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22 14:25




신데렐라 언니 마지막 정리 작업은 은조와 효선에게 기훈과 송강숙이라는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으로 진행될 듯 싶습니다. 어차피 터질 상처들이었지만, 생살이 찢겨지는 듯 두 아이의 상처가 터지는 모습도 아픕니다. 구대성이 표지모델로 실린 잡지의 광고효과는 컸습니다. 주문이 쇄도하고 운좋게 기훈이 선의 제약회사에서 빌린 동결건조기계로 대성의 이름을 붙인 효모를 이용해 대성탁주가 날개 돋힌 듯 팔리지요. 이렇게 나가다간 국내 주류업계도 잡을 기세입니다.
그런데 활기찬 대성참도가에 기훈의 비밀이 터져 버렸습니다. 언젠가는 터져 나올 사실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상처는 증오하는 사람이 주는 상처보다 천만배는 더 아픕니다. 은조와 효선에게 닥친 상처들이 그런 것 같아요.
동수로부터 기훈에 대한 것을 들은 은조는 기훈이 들고 온 아버지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잡지도 눈에 들어 오지 않습니다. 기훈이 홍주가의 아들이고, 홍주가의 경영권 싸움으로 애궂은 아버지가 죄없이 죽었다는 것을 알아 버렸어요. 기정을 향해 가만 두지 않겠다며 독기를 펄펄 날리는 은조의 눈이 정말 무섭게 변합니다. 서 있을 힘조차 없는 은조에게서 아버지를 죽게한 원수들을 대하는 힘만은 펄펄 납니다. 죽을 때까지 평생 미워하는 힘으로 살겠다는 힘이 솟구치는 듯 말이지요.
그럼에도 은조는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그 사람이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있을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 사실이라고 합니다. 은조는 온몸에 힘이 빠져 나가버린 듯, 쓰러져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죽을 힘도 남아 있지 않은 은조에요. 기훈의 비밀을 알고 비명을 지르던 은조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 아이에게 죽을 힘이 남아있다면 죽어버릴 수도 있겠구나 라는..
버거움의 연속인 은조의 삶, 너무 버거워 버틸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은조입니다. 그런 아이에게 효선이 돌덩이로 얹혀 옵니다. 기훈을 때려서 죽일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한 순간도 잊지 못하고 지금까지 가슴에 품고 있었던 그 사람, 아무 말 없이 떠났다가 귀신처럼 나타났어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그 사람이 은조를 처음으로 품어 준 아버지를 죽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 개같은 자식을 아무 것도 모르는 효선이는 아직도 마음에 품고 있다고 합니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 엄마가 사랑해 주지 않는 아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정식으로 거절당해 아프다는 효선이에요. 은조 자신만큼 상처투성이인 효선이는 기훈이 어떤 여자에게 가더라도, 영영 상관없는 사람이 되더라도 가슴에 그 사람이 있을 거라며, 속으로 속으로만 울고 있어요. 그런 효선이에게 은조는 차마 기훈의 얘길 하지 못합니다.
은조가 기훈을 마음으로 붙들고 버텨왔던 것처럼, 효선이도 쳐다봐 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 사람을 붙들고 있겠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친오빠같은 기훈이가 아버지를 죽게 했다는 사실을 효선이가 알게 되었을 때, 그 아이가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것을 은조는 너무도 잘 알고 있어요. 지금 자신이 무너져 버린 것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효선이가 영영 모르고 지나 갔으면 싶은 은조입니다.
지은 죄를 알지만 지옥에 떨어진다해도 은조를 가질 방법만 생각한다는 기훈을 은조는 정말 힘겹게 밀어냅니다. 언젠가 그 사람이 그려 준 한국과 가장 멀다는 우시아라 지도, 자기 생각하라며 준 만년필, 은조는 그렇게 그사람의 흔적을 가슴 한 켠에 담고 사는 것으로 족했어요. 갈기갈기 찢어버린 버린 지도, 부러뜨리려 해도 부러지지 않는 만년필을 던져 버리는 은조는, 그렇게 기훈을 진심으로 마음에서 놔 버리려고 합니다. 갈기갈기 찢어진 지도처럼 은조의 마음도 몸도 갈기갈기 천갈래 만갈래로 찢겨 나가는 듯 아픕니다.
그렇게 버틸 힘조차 없는 은조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세상에서 효선에게 숨기고 싶은 비밀 두 가지 중 한가지가 터져 버립니다. 엄마 송강숙의 불륜을 효선이가 알아 버린 거예요. 정우에게서 효선이 털보장씨와 엄마의 관계를 알아 버렸다는 것을 들은 은조는 기훈으로부터 받은 배신감과 갈기갈기 찢겨진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습니다. 자신의 상처마저 슬퍼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버거움의 연속앞에 은조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맙니다.
이 모든 일들이 거짓말 같습니다. 누군가가 은조를 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수로부터 효선이 미각을 상실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꿈결에 들은 얘기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동수가 실없이 농담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침밥상에서 효선이 사골국에 소금을 들이붓던 일이 또렷하게 떠올라 버립니다. 
엄마의 불륜 사실에 미각을 상실할 정도로 아픈 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지, 은조는 미칠 것 같습니다. 아빠를 잃고 갈팡질팡 힘겨워 하던 아이, "너랑 뻗대는 것, 정말 힘이 부친다" 며 잠깐만이라도 안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던 아이, 외롭다고 울던 아이, "너 때문에 따뜻하고 싶다" 던 효선이에게 이제 뻗대지 않으면서, 다정한 언니로 조금씩 가까워졌는데, 그래서 그 아이가 조금은 안정되고, 더 이상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 가엾은 아이가 또 다시 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합니다. "나한테 안 당할려면 울지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독하게 대성참도가를 지키라" 고 말해줬는데, 그 아이가 진짜로 울어야 한다고 합니다.
기훈의 비밀로 서있을 힘조차 없던 자신의 상처보다, 효선에게 닥친 이 거짓말 같은 일들이 은조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도대체 왜 효선이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죄없는 효선이 왜 이런 일들을 감당해야 하는지, 은조는 하늘을 향해 물어 보고 싶습니다. 받을 수만 있다면 효선의 고통까지 다 대신 짊어지고 싶습니다.
그래서 은조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어요. 아버지 구대성때문에 처음으로 살고 싶어진 세상, 이제는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꼭 살아야 합니다. 아버지를 죽게 하고, 대성참도가를 꿀꺽 삼키려 했던 홍주가 사람들도 가만 둘수가 없고, 기훈의 비밀을 효선이가 알지 못하게, 효선이 그 사람을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한다면, 기훈을 쇠사슬로라도 꽁꽁 묶어 효선이 옆에 평생 묶어둬야 하고, 엄마의 비밀에 미각까지 잃어 버릴 정도로 아픈 그 아이를 지켜야 합니다. 8년을 가슴에 지니고 살았던 그 사람에 대한 배신감으로 심장이 조각조각 터져버릴 것 같은데,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오는 아이 동생 효선이, 그 가엾은 아이를 지켜야 하기에 은조는 죽을 수 없습니다.

