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13 11:11




송강숙이라는 여자는 지금까지 살면서 두 번은 진심으로 울었을 것 같습니다. 그 한번이 구대성의 사랑을 깨닫고 우는 참회의 눈물이었고, 한 번은 은조와 함께 더러운 팔자로 처참하게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을 때였겠지요. 이번 회 송강숙의 눈물이 여러가지로 가슴을 착잡하게 하면서, 그녀에게 닥칠 또 다른 불행으로 저렇게 운도 없는 여자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눈물을 함께 훔쳤습니다. 송강숙의 참회의 눈물이 13회의 가장 중요했던 이야기였는데 송강숙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신데렐라 언니의 두 왕자에 대해 먼저 정리를 하고 싶습니다. 송강숙은 그 감정의 급변화가 신데렐라 언니의 후반부 스토리를 끌고 갈 중요한 것이기에 따로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데렐라 언니 13회는 등장인물들의 각각의 시선에서 보는 감정정리편이었습니다. 드라마에 흘렀던 감정선도 등장인물 각각을 중심으로 흘렀기에 분위기가 조금은 어수선 했을 수도 있었을 듯 싶습니다. 드라마 분위기를 표현한다면 끓어넘치기 전 기포가 보글 보글 올라오는 냄비같았다고 말하고 싶어요. 홍주가에 정면승부수를 띄운 기훈, 송강숙의 비밀을 알게 된 효선의 외삼촌은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비극을 암시하는 불씨가 될 것 같습니다.
띄엄띄엄 기훈과 은조, 효선, 그리고 송강숙의 감정을 던졌던 13회는 굳이 나레이션으로 드라마 보기를 한다면 저는 정우의 시선을 따라 이 드라마를 읽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글도 정우의 감정선을 따라 정리했어요. 

기훈, 나의 나쁜 계집애에게로 가는 길
기훈은 속죄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무릎이 다 닳아지도록 기어서라도 가고자 합니다. 효선이도 밀어냅니다. 효선의 마음을 알기에 효선에게 두 번 상처를 줄 수가 없습니다. 효선의 아버지를 죽게했다는 죄책감은 평생 두 여자아이의 곁에 굴러다니는 돌멩이가 되라고 한대도 그렇게 하고 싶은 기훈입니다.
은조를 보는게 괴롭습니다. 누가 대성도가를 위험에 빠뜨렸는지 알면 평생 미워하는 힘으로 살겠다던 은조였어요. 아저씨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두 아이를 평생 아버지처럼 보살피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리고 아버지와 기정의 손으로부터 대성도가를 지키겠다고 결심하지만, 아버지와 기정형은 그런 기훈을 더욱 조여올 뿐입니다. 기훈은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습니다. 은조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죄값을 받고 싶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하지 못하고 얄궂은 운명은 기훈을 조롱하듯 궁지에 몰아넣을 뿐입니다.
정우를 통해 은조의 마음을 알게 된 기훈은 아버지에게 진심으로 모든 것을 버리겠다고 통보합니다. 주식이며 지분 모두 아버지에게 드리고, 홍주가 홍회장의 아들인 것도 포기하겠다고 합니다. 은조를 만나 모든 것을 고백하고 속죄하고, 은조만 허락해 주면 곁에 있겠다고요. 대성참도가를 지키겠다고요. 
차갑게 돌아섰던 그의 나쁜 계집애가 자신만큼 지독하게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기훈은 알아 버렸어요. 지난 밤 은조를 부르며 대문을 두드리다 끝내 말하지 못했던 말들을 기훈은 정말로 할 수가 없습니다. 은조의 마음을 알아버렸기에 기훈은 고백할 수가 없습니다. 말해야 할 때가 오면 꼭 자기 입으로 말하겠지만, 지금은 홍주가로부터 대성도가를 지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것이 자신을 괴로워도 바라보는 것이 낫겠다는 은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길, 그길이 은조 곁에 있어주는 일이라면, 그리고 효선이에게 죄값을 치루는 일이라면, 어떤 무서운 일이 닥쳐와도, 평생 시달려야 하는 벌이라도 받으려는 기훈입니다. 그래서 기훈은 효선의 마음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효선이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에 효선을 돌려 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어느덧 훌쩍 자란 효선은 이제 혼자서도 걸어갈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기훈은 알지 못했어요. 효선이 달이 네모라고 해도 믿을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 믿고 의지하고 있었던 사람이 기훈오빠 내꺼였다는 것을요. 효선이 잡고 있는 줄을 끊은 순간 효선은 휘청거리고, 세상에 홀로 남았다는 지독한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는 것을요. 

