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선 안의 또 다른 효선
저는 효선이는 본성이 착한 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이 아이가 변화하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효선이를 보면서 드러낼 일이 없었기에 효선이도 몰랐던 독기가 올라오는 것이 보입니다. 어찌보면 은조보다도 더 독한 감정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효선이가 내보이는 모습은 너무나 어눌하고 바보같아서 그 모습에 속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번회 효선이를 보면서 또 놀랬어요. 지난회에도 효선이에게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서늘함에 몸이 곤두섰는데, 이번회는 더 정도가 심해서 저는 자꾸 효선이에게 눈길이 가네요.
대성도가의 누룩고사를 지내는 날, 은조가 대성도가의 주인 자격으로 축국문을 읽지요. 이는 물론 효선이 결정한 일이었고요. 그런데 축국문을 읽는 은조를 바라보는 효선의 시선은 기쁨도 슬픔도 없는 무감정의 표정이었어요. 평소의 효선이라면 나뭇잎이 굴러가는 모습만 봐도 꺄르르 웃거나 생명을 다한 나뭇잎이 불쌍하다고 큰 눈망울에 수심이 가득했을 지도 모르는데, 아버지의 자리에 앉은 은조를 보면서도 무서울 정도로 담담한 표정이었어요. 마치 감정을 잃은 아이처럼 말이지요.
송강숙이 입에 넣어준 떡을 흙바닥으로 던져버지자 효선은 "엄마, 먹는 것 갖고 이러면 안되는데..." 라며 흙이 잔뜩 묻은 떡을 효선이 송강숙의 눈앞에서 오물오물 먹어 버리더라고요. 간 큰 송강숙도 효선의 그 같은 행동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마치 도망치듯 부억을 나가 버리지요.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송강숙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저거 여우네. 순진한 척 하더니 완전 불여우였어..." 눈치 100단쯤 되는 송강숙이 효선의 무엇을 보고 불여우라고 했을까 싶어요. 물론 나쁜 마음으로 보면 모든 사람이 나쁘게만 보이고, 착한 마음으로 보면 착하게 보일 수 있어요. 송강숙이 효선의 호의를 고운 눈으로 보지 않기에 효선의 일거수 일투족이 아니 말소리까지 듣기 싫을 수도 있겠지만, 송강숙은 사람을 볼 줄 아는 예리한 눈이 있다는 것도 무시는 못하지요.
부엌할머니와 아줌마가 도가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송강숙이 팔을 걷어부치고 도가로 가서 한바탕 난리를 했을 때도 효선이 한가지 이상한 행동을 취했어요. 효선의 외삼촌까지 나가지 않고 있는 것을 보게 된 강숙이 "누구때문에 우리 준수아빠가 그렇게 됐는데..." 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효선은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가슴을 쥐어 뜯었어요.
효선, 꼬리 아홉 달린 새엄마에게 복수 시작하다?
강숙의 효선에 대한 매운 구박은 은조의 기지로 일단 멈춤이에요. 효선에게 뜯어 먹을 게 많으니 잘해야 한다고 거짓말을 한거지요. 대성도가의 지분도 구씨 문중 어른들이 공동소유라 구박한 것 알면 가만 있지 않을 것이고, 선산이며 임야를 팔려고 해도 효선이 도장을 찍어주지 않을 수 있다고 강숙을 협박을 하지요. 협박은 아니고 사실이기도 하고요. 은조의 말을 들은 강숙은 효선을 대하는 태도가 급변하지요. 효선이 당황할 정도로 말이지요.
효선이 은조가 그런 말을 새엄마에게 했는지 알지는 못하겠지만, 새엄마의 태도가 급변한 데에는 은조가 어떤 말을 했을 것이고, 새엄마의 계산된 행동에서 나온 것일 거라는 것쯤은 효선도 다 알 겁니다. 효선의 마음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 또 있었어요. TV를 보다가 효선이 송강숙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장택근이라는 남자를 아느냐고 묻지요. 강숙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을 보니 아마 털보장씨의 이름같습니다. "어떤 남자가..." 하고 말을 하려다 말고 TV로 눈을 돌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대고 웃습니다. 애가 타는 송강숙은 TV를 꺼버리고 효선에게 어떤 남자에 대해 물었고요. 그러자 효선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는 듯이 "이 집이 장택근씨 친척 누이 송강숙씨가 사는 집이냐고 물어서 우리 엄마는 친척이 없다고 말했어" 라고 강숙을 안심시켰지요.
