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자기 조카임에도 또라이라며 막말을 하는 병걸이나 냉소적으로 보는 수일(이민우)같은 사람이 우리사회에 분명히 있고, 누구의 생각이 편견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을 만큼 우리사회에는 다양성이 존재합니다. 동성애자에 대해 그런 사람이 있구나, 나랑은 다른 사람일 뿐이라고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병걸이나 수일이 왜 그렇게 비뚫어지고 아집이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요, 마찬가지로 병걸이나 수일처럼 죽었다가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을 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냐며 충분히 혐오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내가 성적특수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고, 심지어는 더럽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혹은 이 모든 것이 남 일이며, 그저 이해 혹은 인정해 주면 그뿐이라는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한다는 것입니다. 누구의 생각이 옳다 그르다를 편가르기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인 지 모릅니다. 내가 당사자가 아니고, 남일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가족인 병태나 민재까지도요.
제가 지난 주 인생은 아름다워 드라마 리뷰글을 올리고 충격적인 댓글을 보고는 하루 종일 심장이 벌렁거린 일이 있었어요. 그대로 옮겨보자면 "게이 새끼들은 다 죽여버려야 한다" 는 댓글이었습니다. 드라마 리뷰글을 올리면서 극중 캐릭터에 대해서 죽어야 한다, 혹은 망했으면 좋겠다라는 등등의 댓글은 항상 있는 일들이지요. 드라마에서 용서하지 못할 악역들에 대해서는 말이지요. 그런데 이 댓글은 드라마 캐릭터가 아니라 게이라는 성적 소수자들을 싸잡아 지칭하고 있었기에 너무나 충격적인 글이었어요. 아무리 익명의 인터넷상이라고 해도, 그런 범죄적인 생각을 버젓이 남의 글에 쓰고 가는지 저는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조두순이나 용서하기 힘든 악질범들에 대해서였다면 충분히 이해되었을 텐데, 그 언어와 사고의 폭력성에 놀랐고 무서웠어요.
작년이었나, 저희집 아이들이 이곳 캐나다에서 우리나라 에버랜드와 같은 원더랜드라는 놀이동산에 놀러갔다가 좀 놀랐다며 전해준 이야기가 뒤늦게 생각납니다. 그날은 캐나다 동성애자들끼리 놀이동산에서 모임을 가졌었나 보더라고요. 동성애자 커플을 길거리에서도 아주 가끔은 봤던 아이들이었는데도, 동성애커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게 많아서 같이 섞여서 놀이기구를 타기가 찜찜했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함께 간 외국인 친구들도 비슷한 기분들이었다고 털어 놓더라고요. 저도 많이 열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도, 그런 광경을 본다면 고운 시선으로 볼 자신은 솔직히 없습니다. 하물며 한국에서는 더 심하겠지요.
그런데 그 찜찜함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부분에서 찜찜했다고 하더라고요. 전 그냥 단순히 불결해 보였을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냥 불편했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시선이 자꾸 가게 되니까, 혹시 차별적인 눈으로 쳐다본다고 생각할까 봐서요. 이성애자들이 키스를하거나 껴안고 있을때는 아무렇지 않게 힐끗 쳐다보기도 하고, 커플 옆을 자연스럽게 지날 수 있는데, 동성애커플의 경우는 옆을 지나치기가 미안하기도 하고, 왠지 돌아서 가야 할 것 같더라네요. 어떤 마음이었는지 지금 생각하니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물론 호기심으로 구경하듯 힐끔거리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고, 속으로 혐오하고 겉으로도 불쾌한 표정을 지었던 사람들도 있었을 겁니다.
다른 사람과 다른 성적 성향을 가졌다는 것 하나로 움츠러들고 죄인처럼 살아가는 그들은 어쩌면 사회적 인식의 편견이 나은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 마치 흉악법처럼, 전염병자처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가해자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병준(김상중)의 대사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집만 따뜻하면 돼요. 태섭이만 행복하면 돼요"
태섭이의 행복을 말하는 대목에서 과연 이런 성적 소수자들의 행복을 다른 사람들이 주고 말고 할 권리가 있을까 싶더군요. 그나마 집에서라도 행복할 수 있는 태섭이는 집 밖에서는 행복할 권리가 없을까? 태섭의 가족들이 경수의 가족처럼 민감하게 반응하고 몰아세웠다면, 태섭은 집에서도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는 거잖아요.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행복추구권도 이들 성적소수자들에게는 권리가 아니라 엄청난 행운 혹은 혜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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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천사 2010.05.31 13:46
다른 사람이 아닌 가족의 이야기가 되면 얼마나 큰 충격일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보듬을지 제시해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듭니다 -
Phoebe Chung 2010.05.31 15:06 신고
동성애자 보다 쓸데 없는 악플이나 거침 없이 남발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정신 병자라고 봐야지요.
