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20 09:30




불행과 시련은 한꺼번에 온다는 말이 있듯이 대성참도는 한마디로 내우외한의 고통속에 있습니다. 새엄마의 불륜을 알게 된 효선, 기훈이 홍주가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돼버린 은조, 도망칠 수 없는 굵은 쇠사슬에 묶여 자신의 업보에 대한 십자가를 지게 된 송강숙 누구하나 마음 편한 사람이 없습니다. 곪을대로 곪아 터져 나오기 직전의 종기처럼 비밀과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의 불행의 시작은, 구대성의 죽음이라는 사건으로 거슬러 가야할 것같습니다. 죽어도 죽지않고 드라마의 감정선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구대성이라는 존재는 이 가슴 답답한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인지도 모르겠어요. 분노의 시작과 화해의 끝이 구대성에게서 끝맺음을 지어야 할 것 같으니 말입니다.
이제는 말라 비틀어져 가는 은조만큼 감정선의 힘을 잃고 있는 신데렐라 언니는 은조의 감정 과소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듯합니다. 기훈이 여름이 지나면 다른 회사로 옮긴다는 말에 넋을 잃고 앉아 정우에게 독백인지, 하소연인지조차 모르게, 아침을 즐겁게 해 준 그 사람에 대한 회상신은 불필요한 감정선의 연장처럼 보였을 정도에요. 마지막 장을 향해 가고 있는 신데렐라 언니 스토리의 지지부진함을 은조의 감정신으로 메꾼 것은, 과거라는 시간 속에 갇혀있는 은조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효선에게 잘해주라며 정리했다가 다시 붙들고 늘어졌다가, 사람 헛갈리게 하는 은조와 기훈의 캐릭터는 점점 짜증이 치밀어 오르게 합니다.
잊을만하면 '그 사람'이 어떻고, '은조야'가 어떻고, 1~4회까지 보여 주었던 신데렐라 언니 방송분 중 가장 뛰어났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교묘히 짜집기 하려는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 나가지 않는 드라마, 지나 온 발자국만 쳐다보는 드라마가 될 위험성마저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회 그나마 드라마의 스토리를 진전시킨 인물이 효선과 송강숙이었어요. 

용서할 수 없는 새엄마, 그래도 자꾸 궁금한 엄마
아버지의 일기장을 보고 송강숙의 불륜사실을 알게 된 효선의 분노가 시작되었습니다. 효선의 복수가 시작될 것이라는 암시는 많이 있었고, 이번회 효선의 이중적인 눈을 보며 효선의 복수가 시작되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저는 효선은 복수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효선의 복수는 분노의 한 표현일 뿐이에요. 고열로 펄펄 끓을 정도로 아픈 효선, 새엄마에 대한 분노는 효선의 모든 감각을 잃어버리게 할 만큼 큽니다. 몸보다 마음이 아픈 효선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엄마라는 끈을 놔버리면 세상에 홀로 남겨질까봐, 언젠가는 자신을 마음으로 안아줄 날이 있을 거라고 효선은 울지도 못했어요. 찰거머리처럼 치근대고 쳐울기만 한다고 더 싫어할까 봐서요.
아버지의 일기장을 본 효선은 당장이라도 나가라고 소리치고 싶었어요. 하지만 새엄미의 방문을 열지 못하고 맙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아빠같은 사람을 속일수가 있느냐며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내쫓고 싶지 않았다는 효선은 아빠의 사진을 보며 약속합니다. 새엄마에게 아빠가 겪었던 그 고통, 새엄마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올 때 마다 아빠가 느꼈던 분노, 절망, 슬픔을 두배 세배로 새엄마에게 안겨줄 것이라고요. 
효선은 은조에게 도시락을 가져다 주면서 장택근이라는 남자에 대해 다시 한번 물어 봅니다. 친척이 아니라는 은조의 대답에 실망하지만, 한편으로는 새엄마를 더 괴롭혀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강숙과 효선, 그리고 하늘만이 아는 사실로 하자며 효선은 강숙의 입을 막습니다. 강숙의 입을 통해 자신이 알았다는 사실이 은조에게 전해지면, 은조의 성격상 대성참도가를 떠나 버릴 것이기 때문이에요. 미워하고 싶은데 미워할 수 없는 언니 은조는 아버지의 분신같아요. 몸도 돌보지 않고 대성도가를 살리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은조를 효선은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어려서는 왜 엄마가 은조를 낳았냐고 울었지만, 지금은 왜 은조가 새엄마 딸이냐고 울고 싶습니다. 
