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8. 07:18




'꿈은 이루어진다' 어찌 되었든 장희빈이 오르고자 한 가장 높은 곳에 드디어 오르게 되었네요. 교태전의 주인, 중전의 자리, 한낱 이름없는 여인으로 살지 않겠다는 야망을 이룬 장희빈의 중전 책봉식은 그럼에도 검은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장희빈의 비리를 알고 있는 동이의 행적이 묘연하고, 동이가 살아있는 한 중전의 자리는 위태롭고 가시방석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생일에 후궁의 품계를 하사하고, 장악원 악공들을 불러 사랑의 세레나데 연주까지 들려주었던 임금이 중전 대례복을 입은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숙종의 마음은 온통 없어진 천나인 동이에 대한 생각뿐이거든요.

내수사 서고에 잠입해 장희빈의 비리가 적힌 결정적인 증험을 찾은 동이는 또다시 위험에 빠졌지요. 장희재가 보낸 자객들에 의해 쫓기는 동이입니다. 궁궐 치안상태가 엉망이군요.;; 여하튼 궁궐을 빠져나가 서용기와 동문수학했다는 사헌부 나으리집을 찾아 증험을 건네지만, 꼬리가 밟히고 말았어요. 애꿎은 사헌부 나리집 가솔들만 도륙당하게 만들었네요. 동이가 꼭 살아서 무고한 희생을 밝혀야 할텐데, 이래저래 동이가 알게 되는 장희재와 장희빈의 죄목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증험을 손에 쥐고 도망가지만 동이는 표창에 맞고 말지요. 동이가 가려는 곳은 능행을 나간 임금님의 행차길이에요. 쓰러지고 일어나고 구르고, 표창에 맞은 상처가 욱신거려도 참고 달리는 동이입니다.
동이가 사경을 헤매면서 숙종을 만나기 위해 풀숲에 쓰러져 있는 시각, 능행나갔던 숙종은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사냥도 즐기고 계십니다. 그런데 숙종의 사냥 목적이 딴데 있었나 봅니다. 번번히 사냥물을 놓치는 숙종을 보기 미안했는지 수행중이던 오윤이 그만하자는 말에도 고집을 부리시지요. "활이 이상한 것 아닌가?" 라며 괜히 연장탓도 해보고 말이지요. 숙종은 이번 사냥에서는 기필코 토끼라도 한 마리 잡아볼 참입니다. 토끼를 잡으면 토끼털로 동이에게 목도리나 하나 만들어 주고, 운좋게 사슴이라도 걸리면, 우훗! 꽃가죽신 당혜를 만들어 줄 생각입니다. "내 솜씨가 이래뵈도 날아가는 파리도 맞춘단다" 이런 풍도 좀 치면서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눈 먼 사슴 한마리가 숲에 앉아 있지요. 한 건 해 낸 숙종 만세까지 부르며 좋아 죽습니다. 한내관을 불러 "한양에서 제일 솜씨좋은 갖바치를 찾아서 사슴가죽으로 당혜(꽃가죽신)을 하나 지어올리라 하게" 라며 흡족해서 명을 내리지요. 상선영감 다 알면서도 모른척 시치미 뚝 떼고 물어보지요 "여인들이 신는 신 말입니까" 숙종은 급흥분해서 "내가 사슴을 잡았다고 하면, 어디서 그런 풍을 치느냐며 믿지 않을것이니, 신을 지어 주면서 내, 자랑을 좀 할려고 말이다" .
다시 확인사살 들어가시는 상선영감 왈, "그 당혜를 혹, 감찰부 천나인에게...?" 두 말하면 잔소리, 세 말하면 입 아프죠. "그래. 궐이고, 도성이고 하루종일 강아지 마냥 싸돌아 다니니 좋은 신이 필요할 게야". 그리고는 "꼭 곱고, 튼튼하게 지어 올리라 하게" 라고 강조, 또 강조하는 숙종이에요.
상선영감은 뭐가 그렇게 좋으신지 숙종보다 더 입이 귀에 걸려 웃네요. 대답도 우렁차게 "예"하시면서 말이지요. 지난 주에도 상선영감 빵빵 터뜨려 주셨는데, 진지하게 웃겨주시는 상선영감의 매력도 갈수록 더해 갑니다. 왕의 눈동자까지 읽어내는 최측근 내시이다 보니, 잘못 뽑으면 나라도 말아 먹는데, 상선영감 한내관은 숙종 마음을 잘 이해하고, 착한 듯 보여서 다행이에요. 유머감각까지 있으시고 말이지요.
그런데 동이에게 꽃신 안겨주며 으쓱 으쓱 자랑질 하려는 마음에 마음이 두둥실 떠있는 숙종에게 비보가 날아들지요. 내수사 서고가 홀라당 불에 타고, 그것을 감찰부 동이가 한 짓이라는 보고가 들어온 것이에요. 오태석은 한 술 더 떠 역모로 까지 몰고 가려고 합니다. 황급히 궁으로 환궁하니, 모든 것이 동이와 포청 서용기가 장희빈을 음해하려는 목적으로 폐비 인현왕후의 일을 들쑤시고 다녔다는 의금부의 보고까지 받게 되지요. 동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숙종이지만, 정황상 딱딱 맞는 보고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에 빠집니다.
답답한 마음에 서용기를 찾아가지만, 동이가 없어졌다는 날벼락을 접하고는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리는 숙종이에요. 장희빈이 대비시해와 폐비 음모의 배후라는 증험을 찾아 내고도, 숙종이 장희빈을 애지중지 하는 마음을 알기에 동이도 말씀드리지 못했을 거라는 말에 숙종은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동이가 사라져 버렸다는 말은 장희빈이 배후자라는 말보다 숙종을 힘빠지게 합니다. 
장희빈의 처소를 찾아 진실을 알려 하지만, 장희빈은 오히려 중전 책봉도 다 물리라며 더 강하게 나옵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부족한 탓이라며 현숙한 모습까지 보이니 숙종도 갈피를 잡지 못하지요. 장희빈에 대한 증험은 없고, 책봉식은 코 앞에 닥치고, 진퇴양난에 처한 숙종은 서종사관을 파직한다는 교지를 내리고 맙니다.
장희빈에게 "동이가 아무런 이유없이 너를 모함하려 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하지만, 장희빈은 한번도 전하를 속인 적이 없다고, 그것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이라고 말할 뿐이었어요. 숙종은 장희빈이 한 번도 자신을 속인 적이 없다는 말에 장희빈에 대한 믿음을 거두어 버립니다. 숙종이 아는 동이는 누가 표적이 되든 진실과 사실을 밝히는 것만이 가장 중요한 아이였어요. 아무 의심없이 뒷조사를 하고 다닐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장희빈의 강한 부정은 오히려 강한 긍정처럼 들려옵니다. 하지만 증험을 가지고 있는 동이가 없어져 버린 것을 숙종도, 장희빈도 알고 있기에 문책할 수도 없는 숙종이지요.
동이에 대한 걱정으로 숙종은 중전책봉식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 눈에 촛점을 잃은 모습이에요. 숙종은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싶습니다. 오랜 시간 믿어왔던 장희빈이 그토록 간교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고, 동이가 궁궐에 없다는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궁궐 어디에서인가 팔랑거리며, 강아지마냥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숙종입니다. 장희빈이 간악한 흉계를 꾸몄든, 동이가 증험을 찾았든 말든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살아있는 풍산이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장희빈의 중전 책봉식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머리 속에는 오로지 동이 생각뿐입니다. 능행 다녀오던 길, 아득히 멀리서 동이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습니다. 