은조, 기훈, 강숙, 심지어 효선의 죽음까지 암시되는 슬픔의 연속이고, 이들의 죽음을 예측하는 글들을 올리셨지만, 저는 그 누구도 죽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기훈을 어린왕자에 빗대어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지만, 지금은 누구의 죽음도 보고 싶지 않네요. 특히나 그동안 엄마와 효선을 위해 자신의 사랑까지 희생해 왔던 은조의 삶이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은, 구대성이 은조를 품어 준 사랑을 헛되게 하는 것이고, 은조의 슬픔만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은조를 평생 책임지겠다며 빵(브로치)을 달아준 정우가 은조의 손을 잡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어제 효선의 감정선의 이어 16회 은조의 이야기를 정리한 글입니다. 함께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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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7
  1. fly to the moon 2010.05.22 16:38 address edit & del reply

    개인적으론 은조가 살아야하는 이유가 바로 은조 자신이었으면 좋겠네요
    옛날 엄마를 두고 기차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던거처럼
    기훈이가 떠난 후 대성의 집을 떠나려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던 것처럼
    이제는 효선이 때문에 은조는 은조을 위한 삶을 살지 못하네요
    은조가 떠나지 못하도록 했던 것들이
    그래도 어찌할 수 없는 엄마를 생각하는 딸의 마음이었고
    또 이제껏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음이었고
    이제는 그 아버지를 향한 용서받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래도 결국은 은조는 너무 힘든 삶을 살고 있으니깐
    은조가 은조를 위해 지난 날들은 모두 책 덮어버리듯이 덮어버리고
    은조를 위해 날아갔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인 바람이예요

    • 초록누리 2010.05.22 22:42 신고 address edit & del

      맞아요.
      은조가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하는 이유가 가장 크네요^^*좋은 말씀 감사^^*

  2. 둔필승총 2010.05.22 17:55 address edit & del reply

    에효, 이런 드라마 보면 정말 사는 게 고생이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제 마무리로 가고 있는 듯합니다.
    초록누리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3. 탱구 2010.05.22 19:03 address edit & del reply

    은조가 정말 죽게 될까요?
    물론 언제나 그렇듯, 엄마때문에, 효선이 때문에, 이제는 막내동생 때문에라도 살아야 하지만
    은조에게 삶은 너무나 버거운존재라서 이제는 은조를 붙들고 있기도 미안하네요
    그래도 은조와 효선이 서로가 서로에게 치유할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전형적이고 뻔한드라마가 된다고 해도
    해피엔딩을 보고 싶은 이 마음,,, 흑흑,,

  4. 2010.05.22 20:49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francisca 2010.05.22 21:09 address edit & del reply

