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30. 06:48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멋지고 잘난 사람들도 많지만, 이것은 평균이하 일곱 남자의 이야기. 우리들의 시작은 무모했다. 그러나 우리는 답한다. 비인기 스포츠에 도전하고, 1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사진을 찍어 기부하는 일들이 예능프로그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무 것도 새로워질 건 없다고... 우리는 믿는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만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무한도전 200회 특집을 맞이한 유재석의 나레이션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의 기본 정신이 들어있는 말이라고 생각되어 그대로 옮겨봤는데요, 5년간 무한도전 평균이하의 남자들은 이렇게 맨땅에 헤딩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어떤 프로에서도 하지 못했던 신개념의 예능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예능프로그램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고 가치와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상상할 수가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자칭 평균이하의 남자들이 해냈습니다. 무한도전 길거리 가요제에서의 음반수입, 벼농사 특집으로 거둔 뭥미쌀, 무한도전 1년달력 등등 상품이 되어 판매되었고, 수익금 전액은 불우이웃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예능프로그램이 가치창출을 하고, 수익을 내는 전무후무(아직까지는)한 일을 그들이 해냈습니다. 
처음 무한도전이 시작되었을 때만해도 이런 프로가 될지 아무도 상상을 못했습니다. 김태호 피디조차도 아마 애초부터 기획했던 일은 아니었을 지도 모릅니다. 평균이하의 남자들의 무모한 도전을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해낼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며, 그 과정에서의 웃음과 감동으로도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웃음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들은 지난 5년간 200회까지 무한도전을 끌고 오는 동안 무모한 도전을 무도멤버들에게라면 당연한 도전으로 만들어 버렸고, 도전의 강도 수위도 높아만 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진화해 갔습니다. 무모한 남자들의 진화는 예능프로그램의 웃음을 공익으로 만들어 갔고,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에 기대와 애정, 심지어는 충성심까지 바치며 열렬히 사랑해 왔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질타도 있었고, 비판도 있었고, 침체기도 있었지요. 무엇보다 무한도전 폐지설이라는  한심한 양반들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무한도전은 시청자들의 말할 권리가 있는, 표현의 자유가 있는, 시청자들의 자존심으로 지켜야 할 상징적인 방송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속에서 어렵게 어렵게 200회까지 왔네요. 정말 김태호 피디와 스텝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길, 노홍철, 정형돈, 하하 등 멤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축하한다는 말도 200X200으로 보냅니다.
200회 특집으로 마련한 유재석의 1인 7역코너에서 박명수 역할로 유재석이 시청자들을 위해 한말씀 한다면서 노래를 부를 때는, 유재석도 잠깐 울컥해지는지 목소리가 살짝 흔들리더군요. "시청자 은혜는 하늘 같아서....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 민서가 다 클 때까지만.... 사랑해 주시면 됩니다" 라며, 박명수 패러디로 웃음으로 마무리했지만, 그 짧은 시간 만감이 교차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재석이 "하늘같은 시청자 은혜에 감사합니다" 라고 했을 수도 있었는데,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의미심장하게 멘트를 하더라고요. 무한도전을 지키려는 시청자들의 사랑에 함축적으로 인사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동안 무수한 외압이 있어 왔고, 천안함 침몰로 예능프로그램들이 장기결방되었지만, 무한도전은 정상화한 후에도 MBC파업 사태로 정상화되지 못했고, MBC파업지지의 상징적인 프로그램이 되기도 했습니다. 시청자들은 그런 무한도전에 무한애정과 신뢰로 기다리겠다는 의지를 표하고, 무도멤버들을 음으로 양으로 응원해 왔지요. 그런 일련의 일들이 떠올랐는지 유재석이 잊지 않겠다고, 감사하다는 말보다 더 감사의 표현을 진하게 하더군요. 의지도 더 강해 보였고요.
무한도전 200회는 역시 무한도전다운 특집이었습니다. 생방송이나 마찬가지로 진행되었던 공개방송은 <유재석의 1인7역>, <퀴즈가 좋다>, <무한도전 2000회>, <최고 최악의 도전>, <박명수의 파이아(FYAH)>총 다섯개의 아이템으로 진행됩니다. 일곱빛깔 무지개로 변신한 무도멤버들이 시청자를 향해 큰절을 하면서 200회 특집 막을 올렸는데요, 저는 그중 백미가 <기부가 좋다>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다음주 인도여자좀비편도 기대가 되지만, 기부가 좋다는 그야말로 시청자와 멤버들의 허를 찌르는 돌발적인 방송이었습니다.
아이템 회의과정에서 논의되었던 '퀴즈가 좋다'가 '기부가 좋다'로 바뀌는 순간, 유재석을 뺀 나머지 멤버들과 방청객도 몰랐던 일이라 당황해 했지만, 역시 무한도전이구나! 싶었습니다. 생방과 마찬가지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 번 나온 말은 주어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무도멤버들이 사전에 준비한 <퀴즈가 좋다>에 문제당 기부금과 상품을 걸고, 문제를 맞춘 사람이 금액과 상품을 기부하는 역발상 퀴즈였지요. 기획회의를 하면서 무도멤버들이 박명수와 정준하가 방송 중에 걸었던 약속들을 모두 정산하는 무도만의 특별한 채무방식인 셈이었던 셈이지요. 약속은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지키는 당신들, 정말 멋쟁이! 
박명수에게 이번 200회 특집에서 가상으로 만든 2000회 특집에서 다시 채무 10억원이 생겼는데, 2015년에 기부해야 한다네요. 박명수가 10억을 기부하는 그날까지, 아니 그 이후로도 무도멤버들의 체력이 허락하는 한에서 무도가 계속되었으면 싶습니다. 최소한 2015년까지는 무한도전 계속되겠지요? 박명수씨에게 압력 팍팍!!!
<기부가 좋다>는 총 8개의 문제가 출제되었는데요, 퀴즈가 기부로 바뀌니 멤버들 머리 속에서 잔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맞추면 손해인 황당한 퀴즈였지만, 퀴즈를 진행하는 유재석의 재치도 빛났고, 무도멤버들의 기부하기 싫어하는 척하면서 기부의 기쁨을 감추려는 억지 쓴웃음도 좋았습니다. 방송에서는 금액이 늘어날 수록 속이 쓰라린 것처럼 연기들은 했지만, 속으로는 다들 기껍게 기부를 받아들이는 대인배들이라는 것은 시청자들도 다 알고 있거든요. 
정준하가 쓸데없이 부저를 누르는 바람에 퀴즈 우선권을 받아 어거지로 정답을 맞추게 해버리는 진행도 재미있었고, 특히 기부금 바꾸기 찬스는 남의 고통은 나의 기쁨이라는 컨셉을 적절히 살렸던 것 같습니다. 영어문제에서 형돈이 맞추고 상금 150만원과 형돈이 획득한 11만원과 가방 10개를 박명수의 11만원과 바꾸는 반전은, 웃음은 물론 맏형 박명수의 위신과 경제적 능력까지 적절하게 살려 주었지요. 마지막 음악문제에서 얼렁뚱땅 찍기에 성공해 버린 하하는 200만원과 에어컨을 상품으로 받았는데, 2년의 공백을 가진 하하에게 방송을 쉬는 동안 못했던(?) 기부까지 한꺼번에 시켜 버리는 유재석과 제작진이었어요.
무한도전 200회특집은 무한도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무한도전답게 보여 주었다고 생각해요. 5년동안의 일들을 되집어 보며,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감사해야 할 것들에 감사하고, 더 나은 것들을 보여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그들입니다.
무한도전멤버들은 여전히 최고가 아닌 남자들입니다. 그들이 최고가 되는 순간은 무도가 없어지는 날이 되겠지요. 최고가 아니고, 완벽하지 않기에 무모하리 만치 과감한 도전을 하는 그들을 응원하고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은 앞으로도 더 진화해 갈 것이라는 거죠. 200회 특집은 그 진화의 방향을 그들 나름의 색깔로 보여주었습니다. 자축이 아니라 나눔으로 말이지요. 가장 축하받아야 할 멤버들과 제작진은 200회라는 길고 험난했던 여정으로 이뤄 온 대장정의 축하를 시청자와 불우이웃들에게 돌려 주었습니다. 억지기부라고 스스로 겸손해 하면서 말이지요. 일곱색깔 무지개빛 만큼이나 아름다운 기부였고, 멋진 일곱남자들의 이야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김태호 피디가 200회 특집에 대한 소감을 말했는데. 역시 김피디는 지칠 줄 모르는 에너자이저더군요. 봅슬레이. 벼농사, 달력특집, 뉴욕편 등등 수많은 화제를 뿌린 무한도전을 만들어 온 그의 입에서 "최고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라고 하더라고요. 시청자들에게는 손으로 다 꼽지 못할 최고작품들을 그는 여전히 최고라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괜찮은 정도였나 봅니다. 김피디가 최고라 꼽을 수 있는 것, 천재 피디라고까지 불리는 그가 최고로 꼽을 수 있는 작품이 나올 때까지 무한도전 FOREVER입니다. 200회 특집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꼭 한마디 해 주고 싶네요. 김피디를 비롯한 무도멤버들. 당신들, 정말 괜찮은 친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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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10
  1. 신비한 데니 2010.05.30 07:0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기부가 좋다에서 빵빵 터졌어요 ㅎㅎ
    무한도전이 장수프로그램이 이유가 있더군요^^