숙종은 잠도 이루지못하고 대전에서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고민이 아니라 실은 동이에 대한 걱정으로 애가 타는 숙종이에요. 그런 숙종에게 상선영감이 당혜를 들고 오지요. 곱게 잘 만들어진 꽃신을 보니 동이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 숙종입니다. 어디에 있는지, 제발 살아만 있어달라고 빌고 또 비는 숙종입니다.  
그런데 숙종은 당혜의 의미를 알고 있었을까요? 당혜(꽃가죽신)는 청혼의 의사를 표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숨어 있어요. 숙종이 당혜를 주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몰랐을까 싶어요. 상선영감이 천나인에게 줄거냐고 활짝 웃는 것을 보면, 상선영감도 남자가 꽃신을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예쁘고,튼튼한 꽃신을 주겠다고 말했지만, 숙종의 마음 깊숙이 동이가 사랑으로 자리했나 봅니다. 숙종도 이런 기분은 처음이에요. 꽃신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도 처음이고, 남자다운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지는 아이도 처음이에요.
임자잃은 꽃신을 어루만지는 숙종의 마음은 동이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으로 타들어 갑니다. 이제서야 숙종은 자신의 마음을 알기 시작합니다. 해맑게 웃는 동이 그 아이의 눈을 마주하면, 왜 웃음이 나고, 마음이 편하고, 까닭없이 즐거워졌는지를요. 그것이 은혜하는 마음, 사랑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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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4 Comment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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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경빈마마 2010.06.08 08:1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누리님 이곳 한국은 너무 더워요.
    시원한 음식이 그리운 계절...
    기운잃지 않도록 밥 잘 드시고 계셔요.^^;;;

