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섭을 수백번씩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며 고뇌해 보고, 또한 관찰자적인 시선에서의 냉정함도 병행하려고 고심했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대조적인 두 집안, 한 집은 자식으로 품었고, 한 집은 자식이라고 인정하지 않겠다며 "고아로 살아라" 라고 내쳐 버리는 모습을 그리면서, 현실에서의 극과 극의 모습에 많이 고민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자식을 고아로 살라며 내치는 경수 엄마(김영란)의 모습이 어쩌면 현실적으로 더 많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드라마상에서는 경수엄마가 자신들의 체면만 생각하는 모습처럼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경수엄마와 같은 사람이 더 많을 거예요.
"미안해, 혼자서 힘들었겠다" 민재는 태섭이의 성정체성을 그동안 몰랐던 것에 미안하고, 혼자서 태섭이가 겪었으 고통에 아파합니다. 민재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태섭, 이들은 이렇게 받아 들이고 싶지않는 사실을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해 하며 받아 들이고자 합니다.
병태를 끌어안고 "엄동설한 삭풍 속에 우리 애기 빨개벗겨 세워놓지 말자. 바람막이 쳐주고 옷 든든히 입히고, 우리가 난로가 되자, 여보"라며 부둥켜 안고 우는 민재의 대사는 감동만을 위한 대사도, 동성애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아니었습니다. 세상의 시선에서는 못났다고 손가락질을 받을지 모르지만, 내 자식이었습니다. 남일이라고 관심없었던 다른 세상의 일들이 내집일로 들어왔을 뿐이었어요. 받아들이기 힘들고 아프지만요.
병태와 민재의 대화를 들으면서 김수현 작가가 동성애에 대한 것을 어떻게 풀어가려는 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자식이었습니다. 하늘이 두 조각이 나도 변하지 않는 것, 그들의 자식이라는 것이고, 가족이라는 것이었어요. 사회적 편견은 어쩌면 지구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바뀌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음양의 이치처럼 남녀가 짝을 이루는 이치는 가장 보편적인 사회모습일 테니까요. 음양의 이치에 맞게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 제 3의 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죄인취급을 받든, 스스로 죄인취급을 하고 살든, 대다수의 이성애자들이 이런 소수인들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사회적 편견으로 태어나면서부터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 누구에게 잘못이 있을까요? 그들을 낳은 부모? 제 3의 성으로 태어난 그들? 결론은 그 누구의 잘못도, 책임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서, 특히 이번회 민재와 병태의 대화를 들으면서 내집의 문제로 들어온 듯해서, 온몸에 열이 나듯 아파왔습니다. 그리고 병태가 태섭이 있는 호텔로 찾아가 아들 태섭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정말 엉엉 울고 말았어요. 민재와 마찬가지로 미안하다는 병태, 민재가 미안하다고 말했을 때와는 또 달랐어요. 민재는 태섭에게는 새엄마이니 태섭의 고통을 몰랐던 것에 미안했을 텐데, 생물학적인 아버지 병태는 민재와는 또 다른 감정이 있었을 거예요. "너를 그렇게 낳아서 미안하다"라는 말처럼 들렸거든요. 그렇게 낳아주고 싶어서 그랬던 것도 아닌데, 아버지로서 생물학적으로 기형의 유전인자를 준 것에 병태는 죄의식을 느꼈을 것 같았어요. 무릎을 꿇고 마는 태섭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데, 정말 가엾기도 하고 가슴이 아파오더라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손가락 View On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종영드라마 > 인생은아름다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은 아름다워' 경수의 눈물이 특별했던 이유 (3) | 2010.06.06 |
---|---|
'인생은 아름다워' 성적소수자, 그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20) | 2010.05.31 |
'인생은 아름다워' 태섭(송창의)의 커밍아웃, 그들의 아픔에 함께 울다 (12) | 2010.05.24 |
'인생은 아름다워' 갈등구조의 밋밋함, 드라마 재미 반감시킨다 (9) | 2010.05.16 |
'인생은 아름다워' 장미희, 고혹적인 민폐녀의 화려한 등장 (23) | 2010.04.25 |
'인생은 아름다워' 낙태 화두 던진 작가의 의도 (19) | 2010.04.12 |

-
trueheart 2010.05.24 20:52
예전에 가르쳤던 남학생 하나가 좀 친해지고 나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한적이 있었어요. 참 여리고 착하고 배려심 많은 학생이었는데 그 고백을 듣고 우선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웠고 그리고 가슴이 무척 아팠어요. 그 아이가 겪었을 상처와 앞으로 부닥칠 일들을 생각하니까요... 재미교포 남학생이었는데 이미 집에서는 어느 정도 배척당한 것 같더군요. 아마 부모니까 더 받아들이기 힘든 면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막연히 경수 엄마처럼 어쩌면 노력하면 바뀔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때문에 더 다그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막상 내 아이의 문제라고 (생각하기도 힘들지만)생각해 보면 처음에는 민재+경수엄마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결국 점점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겠지요. 아무리 못난 자식이라도 잃는 것 보다는 품에 안고 있고 싶으니까요. 그리고 본인도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