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18 08:28




빠른 전개로 스토리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제빵왕 김탁구, 이 드라마는 여전히 막장으로 비춰질 수 있는 신파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로 극적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태동 자체가 불륜과 배신, 그리고 음모에서 파생되었기에 김탁구와 구마준의 대립과 성장과정도 그 궤에서 이탈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제빵왕 김탁구는 드라마가 취하는 은폐와 비밀이라는 코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시원시원할 정도로 지나치게 친절한 드라마입니다. 
이번 4회에서도 홍여사(정혜선)가 며느리인 서인숙과 한승재의 불륜, 그리고 마준이 한승재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예고편에 홍여사가 쓰러지는 것으로 보아 비밀은 당분간 지켜질 듯 보입니다.
그런데 어린 마준이까지 자신의 출생에 대해, 그리고 어머니의 불륜을 알게 되는 것 같은데요,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잔인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마준이는 성품 자체가 못돼 보이고, 서인숙을 빼다박은 듯한 저급한 귀족의식이 흐르는 아이인데,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 마준이가 더욱더 바르게 성장할 것 같지는 않아 보여요.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데, 마준이는 생각하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 누렇게 뜬 잎같아 보이더군요. 그럼에도 청산 공장을 찾아 온 서인숙이 공장직원들 앞에서 아버지 구일중 사장을 면박주는 것을 보고 못마땅해 하는 부분에서는, 한가닥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저는 구마준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어떻게 변해갈지 가장 궁금합니다. 말끝마다 탁구에게 천한 녀석, 거지새끼라고 욕을 해대는 마준이가 자신의 천한 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거든요. 사람의 피에 천한 피 귀한 피는 없지요. 여기서 천한 피는 불륜이 낳은 피라고 편의상 구분해야 겠네요. 극중 서인숙과 마준의 기준에서 천한 사람은 가난하고 명문가의 태생이 아니면 천한 사람이라고 분류하는 것같은데, 친부가 한승재라는 것을 알게 된 마준이 출생의 컴플렉스를 어떻게 분츨시킬지도 기대됩니다. 굴러 들어온 진짜 왕자에게 거성가의 왕좌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겠지요.

베일 속 인물 구일중, 아내의 불륜 몰랐을까?
제가 이번 회 눈여겨 본 배우는 전광렬이 연기하는 구일중이라는 인물이었습니다. 구일중에 대한 인물은 작가가 어떤 인물로 그릴까 여전히 고민중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베일에 싸여 있는 듯합니다. 아내 서인숙과의 불화가 어떤 계기였는지 아직 상세하게는 나오지는 않았지만, 구일중은 차분하면서도 다혈질 기질도 있어 보이고,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성품, 진실된 사랑을 갈구하는 인물같아 보이기도 하고, 무상으로 빵은 나눠주는 모습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성품도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가정은 왜 그 꼬라지로 만들고 있는지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자림이가 탁구에게 "우리집은 할머니 편과 엄마 편으로 갈라져 있다"고 할 정도로 이집은 한 마디로 개판오분전입니다. 자경, 자림, 마준은 의무적으로 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예우하듯 데면데면스럽고, 그렇다고 할머니가 울트라 슈퍼 파워를 자랑해서 온 가족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요. 시어머니에게 꼬박꼬박 눈 치켜뜨고 할 말 다하는 서인숙을 보면, 홍여사가 이빨 빠진 호랑이 같으니 말입니다.
