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활기찬 대성참도가에 기훈의 비밀이 터져 버렸습니다. 언젠가는 터져 나올 사실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상처는 증오하는 사람이 주는 상처보다 천만배는 더 아픕니다. 은조와 효선에게 닥친 상처들이 그런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은조는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그 사람이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있을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 사실이라고 합니다. 은조는 온몸에 힘이 빠져 나가버린 듯, 쓰러져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죽을 힘도 남아 있지 않은 은조에요. 기훈의 비밀을 알고 비명을 지르던 은조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 아이에게 죽을 힘이 남아있다면 죽어버릴 수도 있겠구나 라는..
그런 개같은 자식을 아무 것도 모르는 효선이는 아직도 마음에 품고 있다고 합니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 엄마가 사랑해 주지 않는 아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정식으로 거절당해 아프다는 효선이에요. 은조 자신만큼 상처투성이인 효선이는 기훈이 어떤 여자에게 가더라도, 영영 상관없는 사람이 되더라도 가슴에 그 사람이 있을 거라며, 속으로 속으로만 울고 있어요. 그런 효선이에게 은조는 차마 기훈의 얘길 하지 못합니다.
은조가 기훈을 마음으로 붙들고 버텨왔던 것처럼, 효선이도 쳐다봐 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 사람을 붙들고 있겠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친오빠같은 기훈이가 아버지를 죽게 했다는 사실을 효선이가 알게 되었을 때, 그 아이가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것을 은조는 너무도 잘 알고 있어요. 지금 자신이 무너져 버린 것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효선이가 영영 모르고 지나 갔으면 싶은 은조입니다.
그렇게 버틸 힘조차 없는 은조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세상에서 효선에게 숨기고 싶은 비밀 두 가지 중 한가지가 터져 버립니다. 엄마 송강숙의 불륜을 효선이가 알아 버린 거예요. 정우에게서 효선이 털보장씨와 엄마의 관계를 알아 버렸다는 것을 들은 은조는 기훈으로부터 받은 배신감과 갈기갈기 찢겨진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습니다. 자신의 상처마저 슬퍼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버거움의 연속앞에 은조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맙니다.
엄마의 불륜 사실에 미각을 상실할 정도로 아픈 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지, 은조는 미칠 것 같습니다. 아빠를 잃고 갈팡질팡 힘겨워 하던 아이, "너랑 뻗대는 것, 정말 힘이 부친다" 며 잠깐만이라도 안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던 아이, 외롭다고 울던 아이, "너 때문에 따뜻하고 싶다" 던 효선이에게 이제 뻗대지 않으면서, 다정한 언니로 조금씩 가까워졌는데, 그래서 그 아이가 조금은 안정되고, 더 이상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 가엾은 아이가 또 다시 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합니다. "나한테 안 당할려면 울지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독하게 대성참도가를 지키라" 고 말해줬는데, 그 아이가 진짜로 울어야 한다고 합니다.
기훈의 비밀로 서있을 힘조차 없던 자신의 상처보다, 효선에게 닥친 이 거짓말 같은 일들이 은조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도대체 왜 효선이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죄없는 효선이 왜 이런 일들을 감당해야 하는지, 은조는 하늘을 향해 물어 보고 싶습니다. 받을 수만 있다면 효선의 고통까지 다 대신 짊어지고 싶습니다.
