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07 07:05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 1박2일 경주 수학여행편은 1박2일 멤버들과 시청자들의 김C와의 이별여행이 된 듯합니다. 김C의 하차를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워하고 있기에, 혹시라도 중간에 김C의 마음이 바뀌어 잔류하기로 했다는 한줄 자막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져봤지만, 그런 반전은 없었네요. 다만 언제든지 예능감이 충만해서 시청자들을 깜짝 놀래킬 수 있을 실력이 갖춰지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김C의 약속만이 자막에 인증컷으로 나왔을 뿐입니다. 네, 언제든지 돌아오겠다면 예능감이 없더라도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입니다.
김C 본인은 잘 모르시나 본데 시청자들은 김C를 예능인으로서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진정성과 소탈함, 그리고 1박2일에서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정 넘치는 인간으로서 김C를 좋아했었지요. 김C 자신은 예능감에 자신없어 했지만, 2년 8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자잘한 웃음도 많이 보여 주었고, 진중하고 사람 좋은 그의 모습은 함께 여행을 떠나면 부담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편한 사람으로 자리했던 게 사실입니다. 김C의 존재감이란 이런 편안함이었어요. 
처음 김C가 1박2일 멤버로 합류했을 때(그때가 밀양편이었던 것 같습니다)가 생각납니다. 야전잠바같은 얼룩덜룩한 밀리터리 룩에 빵모자를 쓰고 나왔지요. 김C의 은둔형 스타일을 아는 시청자들은 김C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웃음을 주지 못하면 병풍으로 도태되는 예능 프로그램의 생리를 알고 있기에, 김C를 보는 시선은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김C는 방송에서 튀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존재감없는 김C를 멤버들이 띄워주려고 노력했고, 김C는 늘 그런 멤버들에게 머쓱스러워 했을 뿐입니다.
치열한 야생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한가닥씩 한다는 입담꾼들 속에서 김C가 살아남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지금은 국민일꾼에 명실공히 1박2일 2인자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이수근조차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자신의 캐릭터를 고민하고 있었던 때였으니까요. 돌이켜 보면 김C는 1박2일의 숨은 공로자라 할 만큼 많은 기여를 했던 것 같습니다. 김C의 합류 이후 존재감 약했던 이수근이 부상하기 시작했고, 황제 이승기의 닉네임에 '허당'이라는 별명을 지어 준 것도 김C였으니 말입니다.
김C의 1박2일에서의 캐릭터는 엄마역할이었어요. 본인이 컨셉을 잡아 보여 준 것도 아니었고, 멤버들이 만들어 준 것도 아니었지요. 한 밤중 멤버들이 차 낸 이불을 덮어주고, 보이지 않게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멤버들을 챙기는 모습은 김C 본래의 모습이었고, 그런 진정성과 따뜻함이 엄마의 이미지로 자리잡아 왔었지요. 고난이도 복불복도 주저하지 않고 했던 멤버가 김C였고, 해박한 지식으로 1박2일의 브레인으로도 자리매김을 해왔지요. 희생도 자처하는 김C의 모습은 그가 가진 끼의 한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그 꾸밈없는 모습에서 그의 진정성은 빛이 나기 시작했지요. 웃기는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으로, 멤버들을 늘 뒤에서 보호해 주고, 때로는 앞에 나가서 바리케이트가 되어주기도 했기에, 어머니와 같았던 김C는 든든한 사람이었습니다. 강호동이 많이 의지했었다고 서투른 애정표현을 했는데,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고요.
지금도 생각나는 게 경기도편이었나? 멤버들이 번지점프에 실패했을 때 김C가 별 준비과정도 없이 훌쩍 뛰어내렸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때 김C가 했던 멘트가 기억남는데, "난 웃기지도 못하고, 보여줄 것도 없는데, 몸으로라도 보여줘야지 싶었다" 는 말이었어요. 한 겨울에 공중부양 자세로 입수를 했던 것도 김C의 이런 마음이 깔려 있었던 것이었고, 예능감이 아니라 진정성으로 그는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방송에서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지요. 그의 존재감이란 그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본인의 캐릭터를 설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시청자들과 호흡해 왔고, 시청자들은 그의 진솔함을 사랑하고 좋아했습니다.
처음 어색했던 김C의 모습은 어느새 멤버들과 동화되어 배신에 가담하기도 하고, 때로는 앞장서서 제작진을 속이기도 했지요. 그렇게 없어서는 안될 멤버로 자리잡은 지 3년, 뜬금없이 하차한다는 소식은 여러가지 추측을 난무하게 했지만, 쿨하게 김C는 최고 인기를 내려놓고 떠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네요.
멤버들도 경주 수학여행편을 촬영하기 바로 전에 김C의 하차를 통보 받아서 경주 수학여행편이 김C와의 마지막(?) 여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강호동이 말했듯이 방송내내 전혀 내색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경주에서의 마지막 밤, 그렇게 그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밝혀야 할 때가 되자 결국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더군요. 다 알고 있었던 일이라 덤덤하게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수근과 은지원, 이승기. MC몽, 그리고 떠나는 김C의 눈물을 보니, 저 역시 눈물을 참기가 어려워지더라고요.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멤버의 하차를 보고 운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김C의 자리가 컸었다는 것이겠지요.
