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종시계의 묵직한 시계추, 구대성의 죽음
대성도가에 닥친 위기는 이웃 친척들의 도움으로 해결된 듯싶었는데, 더 큰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지요. 대성도가에 쌀을 대주던 도매상들이 구성도가에 쌀을 공급하지 않으려 하고, 은조는 은행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입니다. 홍주가 홍회장을 찾아 간 기훈은 아버지로부터 큰 돈을 대성도가에 빌려주게 하고 다행히 대성도가는 비싼 값으로라도 쌀을 사서 탁주를 만들어 일본으로 가는 배에 선적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런데 기훈은 수주를 넣었던 일본회사가 유령회사였다는 것과, 이 모든일이 이복형 기정이 꾸민 짓임을 알게 됩니다. 기정과의 전화통화를 듣게 된 구대성은 쌀을 사기 위해 차용한 돈이 홍회장 돈이었고, 홍회장과 대성이 대성도가를 삼키려 하고 있었다는 것까지 알게 되지요. 홍주가로부터 내쳐진 기훈을 자신의 그늘에 품어 주고 아들처럼 믿었던 기훈의 배신에 대성은 쓰러지고 맙니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고 말았어요.
기훈, "내가 하루아침에 저 예쁜 여자애들의 아버지를 빼앗았다"
송강숙, "하느님, 부처님, 신령님과 맞짱떠서 이긴 나를 가지고 놀아? 이제 내가 너희를 가지고 놀아주겠어!"
은조에게 털보장씨와의 그간 밀회를 들켜버린 강숙은 은조가 믿든 안믿든 진심이었어요. 송강숙은 정말 개처럼 구대성에게 충성합니다. 약 먹을 시간을 알람까지 맞춰두고 지극정성으로 구대성을 간호하고 책에서나 읽었던 현모양처가 따로 없을 정도에요. 구대성이 없는 송강숙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구대성이 쓰러지고 난 후 깨달은 송강숙이었어요. 구대성은 송강숙이 진심으로 좋아하고 싶었던 남자였고, 진심으로 좋아지고 있었어요.
송강숙은 정말 자신의 팔자라는 년과 맞짱을 뜰 것같아 보입니다. 마음 잡고 잘 살아 보겠다는 데도 허락되지 않는 더러운 팔자라면, 그 보다 더 더럽게 살아봐 줄게 하는 듯이 보였거든요. 인간의 감정이 밑바닥까지 떨어진 듯한 송강숙은 신데렐라 언니의 핵폭탄 같아요. 은조와 효선이 어른이 되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들어 보이기 까지 합니다.
효선, "아빠! 이제 나는 누가 지켜줘요?"
구대성의 죽음이 가장 슬플 사람은 효선일 거예요. 세상에 단 한사람, 자신의 편이고 유일하게 효선이 꺼였는데, 그런 아빠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애교를 떨어봐도 아빠는 눈을 뜨지 않습니다. "효선이 왔따아~~~" 아무리 말해도 아빠는 대답이 없습니다. 그저 눈물만 흐릅니다. 무섭습니다.
어렸을 때는 효선은 죽음이 뭔지 몰랐어요. 엄마가 죽었다고 해도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어요. 잠시 집을 비운 걸로만 알았어요. 하루 이틀 몇년을 기다려도 엄마는 오지 않았고, 비로소 엄마가 죽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아주 천천히 알았을 뿐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알았어요. 다시는 효선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다시는 효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없다는 것이라는 것을요. 아빠의 까칠한 수염을 만질 수도 없고, 도가에서 집에서 불호령을 하던 아버지의 걸걸한 목소리를 더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것을요. 더 이상 아빠 어깨에 기대어 은조에게 "용용 죽겠지, 우리 아빠야" 라고 응석받이처럼 유치하게 은조 약을 올려줄 수도 없다는 것을요.