  3. 2010.06.08 08:25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탁발 2010.06.08 08:2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괜히 허당이 아니잖아요. 워낙 동이를 애로 보는 자기 습관에 빠져 모르다가
    비로서 알게 되가는 과정이 전형적이기 하지만 숙종이라 흥미롭기도 하네요. ㅎㅎ

  5. 꽃기린 2010.06.08 09:31 address edit & del reply

    못 보는 경우가 더 많아지네요~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6. 옥이(김진옥) 2010.06.08 10:0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봤는데요....숙종이 이제 아는듯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7. 朱雀 2010.06.08 10:1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되시길~^^/

  8. labyrint 2010.06.08 10:2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제거 어제 동이를 못봤는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트랙백 걸고 갈께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9. 국민건강보험공단 2010.06.08 10:4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누리님 다음 편은요 ㅋㅋㅋ
    역시 한편의 역사드라마 깔끔하게 보고 가는 기분입니다 ㅎ
    당혜 얼른 자기 주인을 만나야겠어요 , 어리벙벙 수종의 활약을 기대해도 되나 모르겠네요 :)

  10. 갓쉰동 2010.06.08 11:5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몰랐을 수도.. ㅋㅋ

  11. 2010.06.08 12:16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초록누리 2010.06.08 12:32 신고 address edit & del

      앗...본명을 알게 되었네요.
      성함이 예쁘시네요....^^*
      제가 지금 사정이 있어서 답글을 잘 못달아요. 언니가 한국에 들어가서 언니네 집과 왔다갔다 두집 살림을 하는데, 지금 언니네 집인데 언니에 키보드가 영문만 있어서 자꾸 오타를 내거든요....인사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12. 안보고도 2010.06.08 15:44 address edit & del reply

    못보았는데 본것처럼 잘 정리하셨네요.
    설명도 보기좋았고요...
    다만 마지막에 은혜하는 마음은 은애(恩愛)하는 마음이 맞을것 같습니다...^^

  13. 이곳간 2010.06.08 15:44 address edit & del reply

    당혜에 청혼의 의미가 있군요... 처음 알았네요..

  14. Tvian 2010.06.08 15:48 address edit & del reply

    iMBC <동이>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 해당 포스트가 소개되었습니다.^^
    http://www.imbc.com/broad/tv/drama/dongyi/tvfun/

  15. 친구세라 2010.06.08 17:3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 숙종♡동이..
    이번회 무척 재미있게 봤어요^^
    누리님의 시선으로 또 한번 쭈욱보니
    마치 누리님과 대화하며 보는 듯한 맛이 ㅎㅎ

    포스트 잘 보고 갑니당^^

  16. *저녁노을* 2010.06.08 18:4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에효..노을인 자이언트 보니라 못 봤네요.
    재방 챙겨봐야겠네요.
    잘 보고 갑니다.

  17. Zorro 2010.06.09 01:4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누리님 글 보면 왠지 다 잼있을것만 같다는...^^
    잘지내셨죠?? 자주 못찾아뵈어서 죄송하네요ㅠㅠ
    자주오도록 노력할게요^^ 푹 주무세요~

  18. montreal florist 2010.06.10 01:59 address edit & del reply

    당혜를 만들때 부터 숙종이 생각이 있엇군여

  19. 민들레의자세 2010.06.12 08:33 address edit & del reply

    너무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힘드시겠지만 타지 생활 잘 적응하시고 종종 뵙겠습니다.

  20. 왕후의 턱끈이...-_- 2010.06.12 17:33 address edit & del reply

    왕후 대례식때 쓰는 가채가 올려진 관에 저렇게 굵고 검은 끈이 달려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저렇게 굵고 검은 리본으로 턱을 매고 있으니까 얼굴이 아름대운 탤런트도 남자의 갓을 쓰고 턱어 묶은 것 같은데 보통 여자가 쓰면 어떻겠어요?
    왼쪽사진에 지진희씨가 쓴 왕관에 달린 끈이 오히려 더 여성적이고 조화롭네요.
    사극팀은 고증을 제대로 해 줬으면 좋겠네요.
    가뜩이나 가채의 가장자리에 꽈배기 모양의 머리가 붙어있는 것도 조금 다른 거 같은데 거기다 턱끈까지 남자같이 굵고 시커먼 끈을 매니까 왕후의 아름다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21. harmony7 2010.06.17 09:20 address edit & del reply

    다시 사랑에 빠질 수있을것 같고,순수해 질 것 같고,동이처럼 살 고싶게 만드네요.
    평론이 편안하면서 진실되요.
    잘읽었습니다.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