구일중에 대한 궁금점은 서인숙에 대해 정나미 떨어진 일이 계기가 되었을 거라는 짐작만 가능케 합니다. 아내 인숙과의 소리없는 갈등과 전쟁이 구일중으로 하여금 집에서 겉돌게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짜 저는 이 부분이 궁금하네요. 친구이자 충복인 한승재와의 불륜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오거든요. 이번회 청산 빵공장에서 인숙이 구일중에게 직원들 앞에서 무식하게 개망신 주고 마준을 데리고 가자, 굳이 한승재에게 따라가 보라고 지시하는 것에서도 묘한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구일중이 마준과 서인숙, 그리고 한승재 세 사람을 보면서 지었던 묘한 표정이 구일중이 마준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얼핏 짐작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탁구는 자림이가 태어난 날 미순이를 겁탈해서 생긴 아이라는 것이 명백하지만, 인숙이 마준을 가진 것은 미순이의 임신을 알고 한 짓이었지요. 당시 구일중과 서인숙은 냉랭해서 눈도 마주치지 않고 싶어 했을 때라는 거죠. 여러 정황상 구일중이 의심만 해본다면 아마 날짜 계산정도는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세 사람을 보는 구일중의 눈이 곱지 않고, 특히 한승재가 미순과 탁구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숨긴 것에 대해, "내 가족의 화목과 평화를 지키는 일은 내가 알아서 결정해. 그러니 주제 넘게 끼어들지 말게" 라고 눈에 불을 뿜을 때, 순간 구일중이 한승재와 서인숙의 관계를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화빵같은 아버지와 아들, 피는 못 속인다
어느 날 구일중 앞에 나타난 탁구는 생기없던 그에게 처음으로 미소를 짓게 합니다. 구일중이 스승에게 제빵기술을 배울 때 반죽냄새, 발효냄새만으로 숙성의 정도를 알아내는 신통방통한 코를 가진 사람을 평생에 걸쳐 한 명 만났다고 했는데, 천부적 후각을 타고 난 천재를 구일중도 만나게 됩니다. 그의 피가 흐르는 탁구입니다. 탁구를 바라보는 구일중의 시선은 마준과는 달리 항상 따뜻한 기가 느껴집니다. 핏줄에 대한 본능적인 이끌림에 대한 것도 있지만, 어린 탁구에게서 보여지는 당당하고 강단있어 보이는 "싸나이의 기질"은 구일중을 미소짓게 만들지요.
탁구를 괴롭히는 유경 아버지에게 한 방 날려 주고는 "내가 이 아이의 애비되는 사람이오. 그러니까 내 아들한테 함부로 손대지 마시오" 라며 구해주는 장면은 어린 탁구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되는 말이었을 듯 싶더군요. 한번도 아버지라는 그늘, 아버지의 큰 방패를 경험하지 못했던 탁구가 자신이 진짜 구일중의 아들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을 겁니다.
탁구에게 거성가의 큰집은 가시방석일 뿐이에요. 기만이네 사글세 한칸이 더 행복했던 탁구였지요. 어느 곳 하나 마음 붙이지 못하는 탁구에게 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은 탁구가 반듯하게 자랄 자양분이 됩니다. 가방끈 짧지만 탁구에게만은 부끄럽지 않게 살아 온 미순이처럼요. 그런데 할머니 홍여사에게 닥친 위기와 한승재로부터 청부살인을 받은 유경 아버지 손에서 미순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 탁구에게 닥쳐올 시련이 더 커지는 것 같아 여러가지로 걱정이 되네요. 예고편에 윤시윤이 잠깐 등장했는데, 다음 주부터는 성인연기자들로 대거교체되나 봅니다. 어린 탁구의 성장과정은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꼬푸 없으면 못 마십니다" 라며 춤을 추는 오재무군의 미소에도 드라마 분위기는 다소 우울했는데, 성인연기자들로 교체되면서는 드라마 분위기도 반전이 있을 것 같더군요. 

서인숙과 한승재의 악행, 범죄드라마같다
제빵왕 김탁구 4회를 보면서 서인숙과 한승재가 막장급 파멸을 향해 가는 것을 보면서, 이 드라마가 범죄드라마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어린 탁구가 몰래 구일중의 작업실에서 빵 만드는 것을 훔쳐보고 있을 때, 입을 틀어 막고 탁구를 끌고 갔던 모습이나, 예고편에서 유경의 아버지에게 김미순에 대한 청부살인을 의뢰하는 것을 보면서, 드라마가 80, 90년식 드라마의 억지설정을 답습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질적수준을 의심케 합니다. 그럼에도 드라마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고, 무엇보다 하이킥의 준혁학생 윤시윤의 변신을 지켜보고 싶고요. 특히 어린 탁구 오재무군의 연기는 제빵왕 김탁구가 건진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뛰어납니다(관련글: 윤시윤의 아역 오재무, 막장속 빛나는 보석).