아무리 불러도 대답없는 아빠, "아빠! 효선이 혼자 두고 어떻게 가실 수가 있어요. 이제 나는 누가 지켜 줘요?" 비명처럼 아빠를 부르는 효선, 효선이에게 더이상 아빠는 없습니다. 지켜줄 든든한 나무가 어느 날 갑자기 뭉텅 잘려나가 버렸습니다. 이제 "너 혼자 힘으로 어른이 되라"면서요.
은조,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만 있다면...단 1초라도 되돌아 갈 수 있다면..."
은조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처음으로 은조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구대성, 쓰레기같았던 이름 송은조를 구은조로 바꿔 준 사람, 은조에게 구대성은 다른 세상이었어요. 따뜻하고 기대고 싶고, 엄마의 가식적인 사랑때문에 자신이 빚처럼 여겨졌던... 은조의 인생에는 영영 없을 줄 알았던 존재가 아버지였어요. 백만번쯤 바뀐 엄마의 남자들은 그저 엄마가 스쳐 간, 이름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남자들이었을 뿐이었어요.
그런 은조에게 구대성은 처음으로 손을 얹어 주었어요. 기훈이 떠나던 날, 은조의 상처를 처음으로 보듬어 주고, 대성도가에 남아있을 이유가 되어 주겠다던 구대성, 그 때부터였는지 몰라요. 구대성은 은조에게는 하나의 의미가 돼버렸어요. 반듯하게 살아야 하고, 구대성이 사랑하는 일까지 사랑하고 싶어졌지요. 미생물학과에 진학해서 효모를 연구하고, 그것이 대성도가를, 아니 구대성을 웃게 하는 일이라면 은조는 쓰러져도 좋았어요. 은조의 하늘이었고, 숨쉬는 숲이었던 구대성이 쓰러졌다고 합니다. 언젠가 효모연구가 성공하면 은조는 구대성에게 주고 떠날 생각이었어요. 구대성이 아니라 대성도가를 말이지요.
그런 은조에게 구대성은 "나를 버리지 마라. 그래주면 고맙겠다"며 더 큰 팔로 안아주었어요. 엄마와 자기가 운수사나운 모녀가 아니었느냐는 말에 "날 아버지라고 한번 안해줄래?" 라며, 네 엄마와 너는 내 가족이야. 가족에게 어떻게 운수사나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니? 라고 돌려 말해주었어요.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기에 입만 달싹이고 말았는데, 나가는 구대성에게 "아버지"라고 불러보고 싶었는데, 마음 속에서는 수만번도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제 영영 그 소리를 해드릴 수가 없다고 합니다. 아니, 은조가 부르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라는 소리를 한 번 듣고 싶다고 했는데, 은조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한 번만이라도 아버지라고 불러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제 영영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은조는 이게 악몽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건 분명 악몽이고 나는 대성도가에서 책상에 앉아 있는 거야. 아버지가 모주를 들고와서 쉬엄쉬엄 공부하라며 효모 이야기를 해줍니다. "바람이 물이 공기가 해 준 일이야. 은조 너희모녀가 좋은 효모를 가지고 왔어" 아버지가 은조를 향해 웃어줍니다. 아버지라고 한 번 불러주지 않으련? 하면서요. 머뭇거렸지만 은조도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세상에 한 분밖에 없는 은조의 아버지인데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아무도 은조를 욕할 사람이 없습니다. "아..."하고 아버지를 부르려 하는데 12시 종소리가 들립니다.
은조도 이제 더 이상 어린아이가 될 수 없습니다. 아버지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대성도가, 그곳을 지키던 어른이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에요. 은조의 아버지 구대성이 말이지요. 세상이 싫어 도망가겠다고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습니다. 은조도 이제는 아버지를 대신할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아버지를 버리지 않는 일이 대성도가를 지키는 일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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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천사 2010.04.29 10:56
너무 현실성 있어 울어버리고 싶네요 .