* 여담: 홍주가, 짜증나는 집구석
말 나온 김에 기훈의 오락가락한 감정상태를 집고 가야 겠네요. 참으려니 병이 될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기훈의 감정은 효선이 만큼 어린애같고 중심이 없어서, 저는 기훈의 감정선에 집중하기가 참 힘이 듭니다. 기훈은 정우를 통해 은조의 진심을 알고나서 정우의 말을 전혀 되새겨 보지도 않고, 당장 말하지 않으면 죽을 듯이 은조를 찾아다니는데요, 기훈 역시 은조를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고백하려고 하는지, 홍주가가 대성도가를 집어 삼키려 한다는 것을 알리려 하는 것인지, 죄책감으로 괴로워서 고백을 하려는지 도대체가 감정선이 읽히지가 않습니다.   
절에서 3천배를 하고 내려와서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 심정으로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삼으라고 해도 할 것 같았는데, 그놈의 홍주가 집구석은 기훈이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부인과 큰아들에게 내쳐지게 생겼으니 살려달라고 부탁도 아닌 협박을 해대고, 기훈이는 기훈이대로 아버지에게 자기소행을 다 털어놓고 처벌을 받겠다고 협박하는데, 솔직히 홍회장과 기훈의 대화는 애들 말싸움같아서 개연성도 없어 보이고 정말 이해불가입니다.
기훈이 가진 홍주가의 주식지분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에게 주겠다는데, 그러면 대성도가의 빚은 갚은 셈인데, 홍회장은 꼴까닥하고 쇼크로 몸져 누워 버립니다. 아들 기훈의 소행을 은조에게 말하겠다고 협박하는 것도 우스워 보였는데, 홍회장은 왜 대성참도가를 욕심내고 있는지조차 모르겠어요. 단지 큰아들 기정이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면 어린애 같이 치졸해 보이고, 더욱이 홍주가를 상대로 맞짱을 떠보려는 것같지도 않고 말이지요. 한마디로 홍주가는 콩가루 집안입니다. 
홍주가와 대성참도가의 싸움이 신데렐라 언니 후반부를 끌고 갈 2차전이라면, 상당히 매력없는 기업싸움 이야기가 될 듯합니다. 구대성의 일기장을 보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송강숙을 통해 대성도가의 불씨를 진화시키려는 신파적인 모습도 엿보이기도 하고요. 송강숙의 참회가 어떤 의미로든지 대성도가의 안주인으로서 가족을 지키려는 제 2의 구대성이 될 듯 싶으니 말입니다. 송강숙의 변화는 사실 신파적인 감동을 준다고 할지라도, 은조와 효선을 위해서, 그리고 이 우울한 드라마의 해피엔딩을 위해서라면 꼭 필요한 부분이라 반가울 일이지만요.

정우, 사랑하는 은조를 위해 자신이 멍들다
한 여자를 지키는 두 남자의 마음은 불협화음을 내며 삐그덕거리기 시작합니다. 지난 회 술에 취해 은조를 부르며 대문을 두드리는 기훈을 보며 대성도가에 새롭게 시작될 비극의 그림자에 심장이 떨렸는데, 기훈은 은조에게 끝내 말을 전하지 못하고 맙니다. 정우에게 독백하듯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장면은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장면으로 도마에 올릴 듯 합니다. 저는 굳이 쓰지 않겠지만, 취했는지 아니지 조차 모르겠는 기훈의 상태가 너무 연기스럽다는 생각에 고백처럼 들리지도 않았고, 그저 정우가 비밀을 알게 되었다는 것 정도로만 느껴져서 말이지요.
비밀을 감당하기 힘들어, 그 죄값을 더 이상 짊어지기 버거워 모든 것을 말해 버리려는 기훈과 은조의 상처를 염려하는 정우의 순애보가 충돌하는 장면은 두 사람의 사랑의 색깔처럼 고통스럽습니다. 다가설 수 없기에 슬픈 기훈과 다가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정우는 같은 고통을 짊어진 왕자들입니다. 시간이 갈 수록 이 두사람이 짊어진 고통의 크기는 해거름녘의 그림자만큼 커지고 있습니다. 
저는 기훈의 고백과 은조의 고백을 동시에 들어야 했던 정우의 감정이 묵직하고 믿음직스럽게 더 와닿았어요. 사랑하는 은조의 입에서 다른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고백을 들어야 했고, 은조의 그 사람이 구대성을 죽게 하고 은조를 절망의 깊은 죄의식으로 빠지게 한 장본인이라는 고백도 함께 들었지요. 가슴에 깊은 멍이 패이는 정우를 보며 마슴이 많이 아프기도 했고요. 자신의 가슴에 멍이 드는데도, 사랑하는 누나 은조 가슴에 멍 하나 더 생길까봐, 마치 궁수가 쏘는 화살을 대신 막으려는 듯한 모습같아 보이더라고요.  
술에 취해 쓰러져 자는 기훈옆에 앉아 밤새 뜬눈으로 지샌 정우는 기훈의 고백을 막습니다. "누나가 알게 될 때까지 당신 입으로 누나한테 그런 짓 하지마. 당신이 말해버리면 우리 누나 숨 못쉰다" 이렇게 말하는 정우가 정말 멋져보이더라고요. 은조를 죽일거냐고, "말하면 당신만 안 죽어, 은조도 같이 죽어, 당신을 봐도 안 봐도 괴로운데 보면서 괴로운게 낫겠대" 라고 은조의 마음을 전해주는 정우입니다. 평생 지켜주고 싶은 여자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 남자에게 그런 고백을 들려주는 정우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싶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상처받는게 더 싫어서 자기 가슴은 멍투성이가 되고 찢어지는 것을 감수하는 정우입니다. "죄졌지? 벌 받고 싶지? 평생 말 못하는 벌, 그래서 평생 용서 못받는 벌 받아"라며 말 못하는 것으로 평생 죄값을 받으라며 기훈을 막아서는 정우입니다.
정우는 은조가 상처받을 것을 막고 싶습니다. 괴로워도 보는 게 나은 사람이 구대성을 죽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은조가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정우는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은조가 쓰러지는 것만은, 은조가 죽는 것은 막고 싶은 정우입니다. 아빠 잘못했다고 용서해 달라고 울부짓는 은조의 통곡을 들으며, 정우는 은조에게 구대성 사장이 어떤 존재였음을 알게 되었어요. 사랑에 허기져 죽고 싶도록 세상을 싫어했던 은조의 구원이었음을요.