동성애를 받아들이고 있는 서양에서도 무시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꽤 있지만 인격적인 존중까지 안하는건 아니거든요.
아직 한국 정서엔 힘든가 보네요. -
TV여행자 2010.05.31 15:54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야 하지만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자에 대한 시선은 이상하다고 여겨서는 안되고 특별하다고 여겨야 합니다.
그 사람 참 이상한 사람이야 보단 그 사람 참 특별한 사람이야 이렇게요..
우리사회가 조금씩 성숙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ㅇㅅㅇ 2010.05.31 17:16
.....뭐 성적소수자들의 '행복할 권리'에서
자식 갖고 싶다 이것만 빼주신다면야 상관없습니다만...
[동성애자 부모 밑에서 자란 자식의 성적 성향이 어떻게 될까요?] -
..... 2010.05.31 20:26
저... 중간 내용에 동성애에 대해서 성적 유전자의 돌연변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고쳐주셨으면 합니다..... 사람들은 잠재적으로 80%이상 양성애자라고 하는 연구결과를 봤는데요. 사회적 환경에 따라서 이성애자가 다수라고 합니다... 이것도 이거지만 무엇보다 아직 동성애의 원인에 대한 연구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성적 유전자의 돌연변이라고 칭해버린다면, 이상있는 사람들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일이 아닐까요.. 우리하고는 다른 사람이라고, 뭔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이죠... 민감한 주제인 만큼 단어 하나하나에도 신경써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글 잘 보고 갑니다^^ 잘 읽었는데,, 다만 한마디가 맘에 걸려서요. -
이게 뭔 헛소리임?? 2010.05.31 20:35
게이나 레즈들이 길거리 나다니면 돌이라도 처맞나?? 행복하고 싶음 끼리끼리 만나 놀면 끝나는 이야기....정상인들에게도 그들을 혐오할 권리를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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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누리 2010.06.01 23:09 신고
님 댓글 잘 읽었어요. 무엇보다 개인적인 일들까지도 제게 말씀해주셔서 친구랑 이야기 하는 느낌입니다. 제 주위에도 님과 같은 경우의 친구가 있었어요. 자란 환경은 달랐겠지만, 제 친구의 경우는 썩 좋은 환경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 저희집에 공부하러 오면 집에 돌아가는 것을 싫어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감수성이 예민해서 상처도 잘받고 잘 우는 친구였는데, 저랑은 참 잘 지냈어요.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친구가 집에서 차별대우를 받았다거나 구박을 받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런 환경을 견디지 못했던 것 같아요.
왜 그런 것 있잖아요. 누가 수근거리기만 해도 자기 얘기하는 줄 알고 움추러들고 신경쓰고 얼굴 발개지고 하는 경우....
그 친구가 그랬던 것 같아요. 괜히 집안 이야기만 나오면 자기환경에 스스로 컴플렉스를 가지는...그런데 그 친구가 친했던 우리들은 그런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그 친구가 자기집 얘기를 하며 얼굴이 어두워지면, 아,,,이 친구가 환경이 그렇지....이런식으로 말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님의 밀씀처럼 아무리 깊이 이해한다다고 해도 자기 상처는 본인이 가장 아프게 느끼는 것 같아요.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사람보며 힘들겠다고 하다가도 내 손가락 베인 상처가 더 아프게 느껴지듯이요.
메일이나 어떤 형태로든 대화 나누는 것 괜찮아요. 얘기 하시고 싶을 때, 언제든지 어떤 방식으로든지 글 남겨주세요. 많이 부족한 저에게 이렇게 친구같은 감정을 느껴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드라마를 통해서나 혹은 다른 일들을 통해서나 제 생각이 다 옳을 수는 없고 제 생각의 편견같은 것도 분명 있을 거예요. 저도 여전히 인생이라는 긴 공부를 하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해야겠지요. 제가 조금은 많이 지나온 사람이지만,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 나눴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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