    초록누리님 신데렐라에 관한 리뷰 나올 때 마다 거의 읽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님의 리뷰를 읽으면
    드라마에서 놓치는 부분도 이해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님께서는 계속 은조와 정우와의 연결을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저는 정우의 순백의 사랑을 인정하지만
    은조가 정우와 함께 엮어지는 것은 반대입니다.
    왜냐면 정우는 장씨와 함께 살았던 추억이 있는 사람이지요.
    정우의 존재는 은조의 아픈 과거를 계속 돌아보게 합니다.
    ...........
    작품 질이 갈수록 떨어지니까
    더 무슨 얘기를 하기도 싫네요.
    진짜 작가 사람 질리게 하지 않습니까?
    갤이나 공홈에서 수많은 이들이
    주연캐릭터들 산으로 간다, 개연성없다, 질린다, 그만 배우들 울려라! 등등
    5회부터 계속 아우성을 쳐도
    작가나 제작진이나 소통하려고 들질 않습니다.
    그리고 16회 결과(시청률 많이 떨어짐)가 나왔지요.

    • 초록누리 2010.05.22 22:43 신고 address edit & del

      저는 정우가 오히려 은조를 많이 알아서 더 편하다는 생각도 했어요. 여기서 정우가 잡아주길 바라는 것은 굳이 남자로서의 의미만은 아니에요. 은조의 죽음을 막아주었으면 싶다는 뜻도 있답니다. 물론 정우도 죽으면 안되고요^^*

  6. Playing 2010.05.22 22:27 address edit & del reply

    안녕하세요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너무 감동입니다. 본방은 못보고 재방송 봤는데 ㅜ _ㅠ
    은조도 그렇고 효선이가 너무 불쌍하네요.. 그 여린 몸과 마음으로 견디기엔 너무 큰 아픔이 다가오는 데 대책이 없어요

    이 상황을 따뜻하게 감싸줄 엄마를 찾는 마지막 모습에서 찔끔 흘렸네요 ㅡ _ㅜ
    아 신델레라는 효선이예요~ 왕자님이 그 누구라도 상관없으니 어서 나타나길!

    • 초록누리 2010.05.22 22:46 신고 address edit & del

      왕자님이 나타날지 정말 궁금해요. 드라마를 보다보면 이상한 얘기같지만 은조가 효선의 왕자님 같아 보이기도 해요..요즘은 은조가 효선의 수호천사를 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둘 다 참 불쌍해요. 정말로...그래서 제발 해피엔딩되게 해달라 이런 마음만 드네요.

  7. 희망이란 친구 2010.05.23 02:31 address edit & del reply

    은조는 아마 기훈이 얘기했던 , 세상에 끝이라는 나라에 갈 것 같아요

    그곳에서 훌훌 다 던저버리고 자유롭게 여행이나 할 것 같은데, 그때 기훈이 나타나면서

    끝난다면 그래도 행복한 결말이 아닐까 합니다

  8. PinkWink 2010.05.23 03:2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제 은조가 그만... 쉴 수 있으면하고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중입니다...ㅜㅜ

  9. 시나브로 2010.05.23 07:57 address edit & del reply

    은조가 살아야 할 이유는 단 하나. 은조가 죽으면 시청률 끝나기 때문이다.

  10. pennpenn 2010.05.23 08:0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드라마가 갈수록 태산입니다.
    자꾸만 새로운 일이 터지기 때문입니다.
    효선이 털보장씨를 찾아가서 사과를 받아내는 장면이
    꼭 필요했는지도 모르겠어요~

  11. Rui 2010.05.23 10:42 address edit & del reply

    은조는 다른 사람이 받을 상처까지 자기가 다 껴안고 계속 아파하는
    참 고독한 고슴도치 같은 캐릭터.
    보고 있으면 너무 우울해져요.
    그나저나 이 드라마는 끝날때까지 더이상의 러브씬(?)을 기대하는건
    무리인 듯싶어요......

    • 초록누리 2010.05.23 11:52 신고 address edit & del

      마지막회나 그 전회에 한 번쯤은 나오지 않을까 생각도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것으로 봐서는 나오지 않을 듯도 싶어요.ㅜㅜ

  12. 조약돌 2010.05.23 15:10 address edit & del reply

    이 드라마 주인공이 누군가요? 라고 kbs랑 제작사, 작가에게 되묻고 싶어지네요.
    잘 나가고 있던 드라마를 산으로 보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은조역을 맏은 문근영이란 배우가 희생을 해야 하는지...

    지금 돌아가는 것으로 봐서는 그냥 17회쯤에 은조가 지고 있던 짐 모두 훌훌 털고 세상 끝으로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어처구니 없지만 이런 생각도 하게 되네요.

  13. 아아 2010.05.26 16:20 address edit & del reply

    고등학교때 좋아했던 사람 쭉 좋아할수 있거든??
    그걸 편집증이라 하다니 니가 더 이해 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