구대성의 손을 쥐어주는 송강숙, 저는 이 장면을 보며 송강숙의 그간 모든 행적들을 용서하고 싶어질 정도로 사랑스러웠고, 백마디의 말보다 진한 사랑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구대성의 손을 잡은 송강숙은 바로 다음 장면으로 집앞을 산책하는 중년부부의 다정한 모습으로 넘어갔지요. 무리하지 말라고 자꾸 들어 가라지만, "괜찮다"며 구대성이 말을 듣지 않자, 송강숙이 그동안 감춰왔던 성질을 울컥 내며 "왜 이렇게 말이 많아요..." 라고 소리를 버럭 지릅니다. 그리고는 다시 목소리를 낮춰서 "안돼요, 여보" 하는 장면이 있었지요. 송강숙은 구대성에게 위선의 송강숙이 아니라 진짜 송강숙의 모습으로 사랑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인 장면이었어요. 왜 이렇게 말이 많아요 하고 버럭 소리를 지른 것은 송강숙의 구대성에 대한 진심이 처음으로 드러난 말투였어요. 가식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송강숙...

송강숙은 구대성이 쓰러지고 비로소 구대성이 없는 송강숙은 아무 것도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전의 남자들은 뜯어먹을 것 때문에 살았지만, 구대성 역시도 뜯어 먹을게 많아서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송강숙에게 구대성이라는 남자는 더 이상 뜯어 먹을게 많은 남자가 아니에요. 자신의 남편, 호적에 누군가의 아내, 어느 집안의 며느리가 될 수 있는, 송강숙의 소원을 이루게 한 존재였어요. 돈이 아니라 송강숙을 처음으로 누군가의 여자로 살게 해준 사람이 구대성인 거예요. 더러운 팔자에서 벗어나게 해 준 사람 말이지요.
구대성에 대한 사랑이 가슴 저리도록 찌릿한 사랑이 아닐지라도 송강숙에게는 현실적인 생존방식의 사랑이에요. 송강숙을 팔자 더러운 사나운 여자가 아닌 평범한 여자 송강숙으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사람이 구대성이에요. 현실적이고 생존본능이 강한 송강숙식 사랑이지만, 송강숙의 사랑이 속물적이다, 위선적이다라고만은 할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은 은조와 효선이 처럼 동화속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는 동화적인 요소와 현실이 묘하게 결합된 드라마에요. 은조와 효선의 감정선이 비틀린 동화의 시선을 따라 간다면, 구대성과 송강숙은 동화 밖 어른들의 시선을 따라 가게 합니다. 은조가 엄마 송강숙을 혐오하고, 그녀의 생존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은조는 성장하고 있는 동화속 주인공의 시각 속에 있기때문이에요.
송강숙이 은조에게 "네가 사는 게 뭔지 알아? 네가 공부를 많이 해서 오만 잘난 척을 해도 먹고 살기 얼마나 더러운 지 너는 나만큼 몰라, 까불지 말아 이년아"라고 했던 말은 동화 밖 어른들의 시선인 셈이죠. 동화속 성장소녀와 동화밖 어른이 충돌하고 있는 모습이 은조와 송강숙의 갈등인 것이고요.
드라마 속에서 동화속 주인공 은조와 어른인 송강숙의 충돌이 극에 달하는 부분이 송강숙이 몰래 만나왔던 털보장씨에 대한 존재를 은조가 알게 되는 순간이겠지요. 8회 엔딩장면에서 다방으로 들어가려는 듯한 은조를 보니 은조가 받은 충격이 클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 좋아하는 돈도 장씨에게 주면서까지 이제 겨우 마음 잡으려는 송강숙이 운도 없어 보이지만, 은조가 엄마를 참을 수 있는 마지막 통 하나가 깨져 버리면 죽어 버리겠다고 했던 말이 걸려서 말이에요. 
구대성은 사랑의 바이러스, 화해의 바이러스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평생 술을 담아 온 구대성이기에 구대성은 술이 익는 것을 알듯이, 인생이 둥글둥글 천천히 익어가는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 인물 같아요. 구대성의 가슴은 은조의 냉랭함도 송강숙의 위선도 다 품어 좋은 효모들로 숙성시키는 넓은 항아리와 같습니다. 
은조의 시선에서 보는 엄마 송강숙과 새아버지 구대성의 사랑은 이해하기 힘들고 속물적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인생을 겪어 온 어른들의 세계에는 어른들만의 동화 또한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어른들만의 은밀한 이야기, 어른들이 교감하는 현실적이면서도 생존과 가까운 사랑이 송강숙과 구대성이 이불 속에서 손을 통해 나눈 이야기들인 거예요. "여보, 깨어 나줘서, 살아 줘서 고마워요" "걱정마오, 내 금방 일어나리다" 이렇게 대사없이도 구대성과 송강숙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전하고 있었어요. 그것이 은조와 효선은 모르는 어른들만의 동화이야기인 거예요. 뜨겁지 않아도, 가슴이 저릿저릿 아파오지 않아도,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며 생긴 그늘에 은조와 효선이, 그리고 준수가 뛰어놀기를 바라는...
송강숙도 구대성의 이런 바이러스에 드라마가 끝나갈 즈음이면 동화되고 감염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대성에게 다가오는 불안한 그림자들 때문에 걱정이 되는게 사실이에요. 동화 속 새아버지들 처럼 비운의 죽음을 당할까 걱정이 돼서 말이지요.

*송강숙과 구대성의 사랑은 어른들의 현실 속 동화부분이라 따로 정리를 해서 불가피하게 오늘 리뷰를 두개로 나눠 올렸어요. 은조와 효선의 사랑을 정리한 다른 글 <은조, 새로운 사랑에 목숨걸다>도 함께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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