준수를 데리러 가자고 보채는 효선, 효선은 엄마에게 자꾸 준수 모습을 보이고 싶어합니다. 준수는 효선과 강숙을 이어주는 유일한 이유에요. 준수와 자신을 보며 고통스러워 하는 새엄마의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새엄마는 그런 준수와 효선을 버리고 도망을 쳐 버립니다, 지구끝까지라도 가서 잡겠다는 듯 맨발로 뛰고 또 뛰어 강숙이 탄 버스를 잡고, 효선을 강숙을 대성도가로 데리고 오지요. 그렇게 간단히 도망치게 내버려 둘 수가 없는 효선입니다. 아버지의 집에서 죄값을 치뤄야 하기에 효선은 새엄마를 절대로 보내지 못합니다. 효선이 앞에서 고통도 절망도 슬픔도 느껴야 합니다. 효선의 복수는 이것이에요. 아버지가 느꼈을 분노와 슬픔을 곱절로 받는 생지옥, 새엄마는 그 생지옥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불안함을 달래주던,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엄마의 등
피투성이 발에 약을 발라 주는 새엄마의 손,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에 행복해 했던 그 손길이 더러워 미칠 것 같습니다. 자신의 피투성이 발을 쳐다보며 안쓰러워 하는 새엄마 눈빛이 스칩니다. 새엄마가 진심으로 상처난 발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효선도 압니다. 하지만 애써 감정을 누르고 새엄마의 마음을 거절해 버립니다. "잘못했다는 말 하지마, 믿지도 않아, 용서해 줄 사람은 죽고 없는데... 왜 나한테 용서를 빌려고 해? 평생 그렇게 죄인으로 살아. 용서해줄 줄 알아? 마음 편하게 살게 내버려 둘줄 알아?" 그리고는 소리내어 울고 마는 효선이에요.
저는 효선이 용서해주지 못한다는 말을 하며 우는 모습을 보고, 효선은 벌써 새엄마를 용서하고 싶어하는 자신의 모습이 화가 나서 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인데, 자꾸 마음 한 구석에서 아버지의 "용서하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해서 효선이 너무 괴로워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효선은 과거 은조와 싸울 때 미움의 감정과 싸웠다면, 지금은 효선의 본성과 싸우고 있는 중이에요. 효선의 착한 본성보다 더 커져 있는 미움의 마음과 싸우느라 효선은 아픕니다. 미각을 잃을 정도로 효선의 속에서 사랑과 미움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 생각은 미움이 이기고 싶은데, 마음은 효선의 본성이 이겨야 한다고 효선의 속에서 아우성칩니다.
새엄마를 데리고 집에 오는 길, 절뚝거리는 효선을 향해 새엄마가 등을 내밉니다. 처음으로 새엄마가 효선을 향해 등을 내밀어 줍니다. 은조에게 하는 말처럼, 친딸 은조에게 하는 거친 말투처럼 효선에게 "업혀, 이 나쁜 기집애야" 라고 말합니다. 새엄마의 등, 어렸을 때 아련히 느낌만으로도 좋았던 엄마 냄새가 나는 등을 효선은 뿌리치지 못합니다. 강숙의 등뒤에 업혀 엄마 냄새를 맡는 효선의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효선의 분노는 새엄마를 받아들이고, 용서하기 위한 과정일 겁니다. 하지만 모든 상처가 그러하듯이 분노도 치유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송강숙을 생지옥에서 살게 하려는 효선은 스스로도 생지옥에 사는 것 처럼 힘이 듭니다. 그래서 효선이는 아픈 거에요. 아빠 구대성이 새엄마의 불륜을 알고도 스스로 못난 남자라며, 감히 입도 달싹 못했던 그 두려움,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리라는 같은 두려움이 효선을 힘들게 합니다. 새엄마가 자신을 만지는 손길이 더럽고 행실을 용서할 수 없지만 그 분노보다 구대성과 마찬가지로 엄마와 함께 했던 8년의 시간을 잃고 싶지 않은 효선일 거에요. 죽을 힘을 다해 엄마에게서 도망치려고 하던 은조가 엄마를 버리지 못하듯이, 효선은 용서할 수 없는 새엄마를 죽을 힘을 다해 붙들려고 합니다. 이 두 아이는 이렇게 정반대의 모습으로 성장통을 앓습니다. 사랑하는 방법과 사랑받는 것을 배우는 성장통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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