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02 08:18




감찰부 궁녀를 이끌고 동이를 엄호하러 간 정상궁은 내수사의 강한 반발에도 원칙과 규율대로 해야겠다며 뜻을 꺾지 않았습니다. 천군만마를 얻은 것보다 동이는 힘이 나지요. 감찰부 궁녀들이 금군을 동원한 내수사 내관들에 의해 진입이 저지당하고, 감찰부 정상궁과 내수사 전수가 숙종의 부름을 받고 대전을 향합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숙종은 척 보니 어떤 상황인지 다 파악이 됩니다. 내관들이 관리하는 궁궐 재정담당 기관이다보니 궁녀들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고, 관행처럼 내수사에 대한 감찰은 어물쩍 넘어갔는데, 감찰부 나인 하나가 그런 내수사를 들쑤시고 다녔다니 분명 풍산이 동이밖에는 그럴 인물이 없다고 짐작하는 숙종입니다.
숙종은 숙종대로 구리와 주석의 품귀현상으로 상평통보의 유통에 차질이 빚고 있다는 말에 비밀리에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이 잘못 꼬이면 조사에 치질을 빚을까 일단 덮으라는 명을 내리지요. 정상궁의 말을 들은 동이는 숙종에게 실망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비록 어리버리 하기는 했지만, 판관나으리일 때나 임금일 때나 의혹과 비리에 대해서는 눈감는 분이 아니셨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요.
숙종도 동이가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을 것을 예상합니다. 동이 성격에 아마 속으로 욕을 엄청 해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숙종입니다. 어떻게든 자신의 진심을 알려야 하는데 묘책이 떠오르지 않지요. 그러고보니 장다리와 꺼꾸리 친구들이 있었네요. 황직장과 영달을 불러 은밀히 동이와의 접선 장소를 알려주는 걸 보니 농이나 던지는 임금인줄 알았는데, 주위 눈치도 살피고 속도 깊은 숙종입니다. 그런데 그것보다는 동이와 몰래 핑계삼아 궁밖 교외데이트를 하고 싶어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응큼한 숙종.ㅎ
두리번 두리번 약속장소에 나타난 동이를 보니 숙종 얼굴이 벌써 환해집니다. "왔느냐? 헤맬까 걱정했는데 누가 강아지 아니랄까 봐 길 하나는 잘 찾는구나" 반색하며 동이를 맞는 숙종은 왜 내수사 감찰을 일단 덮으라고 했는지 설명하지요. 감찰궁녀 시험에서도 여러가지 공부를 시켜주더니 오늘은 경제수업입니다. 상평통보를 주전하는 주재료인 구리와 주석의 품귀현상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바로 감찰부에서 조사를 하게 해주겠다고 약조를 하며 걱정 붙들어 매라고 삐져있었을 동이를 달랩니다. 동이 성격이 워낙에 집요해서 말이지요. 동이의 성격을 잘 아는 숙종이기에 자신의 명에 동이가 실망했으리라 훤히 꿰뚫어 봅니다. 누가봐도 욕할 상황이지요. 동이라면 아주 대놓고 했겠지요. 무슨 임금이 자기집 곳간 털리는 줄도 모르고, 곳간 털렸다고 신고해 주고 도둑놈까지 잡아 바치겠다는데 그걸 막아? 이러면서 말이지요.
"이런, 한심한 임금이 다 있나 하고 욕도 하고 그랬지?" 욕은 하지 않았지만 실망은 했음을 감추지 못하는 동이를 보고 숙종은 금새 또 섭섭합니다. 그래도 판관나으리라고 알고 있었던 적부터 담넘고, 도망치고, 밤이슬 맞으며 쌓은 정이 얼만데 말이지요. 