강숙의 당황한 표정을 보면서도 효선은 강숙을 안아줍니다. "엄마한테 내가 별로 이쁘지 않은 거 알아. 그래도 나한테 잘해줘서 고마워. 나중엔 정말 마음으로 내가 이뻐서 안을 수 있게 내가 잘할게 엄마" 효선은 강숙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 줍니다. 자신의 입으로 말이지요. 엄마가 나 싫어하는 것 알아라고요. 그럼에도 내가 더 잘할게 라고 은조에게 "내가 엄마 좋아하니까 상관없어" 라고 했듯이 구대성과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나저나 꼬리 아홉개 달린 여자 송강숙을 연기하는 이미숙의 표정은 대사보다 더 정확하게 송강숙의 심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의 무게감 하나로도 극을 끌어가는 이미숙, 정말 대단한 연기력에 감탄하게 합니다. 사람의 속마음을 표정만으로도 정확하게 전달하는 배우 이미숙의 앞으로의 변화가 신데렐라 언니의 공주들보다 더 흥미로울 정도네요.
* 어제 약속드린 대로 조금 후에 11,12회에서 가장 중요했던 은조의 변화에 대한 글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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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아빠 2010.05.07 10:07
늘 딴소리 대마왕~~ ㅎㅎㅋㅋ
그곳도 5월엔 다른달에 비해 가정행사들이 많나요?
아무래도 5월되면 한국생각 더 나시겠어용
아무쪼록 가족분들 즐거운 봄날되시길 바랍니당 -
게으른 소 2010.05.07 11:56 신고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효선과 강숙이 티비를 보는 장면은 예전에 나왔었는데요. 그때랑 달라진건 효선의 위치죠. 효선의 웃음은 뜯어 먹을게 있어서 웃는 웃음이고요. 그리고 티비에서 나오는 개콘의 대사를 들어보면 이런게 있죠. "꺼져!" 효선이 예전에 했던말 "거지 꺼져!"이거와 연관지을 수 있을다고 생각합니다. 가슴을 치는 이유가 12회에서 밝혀졌는데 닮아있는 효선과 강숙이 같이 가슴을 쳤다는 것은 강숙도 대성의 죽음에 슬퍼하지만 눈물을 삼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의 감정선은 그 반대로 보여주고 있는 거고요. 그만큼 효선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겁니다. 불여우가 여우를 알아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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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니광팬 2010.05.07 11:57
최악의 비극은 혹시 은조가 무엇인가를 막으려다
죽는 것 아닐까요?
털보장씨를 들먹거리며 송강숙을 찾는 사람.. 혹시 예전 동네 그 깡패들 소속 아닐까요?
뮤비에서 은조가 막다른 상황에 쳐하면서 끝났는데
혹시 뭔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지...
만약 그렇게된다면 효선의 복수는 강숙에게도 하게 되는 것이니까~
그렇게된다면 효선은 평생 괴로움에 살겠지요
나중에 은조의 정확한 진심을 더 알게된다면...
이렇게까지 되지않게는 빌어요
근데 정말 신데델라언니란 드라마는 순전히 감정씬으로
이끌어가네요~ 백마디의 말보다 대단한 듯 ^^ -
셀러오 2010.05.07 12:18
띄엄띄엄 보지만 어제 떡 사건을 보면서 효선이가 좀 무섭다고 느꼈어요.
바라보는 강숙의 표정은 좀 애매했어요. 두려워하는 표정이라기보다 효선의 착한 심성에 흔들리는듯 눈을 떨더군요. 제가 그리 느꼈는지 몰겠지만요 ^^
착한 효선이가 되려 악해지고 은조만 불쌍해지는게 아닌가 싶어요.
전개가 매우 긍금합니다. 요즘 방송작가들 글 잘 쓰는 듯! -
도라지 2010.05.07 21:46
저도 글쓴이와 비슷한 생각 가지고 있었는데..
11화 50대분쯤 보면 효선이가 은조에게 강숙의 행동의 이유를 알고 있었다는 말을 합니다..
그때 표정변화 보시면 알겟지만 처음 말을 꺼낼 때 순간적으로 차갑게 굳어지는 효선의 표정을 보실 수 있어요.. 금방 말을 돌리면서 동정을 구하는 표정으로 변하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