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10 05:04





캐나다에 아이 둘 데리고 온 유학생엄마의 소소한 체험이지만 고마움에 꼭 들려주고 싶은 어제밤 이야기 한토막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 가는 사촌들과 여름방학내내 볼 수 없다고 놀이동산에라도 놀러갔다 오겠다는 아이들 간청에 다 큰 고등학생들을 놀이동산에 보내 주었다. 썸머스쿨을 하는 딸아이 때문에 늦게 출발한 탓에 끝날 때까지 놀아야 돈 아깝지 않다며 폐장할때 까지 놀다 오겠다던 아이들은 밤 11시가 넘어서야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했다.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15분정도가 걸리는데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라 고속도로가 한가해서 10분만에 도착했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돌아오면서 딸아이에게 들려주었던 핸드폰을 내가방에 넣어두라고 하니 갑자기 딸아이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통화하고 분명 가방에 넣었는데 없다는 것이다. 이미 고속도로에 진입해서 차를 돌릴 수도 없고 조카들을 태운 언니의 차를 뒤쫓았다. 거의 집 근처에 와서 차를 세우고 물어보니 다들 못봤다고 하는 것이다.

기억을 되살려보라고 딸아이에게 채근하니 마지막으로 딸아이가 사용하고 가방에 넣었다는 것이다. 조그만 핸드백안에 여분의 옷을 넣었던 탓에 위에 대충 넣어둔 휴대폰을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부리나케 차를 돌려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아이들이 마지막에 놀았던 정류장 부근을 아들과 딸이랑 거의 엎드리다시피 하고는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소리를 못들었으니 잔디밭에 떨어뜨렸나본데 다행히 주위가 환해서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허사였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는데 통화가 안된다고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경찰 두명이 와서 차를 버스정류장에 세우면 안된다며 150불 벌금이란다. 경찰에게 휴대폰을 찾는 중이었다고 말하고 얼른 차를 빼겠다고 했더니 다행히 딱지를 떼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현장에서 철수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휴대폰은 누군가가 주워갔고 돌려줄 마음이 있다면 휴대폰을 꺼두지는 않았을 거니 잃어버린게 확실하다고 물건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딸아이를 된통 혼냈다. 집에 돌아오니 12시가 이미 넘은 시간이라 통신회사에 전화를 할 수도 없고 인터넷으로 분실신고라도 하려고 했는데 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언니는 언니대로 집에서 계속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어떤 젊은 사람이 전화를 받더라는 것이다. 휴대폰을 주웠다며 기다릴테니 와서 찾아가란다며. 만나기로 한 장소는 휴대폰을 분실한 곳과 멀지 않았고 숨돌릴 틈도 없이 다시 집을 나섰다. 
내 휴대폰이 그사람에게 있으니 중간에 연락할 방법이 없어 혹시 못만날 수도 있을 것을 염려해서 언니가 동행을 했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가서 주위를 빙빙 돌았는데 도저히 그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서 중간에 전화를 몇번을 해야했다. 문제는 그사람의 인도억양이 강해서 위치를 설명해주는데도 영어가 잘 안들리는 것이다. 빌딩이름과 도로, 그리고 엄마랑 같이 있다는 말만 어렴풋이 알아듣고는 길가에 서있는 두사람만 찾아 다니는데 인적도 없고, 길가에 비상등을 세워둔 차도 안보이고, 근처에 있다는 도서관만 두바퀴를 돌았다. 영어에 익숙한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않은 걸 뒤늦게 후회하면서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길 건너편에 두사람이 서있는데 한사람이 전화를 받고 있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 찾았구나 싶어서 손을 흔들고 그쪽으로 차를 대니 인도사람으로 보이는 젊은 엄마와 초등학교4,5학년 되보이는 남자아이였다. 
내려서 휴대폰을 건네받고 사례를 하려고 20불을 건네니 둘다 손사래를 치며 안받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뭔가 보답을 하고 싶어 재차 주니 안받겠다며 자기네 집까지만 태워달라고 했다. 놀러 온 친구 바래다 주러왔다가  정류장 근처에서 휴대폰을 주웠다고 한다. 그리고 여차저차 했다는데 강한 억양에 다 알아듣지는 못하고 주섬주섬 알아들는 부문만 이해하고는 고맙다는 인사를 몇번이고 하고 만난곳에서 멀지않은 집앞에 내려주었다. 

휴대폰을 찾지 못했다면 약정기간이 아직 남아있어서 고스란히 제값 다주고 사야하는데다 번호도 정지시켜야 하고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들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었는데 얼마나 다행이던지..
국내나 국외나 휴대폰을 분실하면 돌려받을 확률이 작다고 들었다. 심지어는 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고 대부분은 중고시장에 내다 판다는 얘기를 들은터라 찾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휴대폰을 주워돌려 준 모자가 얼마나 고맙던지, 더구나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길거리에서 서서 30분이 넘도록 기다려 준다는 게 쉽지않았을텐데 오히려 태워다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깎듯이 하는 두 모자의 마음이 아름다웠다.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이 손에 억지로라도 돈을 쥐어줄 걸 그랬나 후회도 되었다. 안받겠다면 억지로라도 어딘가에 쑤셔넣어주는 한국사람들의 정서가 이 사람들에게도 통할까 싶어서 망설여지고, 무엇보다 댓가를 바라지 않은 두 모자의 마음이 오히려 불쾌해 질수도 있겠다 싶어서 결국은 주지 못했는데 아무것도 못해줘서 계속 서운해 지는 것이다. 생면부지 처음인 낯선 동양여자에게 베풀어 준 그들의 친절이 얼마나 고맙고 큰 것이었는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고맙다는 인사만 수없이 했다. 집으로 들어가다 뒤를 돌아보며 조심해서 가라는 두 모자의 서글서글한 눈매에 하루에 같은 길을 네번을 왕복한 피로도 다 씻겨 버렸다. 

자기전에 두 모자의 평화와 은총을 구하는 묵주기도로써 내 방식의 답례를 했다. 어느 곳에서나 친절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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