중요한 일을 이리 따로 불러 귀띔해주고 동이에게 걱정말라고 까지 안심까지 시키니 동이는 궁금하기만 하지요. 하늘같은 임금님께서 감찰상궁도 아닌 일개 궁녀를 불러 그 같이  중요한 일을 말해주다니요. "어쩐지 너한테만은 잠시라도 오해를 받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널 이런 자리를 마련해 보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옆구리 찔러 절받기 선수인 숙종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동이의 대답이 "네..."라고 웃거나 고개만 끄덕여줄 것 같거든요. "어떠냐? 성은이 망극하지 않느냐?" 아무튼 동이도 숙종을 웃게 하지만, 숙종 역시 동이를 이렇게 웃겨 주십니다. 그래서 동이는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할 임금님이지만, 자신을 웃게 해주는 임금님이 참 좋습니다. 천수 오라버니와는 다른 감정으로 좋습니다. 천수 오라버니는 늘 동이를 보호해 주었던 돌아가신 아버지와 오라버니같지만, 임금님과 함께 있으면 재미있습니다. 자신을 보며 껄껄껄 목청이 다 드러나도록 호탕하게 웃는 임금님이 너무 미남자십니다. 폐위전 중전마마께서 전하는 웃는 모습이 멋지신 분 아니냐며 전하를 웃게 해달라고 하셨는데, 정말 임금님의 웃는 모습이 좋아집니다.
감히 다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겠지만, 자신에게 저자에서나 사용하는 풍치지 말라고도 하시고, 황직장 나으리랑 영달이랑 주막에서 얼큰하게 취할 때는 술주정도 제법 하십니다. 매일같이 영달이 꿈에 나타나 사약을 내리시고는 그 사약을 임금님이 마셨다고 목이 댕강 잘려나갈 말을 해도, 그건 칡즙이었다며 더 유쾌하게 웃으실 줄 아는 임금님입니다. 성정이 고약했더라면 그 자리에서 왕을 능멸했다는 죄로 능지처참을 시킬 법한데도 말입니다. 동이는 임금님은 술주정도, 껄껄껄 웃는 것도 안하시고 근엄하게 무게만 잡는 분이신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임금님이 동이가 오해했을까봐, 동이에게만은 잠시라도 오해를 받기 싫었다며, 내수사 일까지 해명을 해 주십니다.

그리고 한밤중에 불러서는 자신이 즐겨읽는 서책이라며 지미있는 책까지 건네 주십니다. "간혹보면 너의 말과 행동거지가 좀 무지한 것 같아서 수양을 하라고 주는 것이니, 뭐 황송할 것 까지는 없다"라고 농까지 건네면서 말이지요. 그러면서도 정곡을 콕콕 찌르는 것도 잊지 않는 숙종입니다. "넌 진득히 앉아서 서책을 보기엔 세상만사에 관심이 너무 많은 듯하다. 사실 넌 좀 산만하고 분주한 것은 사실이야". 사고만 터졌다 하면 그 중심에 동이가 있으니, 숙종은 동이가 너무 걱정되거든요. 한밤중에 짤짤거리고 돌아다니지 말라고 그렇게 일러도,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니 동이의 영특하고 호기심이 넘치는 것이 좋아보이기도 하지만 걱정도 되거든요. 묶어 둘 수도 없고 말이지요.
이렇게 진담반 농담반 우스개 소리도 나누지만, 동이는 임금님이 점점 좋아집니다. 줄대서 뒷문으로 한성부 판관직이나 얻었나 싶었던 분이었는데, 알고 보니 임금님이셨고, 감히 임금님의 등을 우지끈 밟고 담을 넘었는데, 오히려 예전 판관나으리처럼 편하게 대하라고 어명까지 내리는 분이시지요.