꼬이고 얽힌 이야기가 드라마라고 하지만
두 자매가 돕고 위하는 얘기만 잔뜩 봤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송강숙의 신데렐라 드라마를 바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백마탄 왕자가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이쁜 공주들이 있으니까요.
죽음이 안타 깝고, 서로의 사랑이 어울릴 수 없음이 막막하네요 ㅠ -
trueheart 2010.04.29 10:59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구대성의 죽음은 참 가슴을 먹먹하게 하네요.
누리님 글을 읽으니 더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구대성의 죽음이 몰고 올 파장이 크겠지요? 기훈은 어찌되었던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구대성의 죽음에 가장 큰 원인이 되어버렸으니 앞으로 어둠속으로 더 들어갈지 헤치고 나와 왕자로 변신할지 궁금하네요. 강숙이가 어떻게 폭주할지도, 효선이는 과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예고로 보면 그럴 것 같지 않지만) 은조는 강숙과 효선을 감당 할 수 있을까? 상처투성이 은조를 구대성을 대신해서 누가 보듬어 줄 수 있을 지...
가장 전형적인 공주 왕자 얘기를 전형적이지 않게 풀어가는 신언니가 갈수록 흥미진진합니다.
물론 두 주인공의 러브라인에 목말라 하는 분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 같지만... -
누리님 글에 중독 ^^ 2010.04.29 14:04
그 사람 이름을 한번도 불러 본 적이 없어서
은조야.. 은조야 하고 울었던 것처럼
아버지의 이름도 한번도 불러보지 못해서
아니, 이번에는 기회도 있었는데 불러주지 못해서
아버지.. 하면서 목놓아 울지 못하는 은조의 모습이 너무 애달펐습니다.
......
......
참 근데요.. 누리님.
기훈이 편지 말예요
전에 번역기로 번역했던 그 부분이 아니지요?
손으로 가렸던 부분이었던 걸까요? 아님 편지가 바뀐건지..
(아... 저는 왜 이런게 궁금한지..-_-;;;)
그나 저나 저는 이번회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움직였던 장면이 있었는데요..
정우가 은조에게 꿀물을 타다주던 장면이 있었잖아요..
그걸 보면서.. 아 은조의 사랑은 정우가 될런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어요.
은조는 항상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밀어내는 인물이라고 여겨지거든요.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람을 만나도 그게 기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어색하기만 한..
마음 한줄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항상 비틀어서 표현하는 아이.
사실 싫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은조의 모든 진심은 아니기도 할 것인데요.
근데 받아 들이는 사람들은 그런 은조의 말로 인해 상처를 받지요.
싫다고 말해도, 아니라고 말해도 그런 말쯤은 아무렇지 않게 웃어 넘기면서 옆에 있어주는 사람..
그래서 은조의 비틀린 말들이 그냥 별거 아닌게 되어버리게 만드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정우인 것 같더라고요.
귀찮다, 싫다, 안한다, 가라.. 뭐 이런 말들에 상처받지 않고 끝까지 꿀물을 먹게 만드는 정우가
어쩌면 이 드라마가 끝날때.. 은조의 옆에 있을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전 그 꿀물신이 가장 인상깊었답니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인데요..
원작 신데렐라에서 재투성이 신데렐라를 왕자님 앞에 짠! 하고 멋지게 나타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마법이었잖아요..
근데 이 드라마에서는 은조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지나가는 생각이긴 한데요..
효모를 이용한 획기적인 탁주를 만든 은조가
그걸 효선이에게 주어서 탁주계의 신데렐라로 만들어 주고
행복해지는 신데렐라를 보면서
그동안 아버지와 집안에 졌던 마음의 빚을 덜어내고 자신의 길을 가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이 들어버렸답니다.
어쨋든 이번 회에서는
그동안 마음속에 버리지 못했던 기훈에 대한 기대와 마음을
좀 많이 버린 회였네요..
정우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죠..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