제빵왕 김탁구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드라마를 보고 있는 동안에는 상당히 재미있지만, 엔딩컷이 올라가는 순간 뭔가 불쾌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는데요, 드라마에 흐르는 혈통주의와 하늘이 내린 후각이라는 진부함때문이기도 하지만, 미순이와 탁구를 죽이려는 서인숙과 한승재에게서 느껴지는 살인귀 냄새때문인 것 같습니다. 청부살인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시키는 한승재의 비뚫어진 사랑과 야망도 문제지만, 서인숙의 알 수 없는 피해의식은 그녀의 범죄행각과 불륜행각에 대한 설득력있는 이유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아들 못 낳는 며느리라는 구박이 그녀를 이렇게 까지 패륜녀가 될만큼 큰 고통이었는지 납득하기가 힘이 듭니다. 또한 구일중의 무심함으로 받았던 상처가 서인숙이 내연남 한승재에게 사람을 죽이라고 할 정도인지, 드라마지만 받아들이기가 상당히 거북합니다. 

극중 서인숙(전인화)은 어떠한 이유로도 이해받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거성가의 주인자리에 자신과 한승재의 아들을 올리겠다는 야망은 원한같은 것이 사무쳐 있는 것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시어머니의 아들타령에 한을 품었다기에는 설득력이 약해 보입니다. 자기 집안을 망하게 한 철천지 원수집안이 거성가일리도 만무하고 말이지요. 또한 그녀가 한승재를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아 보이더군요. 오히려 한승재의 사랑을 이용하고 있는 철면피같아 보입니다. 설득력없고 공감가지 않은 서인숙과 한승재의 사랑과 야욕, 그리고 파멸을 위한 범죄행각은 비뚫어진 피해의식으로 정신 나간 듯한 싸이코여자의 범죄 살인드라마로까지 보이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듯 싶네요. 
서인숙의 빗나간 욕망이 빚어 낸 범죄행각은 도저히 받아주지 않으면 안될 이유가 있지 않는 한, 패륜은 물론이고 범죄까지 저지르는 악녀라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천하의 못된 악녀도 악녀가 될 수밖에 없는 납득할만한 사연이 있어야 하는데, 서인숙이라는 캐릭터는 악녀라는 설정만을 위해 억지로 만들어지고 있는 인물같아요. 과거 사연이 나오면 그때부터는 심층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 여자의 정신상태가 싸이코같기도 하고, 그야말로 돈 좀 있다고 유세떠는 천박한 귀족주의의 표본같기도 해서 드라마 속 캐릭터로서는 파헤쳐 보고 싶은 싶은 매력은 없네요.
* 지난 3회 엔딩장면에서 제가 혼자 피식 웃었던 장면이 있었는데요, 4회 도입부에서도 다시 나오더라고요. 구일중이 빵 반죽을 하며 무슨 제를 올리는 의식같아 보이기도 하고, 기 수련을 하는 모습 같아 보이기도 한 춤사위는 솔직히 생뚱맞아 보였습니다. 마치 연주회 지휘자 같은 손사위더군요. 제가 재미있게 봤던 만화 요리왕 비룡에서 봤던 모습과 겹쳐져서 웃음이 나왔나 봅니다. 혼이 들어간 명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춤사위같기도 하고 오케스트라 지휘자같은 동작은 빵장인과는 살짝 어울리지 않은 듯 싶더라고요. 반죽대 위에서 진지하게 빵을 만드는 손놀림만으로도 장인정신과 혼이 느껴졌는데, 신비감 컨셉은 살짝 오버스러웠던 듯 합니다. 제가 전광렬의 깊은 연기를 좋아함에도 저만 그렇게 느껴졌는지;;;....
물론 빵을 만드는 그 유연한 손놀림과 동작은 하루 이틀 연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껴질 정도로 그의 프로연기자의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요. 이것을 나중에 탁구가 흉내낼까봐 살짝 걱정이 드는데, 탁구야, 신비의식은 구일중의 손에서만 끝내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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