중전마마와 희빈마마 사이를 오갔던 임금님이 어떤 사랑을 했는지 동이는 잘모릅니다. 정치도 모르고, 나라 경제도 모르는 동이에요. 다만 동이는 옳고 그른 진실만을 따르고 믿고 지키고 싶습니다. 그런데 농도 잘하시고, 저자의 평범한 사내들의 웃음을 부러워하는 임금님의 눈이 무엇인가로 가려진 듯합니다. 장희빈의 계략에 이 미남자의 눈이 자꾸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동이는 또 다짐하고 약속합니다.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미남자로만 보이는 임금님이 옳은 것을 볼 수 있도록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겠다고 말이지요. 임금님이 준 책이라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달달 외워서 임금님이 바라는대로 학식까지 두루 갖춘 감찰부 최고 궁녀가 되겠다고요. 그래서 이 미남자를 주변에서 속이지 못하도록 임금님의 눈과 귀가 되어 주겠다고요. 그리되면 억울하게 장희빈에게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초가로 쫓겨가신 중전마마를 임금님이 꼭 다시 찾으실 거라고 믿는 동이입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니까요. 
그나저나 이번회는 상선영감과 숙종때문에 빵 터졌네요. 재미있는 서책을 읽다 동이 생각이 난 숙종이 상선영감을 불러 천나인을 불러 달라니, 시간이 침소에 들 시간인지라,  상선영감 왈, "침소로 말입니까?" 숙종이 아무 생각없이 "그래..". 그런데, 어라 뭔가 이상하다...허걱, 숙종도 얼떨결에 대답했다가 놀랐는지 "침소???"라고 되묻지요. 그 때 상선 영감의 표정은 '드디어 때가 왔구나' 싶었는지 의미심장하게 웃습니다.ㅋㅋ
"하명하시면 지금 침소로 들이겠습니다" 라며 숙종보다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하긴 임금님의 그림자처럼 최측근에서 임금을 보필하고 있으니, 아마 숙종보다도 더 속마음을 잘 알 것도 같습니다. 동이 이름만 나오면 입이 귀에 걸리고, 눈이 반짝반짝해지는데 상선영감이 모를리가 없지요. 
당황한 숙종이 말도 어버버 거리면서"자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건가? 그런 것 아닐세.."하자 뻘쭘해서 나가는 상선영감이었지요. 그런데 상선보다 숙종이 더 뻘쭘해진 것 같더라고요. 상선이 나가자 "침소? ...사람을 어떻게 보고...."라고 말끝을 흐리는데, 얼굴까지 벌개지는 것 같더라고요. 숙종 정말 당황했나 봅니다(과연 그랬을까요? 고얀 내관같으니라고,  한번 더 물어봐주지... 이런 마음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답니다.ㅎㅎㅎ). 
세상 모든 여자들이 임금의 한마디면 옷고름 바로 풀 일이지만, 동이는 조금 다르거든요. 그 녀석한테는 약점을 많이 잡혀서 체면을 더 세워야 한단 말이죠. 그 녀석이 자신을 남자로 생각하는 지도 잘 모르겠고, 게다가 풍산이 녀석은 어깨가 떡 벌어지고, 까무잡잡한 남자가 이상형이라고까지 밝혔는데, 에잇, 그런 사내녀석들 다 잡아서 저 멀리 국경근처에 다 몰아놓고 성이라도 쌓으라고 하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다음에는 동이가 생각하는 미남자에 대해 다시 물어 볼 것도 같습니다. 백옥같이 매끄러운 피부에 초롱초롱한 눈, 오똑한 코 이정도면 괜찮지 않느냐고 어명으로라도 미남자의 기준을 바꾸라고 말이지요.  

동이는 날마다 사건 하나 들춰서 생명의 위협에 처하고, 숙종은 그런 동이때문에 노심초사 속이 타들어 갑니다. 꼭 한 사람은 웃게 하고 싶은 동이, 꼭 한 사람에게는 오해를 하게 하고 싶지 않은 숙종, 그 이유가 무엇인지 두사람 사이에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삐리리 감정을 조금씩 알아 갈 때도 됐는데, 상선 영감도 눈치채고, 장희빈도 눈치챘는데 두 사람만 모르고 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손가락 View On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3 Comment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