정우 눈에 비친 기훈은 벼랑 위에 몰린 어린 숫사슴같습니다. 홍주가의 숨겨진 아들, 현대판 홍길동같은 이 녀석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듯 물러 설 곳없는 벼랑 아래로 머리가 짓이겨 지더라도 뛰어 내리려고 합니다. 어디서부터 이 녀석의 상처가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욱신거리는 상처를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고, 비명을 지르며 벼랑 아래로 뛰어 내리려 합니다. 정우는 이 녀석을 붙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녀석을 따라 벼랑으로 올라 오고 있는 소녀에게 그 비명 소리를 들려줄 수 없기 때문이에요.    
은조는 불안해 하는 효선을 보며 또 다시 가슴 깊숙이 그 사람을 묻어 두려고 합니다. 그런 은조의 모습을 지켜보는 정우도 저 가스나가 왜 그렇게 목을 매고 대성도가를 지키려고 하는지, 밥도 안쳐묵고 잠도 안자고, 못 먹는 술도 마시고 주정을 하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뭐가 그리 힘느노? 라고 물어도 한 번도 대답도 해주지 않던 가스나가 엄마 때문에, 구대성의 딸 효선이 때문에, 그리고 숫사슴때문에 울고 있다는 것도요.
자신을 한 번도 바라봐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니 영영 바라봐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신과 닮은 사랑을 하고 있는 은조를 보며, 속으로 속으로만 눈물을 흘리는 정우입니다. 정우는 은조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은조는 정우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이에요. 정우 역시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은조를 보면서 괴로운 게 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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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12
  1. ♡ 아로마 ♡ 2010.05.13 11:2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전 이거 재방 보거든요 ;;
    근데 볼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답답한것이...;;;

  2. 너돌양 2010.05.13 11:3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그야말로 처절한 드라마네요. ㅠㅠ

  3. 금성에서온여자 2010.05.13 11:46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신언니 못 봤는데
    초록누리님의 리뷰만으로도 마음이 아픕니다. ㅠ
    아~ 이 드라마 정말 어찌 끝날지,,
    오늘자 신문을 보니 구대성의 일기를 읽은 송강숙의 오열에 대해 기사가 많던데
    이미숙이 얼마나 절절하게 연기를 잘 했을지 짐작이 됩니다.
    송강숙에 대한 리뷰 기대하고 있어요. +_+

  4. 2010.05.13 12:1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옥이(김진옥) 2010.05.13 12:2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두 어젠 신언니 못봤어요....
    어제도 참 가슴아픈 내용이 많았나봅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6. 달려라꼴찌 2010.05.13 12:31 address edit & del reply

    너무 심각한 이야기 일변도라 보다가 그냥 잤습니다. ㅡ.ㅡ;;;

  7. 몽리넷 2010.05.13 12:4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이거 인기가 좋은가봐요~ 저는 안봐서리 ㅋ
    오늘도 수고하시고 하루 마무리 잘하세요~

  8. 카타리나^^ 2010.05.13 13:2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 드라마는 끝내 이렇게 어둡게만 갈까요?
    흑...밝은쪽으로 좀 걸어나와주지 ㅡㅡ;;

  9. killerich 2010.05.13 13:4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너무 어두워요;;;

  10. 국민건강보험공단 2010.05.13 14:1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 누가 마지막이 다가온다길래 어제 티비 봤습니다 !!! ㅋㅋ
    아.. 정말.. 은조 힘내려고 하는데 뭔가 다 길을 막더군요
    다들 좀, 길들이 꼬여서 보는데 안타깝더라구요
    다들 불쌍해 보였어요 ㅠ

  11. pennpenn 2010.05.13 14: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기훈과 정우가 은조를 위한 마음이 너무 절절해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12. 주주 2010.05.13 16:34 address edit & del reply

    그동안은 정우가 참 밝게 나왔는데
    13회에서는 정우도 상처를 많이 받은거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은조를 끌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화를 눌러 삭이며
    "이 가스나 쥑이뿔까"
    독백하듯 중얼거리는 정우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
    정우는 이제 대성도가를 떠나야겠죠?
    은조를 두고 차마 발걸음이 안 떨어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