은조, 기훈, 강숙, 심지어 효선의 죽음까지 암시되는 슬픔의 연속이고, 이들의 죽음을 예측하는 글들을 올리셨지만, 저는 그 누구도 죽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기훈을 어린왕자에 빗대어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지만, 지금은 누구의 죽음도 보고 싶지 않네요. 특히나 그동안 엄마와 효선을 위해 자신의 사랑까지 희생해 왔던 은조의 삶이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은, 구대성이 은조를 품어 준 사랑을 헛되게 하는 것이고, 은조의 슬픔만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은조를 평생 책임지겠다며 빵(브로치)을 달아준 정우가 은조의 손을 잡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어제 효선의 감정선의 이어 16회 은조의 이야기를 정리한 글입니다. 함께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손가락 View On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종영드라마 > 신데렐라언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데렐라 언니' 작가나 제작진은 안 보는 드라마? (18) | 2010.05.28 |
---|---|
'신데렐라 언니' 은조-기훈의 사랑을 위한 구차한 변명드라마? (17) | 2010.05.28 |
'신데렐라 언니' 은조가 살아야 하는 이유 (17) | 2010.05.22 |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의 감정 과소비 부작용 (84) | 2010.05.22 |
'신데렐라 언니' 감동적인 효선의 복수, 시청자 울렸다 (11) | 2010.05.21 |
'신데렐라 언니' 효선은 송강숙을 용서할 수 있을까? (32) | 2010.05.20 |

-
fly to the moon 2010.05.22 16:38
개인적으론 은조가 살아야하는 이유가 바로 은조 자신이었으면 좋겠네요
옛날 엄마를 두고 기차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던거처럼
기훈이가 떠난 후 대성의 집을 떠나려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던 것처럼
이제는 효선이 때문에 은조는 은조을 위한 삶을 살지 못하네요
은조가 떠나지 못하도록 했던 것들이
그래도 어찌할 수 없는 엄마를 생각하는 딸의 마음이었고
또 이제껏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음이었고
이제는 그 아버지를 향한 용서받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래도 결국은 은조는 너무 힘든 삶을 살고 있으니깐
은조가 은조를 위해 지난 날들은 모두 책 덮어버리듯이 덮어버리고
은조를 위해 날아갔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인 바람이예요 -
둔필승총 2010.05.22 17:55
에효, 이런 드라마 보면 정말 사는 게 고생이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제 마무리로 가고 있는 듯합니다.
초록누리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francisca 2010.05.22 21:09
초록누리님 신데렐라에 관한 리뷰 나올 때 마다 거의 읽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님의 리뷰를 읽으면
드라마에서 놓치는 부분도 이해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님께서는 계속 은조와 정우와의 연결을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저는 정우의 순백의 사랑을 인정하지만
은조가 정우와 함께 엮어지는 것은 반대입니다.
왜냐면 정우는 장씨와 함께 살았던 추억이 있는 사람이지요.
정우의 존재는 은조의 아픈 과거를 계속 돌아보게 합니다.
...........
작품 질이 갈수록 떨어지니까
더 무슨 얘기를 하기도 싫네요.
진짜 작가 사람 질리게 하지 않습니까?
갤이나 공홈에서 수많은 이들이
주연캐릭터들 산으로 간다, 개연성없다, 질린다, 그만 배우들 울려라! 등등
5회부터 계속 아우성을 쳐도
작가나 제작진이나 소통하려고 들질 않습니다.
그리고 16회 결과(시청률 많이 떨어짐)가 나왔지요. -
Playing 2010.05.22 22:27
안녕하세요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너무 감동입니다. 본방은 못보고 재방송 봤는데 ㅜ _ㅠ
은조도 그렇고 효선이가 너무 불쌍하네요.. 그 여린 몸과 마음으로 견디기엔 너무 큰 아픔이 다가오는 데 대책이 없어요
이 상황을 따뜻하게 감싸줄 엄마를 찾는 마지막 모습에서 찔끔 흘렸네요 ㅡ _ㅜ
아 신델레라는 효선이예요~ 왕자님이 그 누구라도 상관없으니 어서 나타나길! -
Rui 2010.05.23 10:42
은조는 다른 사람이 받을 상처까지 자기가 다 껴안고 계속 아파하는
참 고독한 고슴도치 같은 캐릭터.
보고 있으면 너무 우울해져요.
그나저나 이 드라마는 끝날때까지 더이상의 러브씬(?)을 기대하는건
무리인 듯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