김C의 입을 통해서 듣는 그간의 고충은 짧게 말했지만, 충분히 납득도 되고 이해가 되더군요. 저는 김C가 그간 1박2일을 보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는 깜짝 놀랐어요. 본인의 방송을 볼 수 없었을 정도로 그렇게 심리적으로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지는 몰랐어요. 초창기에는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 싶지만, 1박2일에서 캐릭터가 잡히고 김C의 활약도 많아지면서부터는 본인도 나름대로는 모니터링도 해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의외였어요. 이제 편하게 TV도 보고 모니터링도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그간 김C가 개인적으로 고민을 많이 해왔구나 싶더군요. 지인들도 두명 빼고는 하차를 반대했다는데, 인기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를 하겠다는 결정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고, 김C 자신을 위해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을 듯 싶습니다. 솔직히 연예인들이 인기를 버린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말이지요. 김C이기에 가능할 거라는 생각도 들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개인적인 고충들도 있을 것 같고, 저 역시 심정이 복잡해지더라고요. 여하튼 김C, 어떠한 사유이든지 화이팅!입니다.
잠자리 들기전 헤어지기 섭섭한 멤버들과 눈물의 환송식이 끝인줄 알았는데, 다음날 1박2일 멤버들이 보여준 형제애는 그 어떤 환송식보다 뜨거웠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김C를 위해 멤버들이 마련한 선물은 한끼 밥이었습니다. 미리 김C를 아침에 숙소에서 보내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서, 아침 기상미션으로 불국사와 석굴암으로 보낸 멤버들은 다른 아침 기상때와는 다르게 벌떡벌떡 일어납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하는 은지원과 MC몽도 자리에서 밍기적거리지도 않더라고요. 멤버들이 향한 곳은 주방, 경주에 오기전 미리 준비한 멤버들의 선물은 떠나는 친구를 위해 손수 마련한 밥한끼였습니다. 밥한끼라는 말에 갑자기 목이 콱 막혀 오더라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밥한끼라는 말의 어감은 특별하지요. 밥한끼만큼 마음을 담은 것이 있을까 싶어요. 정말 뜻깊은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서 따뜻한 밥한끼 만들어 주자는 취지로 멤버들이 도시락 외에 각자 따로 음식을 준비했더라고요. 강호동의 전복 미역국에서 김종민이 새벽 수산시장에서 사 온 싱싱한 대하와 우럭까지... 새벽부터 일어나서 음식을 준비했을 강호동의 시우(두산이)엄마, 이수근의 일박이 엄마, 은지원의 새색시, 이승기의 어머니, 몽장금 어머니 황여사님 모두 한마음, 아쉬운 마음으로 김C를 위해 새벽부터 정성을 다했을 것을 생각하니 이 모든 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더 아쉬운 마음이 커집니다. 1박2일 제작진이 만들어 준 대형액자는 김C의 활동 사진들로 빼곡하게 김C의 멋진 얼글을 만들어 주었는데, 잠깐 스치는 표정만으로도 김C가 그동안 1박2일에서 변화했던 모습과 활동들이 다 담겨져 있더라고요. 사진만으로도 그 하나하나에 실린 추억들이 다 기억나는 멋진 선물이었어요.
시청자들도 김C와의 이별이 아쉽고 서운한데 3년을 주말이면 동고동락해 왔던 멤버들과 제작진은 더욱 각별하고 애틋할 것 같습니다.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사랑했던 김C는 조금은 부족한 듯해 보이는 예능감도 아니었고, 그의 해박한 상식때문도 아니었고, 온몸을 던져 자기 역할을 보여주려는 헌신적인 노력때문도 아니었어요. 3년을 일주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만나왔던 가족들, 시청자의 가족으로서 사랑해 왔어요. 스스로 빛나지 않아도 제 빛을 잃지 않는 김C의 진솔한 모습을 좋아했고, 사람좋은 웃음을 좋아했고, 매사에 진지한 그의 표정을 좋아했어요. 있는 그대로의 김C, 예능인으로서가 아니라 자연인으로서의 김C를 좋아했지요. 예능프로에서 특출난 끼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김C의 존재감이란 바로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초딩, 허당, 시베리아 야생 수컷 호랑이, 야생몽키, 어리바리, 국민일군 앞잡이 등등의 1박2일 멤버들은 나름의 컨셉을 가지고 예능을 만들어 왔지만, 김C는 딱히 김C를 상징하는 별명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초반에는 다큐 김C라는 말도 따라다녔는데, 날이 갈수록 진화되는 김C의 예능감은 다큐마저도 극복해 버렸거든요. 김C에게는 특별한 컨셉이 필요하지가 않았던 것 같아요. 야생에 던져놓으면 누구보다 잘 야생에서 적응했고, 모닥불 앞에서는 낭만가수로, 한밤중에는 가족들 챙기는 엄마로, 아침이면 은박지로 만든 모닝커피를 만들어 건네는 그는 1박2일 멤버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밥한끼로 이별하기가 너무 아쉬운 사람입니다. 다음주에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그 멋쩍은 웃음으로 1박2일 일곱멤버들 맨 끄트머리에서 배시시 웃고 서있을 것 같고 말이지요.
이별은 또 다른 새로운 만남을 위한 준비과정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C와 영영 이별한다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요. 김C도 약속했고, 멤버들도 김C와의 또 다른 만남을 기다리겠다고 했듯이, 언젠가 또다시 다른 모습으로 만날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변신이 아니어도, 수십만가지 개인기로 무장하지 않아도, 김C가 돌아온다면 언제든지 환영하고 싶습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든 김C와 함께 해 온 긴 시간동안 멤버들과도 시청자들과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 우리에게는 그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억 그리고 우정이라는 것 말이지요. 든 자리보다 난 자리가 커보인다는 말도 있듯이, 김C의 빈자리도 한동안은 클 것 같아 많이 서운하네요. 그동안 수고도 많이 했고, 마음 고생도 심했을 듯 싶은데 김C에게 박수보내고, 그의 앞날에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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