  2. 옥이(김진옥) 2010.05.30 07:0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역시...김PD님은...최고를 위해 더 노력하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시청자눈에는 정말 최고장면이 많았는데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3. 트레이너"강" 2010.05.30 07:3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무도가 200회군요..^^ 전 주말에 학교를 다녀서 아예 TV를 못봐서 ㅜ 초록누리님~ 행복한 하루되세요~^o^

  4. *저녁노을* 2010.05.30 07:3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괜찮은 프로이지요.ㅎㅎ
    잘 보고 갑니다.

  5. 너돌양 2010.05.30 07:3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다른 건 몰라도, 김피디가 아직도 최고의 도전은 나오지않았다는 말에 허걱...이게 바로 프로구나 ㅠㅠ

  6. 달려라꼴찌 2010.05.30 08:19 address edit & del reply

    소재가 정말 무궁무진하군요 ^^

  7. 2010.05.30 12:3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8. 걸어서 하늘까지 2010.05.31 03:3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전 못보았네요~~재방송 봐야겠어요 ㅠㅠ

  9. 금성에서 온 여자 2010.06.01 19: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본방사수하며 봤는데 예상대로 재미와 감동이 있는 200회였어요.
    저 역시 '기부가 좋다'코너가 젤 좋았어요. ^^
    나눌 줄 아는 무도 멤버와 제작진 격하게 아끼고 사랑합니다. ㅋ
    내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운동이 한창인데
    그걸 볼 때마다 생각해요.
    '선거 운동할 돈으로 기부나 좀 하지' 하구요.

  10. 좋은글입니다 2010.06.04 02:58 address edit & del reply

    무한도전은 뭔가 예능이 아닌 예능을 보여주는것같아 늘 뿌듯합니다
    무조건 웃겨야 한다기보단 뭔가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속에 웃음을 선사한다고나 할까요;
    뭔가 생각이 깊은 방송인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